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팀버울브스 매각 결렬 타임라인 정리 + 개인적인 생각
*글쓴이는 심한 경알못임을 미리 밝힙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구단주는 1994년의 연고지 이전 소동을 일단락한 글렌 테일러라는 미네소타 출신 사업가입니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테일러는 팀버울브스와 함께 영광과 불운, 실패를 겪어봤습니다. 좋든 싫든, 증오하든, 경멸하든 테일러와 팀버울브스는 역사를 같이합니다. (여담1: 테일러의 94년 인수 당시 그는 미네소타를 매입하는 데 얼마나 썼냐는 질문에 "너무 많이 썼다"라고 답했습니다.)
https://twitter.com/Sportico/status/1285671397247852544
테일러의 억압... 아니 오너십 아래서 26년간 고생하던 팀버울브스는 2020년 7월에 테일러가 팀버울브스 판매 의사를 내비치면서 전환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테일러는 이전에도 판매를 생각해본 적은 있었지만,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소유중이던 비지니스가 힘들어지면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판매조건 중에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연고지 이전은 절대 불가능"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저는 팀버울브스를 잘 일궈냈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러워요. 선수도 경영진도 좋은 팀을 이루고 있어요. 그렇게 [저 없이도] 더욱 발전해나가는 팀이 되기 위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 글렌 테일러, 2020년 7월 The Athletic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윽고 팀버울브스를 인수하기 위해 10개가 넘는 그룹이 줄을 섰습니다. 개중에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케빈 가넷을 내세운 그룹도 있었습니다.
(여담2: 일전에 가넷은 테일러를 "뱀같은 놈"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습니다. 2014년에 네츠로부터 팀버울브스 복귀를 위해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기한 대가로 테일러가 팀 프런트에 한 자리 마련해주기로 약속했다는데 2015년 플립 손더스 감독 타계 이후로 흐지부지되었다는 겁니다. 진실은 그들만이 알겠죠.)
다만 가넷의 팀버울브스 매입 시도는 2021년 5월에 중단되었습니다. 왜냐고요?
2021년 4월에 다름아닌 전직 MLB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 (이하 에이로드)와 사업가 마크 로리가 테일러와 접촉 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WNBA의 미네소타 링크스를 매입하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15억 달러에 매입이 완료되었습니다.
https://twitter.com/ShamsCharania/status/1392897348297179136
모든 것은 미네소타의 팬들을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위닝팀을 응원할 자격이 있어요. 꾸준함과 지속성을 맛볼 자격이 있어요. [...] 기대할 만한 것이 정말 많습니다.
- 알렉스 로드리게스, 2022년 7월 인터뷰
...인 줄 알았는데, 내막은 이것보다 조금 복잡했습니다. 테일러의 지분 80%가 단박에 매입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에이로드의 자금이 부족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사들이기로 했던 것입니다. 첫 20%의 매입은 2022년 12월까지 완료되어야 했고, 원래 반반씩 내기로 했던 금액은 로리가 13%를 내줌으로써 해결됐습니다. (여담3: 한 카더라에 따르면 제니퍼 로페즈와의 결별로 재정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https://twitter.com/DaneMooreNBA/status/1564643452247220230
다음 20% 매입은 2023년 3월 15일까지였습니다. 이 동안 둘은 분주하게 투자자를 물색하며 자금을 마련했고, 구단 행정도 상당부분 수행하였습니다. 특히 덴버에서 팀 코넬리를 빼와 단장으로 임명하는 데 기여가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에이로드는 테일러와 팬들의 바람대로 "팀버울브스의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단단히 못박았습니다.
https://twitter.com/ShamsCharania/status/1640802779433259029
그리고 3월 29일 20% 추가매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둘에게 남은 것은 단 한발, 마지막 40%를 매입하고 대주주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2024년 3월 19일,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중 협상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3억 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던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이 지원을 포기한 것입니다. NBA와의 협상에서 투자자 요구사항 중 일부를 둘러싸고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이로드와 로리는 재빨리 다이얼 캐피털(Dyal Capital)이라는 다른 금융투자그룹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3월 27일 데드라인이 지나고 나서 테일러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링크스의 소유권에 대한 성명
글렌 테일러[중략]는 금일 아침 마크 로리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팀버울브스와 링크스의 지배지분(controlling interest) 확보를 위한 옵션의 만료를 확인하였습니다.
