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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 선수들이 평균 나이가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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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16 16:37:04

성별을 불문하고 인간의 신체능력은 30세 전후로 퇴보하기 마련입니다. 운동을 안 하는 일반인도, 최상위권의 운동선수도 어쩔 수 없는 법칙이죠. 스포츠로 생계를 이어가는 운동선수들은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어냄으로서 노쇠화를 어느정도 피해갈 수는 있지만, 전에는 점프하면 닿던 곳이 이제는 안 닿는 등은 어떤 선수라도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농구나 축구 등의 구기종목의 경우 30대 중반이 다가오면 은퇴를 고려하거나 역할을 바꾸는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대대수의 종목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겪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이러한 과정을 겪는다면 괜스레 슬퍼지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30대 중반은 웬만한 스포츠에서는 은퇴할 만한 나이지만, 투기종목에서만큼은 예외가 강하게 작용하는 편입니다. 본문 작성일인 2022년 5월 16일 기준으로 UFC Pound for Pound(P4P) 랭킹 5위까지의 평균 나이는 34세로, 딱 30대 중후반이자 신체능력이 크게 저하되었을 시점입니다. 그런데 1위인 우스만부터 5위인 은가누까지 5명이 모두 챔피언이거나 챔피언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네요.

 

#1 카마루 우스만 (35세)

#2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34세)

#3 이스라엘 아데산야 (33세)

#4 찰스 올리베이라 (32세)

#5 프란시스 은가누 (36세)

 

위 선수들은 챔피언인만큼, 다른 선수들과 다르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P4P 랭킹 15위까지 살펴보았을 때 30세 이하인 선수들은 페트르 얀과 브랜든 모레노 둘 뿐입니다. 이 둘도 1년만 지나면 30세가 되네요. 격투기, 특히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전성기가 28세~32세임을 감안하면 꽤나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 현상의 원인은 여러가지를 뽑을 수 있겠지만, 제가 특정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순발력이 비교적 덜 필요한 스포츠

모든 스포츠에서 상대의 동작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내놓는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내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뭘 해보기도 전에 상대의 수에 당해버리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때문에 스포츠에서 나이를 먹는 과정, 즉 노쇠화는 좁은 의미로는 순발력과 반응속도가 저하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미식축구에서 공을 받은 와이드 리시버가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태클하는 상대를 따돌리는 동작 등은 다 뛰어난 순발력을 필요로 하죠. 민첩성, 점프력 등의 중요한 신체능력들은 순발력의 영역이라고 봐도 무관합니다. 하지만 MMA 경기가 이루어지는 링과 케이지는 펜스와 로프가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제한하기에 결코 발이 빠를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종목처럼 순식간에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상황은 레슬링식 테이크다운을 제외하면 희귀하기 때문에 순발력의 중요도가 덜한 것이죠. 물론 상대의 타격에 반응할 때는 반응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나, 완력과 체력같이 순발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많기에 선수들이 나이가 많아도 기량이 급격하게 저하되지는 않는 것이죠.

 

순발력의 중요도가 덜 필요하다는 제 의견의 또 다른 근거는 바로 경험입니다. MMA는 종목 특성상 부상 위험이 굉장히 높아 경기 간의 텀이 굉장히 긴 편이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경험이자 교본이 되죠. 젊은 선수들은 대개 경기수가 적으므로 경험 또한 적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상황판단 능력과 같은 감각의 영역은 젊은 선수보다 경험이 더 많은 선수들이 우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험이 절대 과소평가 되서는 안 되는 부분인 것이, 객관적으로 밀리고 있는 경기에서 기세를 대찾는 전략, 자신보다 뛰어난 타격가를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가는 전략 등 실질적으로 종합격투기의 전략의 백본이 바로 경험입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노쇠화로 인한 신체능력 감소보다 경험을 통해 얻는 이익이 커지는 것이죠.


