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 부진. 그리고 버틀러 (2)
시도수도 많고, 성공률도 높아요.
이번 시즌에 시몬스 RA 슈팅 평균 7개 시도에 63.4% 성공률 기록 중입니다.
7개 시도수는 리그 15위이고, 성공률은 63.4%로 리그 30위 입니다. 이리 보면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는데, 1번 중에서는 시도수 3위, 성공률 2위구요.
빅맨 제외하면 시도수 6위, 성공률 리그 6위입니다. 기본적으로 RA 지역 슈팅력이 부족한 선수는 아니에요.
팀 내에서 버틀러 영입 전까지 유일한 돌파 옵션이었기 때문에 수비수 달고 슛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힘든 슈팅 대비 성공률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돌파할 때 간격 벌리는 타이밍을 정말 잘 잡고, 이건 동 사이즈 대비 리그 최고입니다. 시몬스보다 이걸 더 잘하는 동 사이즈 선수는 리그에 없다 자신합니다. 대신 이것만 고집하는 게 문제인 거죠.
아래 움짤은 예전 글에 올렸던 움짤인데요.
저 동작이 시몬스의 시그니처 무브입니다. 오늘도 여러차례 나왔죠. 순간적으로 급제동걸고 수비수와 간격벌리는 게 예술인데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스킬입니다. 저 사이즈 선수에게는 더욱 더 어려운 스킬이죠.
그럼 이리 잘 넣고 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 돌파 효율이 지난 시즌 대비 왜 떨어졌다고 하느냐.
놀랍게도 저 좋은 RA 성공률이 지난 시즌보다 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71%로 리그 4위, 빅맨 제외 3위였거든요.
시도수는 6.5개로 비슷한데, 성공률이 많이 떨어졌죠(-6.6%). 지난 시즌에는 체감상 골밑에 진입만 하면 다 넣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간간히 실수가 나오는 차이랄까요?
빅맨 제외하고 르브론이 1위, 쿤보가 2위였는데 성공률은 각기 4.2%, 0.5% 차이였습니다(물론 시도수 차이가 좀 납니다. 두 선수는 확실히 이 부분에선 넘사벽이죠).
시몬스가 지난 시즌 빅맨 제외 탑 3였으니 RA 슈팅력이 약하다 할 수는 없겠죠.
하프코트에서 시몬스 장점은 명확합니다.
1. RA 지역 성공률이 높고,
2. 수비수와 간격벌리는 타이밍은 예술이고(대쉬력 확보위한),
3. 자신의 돌파각만 나오면 수비수가 몇이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4. 자신이 좋아하는 돌파가 되고, 컷인이 되면 디시전 메이킹이 빛을 발하는 데 이 때 플레이 메이킹이 어마어마합니다.
시몬스가 위의 1-4 단계를 거치게 되면 막아내기가 정말 힘들어집니다. 자기 좋아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할 환경만 주어지면 대단한 생산력을 보여주거든요.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73076&sca=&sfl=mb_id%2C1&stx=awlee&page=2
위 링크글은 지난 시즌 13 연승 당시에 썼던 글인데요. 저 시기에 시몬스는 마음껏 본인의 기량을 뽐내었고 팀 경기력도 수직상승했었습니다. 엠비드 부재 이후 5연승 기간에 시몬스 넷마진이 +50입니다. 그 외에도 윗 글을 보시면 시몬스 중심으로 팀 생산력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 지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상대팀 수비수들도 이걸 압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시즌에 시몬스 수비수들은 좋아하는 유형의 돌파는 못하게 막고, 싫어하는 유형의 돌파만 하게 유도하죠.
그런데 현재 문제가 된 시몬스 성향이 싫어하는 유형의 플레이는 그냥 안합니다. 자신이 못하는 플레이는 감독 지시 외에는 가급적 안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죠.
그러다보니 성공률이 급감했습니다(대체로 자신이 좋아하는 유형의 돌파만 적극적인 방해 속에서 억지로 한 결과죠). 그럼에도 여전히 성공률이 높지만 지난시즌 최상위권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쉽다는 거죠(안들어가는 미들 점퍼 계속 시도하는 건 감독 지시가 있었다는 인터뷰가 있었습니다(브라운 감독의 인터뷰입니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들은 시몬스가 종으로 치고 들어가는 컷 인이 위협적인 걸 알아서 이것도 막으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덕분에 시몬스는 활동량도 지난 시즌 대비 확 줄었습니다.
시몬스 팬으로써 시몬스에게 원하는 건 싫어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과감하게 시도했으면 하는 겁니다. 뭐든지 해야 느는 법이고, 시몬스가 살아나야 팀도 살아나니까요.
시몬스는 자신이 못하는 걸 억지로 하면 팀에 큰일나는 줄 아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못하는 것, 싫어하는 건 그냥 안해요.
경기 중 시몬스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슈터일까요? 물론 이 포지션도 정말 중요합니다. 슈터의 그래비티는 시몬스 플레이의 근간이거든요.
허나 슈터 못지 않게 중요한 파트너 포지션이 있는데 그게 바로 4번입니다. 시몬스는 전략적으로 1-4번을 오가는 선수이기 때문에 4번이 시몬스와 역할 바꾸기를 해줄 수 있는 지 여부가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를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거에요.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시몬스를 위한 팀의 셋업도 잘 되었고, 스트래치 4와 역할 바꾸기 & 스페이싱도 잘 되면서 시몬스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할 환경이 주어졌습니다.
스트래치 4가 외곽에서 볼 핸들링과 패스를 대신해주면 시몬스 본인이 UCLA 컷할 수 있었고, 스트래치 4가 스페이싱 위협을 주면 좋아하는 방식의 돌파도 마음껏 할 수 있었죠.
