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이하지만 불가피했던 레너드 트레이드
https://fivethirtyeight.com/features/the-kawhi-leonard-trade-was-odd-and-inevitable/ 를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수요일, 이 뒤죽박죽인 NBA판에서도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마도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이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의 트레이드가 마침내 마무리된 것!
물론 이번 일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아니다. 카와이가 스퍼스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당했다고 말한 순간 이후로는 줄곧 그 가능성이 존재했다. 20년 넘도록 크나큰 성공의 시대를 이어온 스퍼스의 역사에 커다란 방점 하나가 찍힌 셈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스퍼스와 랩터스 사이에 일어난 이번 트레이드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 현재 레너드의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직전 시즌 60승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 팀에 합류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더한 일을 본 적도 있다: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합류. 다만 여전히 흔한 일이라곤 할 수 없다.) 건강한 레너드 합류는 토론토의 올스타 더마 드로잔의 잔류 대비 업그레이드에 해당한다. 레너드의 궤를 달리하는 수비력 때문이다. 잠시 동안은 토론토의 강력함이 머지 않아 사그라드는 듯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 라우리는 32세가 되었고, 셀틱스와 식서스의 재능이 충분히 여물었다. 더군다나 랩터스가 과거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들은 르브론 제임스를 꺾고 동부의 왕좌를 따내는 데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무브로 인해 토론토의 왕좌 도전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르브론의 서부행도 큰 영향이 있다.)
토론토의 관점에서 또 다른 주목할 지점은 바로 대니 그린의 합류다. 그린은 이전 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큰 쓸모가 있는 자원이다. '3&D'로 대표되는 그린의 능력은 특히나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며,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수비 역시 큰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지난 5시즌 간 그린보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많은 슈팅을 막아낸 선수는 없었다: 세컨드 스펙트럼 100포제션 데이터 기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랩터스가 그들의 귀중한 젊은 자원들인 OG 아누노비와 파스칼 시아캄을 잃지 않았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드로잔의 5년 139M 달러의 계약을 덜어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트레이드 최고의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레너드가 1년 만에 캐나다 생활을 청산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드로잔과 함께 토론토가 왕좌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는 분명 토론토에게 큰 이점을 안겨다주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CARMELO 모델 기준으로 토론토가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워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 예측 모델에 따르면 토론토의 차기 시즌 예상 승수는 56승으로, 지난 시즌 성적에 비해 3승이 부족한 수치이다. 이런 평가가 도출된 이유의 상당 부분은 레너드가 지난 시즌 대부분을 날려버린 데서 기인한다. 더불어 많은 수의 토론토 선수들이 지난 시즌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활약을 보인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 만일 레너드가 시즌 내내 건강하다는 가정을 포함할 경우, 예상 승수는 60승이 되는데, 이 역시 지난 시즌 대비 큰 상승은 아니다.
이제 스퍼스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반목의 여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여하튼 스퍼스는 드로잔이라는 진퉁 스코어러를 손에 넣었고 야콥 퍼틀과 1라운드 보호픽 한 장을 얻어냈다. 다만 반대급부로 포포비치가 오랜 시간 공들여온 팀 문화를 상징하는 선수이기도 한 대니 그린을 잃게 되었다. 스퍼스에게는 몇몇 젊은 재능이 남아있지만, 오랜 시간 팀에 헌신해 온 여러 베테랑들은 이제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 마누의 결정이 남아있다. 한편으로는 포포비치가 감독으로 일하는 마지막 몇 시즌 간 색다른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엔 뭔가 이상한 시점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를 둘러싼 위와 같은 '이상한 점'들은 양 팀이 이번 트레이드 결과물을 어떻게 잘 엮어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실 스퍼스는 레너드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부상과 LA로 향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인해 스퍼스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레너드를 떠나보낼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만 선수의 이러한 열망은 다른 구단으로 하여금 그들의 귀한 자산을 내놓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기도 하다. 2019년 레너드가 떠난 후 황폐해진 스쿼드를 바라보는 상황은 그 누구도 원치 않았을테니까...
이런 와중에 토론토는 오클라호마가 폴 조지를 마침내 손에 넣은 일을 재현해내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가올 시즌 내내 레너드가 팀에 남게끔 만드는 일 말이다. ESPN의 크리스 헤인스는 레너드가 어차피 토론토에서 활약하는 것을 그리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도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레너드는 이제 충분히 NBA 파이널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의 일원이 되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려운 측면이기도 하다. - 솔직히 파이널로 향하는 길의 난이도는 레이커스 소속인 것보단 동부의 일원인 것이 더욱 편하지 않나...
랩터스는 이미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인물을 내치면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 바 있었다. 아마도 플레이오프 무대의 끝자락에 다다르기 위해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는 토론토가 우승 도전을 위해 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이 없었다고 본다. 비록 토론토는 레너드가 올 시즌 이후 팀에 남을지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이미 사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들의 스타 포인트가드가 더이상 젊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딜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도박이었던 셈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쩌면 이게 토론토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레너드는 토론토의 파이널 진출 꿈에 도움이 될만한 인재인 것도 사실이다.
아 초반만 읽어도 그린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