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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와타나베 - The Power of Words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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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9-04 09:48:13

(유타 와타나베가 4월 말 일본어로 쓴 기고문을 번역한 영어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매끄럽게 의역해보려했지만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오역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The Power of Words]

"유타, 당신은 오늘 경기 가비지타임 구간에 좋은 리바운드를 잡았어요"


한 기자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저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전 곧바로 받아쳤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가비지타임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때 공기가 좀 얼어붙었죠. 전 그 기자 분이 부정적으로 말한건 절대 아니라고 확신해요. 우리는 비교적 편안한 점수차로 이기고 있었고 경기는 1,2분정도밖에 안 남았으니까요. 전 그 기자님이 저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쓰고싶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단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가비지 타임"


일본어로 직역하면 말 그대로 시간 낭비를 뜻합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에 점수차가 너무 커서 경기 결과가 명백한 그런 시간대를 말하는 가비지 타임은 NBA에선 자주 쓰이는 단어입니다. 전 그 단어에 단 한번도 익숙해진 적이 없습니다.


이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선수는 450여명 뿐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전 세계의 농구인 총 숫자가 대략 4억 5천명이니, NBA에서 뛰는 것은 말그대로 백만분의 1의 확률을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몇년간의 엄청난 노력과 무수한 희생끝에 전 결국 해냈습니다. 그러니 제가 NBA 코트 위에 서 있는 동안은 가비지 타임이란 없습니다. 그게 몇 분이든, 몇 초든 저에겐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다음 경기에 뛸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으니, 모든 순간이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게 제 사전에 가비지타임이란 없는 이유죠.


말에도 힘이 있다. 이게 제가 믿는 바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은 생각을 형성하고, 그 생각들이 미래를 좌우합니다. 이제 제가 소중히 여기는 단어와 구절들에 대해 말해보려합니다. 저라는 사람을, 그리고 선수로서의 제 모습을 만든 말이죠.


しょしん(초심)과 けんきょ(겸허). 이 두단어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단어입니다.


이것은 제 고등학교 코치님이자 저를 가르친 멘토이신 Shikama 선생님의 가르침입니다.


제가 지금은 NBA에서 뛰고있지만, 제가 항상 엘리트 레벨에서 플레이해온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땐 엄청난 성장통을 겪었고, 강한 농구팀이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하지만 잇따라 입학을 거절당했고,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Jinsei Gakuen의 Shikama 선생님이 제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 당시에 Jinsei Gakuen은 농구부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학교는 아니었지만 Shikama 코치는 좋은 코치라는 명성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그의 지도 하에 아주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그리고 2학년 때, 일본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계속 겸손해라. 국대팀에 올랐다고 자만하지 마라."

전 Shikama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이 말씀은 절대 잊지 않을겁니다. 선생님께선 제가 국가대표 팀 멤버가 되서 저를 서포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헤이터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나이있는 운동 선수들에 비해 너는 특히 고등학생다운 태도와 매너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써야 해. 특히 코트 밖에서 말이다." Shikama코치는 덧붙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けんきょ(겸손)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전 수많은 상황에서 제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어도 못하는 상태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일본을 떠나기 전 많은 비평가들은 저에게 이런 코멘트들을 날렸습니다.

 

"언어의 장벽은 너무 높을 것이고, 이제 와서 미국에서 뛰기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 등등..

하지만 전 Shikama 선생님이 말씀하신 '초심'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유년 시절 꿈꿨던 NBA 입성도 단 한번도 잊지 않았습니다.


벌써 제가 미국에 온지도 제 인생의 3분의 1에 가까운 8년이 지났습니다. 여기까지의 여정에서 저를 도와준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영어를 가르쳐준 St. Thomas More학교의 팀 동료들, George Washington 대학교에서 제 공부를 도와준 분들까지 전부요. 그 시간동안 전 최대한 겸손하려고 노력했고, NBA에 입성한 지금도 그러려고 노력중입니다.


전 일본과 미국에서 말하는 '겸손'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 느낍니다. 이걸 설명하려면 저와 제 부모님 사이의 스토리를 얘기를 해야겠네요.


