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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멸망을 피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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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2 23:21:16

프리톡 게시판에 병자호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당시 명나라가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한 틈을 타서 본진을 공격했다고 해도 멸망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청나라 세력의 급성장 여부 떠나서 모든 상황이 명나라에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대가 춘추전국, 한나라, 위진남북조,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역사인데 명나라 말기 역사 보면 "아니...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300년 가까이 버티는 게 가능했지?" 싶을 정도로 말기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났으며, 내부적으로 썩을 대로 썩은 상황이었어요.

 

병자호란 이전 당시에 명나라가 청나라를 봉쇄하면서 경제적으로 압박했다는 거야 역사 좋아하거나,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는 문제니 여기서는 굳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바로 당시 기후적인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청나라뿐만 아니라 명나라도 마찬가지였다는 거죠.

 

중국 역사를 쭉 보면 백성들이 봉기하는 게 막대한 세금 문제나 탄압도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후폭풍이 그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국 시대 때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이유는 호적 문제도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여파와 질병, 잦은 전쟁 등이 주요 원인이었죠. 하지만 이 중에서도 역시나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건 기후 문제입니다. 명나라 당시에도 간빙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명나라 역시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자성의 난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1차적인 원인이고, 2, 3차적인 원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거에 대해서 나중에 따로 다루려고 하는데, 일단 명나라인 경우 소위 말하는 'F4' 시대의 황제들의 통치 기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홍치제 시대를 기점으로 명나라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어가는데, 가정제와 만력제 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 멸망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특히, 만력제 때 정말 심각했고, 이때의 부작용을 그 이후 황제들이 다 겪습니다.

 

여기에 명나라는 영락제 시대 이후 환관들의 힘이 조금씩 커지다가 말기에는 정말 강력한 힘을 누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로 인한 문제도 많았고요. 아마 병자호란 때문에 명나라 말기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이라면 위충현이라는 환관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위충현이라는 인물 때문에 F4 시대를 거치고 있었던 명나라는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국경 문제도 있는데, 원숭환이라는 사람은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산해관에서 수차례 청나라의 군대를 격퇴시키면서 명나라의 국경을 수호했던 인물이었죠. 문제는, 당시 위충현을 제거한 이후 황제가 됐던 숭정제가 모운용 참수 사건을 계기로 원숭환이 월권을 남용했다고 여겨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따로 숭정제와 원숭환에 대해 다루고 싶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서)

 

어쨌든 원숭환이 결국 반간계로 제거되면서 명나라 군대는 청나라를 견제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집니다. 원숭환의 죽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경을 지키는 유능한 장수가 사망한 점도 있겠지만, 명나라 장수들이나, 병사들의 사기를 감소시킨 점이 큽니다.

 

그리고 청나라가 단순히 명나라의 봉쇄 정책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전략을 바꿔서 어떻게든 명나라 국경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홍이포가 전선에 투입되면서 전선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사실상 산해관만이 명나라를 외부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장벽이었지만, 내부적인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 터지면서(사실 진작에 터졌어야 했던 문제점들이었다고 보네요) 명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글을 간단하게 요약하다 보니까 좀 많이 짧은데, 자세한 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원숭환과 숭정제 이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명나라의 멸망 원인을 자세히 다루려면 명나라의 전성기로 평가받는 영락제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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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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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23:21:51

조선 원정왔던 군대도 사실 청나라 정예가 아니었죠. 몽골군이랑 한족들 위주였으니까요. 병자호란 어찌어찌 막았다고 해도 청나라가 통일한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조선은 변수가 전혀 아니에요. 조선이 병자호란 막았다면 중원의 세력균형이 달라져서 중국사, 한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역사 사실에서 단편적인 것만 본 지나친 상상이죠.

WR
Updated at 2020-04-02 23:26:40

통일 여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물자적인 문제를 겪었던 것은 사실이고, 전쟁이 길어지면 전선도 길어지면서 협공 가능성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전선이 길어질수록 물자가 불리한 쪽이 당연히 치명타를 입습니다. 정규군이든, 아니든 인적 및 물자 손실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쟁이 그리 쉬운 건 아니잖아요.

 

다만, 저는 청나라가 통일을 했든, 안 했든 결국 중국의 주인은 명나라가 아니라 다른 세력으로 바뀌었을 거라고 보네요. 청나라보다 내부적인 요인이 명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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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2 23:42:12

홍타이지가 인조 항복받고 당일에 돌아간 것 보면 역병문제도 있고 여러모로 급했던듯싶습니다. 만약 강화도 안 뚫리고 전쟁 장기화 된다 싶었면 그냥 철수 했을 것 같네요. 어차피 조선이야 피죽도 없어서 배후에서 공격할 능력이 안 된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으니까요. 명이야 이자성에 멸망시켰으니 청이 통일을 못 했으면 이자성이 했을 수는 있겠네요.

2020-04-03 00:13:11

아래 병자호란 글을 올린 작성자입니다. 역시 아무리봐도 명은 어떻게든 망했을거라고 생각됩니다만 병자호란에서 조선을 굴복 못시키고 졌더라도 상관없이 명이 무너진다고 무조건 청이 천하를 통일했을거라는 생각은 안드네요
병자호란 이후에도 오삼계 투항이라는 천운이 따른부분도 부정할수 없죠
원숭환은 악비에 비견되는 명장이라 추앙되면서도 반대되는 비판의견도 많던데 기대되네요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

2020-04-03 01:00:57

그래도 우리 만력제찡은 까지 맙시다.

Updated at 2020-04-03 10:21:56

명조 멸망의 원인을 영락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심은 환관의 발호나 외정으로 인한 재정파탄을 언급하려 하심이겠네요. 일단 만력제가 너무 오래 해먹은 것이 제일 큰 문제이긴 할 것 같지만 


WR
2020-04-03 11:12:40

대외 원정도 있지만, 전 정난의 변과 안 그래도 강했던 황제의 힘이 영락제 때 더욱 강해졌다는 걸 뽑고 싶습니다. 자세한 건 그때 가서 다룰게요. 정말 길게 다룰 수 있는 소재입니다.

2020-04-03 12:52:28

말씀 들어보니 정당하지 못한 왕위 승계 과정은 물론이고, 후대에 이르러 왕조 멸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병크를 터뜨렸다는 점에 있어서 조선 세조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럼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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