후반기 16 연승 기간에는 이런 방식이 완벽하게 먹혀들었구요.
허나 이번 시즌에는 샤리치가 너무 부진했고(단순 스페이싱 문제가 아니라 역할 바꾸기도 안되는 수준이었죠), 일야소바는 없었습니다.
무스칼라는 좋은 선수이지만 시몬스와 역할바꾸기가 가능한 선수가 아닙니다. 윌챈은 부상이었구요.
개인적으로 윌챈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이 때문인데요. 윌챈은 시몬스와 역할 바꾸기가 가능한 선수죠. 3점 위협이 샤리치보다 약한 대신 윌챈은 아이솔레이션이 됩니다. 시몬스 파트너로는 무스칼라보다 좋다는 것이죠.
전 버틀러가 와서 무스칼라를 주전으로 쓸거라 예상했는데, 감독이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윌챈을 주전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거기에 새깅 디펜스까지 더해진 상황이라 지난 시즌에 비해 시몬스가 처해진 환경이 안 좋은 건 분명합니다(새깅 디펜스는 지난 시즌에도 있었지만요).
문제는 시몬스가 자신이 잘하는 걸 못하게 되니깐 굉장히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필리오고 처음 겪는 문제에 적응못하는 느낌도 있는데, 팬으로써는 이런 위기를 이겨내길 바라는 거죠.
2년차 슬럼프로 봐도 무방한 부분이긴 한데, 이런 위기를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 시즌에 활동량 탑급 선수였는데 이번 시즌 활동량이 뚝 떨어져 버린 것도 아쉽고, 활동량이 떨어지다보니 본연의 디시전 메이킹이 잘 안되는 것도 아쉽습니다.
이게 팀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필리 활동량은 수년간 자타공인 리그 탑급이었는데 이번 시즌은 20위권에 불과하니까요.
시몬스 생산성이 지난 시즌 대비 급감한 건 이런 연유들에서 기인한다 보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버틀러가 오기 전에는 시몬스 부활이 아니면 팀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시몬스가 지금 상황을 이겨내고 한 단계 발전하길 원했어요.
전 시몬스가 시스템의 힘을 등에 업고 대활약하는 선수보다 시스템을 이끄는 선수가 되길 원했거든요. 엠비드 밑의 2옵션, 올스타급 선수보다 엠비드와 동일한 수준의 All-NBA 급 선수가 되길 원했습니다.
이 부분은 팀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냥 지표 상으로도 시몬스가 지난 시즌 대비 효율이 얼마나 나빠졌는 지가 확연히 드러나니까요.
그래서 버틀러를 무리해서 영입했을 거에요.
현재 무너진 팀 전술을 복원하고, 팀의 약점을 보완해주기 위한 프론트 오피스의 선택이 버틀러 영입이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본인이 지금 겪는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줄 버틀러가 팀에 왔기 때문에 시몬스는 다시금 좋은 환경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겁니다.
버틀러는 시몬스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으며, 미들레인지 게임이 가능한 선수라 시몬스에게도 다시금 충분한 공격 공간이 주어질 테니까요. 부담도 덜수 있을 거구요.
공간이 주어지면 시몬스는 정말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 버틀러와 함께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거에요.
시몬스-버틀러-엠비드-레딕 조합은 솔직히 기대 이상입니다. 물론 전 아직 완벽한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 봐서 1월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려 합니다. 그래도 두 경기만에 이 정도 기대를 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오늘 4쿼터는 정말 대단했죠.
그런데 이게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전 이 위기를 시몬스가 자력으로 이겨내주길 바랬거든요.
버틀러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될 거라 믿지만, 이로 인해 시몬스가 닥친 위기를 자력으로 이겨낼 상황은 안 주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4쿼터에 나온 시몬스의 클러치 돌파는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어그레시브했고 거칠었죠.
버틀러 영입이 시몬스에게 이런 부분의 성장을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몬스 얘기할 때 이상하게 언급안되는 게 시몬스 수비인데요.
시몬스 수비하는 거 보시면 이번 시즌에는 진짜 살벌하게 잘합니다. 팀이 수비 리모델링 중이라 지난 시즌만큼의 수비력이 안 나오는 와중에도 스위치하고 압박들어가는 타이밍이 예술이에요.
지난 시즌이었으면 코빙턴 트레이드 못했을 필리가 이번 시즌 과감하게 코빙턴까지 트레이드 칩으로 쓸 수 있었던 건 시몬스가 스위치의 핵으로 성장하고 있어서 입니다.
지난 시즌 전반기 지날 때까지는 코빙턴이 스위치 코어로, 시몬스가 맨마킹으로 기능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코빙턴이 맨마킹을 주로 하고, 시몬스가 본격적으로 스위치 코어로 올라섰거든요. 그래서 시몬스+버틀러 조합의 수비력을 기대하는 거죠.
코빙턴이 살벌하게 좋은 수비수이지만 퍼리미터 맨마킹은 버틀러가 더 좋기 때문에 시몬스와 궁합이 더 좋을 거라 본 겁니다.
그리고 오늘 4쿼터에 이 둘의 수비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전 오늘 4쿼터에 시몬스 부활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버틀러 영입은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제 기대에 시몬스가 반드시 부응해주면 좋겠습니다.
버틀러 의구심이 들었지만 현재 필리의
상황에서 더 없이 좋은 딜이었다봅니다.
문제는 내년인데 버틀러잔류시키고 끝날까요? 아님 맥스 한명을 추가적으로 영입할지 궁금하네요.맥스 추가로 영입하려면 펄츠 트레이드칩으로 써야한다는 글을
보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