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도 / 안미옥
2
676
Updated at 2022-05-06 22:00:30
시
론도
말에도 체온이 있다면
온몸에 꽉 채우고 싶은 말이 있다
다 담지 못할 것을 알면서
어둠은 깊이를 색으로 가지고 있다
더 깊은 색이 되기 위해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계속되는 나무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돌아가는 피
궤도를 잃어버린 것 같았는데
이 집은 너무 작아서
죽어가는 소리도 다 들린다
긴 어둠처럼
얼굴이 흙투성이가 될 때마다
두꺼운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숨을 목 끝까지 채우고 걸어가듯이
나는 바다를 통째로 머리에 쓰고
걸어다니는 사람
수척한 천사를 데리고*
아슬아슬하게
대담한 사람으로 있고 싶었다
*이상, 「흥행물 천사」
ㅡ「론도」, 『지정석(제 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안미옥
글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