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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상식의 범위' 글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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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25 10:34:01

우울한 넋두리같은 글입니다.

 

 1. 저는 경기도 화성 출신입니다. 그곳이 고향이고 대학교나 직장의 문제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살기도 했지만, 전 무조건 고향이 화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인접한 안산이나 수원정도가 아닌 지역 사람들에게 고향 이야기를 하면 항상 연관시키는 단어는 '화성연쇄 살인사건'과 '살인의 추억'입니다.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이 누군가에게는 살인자의 흔적이 난무하는 지역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2. 한때는 이런저런 반응들이 귀찮아서 그냥 수원 근교라고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런 작은 행동들이 참 비겁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화성에 사는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부정하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후로 전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고향은 화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3. 화성은 동탄같이 어엿한 신도시인 경우도 있지만, 서쪽 해안가는 아직 농경지역이 많습니다. 서울/안산/시화 등에서 밀려내려온 공장들이 난립하는 형태입니다. 기아자동차와 협력업체들 중심으로 공단들이 많지만 울산같은 도시처럼 제대로 된 공단이 아닌 여기저기 공장들이 산재해 있는 상태입니다.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지방 재정은 충분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화성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4. 화성 서남부 평택시와 거의 인접한 곳에 매향리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제 나이가 마흔 셋인데 중/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그 동네 하늘 위로 전투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곳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기서 나는 소음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마치 하늘이 넓은 칙칙한 녹색 칠판이 되고 그 위에 거인이 손톱을 긁는 느낌이랄까요. 임산부가 유산을 한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반공'의 논리로 전투비행장은 그 마을 가까히 많은 세월동안 그 동네 사람들은 희생을 당한 것이죠. (더 이상은 정치적 이야기로 갈 수 있기때문에 줄이겠습니다.)

 

5. 이 고통은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인 상태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필수적인' 고통입니다. 하지만, 특히 과거의 매향리나 앞으로 전투비행장이 들어올 저희 동네가 짊어질 고통을, 서울을 비롯한 많은 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지고 있을까요? 시골보다 세금을 더 내니 할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아이가 뱃속에서 죽는 고통은 겪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 겪게될 고통을 철저하게 '잊고' 살 겁니다. 

 

6. 그리고 그 '무지'의 힘을 업은 권력은 저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동네를 전투비행기 소음으로 뒤덮어버릴 겁니다.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국방의 혜택으로 가장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는 강남 근처에 이런 전투비행장이 생긴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봤지만, 그런 일은 절대 생길 수가 없겠죠. 저희 고향에는 또 대규모 폐기물 처리장이나 수소 저장소같은 도시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떠밀어낸 시설들이 들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조차 관심도 안 가지고 있죠. 

 

7. 점점 한국 사회는 서울과 수도권 및 몇몇 대도시 위주로 개편될 겁니다. 파주가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도 인생 사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소외된 지역들에는 대도시의 배설물들이 쌓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대도시 사람들은'관심'조차 거두게 될 겁니다. 서울같은 대도시 밖을 벗어나서 살 일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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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2019-09-25 10:41:26

세상 살아보니 머리 숫자만큼 중요한게 없더군요.

WR
2
2019-09-25 10:44:49

가끔씩, 서울 벗어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예 나와는 절대 같아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군요. 저또한 이해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고요. 가끔씩 재벌들 걱정하는 거지가 된 느낌이랄까요. 

8
Updated at 2019-09-25 11:03:44

10전비는 6.25전쟁때 창설되어 1954년부터 수원에 주둔하였습니다. 글쓴이님의 '반공의 논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0전비는 북한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거기 있는 겁니다. 정치적 의미가 조금이라도 내포된 글은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투비행단은 대도시인 대구,광주에도 있습니다.

WR
2
2019-09-25 11:00:16

단어의 선택이 좀 주의깊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반공'이든 국토'방위'의 목적이든, 대도시의 고통을 시골로 전가해버리는 '본질'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수원같은 대도시는 이제 전쟁을 대비하는 '책임'을 저희같은 시골에 떠넘길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19-09-25 11:21:02

54년부터 거기 있었을 텐데 더 구석으로 이전이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장소 문제는 정확히 몰라서 질문드려요. 비행단의 경우 런웨이에서 이착륙하는 방향과 전투기가 훈련하는 공역도 다 예전부터 지정되어 있을 텐데요.

추가)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통과되어 대구,광주기지도 이전하고 수원기지도 화성으로 이전하게 생겼네요. 큰 불똥이 튀었군요. 이건 거주자 입장에선 엄청난 문제거리긴 하네요. 정확히 사실관계를 모르고 댓글을 남긴 점 사과드립니다.

