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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인간관계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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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20 08:56:47

입대하기 전 가장 기대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인간관계였습니다. 학생 신분이었을 때 만났던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가족과는 확실히 다른 경로로 만나게 될 사람들인만큼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었는데 복무율 40%가 지난 지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어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마 다들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만나는 유형들이 아닐까 싶은데, 매니아 이용층이 사회인분들이 많으신 만큼 어느정도 공감가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로, 일 하나는 정말 똑부러지게 하고 군대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선임입니다. 제가 속한 분대의 분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전역이 한 달 남은 지금 시점에서도 흐트러지거나 대충하는 모습은 거의 안 보입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 한 명 없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등장한 악당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군주 모델에 정말 적합한 사람이라고 확신이 드네요. 다만 심할 정도의 고지식함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무시하는 경향은 저 사람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어떨 정도인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인품과 별개로 일처리 능력 자체는 출중하다고 보여서 본 받을 점은 본 받고 버릴 점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앞으로 남은 군생활이 살짝 걱정되는 제 맞후임입니다. 저랑 동갑에 장난도 조금씩 치는 성격이라 좋긴 한데, 가끔 단체생활에서의 선을 넘을 때가 있어 걱정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컴퓨터 마우스를 쓰고 있던 다른 선임의 손을 툭톡 치면서 마우스를 뺏어와 자기가 쓰는 경우... 이런 경우가 제법 많아 걱정인데 또 다른 분대 선임들은 "네 맞후임이니까 잘 좀 가르쳐라. 나중에 모두가 다 힘들다 계속 저러면."라고 저에게 찾아와 말하고... 중간에 끼어 걱정이 많은 상황입니다. 저도 제 선임 속을 많이 썩힌 입장이라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고민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예 다른 보직이라 만날 일이 적지만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선임입니다. 저랑 복무율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아, 이 사람은 생각이 깊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자기 삶을 준비하는 모습이나 살아가면서 하는 생각들을 듣고 있으면 더 자주 얘기하고 싶어집니다. 아래는 몇달전 제게 한 말인데, 인상 깊어 매니아에도 남겨봅니다. "00아, 사람을 원석에 비유하는거 알지? 근데 난 결국 원석 안에 빛나는 보석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냥 돌도 오랜시간 공들여 깎으면 꽤 멋있거든." 멋있기도 하고 나름의 지혜가 담겨있어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미없다고 평을 듣고 별로 친한 사람이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임입니다.

사실 대화하기 꺼려지는 사람, 민폐를 자주 끼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짜증이 나긴 하지만 이내 "나를 꺼려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니 크게 화내지 말아야겠다."를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사람들과 24시간 부대끼고 사는게 피곤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네요. 특히 남은 군생활동안 더 많은 유형의 사람을 만날 것에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추석 앞두고 그냥 쭉 써봤네요. 다들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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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8-08 20:18:54

 '그냥 돌도 오랜시간 공들여 깎으면 꽤 멋있거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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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0:25:30

참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먼저 전역했는데 지금은 뭐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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