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킹스가 보여주는 Cut의 가치
이번시즌 새크라멘토 킹스가 서부 3위를 달리고 있는데에는 폭발적인 공격력의 공이 큽니다. Points Per Game(119.3점, 전체 1위), Offensive Rating(117.2점, 전체 2위) 이렇게만 보더라도 얼마나 매섭게 몰아치는 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눈여겨볼만한게 있는데요. Cut의 생산성입니다. 킹스는 Cut이라는 플레이타입에 대해 평균 득점 전체 3위, PPP 전체 5위, Frequency 전체 4위, 야투 성공률 전체 4위 등을 보이고 있는데,
빈도와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실상 컷의 활용이 거의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컷을 자주, 잘 쓰면 뭐가 좋을까요?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쉬운 득점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거겠죠. 상대 힘을 빠지게 만들면서요
여기에 조금 더 생각하면, Cut은 상대 수비의 균열을 야기하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커터는 언제나 좋은 Decoy(미끼)가 되기 마련이죠.
바로 아래같은 장면입니다. 분명 수비 숫자가 뒤지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45도에서 짤라들어가는 움직임 하나로 두 명의 수비자를 제대로 punish하며 코너에서 완벽한 오픈 찬스가 나는걸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올시즌 킹스 경기를 다 본건 아니지만 흔히 45cut이라고 부르는 이 움직임을 킹스가 정말 잘합니다. 이걸 개시하는 상황들이 팀 차원의 약속으로 잘 자리잡혀있고, 이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있습니다. 아래같은 장면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런 액션 자체는 어떻게 보면 별로 특별할게 없습니다. 아마 어느 프로리그에서든 다 찾아볼 수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저 커터의 존재가 얼마나 유의미한가'입니다. 컷을 해도 그게 표면적인 움직임에 그친다면 그건 그저 샷클락과 체력의 소모만 낳을 뿐이죠
킹스가 유난히 대단한건 저 커터의 존재가 정말 크고, 실제로 골밑에서 주워먹는 득점이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 림으로 달려가는 커터의 존재가치는 골밑에서 당기는 그래비티와 비례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는 나머지 구역을 다시 헐겁게 하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당연히 위랑 비슷한 장면에서 커터 신경쓰다가 위크사이드 코너를 놓치는 장면도 많이 연출됩니다. 아래처럼요. 킹스의 컷은 균열재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cut을 잘 쓰게 되면 팀이 바라는 코트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픽앤롤을 할 때 거의 모든 팀은 그 픽앤롤이 클리어사이드 픽앤롤(스크리너가 롤하는 쪽 코트에 수비자가 존재하지 않는 픽앤롤)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숨차고 혼잡한 경기장 안에서 항상 이상적인 상황을 만든 뒤 출발하는게 말처럼 쉽지가 않죠.
킹스는 커터를 활용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세팅을 만들고 출발하는걸 진짜 잘합니다. 잠깐 컷하고 올라오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한쪽 다 비우고 사보니스가 핸드오프 2대2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킹스가 제일 잘하는 공격이 그거죠. 아래 장면을 보면 그냥 저 세팅을 만드는게 습관처럼 배어있습니다. 반즈의 45cut도 그렇고요
얼마전 미네소타와 연장전 간 경기를 보면 킹스는 오버타임 5분동안의 거의 모든 포제션에서 45cut(이후 위크사이드 코너로 사라지고) 클리어사이드 픽앤롤만을 고집했습니다. 그러고도 이겼죠. 같은걸 계속하면 상대는 본인들도 모르게 그 공격만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러면 아래처럼 재밌는 장면이 나옵니다. 희한하리만치도 커터가 만드는 균열과 생산성이 정말 좋은 팀입니다.
그니까 Cut으로 우리가 편한 상황을 만든 뒤에, 그 상황에서 다시 Cut을 활용해서 찬스를 내는거죠. 이 움직임을 팀원들이 모두 이해한 다음부터는 사실상 그걸 실행하는 personnel이나 상대팀이 누군지는 그닥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코트에 뛰는 선수들이 정신만 차리고있으면 습관처럼 반복해서 할 수 있는거죠. 물론 사보니스가 코트에 있는게 훨씬 좋긴 합니다만..
비슷한 말이지만 덧붙여서, Cut을 잘 쓰는 팀이 더욱이나 이점을 갖는 부분은 하프코트 오펜스의 경우의 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건데요. 킹스에서 매경기 질리도록 쓰는, Push-Five라는 이름의 하프코트 셋이 하나 있습니다. (오리지널 패턴에서 파생된 베리에이션 각각을 또 다르게 칭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처럼 Wide Screen-Iverson cut으로 1번과 5번을 하이포스트에 둔 혼셋을 만들면 보통 Push-Five가 개시됩니다
여기서 5번에게(대부분 사보니스죠) 공을 주게 되면, 보통 1번과 2번의 스플릿 액션이 일어나는데요. 흔히 스플릿 액션이라고 생각하면 스크린 받고 나오는 선수의 3점 찬스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킹스는 그것 이상으로 스크린 걸고 림컷하는 선수의 파급력이 큽니다. 아래 장면 보시면 딱 와닿으실 것 같아요
(사보니스의 와이드 스크린-팍스의 아이버슨 컷-머레이와 팍스의 스플릿 액션 과정에서 팍스의 리젝트 이후 림컷)
여기서 머레이와 팍스 둘 중 누가 스크린을 걸지/이후 누가 컷하고 누가 3점 라인 밖으로 튀어나올건지를 상대가 예측하기 힘들고, 킹스는 슈터와 커터의 힘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세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막기가 힘듭니다. 같은 패턴을 내내 돌려서 이 진행과정을 상대가 다 안다고 해도 사실상 파훼라는게 불가능한 조건이죠
만약 여기서 이게 안 통하면, 아래처럼 사보니스의 포스트 공략이 하나의 옵션이 되는데 베이스라인 커터가 또 기어이 2점을 주워먹습니다.
때로는 첫번째 와이드 스크린을 리젝트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면 바로 백스크리너로 바뀌어서 스페인 픽앤롤을 돌리거나, 볼 스크린과 동시에 위크사이드에서 플렉스 또는 볼 스크린과 동시에 스트롱사이드에서 엑시트 스크린 활용 등등 래퍼토리가 차고 넘칩니다. 근데 여기에 중간중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컷 찬스까지 상대가 신경쓰면 진짜 머리아프죠
아래가 리젝트하고 플렉스 시동거는건데, 이 와중에도 백도어로 앨리웁을 봅니다.
아래도 와이드 리젝트-플렉스하는데 또 정신차리고 보니까 클리어사이드 픽앤롤로 사보니스가 골밑슛 쏘고 있고요
결국 다 같은 맥락인데 킹스가 이행하는 Cut은 공격을 매끄럽게 하는 너무 좋은 재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et의 경우의 수를 늘리고, 언제든 원하는 코트 상황을 구현시키며, 상대를 끊임없이 헷갈리게 하는 훌륭한 움직임으로 잘 자리잡았습니다.
좋은 틀을 잘 심어놓은 코칭스태프 + 게임을 진두지휘하는 훌륭한 프론트코트/백코트 자원 하나씩(사보니스&팍스) + 드리블 드라이브, 슈팅, 게다가 트랜지션 능력까지 고루 갖춘 나머지 멤버들 + 팀워크
늘 양질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