전 여전히 그 일을 또렷히 기억합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일이었죠. 시즌이 막 끝난 시점이었고, NBA에 제가 설 자리가 있을지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재보던 시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드래프트될 것이라는 희망이 그리 있진 않았고, 그래서 썸머리그때 잘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전 카가와에 사시는 제 부모님과 굉장히 가깝게 지냅니다. 항상 연락하면서 지내죠. 하루는 부모님으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유타야, 우리가 우연히 누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너가 NBA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냐고 물어보더라. 반 농담으로, 우린 너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해줬어."


이 메시지를 읽었을 때, 전 정말 충격받았습니다.


제가 드래프트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충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자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땐 자신감이 좀 부족했죠. 전 외로웠고, 그런 상황에서도 제 자신을 동기부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중이었습니다. 그땐 무의식적으로 저를 지지해주는 그런 말들이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 있던 시기에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메시지를 받은 것이었죠.


제 부모님 입장에선 그저 제 기회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계셨던겁니다. 어떤 마음으로부터 그 말씀이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부모님이 "유타는 아직 갈 길이 아주 멀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을 땐 모든게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죠.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지낸 이후로, 미국의 부모들은 항상 자기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칭찬한다는 것을 봐왔습니다. 제 팀 동료들의 부모님들이 자신감 넘치게 "우리 아들 정말 대단하지않나요?" 이렇게 말씀하시는걸 보는게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부모가 자기 자식을 그렇게 공공연하게 칭찬하는 것이 부럽곤 했습니다.

전 제 부모님과 부딪혀야할지 말지 망설여졌습니다. 그래서 제 고등학교 팀 동료인 Ryusui Kusumoto에게 연락했죠. Ryusui는 지금 Nobeoka Gakuen에서 농구팀 코치를 하고있습니다. 그는 제 베프 중 한 명이고 전 그의 전략에 대한 생각이나 경기에 대한 멘탈적 접근을 높게 보고있죠.


전 그에게 말했습니다. "부모님이 내게 말씀하신게 정말 신경쓰여. 엄마아빠 모두 나를 최선을 다해 지지해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걸 입밖으로 꺼내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내 내면을 집어삼키고 있어"


Ryusui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너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면, 그냥 말씀드려. 그분들은 너가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해주실거야."


그 말을 듣고 전 부모님께 제 솔직한 생각을 전달해드렸습니다. 전 이렇게 문자를 보냈죠. "전 제 농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서있고, 제 의지와 결심을 꺾는 부정적인 말들은 필요하지 않아요. 두 분은 누구보다도 저를 잘 이해해 주시고, 제가 농구를 시작한 이후부터 쭉 저를 지지해오셨어요. 이게 제가 NBA 입성에 성공하기 전까지 두 분의 지지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부모님은 곧바로 전화가 오셨고, 제 고향으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첫마디는 "미안하다 아들아." 였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바로 가슴이 울컥해졌던게 기억이 납니다.


이게 바로 말의 힘입니다. 제가 110%의 노력으로 트레이닝하고 있지 않았거나 재능이 없었다면, "우리 아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어." 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중인지 알고 계셨습니다. 전 제가 NBA에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들을 하고싶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으로부터 긍정적인 말을 듣고싶었던거죠.


제 대학 시절에 있었던 또다른 얘기도 생각이 납니다. 제가 신입생 때 전 꽤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는데, 2학년에 가서는 갑작스레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왜이러지?' 전 답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출구 없는 터널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때,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에 Shikama 선생님이 갑자기 일본에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웃으면서 플레이해."


그게 그가 쓴 전부였습니다. 그 말이 제 눈을 뜨게 했죠. 제가 왜 그렇게 농구를 사랑했는지 그때서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은 고등학교 때부터 저희에게 종종 하셨던 말씀이었습니다. 그 바로 다음 경기에, 전 커리어하이 퍼포먼스를 기록했습니다. 그게 바로 심플한 단어 몇 개의 힘입니다.

2018년에 전 드디어 NBA 입성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죠.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의 첫 시즌에는 NBA에서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게 인상깊었는데, 코트 위에선 별로 뛰지 못했습니다. 2년차도 별 다를 바 없었죠. 대부분의 시간을 G 리그에서 보냈습니다. 콜업도 부상자가 있을 때 뿐이었고, 트레이닝동안 부상 선수가 재활하는데 보조 역할에 그쳤습니다. 솔직히 저에겐 힘든 시간이었죠. 


