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294] 메인 이벤트 후기
새벽 기운을 빌려 경기를 되돌아보는 리뷰가 아닌, 대충 적는 후기를 적습니다.
올해 넘버링 대회 중 네임밸류 대비 정말 실망이 큰 대회였습니다. 브라질 vs 러시아 컨셉부터 무너지고 난 뒤 역대급 챔피언 반열에 오른 선수 두명을 대체자로 데려온건 좋았죠. 다만 저를 비롯한 팬들이 기대하던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카드 첫 두 경기는 초살 피니시라 그냥 넘어갔지만, 최근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3점 니킥으로 인한 무효,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우스만의 몸상태가 더 기억에 남네요. 그래도 넘버링 대회인만큼, 마지막 세 경기를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죠니 워커 vs 안칼라에프
최근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3점 니킥이 또 한 건 해냈습니다. 동시에 일관적이지 못한 UFC의 판정도 또 다시 들어났고요.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글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경기 내용으로만 보자면, 워커는 공격이 빗나간 후 무지성으로 백스핀 블로우를 노리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었습니다. 챔피언급 선수를 상대로 백스핀 블로우를, 그것도 한 라운드에서 두 번 연속으로 쓰는건 아쉬운 판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별개로 바디샷을 허용한뒤 제자리에서 뛰어오른 플라잉니킥은... 정말 워커의 신체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더군요. 여러므로 놀라운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전부 종료된 뒤 들어온 소식에 이하면, 링닥터가 워커에게 "우리가 지금 어떤 나라에 있는지 알겠어?"라는 질문을 하였고, 여기에 대해 워커가 "난 지금 사막에 있어. 사막에서 싸우고 있는거야."라는 허무맹랑한 대답을 하자 경기를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우스만 vs 치마에프
치마에프가 침착해졌습니다. 3라운드 초반에 안 해도 될 싸움을 해주는걸 보면 거친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그대로인데, 그 외에 부분에서 침착하게 프런트킥과 잽의 빈도를 더 늘린게 눈에 띄었네요. 침착해진 타격 전개와는 다르게, 아무 셋업 없는 레슬링이 과연 미들급에서 통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스만이 웰터급에서 근육질 체형과 완력으로 유명하지만, 미들급은 그보다 7kg은 더 높은 체급에 체력 소모가 더 심합니다. 게다가 현 미들급 상위 랭커들은 다수가 한 덩치하는데다가 완력이 뛰어나죠. 아무런 셋업 없이 먼 거리에서 싱글렉을 들어오는게 미들급에서 필살기로 작용할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3라운드가 되니 여전히 체력 문제를 보이며 태클 속도가 느려지자 우스만이 가볍게 회피한게 그 근거입니다. 물론 곧바로 힘으로 뽑아내긴 했지만요
추가로 우스만의 상태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신 분들 분명히 계실텐데, 경기 며칠 전에 게이치와의 오픈 워크아웃에서 부상을 입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게이치와 그래플링 중 바닥에 떨어지면서 무릎 쪽에서 비정상적인 소리가 났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놀란 게이치가 무릎이 괜찮냐고 물었고, 우스만은 머리를 바닥에 박은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우스만의 무릎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건 거의 모든 관계자와 선수들이 알고 있기에 이게 오늘 경기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카체프 vs 볼카노프스키
볼카에게 확률이 높지 않다는건 알고 있었습니다. 배당률도 이를 증명했고요. 대체자였던 풀캠프였던, 변명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스포츠에서 같은 상대에게 두 번 패배하는건 의미가 큽니다. 볼카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지만, 이번에 초살 KO를 당한 덕분에 앞으로의 라이트급 진출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카체프가 다게스탄인 점 때문에 레슬링 위주의 경기를 풀어간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카롱은 애초에 하빕보다 훨씬 나은 타격가입니다. 스피드가 훨씬 빠르고, 타격 옵션은 물론 완성도 면에서도요. 능동적인 타격전을 벌이는 타격가는 아닐지언정, 상대를 공략할 옵션이 마카체프에게는 존재합니다. 올리베이라를 다운시킨 레프트훅과 오늘 보여준 레프트 헤드킥이 그 예시이죠.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대기실에서 레그킥 이후 헤드킥으로 연계하라는 오더를 받았다고 합니다. 입식타격에서도 자주 나오는 아주 클래식한 헤드킥 셋업이죠. 볼카의 오른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가드 위쪽을 넘어가며 제대로 적중한 헤드킥이 경기를 끝내버렸네요.
원하는 상대가 있냐는 코미어의 질문에 아무나 상관 없으니 붙여달라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코미어에 의하면 게이치의 흥행성을 고려, 차기 도전자는 게이치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하네요, 크게 올리베이라, 게이치, 혹은 확률은 매우 낮지만 본인이 원하는 웰터급 타이틀 도전으로 좁혀지는 모양새입니다. 볼카는 예상대로 1월에 있을 토푸리아와의 대결을 치르고 싶어하네요.
일정이 있는데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버텨서 짜증이 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대치 대비 올해 최악의 넘버링 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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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에프가 경기 끝나고 나가서 오른손 팔목이 부러진거 같다고 얘기했다네요. 2라운드에 움직임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상이라면 이해가 가능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