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으로 팀컬러 알아보기 (& OKC의 수비)
경기를 많이 못볼때는 스탯을 보면서 경기모습을 역으로 상상해보곤 하는데 공격에 비해 수비가 어렵죠.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응원팀의 전술 변화를 추측해본 경험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수비 스타일을 대략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죠.
(1) 달려들어서 볼을 노리는 압박팀 (블리츠)
(2) 뒤로 쳐져서 골밑을 지키고 외곽슛은 약간 허용하는 팀 (드랍 커버리지)
(3) 미스매치는 주되 공간을 안주는 팀 (스위치)
이 3가지에 해당하는 후보군들을 잡기 위해 4팩터부터 확인하는데 4팩터는 턴오버 %, 수비리바 %, 자유투 허용 비율, eFG%를 말합니다. 여기서 어느정도 후보군이 가늠이 되는데 압박은 올라가고 드랍은 내려가는 수비죠.
자연히 압박할수록 턴오버%는 올라가고 골대쪽으로 내려갈수록 수비리바%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일단은 이걸 기준으로 러프하게 나눠놓고 세부스탯을 조금씩 더해가면서 검증해 봅니다.
1. 드랍 커버리지 (밀워키 벅스)
턴오버%로 압박팀 후보들을 일단 추려 보고 상대 슛시도가 많고 수비리바%가 높은 팀은 박스아웃에 유리한 정통센터가 있을 것이다=> 드랍 커버리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그 팀의 로스터도 같이 흝어봅니다.
가령 드랍으로 가장 유명한 밀워키 벅스의 예를 들면 작년까지의 벅스는 부덴홀저 부임 이후 DRB%는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TOV%는 매년 최하위권이었고 박스아웃으로 가장 유명한 브룩 로페즈가 뛰는 팀입니다. 자연히 드랍해서 골밑을 지키되 스틸을 위한 앞선에서의 협력수비는 적을 가능성이 높겠죠.
가설을 몇개 세우고 다른 스탯을 몇개 더 찾아봤습니다.
(2021~22 벅스)
외곽은 어느정도 쏘게 두고 골밑을 훨씬 많이 막을 것이다
=> 3점 허용갯수 확인- 30위 (최다)
볼을 뺏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을 테니까 파울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 파울 횟수 확인- 28위(적은 쪽으로 3위)
높이 자체가 좋고 골밑에 미리 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유투도 아마 적게 줄 것이다
=> 자유투 허용 횟수 확인- 28위(적은쪽으로 3위)
이렇게 4팩터와 몇가지 스탯을 함께 보면서 지난해의 밀워키 벅스는 깊게 드랍하면서 파울을 아끼고 3점은 비교적 풀어주되 골밑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기다리면서 수비하는 팀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압박 (오클라호마 씨티 썬더)
반대로 압박을 하는 팀은 4팩터중 턴오버 %가 높은지, 파울을 많이 하는지부터 찾아보는데 마침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멤버를 갖고 4팩터가 크게 변한 팀이 제 응원팀이었습니다. 턴오버%가 22위에서 3위까지 상승했습니다.
턴오버% 22위=>3위
수비리바운드% 22위=>30위
자유튜/필드골 비율 4위=>22위
압박하는 쪽으로 스키마를 바꿨다는 가설을 먼저 세우고 총 출전시간을 체크해 보자 1~5위까지가 모두 G나 G/F포지션의 선수들이었습니다. (기디, SGA, 루 돌트, 트레 맨, 제일런 윌리엄스) 그리고 2년간 부동의 주전이었던 대리어스 베이즐리가 2위에서 12위로 로테이션 아웃되었고 포쿠, JRE가 부상으로 중간에 빠졌죠.
로스터에 빅맨이 없거나 배제된 가운데 작은 선수들이 하드한 더블팀을 계속 펼치고 다시 돌아가는 그림이 예상이 됐는데요. 공격에서도 압박의 반대급부로 템포가 (페이스 리그 3위) 리그 최상위 수준까지 빨라졌습니다.
세부스탯을 더 파보자 앞에서 볼을 많이 뺏는 대신 공격리바운드 허용은 최악이었고 (풋백허용 % 리그 2위) 압박 뒤로 오는 로빙 패스 등에 의한 골밑공격을 못 막는 (컷 자유투% 30위: 못막으니 끊겠죠) 약점도 같이 확인할 수 있었는데 경기를 거의 안 본 상태에서도 대강 어떤 수비를 하는지는 유추가 되는 숫자들이었습니다.
다만 세부스탯에서 특이한 점이 조금 더 있었는데 이건 잠시 후에 하겠습니다.
3. 스위치 (지난해의 보스턴)
압박과 드랍은 비교적 쉬운데 4팩터만 봐선 추측이 거의 안되는게 스위치입니다.
