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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 몰락의 원인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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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3 16:11:16

최근에 병자호란에 대한 새로운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이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병자호란은 피할 수 없는 전쟁(청의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난과 간빙기로 인한 기후 변화, 결정적으로 경제 문제 등)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조선이 잘 막아낼 수 있었던 전쟁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더 나아가서 중국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필자는 여기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필자는 병자호란의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 대륙의 주인은 명나라가 아닌, 청이나 다른 세력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명나라가 왜 몰락하게 됐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가능하면 명나라의 전체적인 역사를 통해서 그 원인을 하나하나 알아보자. 글이 워낙 긴 만큼, 이번 글에서는 하나하나 원인을 따져가면서 알아가 보도록 하자. 어쩌면 10부 이상 갈지도 모른다.

 

'영락제' 주체


정난의 변과 영락제 치세의 명암(明暗)

 

아마도 명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황제를 뽑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영락제를 뽑을 것이다. 실제로 영락제는 수많은 군공을 세웠으며, 내정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명나라가 몰락한 잠재적인 원인이 자리 잡은 것은 사실상 영락제 때부터였다고 봐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군주, 그중에서도 중국의 황제들은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 때부터 몰락의 씨앗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

 

영락제는 아버지인 홍무제로부터 바로 황위를 물려받은 인물이 아니다. 그는 정난의 변을 통해 조카인 건문제를 몰아내고 황제가 됐다. 정난의 변은 명나라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명나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와는 정반대가 됐을 것이다.

 

정난의 변은 조선 시대 세조가 단종을 몰아낸 계유정난과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다. 정난의 변으로 인해 건국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명나라 황실은 정통성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사실 홍무제가 황손인 주윤문(건문제-원래 장남인 주표가 황태자였지만, 홍무제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손자인 주윤문이 황태손으로 책봉되어 차기 황제가 된다)을 차기 후계자로 낙점한 이유는 황실에 장자 계승 원칙이라는 정통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홍무제' 주원장

 

홍무제는 온갖 어려움을 겪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갔던 인물인 만큼 사람들을 쉽게 의심했다. 이는 자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홍무제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는데, 바로 황제들을 번왕으로 책봉해서 영지로 보낸 것이다. 번왕이라는 제도는 백성을 직접적으로 통치하진 않고 국경을 수비하는 역할이지만, 병권을 보유할 수 있었던 까닭에 건문제에게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물론, 이런 결정은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된다. 황손이 자신의 다음 후계자로 내정된 상황에서 황손보다 나이가 많으며, 지지 세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아들들이 수도인 남경에 남아있다면, 내부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홍무제의 의도는 자식들을 수도 밖으로 내보내면서 서로를 견제하되 국경을 수비하고자 하는 게 본래 목적이었다.

 

 

명나라 2대 황제 '건문제'

 

사실 의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 삼국지로 유명한 조위(曹魏)인 경우 위 문제(魏文帝) 조비가 조식과 조창 등 형제들과 그 일가를 탄압하면서 위 황실은 지지 기반과 정통성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사마씨들에게 나라를 내주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조위의 사례를 봤던 서진(西晉)을 비롯한 중국의 국가들은 가능하면 친족들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견제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이는 명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인 주상과 셋째 주강이 너무 빨리 죽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무게의 추가 훗날 영락제가 되는 주체에게 쏠린다.

 

막강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타고난 무골이었던 주체(연왕 시절 여러 차례 몽골의 침입을 막아냈던 맹장 중의 맹장이다. 정난의 변 때도 주체는 어마어마한 무용을 발휘한다)는 당연히 건문제에게 견제받을 수밖에 없다. 건문제와 황자징을 비롯한 황제의 측근들은 번왕의 권력을 약화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주체는 이것이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단숨에 깨닫고 거병한다. 이것이 바로 정난의 변이다.