WR
2019-09-25 11:17:41

제가 집중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곳에 삶의 터전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겪을 고통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람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고요. 나머지는 거의 다 사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WR
1
2019-09-25 11:07:17

그리고 첨언하자면,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상식의 범위' 글에서 나온 다른 지역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누군가는 고통을 받고 있을 가능성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
2019-09-25 11:17:56

저도 이 부분에 대해 의아했는데, '반공의 논리'가 말씀하신 '국통 방위'와는 결이 다르지 않나요?

WR
2019-09-25 11:19:17

제가 단어 선택에서 부주의했습니다. '국토 방위'의 논리라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9-09-25 11:23:58

장소에 관한 제가 모르는 사실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소외된 지역에 대한 단상은 상당히 의미 깊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지역에 실제로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소회가 보여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나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19-09-25 12:33:11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9-25 10:57:10

화성하면 감자죠

WR
2019-09-25 11:03:37

외려 이런 식으로라도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09-25 11:00:51

매향리..대학교 일학년때 농활갔다 돌아오는 길에 갔었죠. 주민분들 힘드시겠다 싶더군요.

WR
2019-09-25 11:05:09

매향리에서 전투비행장이 사라진 후, 채 10여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10여킬로미터 근처에 전투비행장이 생겼으니...

4
Updated at 2019-09-25 11:37:05

고개 끄덕이며 읽다가 조금은 불편해지는 글이네요. 강남 지역이 집값 좀 높다고 국방의 혜택으로 가장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는 지역인가요? 국방의 혜택과 경제적 혜택을 연계하는것도 이상하고 강남지역에 한정할수 없을 뿐더러, 강남이 전반적으로 잘 사는 지역이라고는 하는데 이 지역도 동네 뒷골목 주택가, 번듯해 보이는 동네 아파트에도 하우스 푸어, 어렵게 사는 서민들 많습니다. 이 또한 상식의 오류 아닐런지요. 일반화 내지 편가르기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WR
2019-09-25 11:41:25

물론 '강남'이라는 단어는 예시적인 단어이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대도시' 전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혼선을 드린 점은 죄송합니다.(그렇다고 글을 수정하기보다는 이렇게 답을 드리는 게 낫다고 봅니다.) 

 

잘사는 동네에 사는 못사는 사람들이 자기의 선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투기 소음이나 폐기물 악취, 수소폭발 위험이 있는 시설 옆에 살지는 않으니까요. 

Updated at 2019-09-25 11:49:20

사실 수도권, 서울에 한정해도 같은 논리가 됩니다만, 그런 사람 살기 힘든 정도의 시설을 받아야 하는 지역에 대한 배려는 더 필요한것 같네요. 본문 그대로 두시고 해주신 친절한 답변은 감사드립니다.

WR
2019-09-25 12:32:50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9-25 11:43:58

기피시절은 사멸단계의 지차체에 밀고 그거라도 받아오려는 지역민들이나 지방선거때마다 말도 안되보이는 걸 대려오겠다는 공약들에 수도청사 같은거라도 이전하자니깐 관습법 드립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야말로 망국병이라고 봅니다.    

WR
2019-09-25 12:34:08

정답이 없는 문제일 겁니다. 

 

물론 저도 이런 일이 없는 지역에 살았다면 무관심했을 것이고요. 

Updated at 2019-09-25 12:13:31

화성만큼은 아닐지 몰라고
강남 송파 일부지역은
서울공항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차례
비행기 소음은 겪고 있습니다.

WR
2019-09-25 12:39:10

참 신기한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전세계 멀리 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정말 철저하게 잊혀지고, 묻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2019-09-25 13:11:28

혹시 아래 상식의 범위글이 어디있나요?

같이보며 생각해보고 싶은데 못찾겠네요

2019-09-25 13:26:29

상식의범위(feat.경기도파주) 이 게시물입니당

Updated at 2019-09-25 13:12:15

추천드리고 갑니다. 결정적으로, "니네 이거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들잖아." 하면서, 경제적 이익 몇개 던져주면 받을 수 밖에 없는 지방자치의 경제적 비현실성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구요..

 

부가적으로, 이 악의 순환은 대도시 내에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도시 광역권 vs 지방 군소 시/군' 을 넘어서 같은 광역권 내에서도 경제적, 환경적 격차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몇년 거주했었던 부산 같은 경우는 이게 눈에 확 뛸 정도로 체감됩니다. 

 

하지만 제가 느꼈던 바로는, 한 공동체의 단결된 정치적 의결이 단순 머리수를 넘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더군요..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인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더 길어지면 정치얘기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지라..)  

WR
2019-09-25 14:04:57

저도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서 행동하고 있습니다만, 힘이 많이 딸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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