가령 스위치의 대명사였던 지난해 보스턴을 봐도 4팩터 중 TOV% (압박) , DRB% (드랍) 수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유투 허용도 그냥 그렇습니다. 다만 eFG%가 리그 1위인데 이 결과 하나만 봐선 스키마까지 추측하기 어렵죠.
이럴때는 공홈 등에서 트래킹 스탯을 보고 튀는 지표를 찾아봅니다.
픽앤롤 수비를 먼저 찾아보니까 빈도가 적었습니다. 대체로 압박을 하는 (스틸이 많은) 팀들이 픽앤롤을 미리 무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보스턴은 특이하게 스틸이 하위권인데도 픽앤롤 허용빈도 22위였습니다.
픽앤롤이 무산되었다면 어떤 공격을 많이 주었을까 싶어서 하나씩 찾아보니 "아이솔레이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솔레이션 빈도가 8.9%로 리그 1위였고 상대 필드골 허용횟수는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보니 픽앤롤을 스위치해서 아이솔레이션으로 만드는 것이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프리 스위치)
디테일은 훨씬 복잡하지만 스위치를 많이 사용하는 팀이라는건 확실히 유추해낼 수 있었죠.
보스턴 외에도 경기중에 이런 스위치가 눈에 띈 팀들이 몇 있었는데 (마이애미, 클리퍼스, 브루클린) 모두 아이솔레이션 허용빈도 최상위권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스위치 성향을 확인하는 스탯이 두개 나온거죠.
그래서 픽앤롤, 아이솔레이션 허용 빈도를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예시: 22~23시즌 팀별 아이솔레이션 허용 수치
https://www.nba.com/stats/teams/isolation?TypeGrouping=defensive
4. 캐치앤샷과 레이업의 교환 (다시 오클라호마 씨티 썬더)
보스턴도 6-4에서 6-8사이즈의 선수들이 가득하지만 썬더도 센터없이 6-6을 라인업 평균으로 밀고 있는 팀이라 어찌보면 스위치가 필수적인 팀입니다. 특히 압박이 한번 풀린 후에는 필수적인 부분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썬더가 보스턴과 안전히 다른 부분이 두 가지 있었는데 바로 아이솔레이션과 캐치앤샷 수비 빈도였습니다. 픽앤롤 수비빈도가 적은 것은 두 팀이 비슷한데 (스위치, 압박 모두 픽앤롤의 시작을 막는 것이므로 ) 아이솔레이션 수비 빈도가 올해 썬더는 26위, 보스턴은 작년,올해 모두 리그 최다였습니다.
그리고 보스턴은 캐치앤샷 수비 빈도가 적은 쪽으로 1위, 썬더는 많은 쪽으로 1위였습니다.
이제는 많이 궁금해져서 경기를 봤습니다.
(하이 픽앤롤 수비)
높은 위치에서 좋은 스크린에 의해 압박이 실패하면서 안쪽에 스위치-미스매치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자 태거가 전문슈터인 마크맨을 아예 버리고 (켄리치 윌리엄스의 지시가 있죠) 페인트존에 미리 멈춰섭니다.
(하이픽앤롤-로우태거)
마찬가지로 하이픽앤롤 시작즈음에 이미 페인트존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코너-윙에 버릴 수 없는 슈터 2명이 있지만 (쿠즈마-키스퍼트) 이 수비들에서 썬더는 반드시 골밑에 한명은 박아두고 싶어하는것이 느껴지죠.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32413
더불어 중간중간에 1-2-2와 같은 압박과 박스가 함께 있는 존을 사용하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픽앤롤 헷지-디플렉션)
샷차트 기준으로 보면 썬더는 캐치앤 샷을 리그에서 가장 많이 허용하면서 (30위) 미드레인지 점퍼 (2위)와 레이업은 리그에서 가장 적게 주는 팀 중 하나였는데 (8위) 아마도 이렇게 압박 후에도 골밑에 한명을 상시 박아두면서 3점 수비를 희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면면에 비하면 DRTG 12위로 괜찮은 결과입니다.
캐치앤샷을 많이 허용하긴 했는데 상대가 잘 넣진 않아서 공격리바를 빼면 취약한 파트가 아직 튀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라인업 구성과 큰 공간을 주는 압박을 자주 구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전이죠.
이런 추론이 늘 맞진 않는데 이렇게 스탯으로 미리 상상을 하고 경기를 보다보면 몰입도 잘되고 몰랐던 디테일이 보일때가 많아서 경기보는 재미가 더 있더군요. 이제는 틀리던 맞던 스탯을 꼭 미리 챙겨보게 됩니다.
각자 스탯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들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OKC가 제일 약한 상대가 멤피스와 미네인데 이것도 영향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