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2.05.04. at MIA, PO 2R 2차전)
- 필리의 빅맨 로테이션에 조정이 들어갔습니다. 1차전에서 1쿼터 4분만에 교체시켰던 디조던이 오늘은 7분이나 뛰었고, 2쿼터에도 3분이나 나왔죠. 또한 지난 경기에서 좋지 않았던 밀샙을 아예 빼버리고, 조던과 리드가 나오지 않는 시간에는 그냥 스몰라인업을 돌렸습니다(전반 5분, 후반 3분).
1차전에서 생산성이 좋았던 스몰라인업 시간을 늘렸다면 이해가 가지만, 전반 디조던을 오래 쓴 것은 이상했죠. 그 이유는 바로 후반에 폴 리드를 오래 쓰기 위해서였습니다(전반 9분 출장, 후반 16분 출장). 파울 머신인 리드의 반칙 적립을 막기 위해서 전반에 리드를 아꼈고, 나온 시간마저도 림대쉬와 스킬이 좋은 아데바요를 최대한 피한 시간대였죠. 코치진의 그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리드는 1차전보다 훨씬 적은 파울을 기록하며(1차전 5파울, 오늘 2파울) 지난 경기의 두배에 가까운 출장시간을 기록했습니다(1차전 13분 출장, 오늘 25분 출장). 즉, 오늘도 필리의 이른바 "진심 라인업"은 리드가 5번에 있을 때였습니다.
- 그러니까 오늘 필리의 플랜은 아마도, "전반에 리드의 파울을 관리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면, 후반에 리드를 중심으로 반격한다!" 였을 겁니다. 그런데 반격타임인 3쿼터 중후반이 오기 전, 히트한테 너무 많이 얻어맞은 게 문제였죠. 우선 디조던을 오래 쓰면서 자연히 버틀러-아데바요의 픽앤롤에 대처하기 어려워졌고, 1차전에서 부진했던 버틀러는 오늘 완벽하게 경기력을 되찾았습니다(22득점, 야투 8-15, 12도움).
가뜩이나 디조던의 드랍백때문에 버틀러의 미드레인지를 못막는데, 매치업인 아데바요마저 조던이 막기엔 너무 빠르고 스킬풀했어요. 물론 오늘 조던은 나름 1차전보다는 나은 경기력이었지만, 수비에서의 마이너스가 너무나 심했습니다.
버틀러와 아데바요만 막지 못했던 건 아닙니다. 1차전 바닥을 쳤던 히트의 3점이 돌아왔고(마앰 팀 3점 1차전 9-36 25.0%, 2차전 14-29 48.3%), 올해의 식스맨상에 빛나는 히로 역시 여전한 캐리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2쿼터를 오펜스를 이끌면서 필리의 추격을 뿌리쳤죠(2쿼터 11득점, 3점 2-3). 한편 필리의 외곽지원은 여전히 형편없었고(8-30, 26.7%), 이제 추격 좀 해볼까 할 때마다 이 3점 난조가 필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 전반전을 어떻게든 10점차 안팎으로 버텨내고 맞이한 3쿼터, 점수차가 다시 벌어질 때쯤 필리가 드디어 "진심 라인업"을 가동합니다. 쿼터 시작 4분만에 조던을 불러들이고, 폴 리드를 투입시키죠. 여기에 맥시(3쿼터 13득점, 4쿼터 10득점)와 해리스(후반 15득점)을 중심으로 달리는 농구를 시작합니다. 히트에 비해 전체적으로 열세인 필리가 그나마 앞설 수 있는 부분이죠.
리드를 쓸때 필리가 가지는 이점은, 기동력과 손질이 좋은 리드가 헷지로 볼핸들러를 압박한 뒤 자기 자리로 빠르게 돌아오는 수비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라우리의 결장으로 히트는 안정적인 핸들러가 부족한데, 특히 클러치 핸들러를 자주 맡는 히로가 이런 기습적인 더블팀 상황에 약하다는 걸 노린거죠. 1차전부터 필리가 보여주고 싶었던 플랜은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텐데, 그동안 리드의 파울트러블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2차전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풀어냈습니다. 한때 15점차까지 났던 점수차는 야금야금 줄어들어, 4쿼터 초반 8점차까지 필리가 따라붙었죠(필리 84:92 마앰).
