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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도 / 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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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06 22:00:30

론도

 

말에도 체온이 있다면

온몸에 꽉 채우고 싶은 말이 있다

 

다 담지 못할 것을 알면서

 

어둠은 깊이를 색으로 가지고 있다

더 깊은 색이 되기 위해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계속되는 나무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돌아가는 피

 

궤도를 잃어버린 것 같았는데

 

이 집은 너무 작아서

죽어가는 소리도 다 들린다

 

긴 어둠처럼

얼굴이 흙투성이가 될 때마다

 

두꺼운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숨을 목 끝까지 채우고 걸어가듯이

 

나는 바다를 통째로 머리에 쓰고

걸어다니는 사람

 

수척한 천사를 데리고*

 

아슬아슬하게

대담한 사람으로 있고 싶었다

 

*이상, 「흥행물 천사」

 


 ㅡ「론도」, 『지정석(제 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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