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틱스전의 밴케로, 콜 앤서니, 모 바그너 관찰
콜 앤서니의 풀업점퍼
이번 시즌 콜 앤서니의 야투율이 나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3점 라인에서는 여전히 좋지 않은데, 미드레인지 구역에서는 꽤 괜찮습니다. 페인트존 밖과 3점 라인 안의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야투율이 46.1%에 달하니 수치가 제법 준수합니다.
점프슛 성공률이 31.6%인 선수가 풀업 점퍼는 50%에 달하는 것도 특이하고, 포지션을 감안해도 어시스트를 받은 야투 성공 횟수가 어시스트를 받지 않을 때의 1/3밖에 안된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풀업점퍼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공격 성향이 짙다는 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수치입니다.
다만 점프슛의 97%가 3점 라인에서 이루어졌으니 사실상 3점 성공률이고, 풀업점퍼는 미드레인지 구역만 보면 오히려 성공률이 60%로 올라갑니다. 실제 경기도 윙에서 대기하다가 공 받으면 수비 달고 3점(=폭탄처리 또는 폭탄 자처), 아니면 하이픽앤롤을 직접 전개하면서 풀업점퍼. 두 가지가 핵심 공격 루트이기는 합니다.
그렇기에 이 친구는 주전이나 볼핸들러로 기용하는 것보다는 식스맨으로 내보내면서 득점원을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테렌스 로스가 트레이드되거나 혹은 노쇠화로 기량이 떨어질 즈음에 해당 역할을 물려받으면 제격이겠습니다. 물론 로스는 오프스크린과 핸드오프를 기반으로 하는 풀업점퍼이고, 앤서니는 픽앤롤 볼핸들러 기반의 풀업점퍼라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자말 모슬리 감독도 앤서니를 식스맨으로 기용하면서 풀업점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격 시작점을 매우 높은 위치로 설정하면서 앤서니가 가속도를 붙이며 미드레인지 구역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습니다. 윗 장면들 모두 3점 라인에서는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1대1을 만든 점이 보입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로스가 스크리너(모 밤바)에게 스크린을 거는 스페인 픽앤롤 형태로 마커스 스마트를 막아주면서 앤서니가 엘보우 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습니다. 데릭 화이트 또한 좋은 수비자이기는 하지만, 스위치 들어오며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급정거하여 올라가는 앤서니를 막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면에서는 앤서니가 미스매치 수비로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제일런 브라운과 제이슨 테이텀을 상대로 풀업점퍼를 꽂아넣었습니다. 어쨌든 덩크 콘테스트에 나갈 정도로 운동능력이 받쳐주기도 하고, 세 번째 장면에서는 왼발로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감각을 보면 확실히 풀업점퍼에는 재능이 있습니다.
매우 높은 위치에서 픽앤롤을 전개하면서 콜 앤서니의 풀업점퍼를 밀어주는 것의 부가 효과는 바로 품질이 심히 떨어지는 밤바의 스크린도 그럭저럭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장면만 봐도 밤바가 어줍잖게 스마트를 손으로 밀면서 골밑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세 번째 장면에서는 씰 스크린 한번 걸어줄 생각은 못하고 오히려 말콤 브록던에게 몸싸움이 밀리면서 공격 리바운드 위치도 잡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스크린 활용을 잘 못하는 앤서니여서, 어쩌면 쿵작이 잘 맞는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앤서니로 돌아와서, 앤서니의 자기공격 성향이 늘 좋은 쪽으로만 발현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위 장면처럼 풀업점퍼가 한번 막힌 상황에서도 고집스럽게 공격을 강행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야투가 들어가기는 했으나, 결코 바람직한 전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 내내 저효율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을 듯하고, 식스맨 이상으로 기용하면 단점이 부각되기 쉬운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 바그너의 림대쉬 능력
올랜도 매직이 5연승을 달릴 수 있던 이유는, 부상자들의 복귀로 팀 훈련이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조직력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다룬 앤서니의 벤치 득점지원도 분명한 도움이었고, 마켈 펄츠가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주면서 프란츠 바그너와 파올로 밴케로가 리딩의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도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또한 모 바그너가 웬카주의 공백을, 특히 공격 상황에서 잘 메워주고 있는 것이 연승의 사다리였습니다. 모 바그너가 이만큼 활약해주지 않았다면 5연승까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첫 번재 장면에서는 모 바그너가 알 호포드를 상대로 드리블 핸드오프를 하는 척하다가 비하인드 백으로 공을 전환하여 림으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코너가 비어있는 엠티 픽앤롤을 통하여 베이스라인에서 미스매치를 만들고 림까지 밀고 들어갔습니다.
비록 공이 돌아나오기는 했지만 호포드를 상대로 훌륭히 파고 들어갔는데, 동료 선수들이 넓게 포진되어 있었고 골밑에서는 볼 볼이 화이트와 미스매치되어 있었으니 꽤 훌륭한 판단이었습니다. 실제로 풋백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가드이기는 해도 미스매치 수비의 달인인 스마트를 상대로 힘으로 돌진했던 적극성과 수행력도 좋았습니다.
모 바그너가 단순히 픽앤롤 롤맨 수행능력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동생의 턴 동작에 맞추어 날카롭게 잘라 들어갔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브라운의 볼 관리가 다소 안일하긴 했으나 어찌되었든 공을 뺏어 브라운이 막아서고 스마트가 뒤쫓아오는 상황에서 단독속공을 마무리해냈습니다. 빅맨으로서 칭찬할 만한 에너지와 적극성입니다.