매입 계약의 조건에 따르면 로리와 로드리게스의 [40% 매입 옵션]행사 공지 이후 90일 이내에 협상이 완료되어야 했습니다. 해당 90일간의 기한은 2024년 3월 27일에 만료되었습니다.
특정 상황 하에 매입자는 [협상 기한의] 제한적 연장 자격이 있었으나, 해당 상황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의 팀들이 코트 안팎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마크, 알렉스, 그리고 나머지 오너십 그룹과 함께 협업할 것입니다. 팀버울브스와 링크스는 이제 비매합니다."
https://theathletic.com/5375544/2024/03/28/timberwolves-lynx-lore-rodriguez-ownership/
후속기사에 따르면 테일러가 언급한, "충족되지 않은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NBA 재무위원회 (finance committee)의 최종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 리그 이사회의 허가 내지는 투표를 받지 않았다 (사견: 아마 오너십 구조에 대한 허가를 말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실제 금전적인 거래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이에 에이로드와 로리 측에서는 곧바로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글렌 테일러의 공식성명에 유감을 표합니다. 저희는 의무를 완수했으며, 자금을 확보하였고, NBA의 승인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매입을 완료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글렌 테일러의 성명은 근시안적이며, 역사적인 위닝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과 그 팬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판매자의 회한(seller's remorse)입니다.
해당 협상결렬이 법적인 해결(조정 내지는 중재)을 필요로 할 것 같다는 전망도 보입니다.
https://twitter.com/jonkrawczynski/status/1773381418313199754
양측 성명문을 종합해보면 에이로드와 로리 측에 협상결렬의 책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성명문에도 NBA의 최종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인정하고 있거든요. 테일러가 언급한 다른 상황들에 대한 시비는 후속기사를 통해 차차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2차 20% 매입 때도 데드라인을 늦춰줬던 테일러가 이번에는 상당히 강경하게 나와버렸습니다. 협상기간 연장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판매 안 하겠다고 공식 성명문에 명시해놓은 것을 보면 확실해요. 왜 그럴까요?
https://twitter.com/billsimmons/status/1773365172846924012
혹자(라 쓰고 빌 시먼스라고 읽습니다)는 팀버울브스 구단가치가 최근 몇 년간 상승한 것을 두고 현재 보유중인 지분을 2021년 협상개시 당시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입니다. 테일러 본인이 공식성명으로 팀버울브스 안 팔 거라고 못박아놓기도 했고, 에이로드 입장에서도 이미 이전에 매입한 지분 가치가 상승한 이상 협상이 결렬된다 할지라도 똑같이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여지는 남아 있거든요.
제 생각에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테일러 본인의 말을 한번 들어봅시다.
https://twitter.com/JonKrawczynski/status/1773394193710305576
저는 저희가 이 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향후 몇 년간 긍정적인 성적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죠. 저는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아.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농구 그 자체였습니다.
20년만의 50승 시즌. 두 명의 올스타와 (아마도) 한 명의 디포이.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는 수많은 온코트 지표들. 테일러는 이를 원했을 것입니다. 테일러의 말을 믿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사치세 폭탄을 맞게 되는 팀버울브스의 팬들도 얼마간 안심할 수 있을 듯합니다.
https://twitter.com/Seth_Kaplan/status/1773423852128772360
(...물론 "향후 몇 년간 긍정적인 성적"과 함께 딸려오는 짭짤한 수익도 원할 테지요.)
그런데 되어가는 밥에 숟가락 얻는다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요. 팀버울브스를 사들인지 올해 30년째 되십니다. 그 30년 동안 플옵 11번 나가서 1라운드 한 번 뚫었습니다. 다른 팀 팬들이 여름농구를 즐길 동안 이 팀 팬들은 로터리 확률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매체에서 이 팀의 운영은 NBA 30구단 중 최악이라고 폄하받았습니다. 지금은 운영 잘하고 있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그 운영 잘한다는 단장은 누가 데려왔는지 상기시켜 드리고 싶군요.
법정싸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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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부디 울브스 팬들이 모두 행복해질만한 결과가 나오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