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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 (feat. 과속스캔들, 수상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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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02 20:12:50

 

 

미녀는 괴로워 (feat. 과속스캔들, 수상한 그녀)

 

1. 추억 같은 영화, 무려 14년 전이네요 

 

엊그제 오랜만에 TV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틀어주길래, 빠져들듯 봤습니다. 

언제적 영화인지 봤더니 무려 14년 전(2006) 영화더라고요. 

솔직히 카메라 워크나 연출기법 등이 무척 올드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클래식의 향수로 선해합니다. 

다시보니 반갑고, 반복해 들었던 "아베 마리아, 별, beatiful girl" 다시 들으니 그립기도 해서, 추억처럼 감상문을 적어봅니다. 

 

2. 미녀는 괴로워의 포인트 

 

 

미녀는 괴로워의 플롯은 간단합니다. 

169cm, 95kg의 "씨름판에 나가도 거뜬할 체격"을 가진 김아중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 실력만큼은 최고입니다. 덕분에 미녀 가수 아미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신세였지만, 그래도 음반 프로듀서 주진모에 대한 사모의 정을 남몰래 지고지순 키워나갑니다. 어느날 주진모의 생일에 초대받았는데, 아미가 악의적으로 보낸 어울리지 않는 옷을 주진모가 보낸 줄 알고 용기내어 입었다가 망신을 당합니다. 죽을 결심을 하다가, 이내, 성형을 결심합니다. 완벽하게 이뻐진 모습으로 재탄생한 김아중!! 소중히 여겼던 주진모를 잊지못해 모르는 척 주진모에게 다가가 오디션을 보고, 가수로서 새 삶을 시작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어마어마하게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고자 결국 대중 앞에 성형사실을 고백하게 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사실 스토리는 영화 내에서 등장하는 노래만 다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이 김아중이 극중에서 부른 노래를 모아놓은 것인데, 이것만 봐도 대강 파악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D5iMtGVwY

 

익숙한 플롯은 변주가 필요했는데, 그때 최적의 조미료가 유머입니다. 미녀는 괴로워는 간간히 섞이는 유머가 통통 튀는데, 역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온갖 성질을 다 부리던 택시기사 이범수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사근사근 해질때입니다. 이범수의 능청스런 연기와 승객분의 못마땅해하는 표정이 아주 일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zZmevtMu5k

  

미녀는 괴로워는 어떤 이야기인가에 대한 답을 하는 장면이자, 가장 감동적이면서, 가장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6분 19초 부분부터, 재생시간 고정해놓았습니다). 

https://youtu.be/UYD5iMtGVwY?t=378

 

(김아중의 노래를 듣더니 무언가 못마땅한 주진모는, 김아중에게 성형전 김아중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데) 

주진모: 뭐가 느껴져? 

김아중: 예? 화질이 참 좋네요 이거 뭘로 찍은 거에요?

주진모: 그거 말고 이 친구 노래에서 뭐가 느껴지냐고?

(성형전 김아중이 부르는 대목 "힘에 겨워 아파와도 눈물이 앞을 가려와도"이 들려오는 와중에)

김아중: (주진모를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주진모: (김아중이 답답하다는 듯이, 여전히 영상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못해? 왜 제니(성형후 김아중)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만 생각해? 

김아중: 에이, 이 사람은 너무 안쓰럽게 생겼다 흐..저 살들, 같이 다니셨으면 쪽팔..

주진모: (말을 자르며) 그만해!! 나한텐 소중한 사람이었어, 제니도 이 친구때문에 노래할 수 있는 거야

김아중: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줬음에 감동하며 눈물이 고이며) 에이.. 

주진모: 이 친구 반만 따라해봐!!..(놀라며).. 너 왜 우니?  

 

자신이 부정했던 과거의 모습을 오히려 타인이 인정하고 소중히하고 그리워함을 알게 되는 장면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김아중은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성형 사실을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3. 주제의식에 대한 사소한 문제제기 

 

문제제기라기보다는 "변화" 플롯의 한계라고 할까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입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은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제 떳떳하게 용기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쁜 상태입니다. 과거의 자신은 받아들였지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결론입니다. 

