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 밀러의 평가에는 어느정도의 추가적 맥락 고려가 필요합니다.
https://thinkingbasketball.net/2018/01/18/backpicks-goat-29-reggie-miller/
저는 밀러 현역 시절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평가에 있어서는 Thinking Basketball의 벤 테일러 말을 빌려서 그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시간만 되신다면 제 글보단 위 전문을 참조하시는게 훨씬 유익하실 겁니다. 참고로 테일러는 자신의 기준으로 매긴 NBA 역대 선수 전체 중에서 밀러를 30위~29위에 놓았습니다. 많이 지적하는 빈약한 수상에도 그렇게 주장할만한 근거가 무엇인지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대전제는, 어쨌든 농구 스포츠에서 개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얼마나 자신이 속한 팀이 뛰어난 공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기여했는지가 그 평가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핵심이란 것입니다.
레지밀러는 1987년 인디애나에 합류해, 1990년부터 궤도에 돌입합니다. 이때부터 인디애나라는 팀은, 리그 평균 ORTG 대비 3.4점이나 더 높은 뛰어난 공격효율의 팀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밀러 시절동안 인디애나는 감독도 수차례 바뀌고 릭스미츠와 밀러를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 팀원들도 지속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밀러가 에이스로 올라온동안 인디애나는 8회나 리그 평균 ORTG 대비 3.1점이 높았고, 가장 높은 시즌은 무려 6.5점이나 더 높았습니다. 밀러라는 선수 하나의 존재가 팀을 리그 평균을 훨씬 웃도는 효율적인 팀으로 만들었단 것이죠. 오프볼 위주였던 밀러의 볼륨과 부족한 패싱 실력은 다른 올타입급 선수들에 비해서는 분명 부족한 평가를 받게 만들지만, 분명히 1옵션으로 수차례 리그 상위권의 팀 공격을 이끌었단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전성기 3년간 6인의 슈팅가드 비교입니다. 자연히 밀러의 볼륨은 거빈이나 아이버슨에 비해 떨어지지만, 이 둘은 효율 면에서 밀러와 큰 차이가 존재하는걸 볼 수 있죠. 밀러의 모양과 유사한 것은 스타일상 거의 유사한 레이 알렌입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안되죠. 같은 기준으로 플레이오프를 비교할 시, 놀라운 변화가 발생합니다.
효율의 변화 없이 볼륨이 바로 점프하는걸 확인 가능하죠. 다른 4인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볼륨이 거빈 수준으로 점프하는 것을 확인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효율은 항상 1등을 유지하죠.
32세~34세 시절의 그래프를 그려봐도, 이 차이는 명백합니다. 밀러는
1. 오랜 기간동안 폼을 유지했고
2. 팀을 정규시즌엔 항상 효율적인 공격 팀으로 이끌었으며
3.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효율을 유지하며 볼륨이 항상 큰 격차로 상승했습니다.
밀러의 일반적인 플레이오프 그래프는 다음 선수들의 정규시즌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011 시즌 노비츠키, 2016시즌 레너드, 1993시즌 바클리. 밀러의 이러한 플레이오프에서의 꾸준한 퍼포먼스 상승은 당연히 팀의 성공과 직결됐죠.
위는 팀의 5시즌 기간동안의 리그 평균 ORtg 대비 팀들의 ORtg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정규 대비 플레이오프에서 리그 평균 대비 팀의 공격 수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나타낸 것인데, NBA 역사동안 두차례 이상 플레이오프에서 리그 평균 대비 5점이나 더 높았던 팀의 올타임급 선수들은 단 3명입니다: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 레지 밀러.
인디애나는 밀러 시절 항상 꾸준히 플레이오프에서도 리그 평균을 웃도는 공격 생산성을 유지했고, 유일하게 그러지 못했던 해는 밀러가 눈 부상으로 결장한 96 시즌입니다.
그래서 어쨌든 정규 수상이 부족한건 맞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또 당시 수상의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재고해볼만 합니다. 당시엔 오늘날같은 효율이나 오프볼 그래비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밀러의 1차 어시스트 숫자와 리바운드 숫자는 항상 약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밀러 시대, 올 NBA 경쟁자들의 BPM을 가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파란색 선은 밀러의 BPM, 파란 네모와 점선은 밀러의 APM, 빨간색 동그라미와 점은 당해 실제 올 NBA 수상자들의 BPM과 APM입니다.
물론 듀마스의 경우엔 수비를 고려해야 합니다만, 밀러 위로 수상한 그 누구도 위처럼 Big 4로 수치화했을 시 밀러만큼의 공격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 누구도 밀러의 인디애나만큼의 공격 효율을 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분명 논쟁의 여지가 존재할 것이란 정도는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밀러가 올타임급 공격 괴수라거나 전성기에 대단한 고점이었다를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허나 분명히 꾸준히 높은 수준의 공격 퍼포먼스를 보였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수치가 더욱 뛰어올랐단 점은 지금까지 확인했습니다.
테일러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밀러는 올느바 세컨/써드 정도의 퍼포먼스를 9~11시즌 보여줬고, 올스타급 퍼포먼스는 13시즌을 기록했습니다.
그 위의 MVP급 고점을 보여준 선수들에는 당연히 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단순히 올스타 5회와 올느바 써드팀 3회라는 경력으로만 모든 다른 맥락을 무시하고 줄세울 선수가 아니라는 주장은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밀러가 볼륨형 선수가 아니라 효율이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실력에 비해 수상 경력이 적고,
수상 경력에 비해 팀 성적은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밀러가 뛰던 당시에는 2차 스탯이 없다시피 했지만,
요즘 뛰었으면 2차 스탯이 죄다 최상위권으로 나왔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