 

 

'정난의 변' 진행 과정

 

결국, 주체는 조카를 몰아내고 황위에 오른다. 그리고 기존에 건문제를 지지했던 사대부 세력은 황실과 등을 돌린다. (사실 영락제는 당시 명망 높은 유학자이자, 건문제의 스승이었던 방효유를 중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방효유가 황제의 면전 앞에 모욕하자 영락제는 방효유와 그 일가, 심지어는 마을 전체 주민들까지 모조리 죽인다) 이에 영락제는 환관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명나라 황제들의 권력이 압도적으로 강했던 원인 중 하나이자, 동시에 나라가 몰락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영락제는 아버지 홍무제처럼 대거 숙청을 벌였는데, 이는 명 황실의 축복이자 동시에 불운이었다. 명나라 황제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앞서 상술했듯이 황권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만력제의 치세 때 엄청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홍무제 주원장의 문제도 일부분 있다. 홍무제는 모든 결제를 사실상 황제가 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때 세운 법칙은 결국 만력제 때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국가들은 군주의 힘과 신하들의 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혹은, 총리나, 수상과 같은 지도자들과 그 밑에 있는 의원들이 조화를 이룰 때 잘 운영됐다. , 나라가 잘 운영되려면 황권뿐만 아니라 신권이 황권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강해야만 했다. 하지만 홍무제와 영락제 시대를 거치면서 명나라 황실의 황권은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F4 시대로 향하는 지름길을 형성한다.

 

 

 

영락제 시절의 명나라(상)와 만력제 시절의 명나라(하)

 

그리고 영락제는 수도를 자신의 본거지인 북경으로 천도했는데, 이는 이것대로 문제가 있었다. 지도를 보면 알다시피 북경은 명나라 시대 북쪽 국경과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던 곳이다. 이런 까닭에 명나라는 언제든지 북방 민족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떠안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영락제는 수많은 대외 원정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정화의 원정과 다섯 차례의 몽골 친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대외 원정으로 인해 명나라 황실은 조금씩 재정적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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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4-03 16:05:58

태클은 아닙니다만...
홍희제는 실제 남경을 다시 황도로 지정했고, 이는 선덕제까지 유지됐지요. 다만 황제는 여전히 북경에서 업무를 보았지만요.

WR
2020-04-03 16:08:59

그게 참 애매해서 일단 본문에서는 저리 적었습니다. 다만, 지적하신 부분이 오해를 살 수 있을 듯하여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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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3 16:15:13

홍무제가 나중을 생각해 너무 많은 공신들은 죽인 탓에 오히려 건문제 곁에 훌륭한 인재들이 별로 남아있질 않았죠. 번왕들을 너무 순식간에 없애려고 한것도 문제였고요. 사실 정난의 변도 무능한 장군들만 아니였다면 세력 차이가 커서 그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방효유 등 많은 유학자들을 죽인것을 보고 사람들은 문인을 우대한 송나라와 대비되게 멸망했다고들 하죠.

영락제도 아무래도 남경은 건문제의 세력이 남아있었고 자신도 너무 많은 숙청을 했기에 본거지였던 북경에 있기가 더 좋았죠. 조선도 왕자의 난 이후에 개경으로 잠시 천도하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북경은 자금성을 위시한 아주 번성한 도시가 될 수 있었고 천혜의 요새가 되었으며 동시에 최전선에 위치했기 때문에 토목의 변과 훗날 명나라가 일찍 멸망하는 계기가 됐죠.

WR
Updated at 2020-04-03 16:17:05

장군들도 장군들인데...정난의 변은 건문제의 판단 미스도 커서...

Updated at 2020-04-03 16:20:10

그 시점에 완전히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총지휘관으로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보니... 어차피 죽였어야 할 존재였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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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3 17:50:27

청이 없었더라면 이자성이 그대로 명 낼름 하지 않았을까요.

WR
2020-04-03 17:56:18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죠

2020-04-03 19:23:34

청이 없었더라면 청을 막을 병력으로 이자성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가요?

WR
2020-04-03 19:29:42

병력도 병력인데 명나라 조정이 돈이 없었어요...

2020-04-03 21:10:57

청이 없었다면 5호16국의 난이 재현되었을 확율이 높았겠죠.. 이자성도 북경 함락 후에 망테크 타던 수준이나, 도살왕 장헌충은 누가 잡을거며, 오삼계란 인물도 인물이고 뭐. 아마 군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지 않았을까요.

WR
2020-04-03 21:56:11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무조건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인물들도 있지만, 명나라 황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잔존 세력도 있어서 말씀하신 대로 군벌들 시대가 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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