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상식의 범위' 글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우울한 넋두리같은 글입니다.
1. 저는 경기도 화성 출신입니다. 그곳이 고향이고 대학교나 직장의 문제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살기도 했지만, 전 무조건 고향이 화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인접한 안산이나 수원정도가 아닌 지역 사람들에게 고향 이야기를 하면 항상 연관시키는 단어는 '화성연쇄 살인사건'과 '살인의 추억'입니다.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이 누군가에게는 살인자의 흔적이 난무하는 지역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2. 한때는 이런저런 반응들이 귀찮아서 그냥 수원 근교라고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런 작은 행동들이 참 비겁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화성에 사는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부정하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후로 전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고향은 화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3. 화성은 동탄같이 어엿한 신도시인 경우도 있지만, 서쪽 해안가는 아직 농경지역이 많습니다. 서울/안산/시화 등에서 밀려내려온 공장들이 난립하는 형태입니다. 기아자동차와 협력업체들 중심으로 공단들이 많지만 울산같은 도시처럼 제대로 된 공단이 아닌 여기저기 공장들이 산재해 있는 상태입니다.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지방 재정은 충분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화성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4. 화성 서남부 평택시와 거의 인접한 곳에 매향리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제 나이가 마흔 셋인데 중/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그 동네 하늘 위로 전투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곳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기서 나는 소음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마치 하늘이 넓은 칙칙한 녹색 칠판이 되고 그 위에 거인이 손톱을 긁는 느낌이랄까요. 임산부가 유산을 한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반공'의 논리로 전투비행장은 그 마을 가까히 많은 세월동안 그 동네 사람들은 희생을 당한 것이죠. (더 이상은 정치적 이야기로 갈 수 있기때문에 줄이겠습니다.)
5. 이 고통은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인 상태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필수적인' 고통입니다. 하지만, 특히 과거의 매향리나 앞으로 전투비행장이 들어올 저희 동네가 짊어질 고통을, 서울을 비롯한 많은 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지고 있을까요? 시골보다 세금을 더 내니 할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아이가 뱃속에서 죽는 고통은 겪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우리 동네 사람들이 겪게될 고통을 철저하게 '잊고' 살 겁니다.
6. 그리고 그 '무지'의 힘을 업은 권력은 저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동네를 전투비행기 소음으로 뒤덮어버릴 겁니다.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국방의 혜택으로 가장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는 강남 근처에 이런 전투비행장이 생긴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봤지만, 그런 일은 절대 생길 수가 없겠죠. 저희 고향에는 또 대규모 폐기물 처리장이나 수소 저장소같은 도시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떠밀어낸 시설들이 들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조차 관심도 안 가지고 있죠.
7. 점점 한국 사회는 서울과 수도권 및 몇몇 대도시 위주로 개편될 겁니다. 파주가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도 인생 사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을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소외된 지역들에는 대도시의 배설물들이 쌓이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대도시 사람들은'관심'조차 거두게 될 겁니다. 서울같은 대도시 밖을 벗어나서 살 일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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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보니 머리 숫자만큼 중요한게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