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2.05.02. at MIA, PO 2R 1차전)
- 엠비드의 부상으로 인해 필리가 어떤 빅맨 로테이션을 돌릴지가 이 경기의 최대 관심사였고, 이 부분이 결국 승패를 가른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선발 센터로는 디조던이 나왔는데요. 랩터스와의 1라운드 내내 리드만 백업 5번으로 나왔고, 디조던은 제대로 된 출장기회를 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의아한 결정이었죠. 모두의 예상대로 운동능력이 내려와 반응이 너무나 느린 디조던이 공수에서 구멍이 되며, 쭉쭉 밀리며 1쿼터를 시작합니다(필리 6-15 마앰).
경기시작 4분 만에 타임아웃을 부른 닥 감독은, 디조던을 불러들이고 폴 리드를 교체 투입합니다. 그리고 리드는 나온지 3분만에 2개의 파울을 범하며 파울트러블에 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 감독은 리드를 빼지 않고 계속 기용했습니다(1쿼터 7분 출장). 또한 리드가 들어오자마자 필리의 디펜스는 맨투맨에서 2-3 지역수비로 전환되었죠. 즉, 디조던은 위장선발이었고, 오늘 필리의 메인 플랜은 폴 리드였다는 겁니다.
- 리드를 중용하면서 필리가 추구했던 전술은 명확합니다. 현재 식서스가 엠비드의 공백이 약점이듯, 히트 역시 라우리의 결장으로 핸들러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올라디포는 아직 폼이 올라오지 않았고, 버틀러도 부상 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 컨디션이 괜찮은 핸들러는 벤치의 히로 한명 뿐이죠. 자연히 히트의 공격은 아데바요를 중심으로 한 패싱게임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지역방어+리드의 미칠듯한 활동량으로 패스를 끊어내고 속공 역습 게임을 전개하는 것이 필리의 플랜A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필리는 1쿼터 후반 3점차까지 추격에 성공했고(필리 22:25 마앰), 파울트러블 때문에 2쿼터 초반 나갔던 리드가 다시 들어오자 다시금 점수차를 좁혀가기 시작합니다(필리 41:46 마앰). 문제는 리드가 투입된 지 2분만에 세번째 파울을 적립하며 또 파울트러블로 나가게 된 거였죠. 디조던은 안된다는게 이미 드러났고, 2쿼터 초반 리드 대신 나왔던 밀샙도 경기력이 별로였던 상황. 필리는 플랜B를 가동합니다. 정통 5번이 없는 스몰라인업이었죠.
투빅을 쓰는 마앰에게 가뜩이나 골밑 열세로 고생하는 중이었는데다, 슈터들의 3점까지 고장나서 스몰라인업의 이점이 없어보였지만, 필리는 이번에도 히트의 핸들러 약점을 끈질기게 파고들었습니다. 공격을 풀어주던 히로가 벤치로 들어간 이후, 필리는 히트의 백코트에 기습적인 더블팀을 들어가며 턴오버를 유도했고(2쿼터 팀 턴오버 필리 1:5 마앰) 공격에서는 철저히 하든-토비-맥시 중심으로 업템포 게임을 유지했습니다. 이 플랜B가 잘 먹혀, 필리는 역전을 성공시킨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필리 51:50 마앰).
- 스포 감독의 반격은 3쿼터에 바로 나왔습니다. 빅맨인 아데바요와 터커의 림대쉬를 이용한 공격을 강화했고, 오펜리바 획득에 더 신경쓰도록 했습니다(3쿼터 필리 수비리바 5개, 마앰 오펜리바 6개) 세컨 찬스를 계속 뺏으면서 서서히 리드를 잡아간 히트였고, 필리는 토비의 고효율 활약에도 불구하고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짤에 나온 장면이 결정적이었는데요. 터커와 아데바요에게 무슨 동네 놀이터마냥 연속 3개의 오펜리바를 내준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마지막 파울로 인해 리드가 교체투입 1분 30초만에 다시금 4파울로 파울트러블에 걸려버렸기 때문이죠.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필리의 플랜A는 리드의 중용이었는데, 여기서 다 꼬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쿼터 종료까지 6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디조던이 다시 들어오면서 재앙이 시작되었죠.