 단일 투기종목에서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경우

MMA가 양지로 올라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기에 다른 메이저 스포츠보다 그 역사가 훨씬 짧습니다. 현세대 선수들은 처음부터 종합격투기에서 활동한 것이 아닌, 단일 종목에서 활약하다가 전향한 경우가 일반적이죠. 비록 2010년대 이후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 육성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레슬링과 킥복싱 같이 이미 대형 기구들이 있고 규모가 큰 종목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대학교(NCAA)까지 레슬링을 연마하다 종합으로 뛰어든 사례(게이치, 케이터) 등은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타격기 종목을 배운 후 MMA로 전향한 사례(아데산야, 스테판 톰슨) 또한 무수히 많습니다. 올림픽 레슬러인 코미어, 세후도, 로메로 등 엘리트 운동인들도 다수 존재하죠. 이미 수년간의 운동과 훈련으로, 특히 현대 MMA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레슬링과 복싱 등이 스타일의 근본인 선수들은 적응 또한 빨라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더불어 단일 종목에서 MMA로 전향하는 선수들은 이미 단일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많기에 기량 또한 좋은 편입니다. 당연히 자랑할 만한 커리어를 일군 선수들은 그만큼 나이도 있는 채로 넘어오기에 자연스럽게 평균 나이가 높아지는 것이죠.


평균 나이가 높은 이유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이유 말고도 다른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그에 따라 다른 주장들도 충분히 나올 수 있고요. 다만 곰곰히 생각해보고 전성기를 맞는 선수들의 평균 나이들을 보니 꽤나 정확히 짚은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것이 종합격투기는 늦게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종합격투기도 당연히 운동 종목인 만큼 적절한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단지 그 유효기간이 다른 운동보다 길다는 것이죠.

 

정신 없이 적다보니 꽤나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에는 더 양질의 글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Father Time Is Undefeated"

"세월 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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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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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16:40:29

매우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추가 요소로는 '종합' 격투기인 만큼 챔피언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게 너무 많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것만으로도 챔피언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스포츠 자체가 고도화 됨에 따라서 1~2개 분야에서는 특출나면서도 다른 모든 분야에서 구멍이 없어야 챔피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레벨에 도달하기 까지 배워야하는게 워낙 많다보니 비교적 늦은 나이에 완성이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신 스포츠가 메이저로 올라온 만큼 어릴때 부터 수련을 해서 육체적 전성기와 경험이 둘 다 최고점을 찍는 케이스도 곧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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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6 16:44:20

주신 의견 생각해보니 딱 올리베이라가 부합하는 케이스 인 것 같네요. 주짓수는 굉장히 뛰었지만 타격에 구멍이 있어 아쉬웠는데, 최근 3경기 구멍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확실히 위력적으로 변했습니다.

Updated at 2022-05-16 16:51:25

넵, 저도 글쓰면서 올리베이라를 생각하긴 했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참 재미있는게 스포츠가 점점 고도화 되어가다보니 오히려 만랩들 싸움에서는 결국 타고난 놈이 이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찰올이 딱 그 예시인데 맷집이 타고났고, 이전부터 주짓수 마스터였지만 타격이 안좋고 체력 방전 문제로 점점 잊혀져가는가 싶더니 노력으로 타격이랑 체력이 보완되어 버리니 결국 라이트급 컨텐더 라인에서 타고난 맷집 + 주짓수로 챔피언을 유지하는 걸 보니 타고난게 중요하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같이 슬러거 형태로 주고 받더라도 자기 데미지는 셀프 가드로 회복하면 되는데, 상대는 눕혀지는 순간 지옥이니 이게 참 절대 무적 방어기인가 싶기도 하고 잼나더군요.

 

이번 헤비급 은가누 가네의 경우도 둘 다 만랩이다보니 결국 단순 피지컬에서 더 타고난 은가누가 힘으로 이기는걸 보면 노력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재능의 영역이 있다는게 참 재미있는 요소인거 같습니다.

2022-05-16 16:54:30

올리베이라 이전에 베우둠이 그런 케이스였죠.

물론 헤비급이라는 체급은 말그대로 한방에 가버릴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서

쭉 하락세를 탔지만요.

