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샬럿에 대한 간단한 평가
미치 컵책 단장과 제임스 보레고 감독 체제로 새로운 막을 연 샬럿의 시즌 출발은 일단 괜찮습니다. 7승 6패의 성적으로 일단 보스턴과 동률인 리그 5위. 해당 팀들에게는 불행이지만, 플옵 경쟁팀으로 여겨지는 마이애미, 워싱턴 등이 시즌 초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샬럿에게는 행운입니다.
위에서 보시듯 각종 지표에서도 빼어난 성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세 차례의 삼십 점차 가비지 승리에서 나온 거품을 좀 감안은 해야겠지만요.
3점슛 성공 리그 4위, 3점슛 시도 리그 6위
3점슛 성공률 리그 7위
어시스트 개수 리그 7위
블락 리그 2위
턴오버 리그 3번째로 적은 팀
오펜시브 레이팅 4위, 디펜시브 레이팅 11위
지난 시즌에 비해 먼저 눈에띄는 변화는 늘어난 3점슛 시도입니다. 17-18 시즌의 샬럿은 3점슛 시도에서 리그 21위의 팀이었습니다. 3점을 많이 던지는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효율까지 잡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어시스트가 늘어난 것은 볼 무브먼트가 보다 원활해졌다는 지표입니다. 지난 시즌의 샬럿은 어시스트 개수에서 리그 하위권에 있는 팀이었습니다. 코칭의 변화도 있긴 하겠지만, 드와이트 하워드의 이적과 토니 파커의 영입이 가장 큰 변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파커는 경기당 18.8분을 뛰며 4.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16-17시즌 스퍼스에서 25.2분을 뛰며 기록하던 것과 같은 개수입니다. 팀은 파커가 플로어 위에 있는 순간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완전하게 보장하고 있고 파커는 그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하워드의 자리가 젤러, 에르난고메즈로 대처되면서 스크린 세팅과 픽앤롤 게임의 질이 좋아졌고 공격코트에서의 팀플레이가 원활해져 켐바/파커의 활약에도 큰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빌리는 오프시즌 3점슛까지 연마하여 경기당 하나 정도의 3점을 성공시켜 줄 만큼 성공적으로 장착했습니다. 하워드가 떠난 만큼 리바운드에서의 아쉬움은 남지만, 뭐.. '그 정도야 아무렴 어떻냐' 싶네요. 물론, 동부의 강팀들과 대적하기에는 빅맨들의 체급이 아쉽게 느껴지긴 합니다. 특히 수비에서.
아직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레고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확실한 강점은 유연한 로테이션입니다. 가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굴리는 스몰 라인업(켐바, 파커, 몽크가 함께 출장하고, 보통 MKG와 바툼이 빅맨의 역할을 맡는 라인업)도 지금까지는 추격이 필요한 승부처마다 그런대로 잘 통하고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황에 맞게 필요한 선수를 기용하는 능력도 훌륭합니다. 얼마 전 식서스전에서 시즌 플랜에서 거의 배제되어 있던 베이컨을 추격전에서 중용하고, 이번 시즌 가장 많은 플레잉타임을 부여받았던 선수였던 바툼을 벤치에 대기시킨 것도 아주 멋진 판단이었죠.
MKG를 빅맨의 역할로 기용하면서 수비에서의 강점을 살려내는 통찰도 돋보였습니다. The Ringer에서는 '커리어 동안 토니 알렌의 역할을 요구받았던 MKG가 보레고 감독의 지휘하에 드레이먼드 그린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도 평했습니다. 공격 코트에서 그린과 같은 존재감을 보이긴 힘들지만, 최소한 수비에서는 왜 이 선수가 훌륭한 수비수의 자질을 인정받던 재능이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드들부터 웬만한 빅맨들까지 수비하는 우수한 대인수비 역량과, 허슬, 샷 블락킹. 벤치에서 출장하고 경기당 20분 남짓 소화하고 있지만 팀의 수비 리더라고 불릴 만한 활약입니다. 본인도 이번 시즌의 역할과 활약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얼마 전 입은 부상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바툼은 공격에서 비중도 적고 클러치 턴오버도 아쉽지만, 일단 외곽슛의 성공율은 많이 좋아졌고, 수비에서의 공헌도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낫습니다. 지난 시즌 바툼을 보며 '이 정도 하락세라면 다음 시즌은 진짜 수비에서 짐짝 수준이겠다' 생각도 했는데, 크고 강한 선수들을 수비하면서도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연봉에 비하면 이러나 저러나 수준 이하의 활약이지만 이미 한 계약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경기의 마무리, 클러치 타임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몇 시즌간의 샬럿은 클러치에서 항상 높은 켐바 의존도와 낮은 집중력으로 고생했던 팀이었죠. 올해 샬럿이 패배한 6경기 중 5경기가 1, 1, 2, 2, 4점차 클러치 패배였습니다. 아쉬운 경기도 있었고 불운한 경기도 있었는데, 결국 이 클러치 울렁증을 극복하느냐 마느냐가 올해 샬럿의 성과를 결정할 것 같네요.
결국 그 울렁증, 켐바 의존증을 풀어줄 선수는 팀의 차세대 코어, 말릭 몽크와 마일스 브릿지스 두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릿지스는 순조롭게 NBA 코트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만, 몽크는 이제 2년차의 선수이고 팀도 적극적으로 푸쉬해주는 만큼 슬슬 2옵션다운 면모를 보일 시기가 왔습니다.
이미 몽크는 팀에서 켐바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야투를 시도하는 선수인데, 그에 비하면 효율이 아주 아쉽죠. 디시전 메이킹과 샷 셀렉션은 루키 때보다는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보는데, 이상하게 스팟업 슈팅이 아니면 잘 안 들어가네요. 기본 메커니즘이 나쁜 선수는 아니라 올라올 거라는 기대는 합니다. 파커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건지 요상한 플로터를 간혹 시도하는데 지금은 '저건 아닌데..' 싶을때가 많지만 잘 장착한다면 NBA에서 드라이브 후 공격 성공율이 미흡한 몽크에게 좋은 무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두 영건의 성장이 시즌 동안 부드럽게 이루어진다면 시즌 후반기의 샬럿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팀이 되어 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전의 샬럿이었다면 이 팀이 유망주를 키워낼 수 있겠냐라는 회의감이 들었겠지만 지금의 팀은 맞는 방향으로 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때 켐바를 보낸다 만다, 탱킹을 한다 만다 소리가 나오던 팀이 그럴듯하게 플옵 경쟁에 뛰어들고 미래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켐바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충분히 잔류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악성 계약들을 천천히 떠내려 보내면서 몽크와 브릿지스가 대성하길 기다린다면 앞으로 몇 시즌의 농구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시즌도 농구를 보면서 클러치 패배에 화나고 선수들의 실수를 보면서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경기 보는 맛이나 경기 외적인 기대감이나 지난 두 시즌보다 훨씬 낫습니다.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감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의 결실을 맺는 시즌이 되기를 바랍니다. 팬심을 살짝 더해서 켐바의 3연속 올스타팀 선정과, (힘들지만) 올 NBA팀 진입까지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