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2.04.28. at TOR, PO 1R 6차전)
- 4,5차전에서 랩터스에게 완패를 당하며, NBA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3:4 리버스스윕을 당하게 되는게 아닐까 걱정을 했었습니다. 필리가 시리즈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난무했으나, 그 어떤 대책보다도 식서스에 필요했던 것은 회복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의 휴식을 가진 뒤 토론토에서 벌어진 6차전, 필리는 모든 주요 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토론토에게 132:97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 좋아진 몸상태가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엠비드였습니다. 부상 이후로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엠비드는, 오늘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상을 안 당한줄 알 정도로 민첩성과 활동량을 회복했습니다.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그에 기반한 자유투 유도가 돌아왔고, 슛감까지 미치면서 또 한번의 30-10을 기록한 엠비드입니다(오늘 33득점, 야투 12-18, 자유투 9-10, 10리바운드, 1턴오버).
그러나 회복의 여파는 역시 공격보다 수비에 더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4,5차전에서 돌파하는 랩터스의 길쭉이들을 따라잡지 못해 집중 공략대상까지 되었던 엠비드였으나, 오늘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필리의 골밑을 수호했습니다(2스틸, 3블락).
위에서 두번째 짤을 보면 반즈가 공격을 성공시키긴 했으나, 엠비드가 반즈의 일대일 돌파를 발로 다 따라잡으면서 파울까지 피합니다. 첫번째 짤에서는 그동안 실종되었던 헬핑 블락도 보여주죠. 엠비드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았는지는 세번째 짤에서 확실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습적으로 하프코트 프레스까지 성공시켜 턴오버를 이끌어냈고, 짤에서는 짤렸지만 맥시의 속공 3점으로 연결되었죠. 엠비드의 수비력이 돌아온 덕분에, 토론토의 주 공격 루트 중 하나였던 림 공략이 오늘은 틀어막혔습니다.
- 회복한 엠비드의 수혜를 일차적으로 가장 크게 받은 선수는 다름아닌 하든이었습니다. 공격 세팅에서 드디어 엠비드의 단단한 스크린이 돌아왔고, 그래비티도 잘 끌어주니 하든이 훨씬 용이하게 돌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본인의 몸도 아주 가벼워보였지만요(오늘 22득점, 야투 7-12). 또한 필리의 본래 승리 패턴인 하든의 속공게임-턴오버 감소 역시 돌아올 수 있었죠(하든 15도움, 3턴오버). 하든 혼자 아무리 템포를 올려도 수비에서 먹히면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엠비드의 보드 장악이 돌아오면서 수비(리바) 성공 - 속공으로 효과적인 템포 푸쉬가 가능했습니다.
- 물론 이틀 동안 필리 선수들만 쉰 건 아니었죠. 부셰이가 왕성한 에너지 레벨로 토론토의 전반 오펜리바 게임을 이끌었고(전반 토론토 팀 오펜리바 10개, 부셰이 3개), 2쿼터에는 연이은 컷인으로 필리의 지역방어를 무너뜨렸습니다(2쿼터 부셰이 11득점). 여기다 1쿼터에는 게트주(11득점)가, 2쿼터에는 시아캄(16득점)이 번갈아 터지면서 필리와 시소게임을 펼쳤죠.
잘못해서 분위기를 넘겨줬다간 걷잡을 수 없는 원정 게임에서, 베테랑 대니 그린이 흐름을 바꿨습니다. 2쿼터에만 4개의 3점을 성공시키며(4-6) 약간 막히는 듯 하던 필리의 공격 혈을 뚫어주었죠. 특히 성공시킨 샷들이 평소 그린이 던지는 와이드오픈 코너 3점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역시 서로 다른 3팀에서 우승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백업 센터인 폴 리드의 활약 역시 주목할 만했습니다. 1쿼터에 평소보다 일찍 엠비드와 교체되어 나온 뒤로, 이번 시리즈 들어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오늘 9득점, 야투 4-5, 3오펜리바). 수비에서의 활동량과 허슬은 원래 좋은데, 오늘은 공격에서 하든과 픽앤롤을 제대로 수행해내며 새로운 하든의 파트너 빅맨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닥 감독은 3쿼터 한때 엠비드 5번, 리드 4번 라인업을 세우며 리드의 기를 복돋아주기도 했습니다.
- 전반에 랩터스가 오펜리바 게임을 펼치면서 사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필리를 떨쳐내지 못했습니다(전반 필리 62:61 토론토). 그리고 3쿼터에는 결국 필리의 플랜대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엠비드를 중심으로 달라진 필리의 수비 때문에, 토론토는 지난 4,5차전처럼 필리의 골밑을 파고들지 못했고(필리:토론토 페인트존 득점 - 4차전 38:42, 5차전 36:56, 6차전 52:38) 어쩔 수 없이 던지는 중장거리 샷들마저 빗나가면서(3쿼터 토론토 팀 야투 5-19 26.3%, 팀 3점 2-11 18.2%) 필리의 수비 성공 - 속공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이어졌죠.
그리고 이런 속공 게임에서 날아다니는 선수가 바로 맥시죠. 수비 성공 - 하든 템포푸쉬를 거쳐 2연속 3점을 성공시키자, 불이 붙은 맥시가 이젠 알아서 게임을 터뜨리는 세번째 미라클 3점까지 꽂아버립니다! 3쿼터에만 15득점(야투 4-6)을 기록한 맥시에 힘입어, 필리가 20점차 리드를 벌리며 결정적인 승기를 잡습니다.
이후 닉 널스 감독은 풀코트 프레스를 지시하며 최후의 도박을 걸었습니다. 예전 맥시-(세스)커리의 백코트였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었던 방법이지만, 이제 하든을 보유한 필리는 너무나 쉽게 풀코트 프레스를 벗어났죠. 여기에 닥 감독이 4쿼터 내내 주전을 돌리며 방심하지 않자, 결국 토론토가 먼저 가비지 멤버를 내보내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적지에서 필리가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거였죠
- 많은 분들이 업셋을 예상했을 정도로 치열한 시리즈였고, 그만큼 토론토는 필리에게 너무나 어려운 상대였습니다. 모든 랩터스 팬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터프했던 경기들임에도 매너와 품위를 잃지 않고 열심히 응원하시던 모습들은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좋은 감독과 젊은 선수들이 있으니, 랩터스는 훨씬 더 강한 팀이 되어 돌아올 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필리는 2라운드에서 동부 1위 마이애미 히트를 만납니다. 최고 수준의 팀 수비를 갖춘 데다, 항상 엠비드를 힘들게 하는 무수한 슈터들, 그리고 버틀러를 비롯한 무서운 베테랑들과 1옵션 스포 감독까지 보유한 팀이죠. 아마도 필리가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쉽게는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식서스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엠비드가 부상을 안고서도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칠수 있다는 희망을 오늘 보여줬거든요. 마앰 팬 여러분, 당분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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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가 강하지만 식서스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니만큼 좋은 승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