3
2022-05-16 16:52:14

저도 이 의견과 좀 더 가까운 생각인데요
여러 격투스포츠가 합해진 종합격투기인만큼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유술들이 굉장히 많죠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는 기본에 삼보나 유도, 태권도 등의 기술들도 필요한 스포츠이다보니..
최정상급의 선수들은 이 대부분의 능력치가 고루 높고 그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나이가 어느정도 차서 전성기가 오는게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물론 bj펜이나 존 존스처럼 아주 드물게 어린 나이에 완성된 천재형 선수도 있긴하지만요

2022-05-16 17:15:28

여러 격투기에서 익힌 기술들을 실전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냐는 것도 본문이나 댓글들과 관련된 요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격투기들에 비해서도 종합격투기는 다양한 부상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짧지 않은 경기 텀 속에서 익혀야 할 수많은 기술들을 경기에 준하는 수준의 격한 스파링을 통해 실전성을 확인해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파링 빡세게 했다가 욕먹는 케이스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2022-05-16 17:59:11

전 아직은 후자의 지분이 커보입니다.
선수들이 버는 돈이 너어어어무 적어서 어려서부터 mma을 할 이유가 없는거 같아요.
만약 타종목처럼 10살쯔음부터 mma선수로 커온다면 그지금보다 평균 5살은 어려지지않을가 싶어요.

Updated at 2022-05-16 20:41:56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UFC가 타 구기종목이나 복싱에 비하면 버는 돈이 적은건 사실이지만

대략 20년전의 UFC보단 지금 UFC가 훨씬 더 메이저화 되었는데

챔피언급 선수들 연령대 기준으로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평균 연령이 올라갔거든요

 

그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제 생각에 다음과 같습니다. 

 

축구,농구,야구와 같은 구기 종목은 경기수가 워낙 많다보니 체력이 중요하죠.

나이 들면 이 회복력 및 체력면에서 특히 노쇠화가 심해지는데

MMA는 1년에 많아봤자 3경기 정도는 하는 종목이라 꾸준한 그러한 점보다는 

시합 스케쥴에 맞춰서 정점으로 맞춰 경기에서 보여줄수 있는 폭발력과 집중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이 먹은 선수들이 구기종목과는 달리 회복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순간적인 집중력과 경험치가 더 필요함.

 

예를 들어 NBA도 30대 중반인 선수가 잘하는 경기만 놓고 보자면 20대 전성기랑 차이 없죠?

크리스 폴도 정규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잘하는 경기 몇 경기만 추스리면

20대 초중반 뉴올리언스 시절에 비해서도 전혀 밀릴게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러한 경기 빈도수가 줄어들고, 소위 말하는 폭망하는 경기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출전시간이 줄어들어서 평균 스탯 및 생산량 저하->노쇠화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MMA는 경기수가 원체 적어서 나이 먹은 선수도 시합 스케쥴에 따라 컨디셔닝 하면

구기종목과는 달리 30대인 선수가 경기에서 보여주는 신체 능력이 20대에 비해 별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축적된 경험치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도 가능하죠.

 

예를 들어 은가누가 아무리 늦은 나이에 MMA를 시작했다지만

2018년의 32세 시절보다 2022년 36세인 지금 오히려 더 체력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건 그냥 종합격투기의 경기 특성에 기인하는바가 크다고 봅니다.

암만 은가누가 괴물이라도 36세 시절의 신체능력이 32세시절보다 좋아질수는 없지만

경기텀이 긴 UFC 스케쥴에 맞춰서 일시적으로 경기 당일에 포커싱하면 

오히려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30대 중반의 모습이 더 나아질수도 있다는거죠.

 

전 그래서 MMA가 버는 돈이 복싱 수준이 되어도 지금 연령대에서 별로 안 떨어질거라 봅니다.

사실 메이저인 복싱만 하더라도 지금 헤비급 복서들 죄대 30대중반 내외입니다.

(퓨리 34세, 조슈아 33세, 와일더 37세, 우식 35세)  

복싱도 1년에 몇십경기, 많게는 100경기 이상 뛰는 구기종목과는 달리 

기껏해야 1년에 3~4경기 뛰면 많은 수준이라서 그렇다고 생각.

2022-05-17 01:19:26

투기종목들이 노장이 되어서도 잘하는건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건 기량이 완성되는 시기에 대한겁니다. 저는 mma는 선수들이 늦게 시작하기때문에 선수들 기량이 늦게 완성되는게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늦게 시작하는 가장 큰이유는 돈으로 보구요.

2022-05-16 20:36:28

본문에 공감하는 바이지만

하나 더 꼽자면
금액 대비 위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나이들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선택하는 차악 정도...

2022-05-17 09:20:39

MMA 특성상 기량이 만개하는게 젊은나이에 쉽지 않다고 봅니다..

너무나 배워야할게 많고, 경험이 정말 중요한 스포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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