리드 대신 디조던일 경우, 필리가 가지게 되는 문제는 단순히 속공게임을 못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너무나 잘 아시다시피 현재 디조던은 픽앤롤에 거의 반응을 못하는 수준이고, 이 말은 마이애미에서 오늘 유일하게 폼이 좋았던 볼 핸들러, 히로의 2:2게임이 풀린다는 얘기죠. 더불어 필리가 계속 물고 늘어지던 히트의 약점인 볼 핸들러 부족 역시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거구요. 아니나다를까 디조던이 들어오자마자 히트가 히로를 투입시키더군요.
필리 내 최고 백코트 수비수인 타이불을 히로에게 붙여봤으나, 이미 막지 못한다는 것이 전반전부터 증명된 상황이었고, 3쿼터에도 역시나 히로를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즌 타이불은 주력도 많이 감소했고, 파이트쓰루가 정말 안됩니다. 스크린에 제대로 걸리면 잘 빠져나오질 못하는데, 히로에게 픽을 걸어주는 아데바요나 터커의 스크린 수준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지죠. 필수적으로 빅맨이 히로의 돌파 경로를 막아주면서 타이불이 히로 앞으로 돌아오거나 뒤에서 블락 타이밍을 잡는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데, 이걸 필리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도(엠비드 제외하면) 리드입니다. 디조던은 당연히 제일 못하죠.
-3,4쿼터 히로의 대폭발과 그에게서 파생되는 공격(후반전 히로 13득점, 야투 5-10, 3점 3-4, 6도움, 0턴오버)을 전혀 막지 못하고 그대로 게임이 터집니다. 필리는 4쿼터 시작부터 다시 리드를 투입했지만 또다시 2분만에 파울을 저지르고 나갔고, 점수가 20점차까지 벌어지자 최후의 발악으로 다시 스몰라인업을 해봤지만 전반전과 달리 이번에는 히로가 계속 코트에 남아있었으며, 무엇보다 남은 시간이 너무 없었죠. 결국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가비지 멤버를 투입하며 필리가 빠르게 백기를 들었습니다.
가비지 타임에는 배시가 5번으로 출전했는데요. 내심 디조던 대신 써봤으면 하고 제가 밀고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공수에서 얼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장에서 안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경험부족도 문제이지만, 이제와서 1군 주전들과 손발을 맞추려면 많이 힘들 거에요. 그런 면에서 닥감독이 디조던을 선발로 쓰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그럼에도 제가 계속 배시를 푸쉬하는 것은,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괜찮은 기동력과 수비력, 높이를 고루 갖춘 젊은 피라는 거죠. 스크린 서주는 거나 마무리는 오히려 리드보다 나을 때도 있어요. 어차피 수비에서 디조던으로 털릴 거라면, 2차전에서는 배시에게 기회를 줘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 빅맨 쪽에서 구멍이 뚫리며 말린 게임이지만, 3점 난조도 경기에 꽤나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양 팀 모두 3점이 엉망이긴 했는데(오늘 필리 팀 3점 6-34, 17.6%. 마앰 9-36, 25.0%) 히트는 골밑에서의 우위로 이걸 만회할 수 있었던 반면, 필리는 보드도 털리고 3점도 안들어가니 돌파하는 핸들러만 죽어났습니다. 특히 더블팀, 심할 때는 트리플팀에까지 시달리는 하든이 고생이 많았죠(오늘 야투 5-13, 5도움, 5턴오버).
문제는 히트의 슛감은 아마 오늘이 최악이었을 거란 점입니다. 돌아가면서 터지는 슈터팀으로 유명한 히트라, 이렇게 못 넣는 날은 다시 오기 힘들겁니다. 필리로써는 중요한 1경기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반격을 위해 가진 패가 너무 적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엠비드가 없음에도 홈팀인 마이애미를 꽤나 몰아부쳤다는 점에서는 칭찬해주고 싶네요. 또한 동부 1위로 포스를 내뿜는 히트이지만, 약점이 없는 것만은 아니고 그 점을 필리가 파고들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던 1차전이었습니다. 다음 2차전도 아마 어려울 거고, 엠비드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3,4차전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식서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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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앰 팬이지만 항상 리뷰 잘보고 있었는데 마앰 vs 식서스 리뷰를 해주셨군요. 잘봤습니다.
히트 입장에서도 3점 난조, 라우리 결장, 2쿼 버틀러의 팔목부상(이후 나왔으나 1쿼만큼의 파괴력이 안나왔죠), 데드먼의 포풍 4분 5PF라는 어마무시한 기록 때문에 꼬인 빅맨 로테이션으로 쉽지 않은 경기였으나 역시 아데바요 등 골밑에서 갈렸네요.
부상이 시리즈를 가르는 중요 열쇠가 되겠네요.. 리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