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사귀기 시작했지만 저는 풀학점에 가까운 스케쥴, 그리고 여자친구는 4학년인 만큼 취준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둘 다 일정이 없는 금요일 혹은 주말에만 볼 수 있는데, 지난 2주간 제가 아프고, 여자친구는 면접이 잡혀서 학교에서 간간히 만나는 것 밖에 못 했어요.

그러다 어제 저녁시간에 여자친구가 아직 학교에 있어서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달콤살벌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서 도서관에서 친구랑 공부를 하다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흔히 말하는 여사친입니다.

일본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 중 한 명이고, 다른 친구 한 명까지 끼워서 셋이서 수위 높은 드립까지 치면서 돌아다녔죠. 정말 많이 놀러다녔습니다. 평소에 향수인지 미스트인지 뭔지 모르는거를 뿌리는 친구인데, 저랑 성별만 다르고 성격은 거의 똑같아서 급속도로 친해졌었죠. 

사고는 여자친구 만나서 저녁 먹다가 발생했습니다. 저조차도 몰랐는데, 미스트 냄새가 배었나 봅니다.

여: (킁킁) 향수 뿌렸어? 되게 상큼한데

젤: 아니? 아까 친구랑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했는데 걔가 뿌린게 배었나 보다

여: 아 그래?

(이후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 셋이서 등산했던 사진 보여줌)

젤: 산에서 찍은 사진들 보여줄까?

여: 응 볼래!

젤: 여기있어

여: ...

젤: (왜 아무 말이 없지...?)

의아해서 뭔가 문제가 있는지 저도 같이 봤는데, 문제가 있더라고요.

산 정상에서 영상을 찍었는데, 영상 썸네일이 그 영국 여자애...

걔가 찍은 영상을 다운받은거라 영상 첫 부분이 자기 얼굴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제가 필사적으로 커버를 쳤습니다.

젤: 아 이거 얘가 자기폰으로 찍은걸 받은거라 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네 ㅋㅋㅋㅋㅋ;;

여: ㅋㅋㅋ 그렇네... 재밌었겠다

젤: (어떡하지) 그... 우리 토요일에 어디갈까?

이후 화제를 바꿔서 일단 넘어갔는데... 저였어도 좀 거슬렸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다행히 외국에서 처음 사귄 친한 친구라고 이해해주기는 한 것 같습니다.  조심해야겠네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