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소주 한잔 하는 중입니다.(시)
후라시 / 신용목
동그라미는 왼쪽으로 태어납니까
오른쪽으로 태어납니까
왼쪽으로 태어난 동그라미의 고향은 오른쪽입니까 어디서부터
오른쪽은 시작됩니까
동그라미를 그리는 자는 동그라미의 부모입니까 내가 그린 동그라미는 몇 개입니까
나는 그들에게 죄인입니까
왼쪽으로 걸어갔는데 왜 오른쪽에 도착합니까
왜 자꾸 동그라미를 그립니까
동그랗습니까
동그랗습니까
어둠을 뒤쫓던 후라시 불빛이 내 얼굴에 쏟아졌을 때
나는 유일한 동그라미 안에 갇혀 있었다
동그라미 안에만 비가 내리고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착취당하지
너는 혼자였고 나는 가난했어
무엇보다도 우린 젊어서
온통 늙어가지
그러나 어둠은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후라시를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그 바깥에 가 있었네
동그라미 안에만 비가 내리고
나는 간신히 외치기 시작했어
비 내리는 밤이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의 슬픔이 젊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태양은 구정물 통에 담긴 접시처럼 유일한 하늘에 떠 있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깨뜨릴 수 있는 동그라미와 깨뜨릴 수 없는 동그라미에 대해 생각했지만
우리가 만났던 밤은 아직 젊었고
어떤 비도 슬픔을 씻기진 못하고
너는 혼자였고 나는 가난했지
동그라미 안으로 쓰윽 들어온 손이 내 턱을 추켜올렸을 때
내 얼굴은 이미 깨져 있었다
ㅡ「후라시」, 『누군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출근 2주차 주말을 맞이한 병아리는 꿈에서도 사무실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으셧습니다.
농구인의 축제가 다가왔습니다. 회원분들 모두 플레이오프 기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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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천천히 숨 고르고 읽어보니 참 좋고도 슬픕니다. 시는 시인에게 본인의 언어를 속삭인다고 하던데... 시인분들은 정말 대단한 예술가분들 같습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