3년차인 이번 시즌엔 토론토 랩터스로 왔습니다. 팀에 합류하고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하자마자 저는 랩터스가 어떤 팀인지, 다른 선수들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관찰했고, 여기서 제가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토론토는 공격이 수비로부터 시작되는 팀입니다. 전 좋은 수비수이기에, 수비적인 모습과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제 존재감을 보이고자 했습니다. 전 항상 분석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팀을 위해 제 스킬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생각합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되어라."

이건 Shikama 선생님이 반복하시던 또다른 가르침입니다. 저에게 주신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얘기 중 하나입니다. NBA에 입성한 이후로, 그건 더욱더 중대해졌습니다. NBA에는 에고를 가진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전 제가 그런 선수는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저희 팀은 제가 공을 오래 잡고있거나 슛을 많이 던질 필요가 없죠. 전 스탯으로는 환산되지 않는 궂은일들을 도맡아하면서 팀에 기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루는 제가 지인과 잡담을 하면서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유타, 너의 けんきょ(겸허)는 겸손한 것과 감사하는 것의 혼합체같아." 이 말은 그걸 표현하는 꽤 좋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밟아온 여정으로 인해, NBA 코트에 서있는 모든 순간들이 저에겐 의미가 큽니다. 몇 주전에, 전 랩터스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정말 기쁜 일이지만, 제가 코트에서 해야하는게 바뀌진 않습니다. 전 롤플레이어로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제 사전에 가비지타임이란 없습니다.

1분이든, 1초든 죽은 시간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코트에 서면 전 제 최대한의 능력치를 발휘하는 것 뿐입니다.  간단하죠.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1-05-12 18:01:21'NBA-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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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05-11 16:40:57

동양인으로서 nba에 입성하고 유지하고 있다는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일인것 같습니다.

2021-05-11 16:43:08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솔직히 저런 멋진 선수가 한국인 아니란거 쫌 부럽고 질투나기도 하고....마음가짐만으로도 진짜 위닝 플레이어의 모습이 보인다는게 대단하네요.

2021-05-11 16:44:41

진짜 멋진 마인드네요. 겸손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더 나아가 팬과 농구를 존중하는듯한 태도입니다.

2021-05-11 16:53:36

 출근길에 유타와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로 봤는데, 정말 너무 팬심충만하게되었거든요..

게다가 오후에 이런 글까지 보게되다니, 진심으로 응원하게됩니다. 

아시아인이라서 응원하는걸 넘어서, 선수 한명을 오롯이 응원하는 마음이 듭니다. 

2021-05-11 16:55:18

일본 선수하는 게 솔직히 너무 싫네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멋진 마인드입니다

2021-05-11 17:03:17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눈물이 찔끔 나네요...

2021-05-11 23:38:05

와타나베에 스며듭니다...

2021-05-12 09:15:38

유타에 스며드...

2021-05-11 17:20:47

일본이라는 그의 국적을 떠나서 마음가짐이 참 멋지네요. 역시 nba 아무나 가는 무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의 노력을 생각하면 거액의 연봉 받는 게 당연한 것 같네요

2021-05-11 17:52:28

 저도 한국인으로서 가비지 타임이라는 단어를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더라구요. 직역하면 선수들 입장에서 기분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이티브들 한테는 별 거부감 없는 단어일까요?

2021-05-11 18:02:49

역시 유타... 유타를 응원합니다.

2021-05-12 09:15:52

킹타 와타나베

2021-05-14 01:41:46
2021-05-11 18:03:47

와타나베라는 한 선수를 넘어서 제 인생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멋진 글이네요.

2021-05-11 18:55:52

미안하다 아들아라는 말에 울컥했다는데 제 유학 생활이 생각나서 저도 울컥했네요. 글 보고 응원하게 되네요.

2021-05-11 19:47:15

일본 국대 대 한국 국대 대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하치무라, 유타... 

2021-05-12 01:30:14

정말 인간적으로 존경합니다

진심 유타 글이나 영상 볼때마다 눈물이 날거같고

저 또한 동기부여하게 됩니다
2021-05-12 09:16:05

정말 멋진 선수네요.

2021-05-12 20:02:21

멋있네요..

ind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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