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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인 연봉조정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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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0 07:40:23

연봉조정은 선수와 구단 사이의 재정다툼입니다. 서비스타임 3년을 채우면 본인이 원하는 연봉을 구단에 내고, 구단이 해당 금액이 너무 많다 생각하면 선수에게 다른 액수를 제시합니다. 특정 날짜까지 서로 협상을 잘 해서 합의금액을 찾지 못하면 재판 형식의 연봉조정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결정되는 연봉은 둘 중 하나입니다. 선수가 원하는 것 아니면 구단이 원하는 것. 중간은 없습니다. 제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봉조정 날 진행되는 재판의 형식이 정말 비인간적입니다. 재정적인 갈등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이 재판형식은 선수로 하여금 구단에 대한 애정이 팍 식어버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선수와 구단이 합의를 못 봤을 경우, 재판소 같은 곳에서 구단측과 선수(와 에이전트)가 서로의 입장과 사유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구단은 직장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듯이 선수가 왜 본인이 원하는 금액의 가치가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데 있는 이유 없는 이유 다 댑니다. 선수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요. 단순이 스탯이나 분석적인 것 뿐만 아니라 인적요소, 태도, 사생활 등 모든 것을 동원해 그 선수를 깎아 내립니다. 비즈니스적이라는 것도 서로의 직장이 다르거나 경쟁관계일 때나 해당 되지, 이건 고용주와 고용주의 소중한 일원, 혹은 재산의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건 팀 스포츠입니다. 그 어떤 산업보다 인적관계가 중요한 분야인데 이걸 깡그리 무시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니 선수 입장에선 정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시즌 중에는 팀의 소중한 일원으로 대우를 하다가 돈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있는 핑계 없는 핑계 다 대며 자신을 깎아 내리는데 선수가 그 구단과 더 있고 싶을까요? 물론 돈 받고 일하는 프로이니 시즌 중에는 최선을 다 해 구단을 도울 것입니다. 하지만 내면엔 구단에 원망을 품고 있을 수도 있죠. 특히 서로 원하는 연봉의 차이가 적을 때는 더 그렇고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잭 플래허티가 연봉조정 재판으로 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으로 가는 선수들은 많지만 플래허티에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카디널스가 애덤 웨인라이트를 잇는 프랜차이즈 에이스를 잃을 가능성을 대폭 늘렸다는 것입니다. 플래허티의 성격은 업계에서 하나같이 헌신 그 자체라고 합니다. 진심으로 구단에 애정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해 헌신하는 성격인데 반대로 통수를 맞거나 그 헌신을 원수로 갚으면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그걸 품는다고 합니다. 카디널스 구단은 자신들의 가장 훌륭한 에이스를 90만불을 아끼기 위해 (390만 vs 300만) 재판 당일,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플래허티를 깎아 내리고 험담하며 재판에서 이기려 할 것입니다. 플래허티 본인이 보는 앞에서요. 선수의 마음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적어도 팀에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 할 것 같네요. 연봉조정이 대체로 구단에게 유리한 것도 한몪 하고요. 워커 뷸러도 다저스와 연봉조정 재판으로 가게 됐는데 (330만 vs 415만) 다저스 팬인 저로서는 정말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선수는 자의든 타의든 언제든지 팀을 떠날 수 있지만 이렇게 인적요소를 무시하는 절차는 스포츠에 좋은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최근 야구는 너무 분석적인 면으로만 쏠리고 인(人)적인 요소를 잃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특히 지난 월드시리즈 6차전 탬파의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 교체 이후로 더 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구단들의 짠돌이 행태가 더더욱 심해지는 지금 상황 역시 그런 비판에 기여를 하고 있고, 연봉조정 재판방식이 그것을 시각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구는 결국 선수들이 합니다. 인적 부문을 무시한다면 숫자의 함정에 빠져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연봉조정 제도도 최소한 그 재판방식은 어떻게 수정을 가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스포츠에는 팬들이 있고 팬들은 비즈니스 적인 것을 보기 꺼립니다. 하물며 팀의 소중한 인원에게 그보다 더 차갑고 비즈니스 적일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면 모두가 기분이 좋지 않게 됩니다. 다른 산업과 차별화 될 필요가 있고 불필요하게 비즈니스 적인 것들은 고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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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20 09:45:46

멍청한 모사장...아니, 전에 멍발놈 조정연봉은 그렇게 퍼주더니 도대체 플래허티는 왜인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리고 작년 코로나 샥이 크긴 했어도 페이롤 자체가 줄어드는 과정이라 (큰 덩어리이던 야디와 웨이노가 빠지니.. 물론 다시 잡을 것 같긴 하지만) 90만 투자 정도는 큰 어려움이 없을텐데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요즘은 일하는지 모르겠어요.

2021-01-20 10:44:09

FA 들에게는 몇백억도 뿌려대는 구단들이...

왜 저런 푼돈(?)에 팀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자원들을 홀대하는걸까요....

가끔 비지니스라는게 이렇게 멍청해도 되는건가 싶을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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