모 바그너의 활용성
또한 모 바그너는 생각보다 다재다능하여 팀 오펜스 이해도 및 수행력이 뛰어납니다.
모 바그너는 본래 스트레치 빅맨에 가까운 유형이었습니다. 비록 이번 시즌 성공률이 많이 낮긴 하고(27.5%), 커리어 내내 수치가 뛰어난 편은 아니긴 했습니다(매직 소속으로 32.7%). 물론 3점 성공률이 더 높았으면 미니멈으로 올랜도로 굴러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모 바그너가 픽앤팝 과정에서 단순히 3점 라인으로 바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꽤 괜찮은 동선처리를 보여주곤 합니다. 위에서도 V컷으로 한번 꺾어주면서 스마트와 거리를 벌렸습니다. 발을 잘 쉬지 않는 타입이어서 기회를 잘 만듭니다.
스크린도 꽤나 영리하게 걸어주는데, 위에서 한 차례 스크린이 제대로 걸리지 않자 위치를 조정하며 다시 걸어주는 형 바그너였습니다. 동생 바그너가 3점 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에 그를 견제하려는 브라운의 움직임을 자잘하게 막아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팀 오펜스의 안정감을 더해주는 법입니다.
위크사이드에서 빅맨(밴케로)이 스크린을 걸어주면 슈터(키본 해리스)가 코너로 움직이며 횡패스를 받는 해머 세트였습니다. 스트롱사이드에서 공을 받은 모 바그너가 펄츠의 스크린을 받아 베이스라인을 확보하였고, 이 틈에 파고들어오는 해리스를 잘 보아 연결해줬습니다. 작전 수행능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밴케로의 플레이메이킹
밴케로가 루키 시즌부터 평균 21.6득점을 올리면서 신인같지 않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자리수 득점은 단 한 차례(9점), 20득점 미만 경기수도 겨우 5번에 불과할 정도로 저점이 낮습니다. 리그 6위에 달하는 평균 자유투 시도수가 꾸준함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밴케로의 루키스럽지 않은 면모는 플레이메이킹에서도 나타납니다. 평균 어시스트가 3.9개로 4개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5연승을 포함한 최근 6경기에서의 평균 어시스트는 4.8개였습니다. 포워드로서 결코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또한 펄츠와 앤서니가 복귀한 기간에 올린 수치여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어시스트는 아니지만 밴케로의 경기 흐름을 읽고 활용하는 감각이 잘 드러났던 장면이었습니다. 사이드 픽앤롤이 한 차례 막히면서 패스를 받은 밴케로가 착지 전에 지체없이 밤바에게 리턴해주어 드리블 핸드오프를 주문합니다. 이처럼 밴케로가 흐름을 끊지 않고 이어가준 덕분에 세상 보기 힘든 앤서니와 밤바의 2대2 플레이가 골밑득점으로 이어졌습니다.
앤서니가 탑으로 공을 돌려주는 타이밍에 맞추어 동생 바그너가 스크린을 거는 척하다가 골밑으로 컷인해갔고, 밴케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찔러줬습니다. 패스가 상당히 빨랐고 높이 또한 손으로 향하면서 어시스트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것이 감각이고, 덕분에 훌륭한 팀 플레이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직은 공을 빨리 잡는다거나 공격이 막히는 상황에서 풀업점퍼에 의존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보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재능 자체가 워낙 뛰어나고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밴케로입니다. 단순히 자기 공격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잘 살피고, 고개도 잘 들고 있어서 플레이메이킹 부문도 제법 기대가 됩니다.
밴케로의 스크린
밴케로를 드래프트했을 당시에 가장 우려했던 점은 밴케로가 수비를 소홀히 하면서 이기적인 공격성향을 갖고 있거나 현대농구에 그다지 좋지 않은 플레이타입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료 선수를 봐주는 것보다 본인 공격을 우선하고, 골밑 구역을 고집하여 포스트업이나 페이스업 위주로 공격을 펼칠까 걱정이 좀 컸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는 기우에 그쳤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밴케로는 동료 선수들을 상당히 잘 봐주는 선수이고, 골밑 구역을 요구하는 것보다 탑과 윙에서의 공격 전개를 즐기는 편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캐치앤슛 강조를 많이 하면서 해당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펄츠와 앤서니의 복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크린도 꽤 괜찮습니다. 웬카주나 모 바그너 같은 느낌의 단단하거나 성실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행 능력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스크린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두 장면 모두 슬립에 가까운 롤인이었으나, 볼핸들러를 막아세워 수비자를 떼어놓고 거리를 벌려주는 것에 모두 성공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수비자들 사이로 움직이거나 볼핸들러와 동일선상으로 움직이면서 2대2 수비를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좀 더 숙련도가 올라온다면 롤맨으로서 꽤나 위협적인 자원이 될 듯합니다. 하이플라이어가 아니어서 랍타겟까지는 아니겠지만,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과 힘을 위시로 하는 마무리 솜씨가 탁월하여서 기대할 만합니다.
형제가 둘 다 로테이션에 들어서 함께 뛰는 걸 제가 느바 본 이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호흡이 참 잘 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