하지만 생각보다 따라잡는 속도가 더뎠고, 결정적으로 하든이 3연속으로 공격 포제션을 놓치면서 추격 흐름이 정체됩니다. 여기서 닥 감독이 공격 강화를 위해 리드를 불러들이고 스몰라인업으로 변경하는데, 이게 치명적인 실수였어요. 필리의 높이가 낮아지자 히트는 바로 앨리웁 두방에, 오펜리바에 이은 3점으로 응수했고, 여기에 타이불의 인바운드 패스미스까지 겹치며 마앰이 멀리 달아나고 맙니다(필리 86:104 마앰).
필리는 황급히 리드를 재투입시켰고, 해리스의 중요한 3점 두방과 적극적인 볼 핸들러 압박 수비로 종료 3분을 남기고 겨우 10점차까지 따라갑니다(99:109).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감이 있었죠. 어느새 되살아난 올라디포(오늘 4쿼터 10득점, 야투 3-4, 3점 2-2)가 자유투 유도에 뒤이어 쐐기 3점포로 승부를 결정짓고 맙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리드를 빼지 않고 계속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었습니다.
-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볼 때는 필리의 의중대로 흘러갔던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히트는 그냥 자신들이 하던 농구를 그대로 계속할 뿐이었고, 필리는 맥없이 지고 말았죠.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결국 필리가 뒤쳐진 상태에서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히트의 숨막히는 볼 핸들러 수비 때문일 겁니다.
1라운드에서는 트레영을 질식시켰고, 2라운드에서는 하든이 고생중인데, 2-3 지역수비에서 전방 수비수 두명이 죄다 하든만 보고 있습니다. 옆에서 맥시가 대기하고 있지만 워낙 리커버리도 빠르고, 맥시 및 다른 슈터들의 3점이 계속 안터지고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수비하기 편하죠. 엠비드가 없는 현 상황에서 폭발적인 득점으로 추격하려면 결국 돌파 성공 - 킥아웃 3점이 터지는 흐름이 되어야 하는데, 마앰이 코너 3점은 내주더라도 하든의 돌파만은 철저하게 막고 있습니다.
물론 필리도 손놓고 있는 건 아니죠. 업템포 게임은 맥시와 해리스, 리드와 타이불을 살리기 가장 좋은 플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하든의 돌파 또한 용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비수들이 잔뜩 마음먹고 진을 치고 있는 지공보다, 속공 혹은 얼리오펜스 상황에서 하든이 돌파할 빈틈을 찾는 게 훨씬 쉽죠. 혹여 엠비드가 돌아오더라도 필리가 계속 업템포 게임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 하든 봉쇄를 풀기 위한 닥 감독의 고심은, 벤치 로테이션의 변화 또한 불러왔습니다. 그동안 벤치에서 3번째 볼 핸들러 역할을 담당하던 밀튼을 제외했고, 오늘은 그 자리를 코크마즈가 채웠죠. 비슷한 롤을 맡지만, 밀튼에 비해 코크마즈는 3점과 오프볼 움직임이 더 나은 슈터입니다. 문제는 흔히 말하는 주사위형 슈터라는 건데, 계속 0~1만 찍어서 그동안 나오지 못했지만 오늘은 3점 2-4를 기록하며 엉망이었던 필리 슈터들 중 그나마 괜찮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덕분에 4쿼터 추격조에도 포함되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코크마즈의 기용은 실패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하든과 맥시 옆에서 압박을 해소해줄 서브 볼핸들러 역할을 잘 해내진 못했거든요. 중간중간 번뜩이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무리수를 뒀습니다. 경기를 오랫동안 못 나와서 그런지, 수비 로테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장면도 몇번 있었구요.
-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필리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지만, 히트는 철옹성처럼 끄떡도 하지 않네요. 체급차이란걸 느낀 1,2차전이었습니다. 이제 홈으로 돌아가 두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여기서 한 경기라도 내준다면 필리는 끝입니다. 두 경기를 모두 잡아야 반전의 가능성이 있을 거고, 그 계기가 될 수 있는건 역시나 엠비드겠죠.
부상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엠비드 성격상 억지로라도 3차전에는 나올 것 같네요. 부디 엠비드가 건강한 모습으로, 필리의 반격에 선봉장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대로 끝내긴 너무 아쉬워요. 질때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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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드 없이는 마앰이라는 동부 1위팀한테서 홈어드를 갖고 오기는 쉽지 않죠.
엠비드가 필리홈에서 온전치 못한 컨디션으로 컴백 할텐데 막중한 부담감까지 안고 뛰는게 걱정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