미녀와 야수에서, 벨이 사랑한 이는 야수였지만, 왕자로 변화하지요. 벨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인어공주에서, 아리엘은 인어에서 두 발로 걷는 사람이 됩니다. 왕자가 사랑한 이는 과연 누구였던 것일까요? 

 

변화 전의 모습과 변화 후의 모습이 단지 "다름"의 범주 안에 포섭되어 대등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보다 후가 더 "나은"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야기가 가진 주제의식과 결말이 충돌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사소한 문제제기를 하게 됩니다. 

 

4. 비슷한 음악 영화와의 차이  

 

그러고보면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한 영화들이 미녀는 괴로워 말고도 있습니다. 

미녀는 괴로워 2006 - 과속스캔들 2008 - 수상한 그녀 2014 

 

세 영화는 모두 역경을 가진 여성이 극복하여 온전해지는 이야기들로, 플롯의 구조가 대강 비슷합니다만, 누구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김아중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김아중의 좌절-극복을 강조하므로, "김아중"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게 됩니다(주진모와의 썸이나, 아버지와의 관계는 중심은 아닌 것 같아요)  

 

과속스캔들에서는, 차태현(아버지)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면서 박보영(딸)에 대한 거부-체념-인정-응원을 강조하므로, "아버지-딸"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과속스캔들에서 명장면이 차태현이 박보영에게 나가라고 할때 저항하는 박보영의 모습이죠. "너 돈 때문에 왔잖아, 아니면 아빠질 그런거 바라고 온거야?" "그래! 나 그거 바라고 왔다. 남들 다 아빠 있잖아. 있잖아! 왜 난 있는 아빠도 없다고 하면서 살아야 돼?" 부분인 것을 보면 분명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T56rLCCt5M

 

수상한 그녀에서는, 심은경(어머니, 할머니)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꿈(노래)을 이루어나가다가 선택의 기로에서 가족을 택하는 심은경의 모습을 보여주니, "어머니/할머니-가족" 관계를 나타내면, 어머니/할머니의 희생을 나타내줍니다. 수상한 그녀의 명장면은, 성동일(아들)이 헌혈을 하려는 심은경(어머니)를 만류하면서, "가세요, 그냥 가세요, 제발. 제발 가셔서, 남이 버린 쓰레기 주워먹지 말고 그 비린내 나는 생선장사도 하지 말고...제발 가세요.. 엄마" 라고 하자, 심은경이 "아니, 난 다시 태어나도 하나도 다름 없이 똑같이 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도 다름없이 똑같이 살란다. 그래야 내가 니 엄마고, 니가 내 자식이일테니까."라고 하는 부분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DCWV3krCI

 

등장인물 중 비슷한 부분은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PD와 썸을 타고, 수상한 그녀에서도 심은경과 PD가 썸을 타는데, 과속스캔들에서는 라디오 DJ가 아예 아버지인 점이랄까요? 

가족애를 강조하는 과속스캔들, 수상한 그녀가 눈물샘은 조금 더 자극할지는 모르지만, 

자기자신을 포용하고 발전한다는 측면에서는 미녀는 괴로워가 보다 더 진취적이랄까요? 

 

무엇보다 세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각 영화의 주인공들이 내뿜는 매력입니다.

20대의 김아중, 박보영, 심은경이 내뿜는 매력이, 영화의 에너지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습니다.

이들이 왜 이 영화들을 통해서 스타가 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녀는 괴로워를 보다가 다른 두 영화도 생각나서 적어보았습니다. 

 

5. 여담 

 

무려 14년 전 영화니까 가능했을 것 같기는 한데, 영화 초반에 성형전 김아중이 상당히 놀림을 많이 당합니다.

과연 지금도 이런 영화가 논란 없이 개봉할 수 있을지 의문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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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20-09-02 20:17:06

아하! 그러고보니 슈렉이 있었군요 슈렉이라면 문제제기를 할 수가 없겠습니다 오히려 상식과 다른 결말이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2020-09-02 20:48:09

지금 같은 때에는 당연히 개봉 못 할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반대로 '82년생 김지영' 같은 영화가 저 시절에 개봉하고 또 흥행 했을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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