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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글이 싫으면 보지 않으면 된다는 견해에 대하여

순자(荀況)
57
  3654
Updated at 2024-06-07 07:58:22

아래 글을 쓴 분을 저격하는 글이 결코 아님을 밝힙니다.
댓글로도 많은 의견(보지 않으면 된다)이 눈에 띄어 별도의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로 인해 또한 피로감을 느낄 분들께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옵션 하나 키고 끔에 따라 정치글을 거를 수 있다,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치글이 허용이 된다'의 다음 단계는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 그런 절차를 밟았듯이 자유 게시판의 정치 게시판화로 이어집니다.
정치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지 않는 이상, 가장 민감하고 소위 잘 타오르는 장작같은 주제인데 당연히 게시판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될 겁니다.

저 아래 '커뮤니티 섹션 최다'에 글 한 번 띄워 보기 위해 온갖 자극적인 문구로 무장한 글들이 올라올 거에요. 

그렇다면 자유 게시판이 정치 게시판화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순 정보성 글에도 그 순간의 정권의 정책이 이러니 저러니 하는 사족도 들어갈 거고요.
(ex) 예전에는~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했는데~ 이번 정권 들어 직구 규제 때문에~ 과하게 비싸져서~)

또한 전혀 다른 주제의 글이라 하여도 핀트가 엇나간 정치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할 겁니다.

무슨 글을 올려도 이 글을 쓴 사람의 정치 성향에 대해 분석하고 본인이랑 다르면 저격하고, 글의 주제와 상관없이 그 저격한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거에요.

그렇게 정치글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다른 주제의 글은 리젠율, 댓글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거고요.
저 버튼 하나 눌러서 정치 카테고리를 거르고 나면, 게시판에 뭐 올라오는 글이 없는 수준까지 가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정치 싸움이 시작된 커뮤니티라는게 결국 한 쪽 진영이 득세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인데, 그러면 다음 수순은 게시판의 이용자들 중 특정 다수가 급감하게 될 겁니다. 

소위 패배한 반대쪽 진영의 유저들이, 그리고 정치글에 지친 유저들이요.

 

그리고 '매니아'라는 사이트가 훗날 속하게 될 정치 진영의 반대편에 있는 대중들에게, 매니아는 굉장히 편협한 이미지로, 이용한다는 말만으로도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재료로 삼게 될 거에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속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펀게가 되었건 자게가 되었건 재미있는 글, 유익한 글을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링크 공유할 수 있는 자랑같은 커뮤니티였거든요)

 

사이트 자체는 이번 규정 변화로 인해 전체 유저는 늘고 더 부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약 15년 이용해왔던 매니아가 이렇게 변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별도의 정치 게시판이 존재했었던 시절이 왜 결국 잊혀진 과거가 되었는지...


지금 반대하는 분들이 별다른 것이 불편한게 아닙니다.
각자가 사랑하고 오랜 기간 이용해왔던, 각자 기억의 작은, 혹은 클 수도 있는 부분을 차지하는 '매니아' 그 자체가 기억 속으로 잊혀지는게 두려운 거죠.

이 게시물은 아스카님에 의해 2024-06-09 01:24:12'Free-Talk' 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되었습니다.
16
댓글
초천
2
2024-06-07 07:59:30

아주 정확한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이파이
8
2024-06-07 08:06:14

매니아가 정치싸움에서 다른 커뮤니티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벌써부터 자신의 주장을 다양성의 인정이 아닌 우월감을 기본적으로 깔고 대화하거나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보여 우려스럽긴 합니다.

WR
순자(荀況)
5
2024-06-07 08:09:53

특히 정치글이라는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지하는 진영이 무조건 옳다'가 거의 기본 베이스로 깔리는 분야가 정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주제를 가지고 건설적인 토론은 불가능하다는 개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요.


아까 어떤 댓글에서 어느 분이 언급하시기를,

'내가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닉네임들의 정치 성향을 알고 싶지 않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큐반형달려
1
2024-06-07 08:09:05

저도 동감합니다.

랄랄라7
3
2024-06-07 08:10:13

저는 정치 토론을 좋아하는데 요즘 커뮤니트 등에서 하는건 토론이 아니죠

애시당초 물과 기름마냥 안 섞이게 편 갈라 놓고

다른 편을 태생이 글러먹은 매국노 취급하는데..

 

이꼴이 여기서도 분명히 일어날거라 저도 좀 두렵네요

더크랜드
1
2024-06-07 08:16:40

벌써부터 자기 진영이 옳고 본인이 맞고, 다른 사람들은 무지한거다 라고 하는 사람 튀어나오고, 

개인적인 경험상 밭갈이 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도 보이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니가 안보면 된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죠.

WR
순자(荀況)
1
2024-06-07 08:19:10

그런 분들 또한 일상과 다른 주제에서는 또 점잖은 분들이실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나쁜, 틀린 것도 아니고요.
다만 그만큼 정치라는게 민감하고 위험한 주제라는 생각입니다.

더크랜드
1
Updated at 2024-06-07 09:59:33

그쵸. 순자님 성향을 아직 모르지만 한달만 지나도 저랑 얼굴 붉히면서 댓글로 싸우고 있을 수도 있는게 정치문제니까요.😂

Andrea.J
1
2024-06-07 09:48:16

많은 정치에 대한 글들중 가장 공감이 가 추천을 남기고 갑니다. 결국은 훗날 당당히 매니아인을 자처하지 못하고 몰래하거나 부끄러워지는 커뮤니티가 될까 두려운거죠.

오래하신분들의 하나의 추억이 되버릴까봐...

상천역
1
2024-06-07 09:56:48

정치글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도 매니아가 무슨 그리스 아고라마냥 고상한 토론만 벌어지던 커뮤니티는 아니였다고 느끼는데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 회원분들께 묻고 싶네요.

혜화동물냉면
2
2024-06-07 10:34:31

가끔 한번 불타오르는 거랑 사시사철 불타다가 잿더미만 남는 건 다르지 않겠습니까. 숲에 불이 나도 어느정도 수준에서 그친다면 숲은 재생되겠지요. 하지만 화재가 너무 강하고 오래 지속된다면 숲이 재생될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고 지속되고 옮겨붙고 탈 것이 남지 않게되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겠죠

WR
순자(荀況)
1
2024-06-07 10:40:32

저도 그렇게 고상한 토론만 벌어지던 커뮤니티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규정 변화가 최소한의 구속구를 풀어 버리는 것 같아 개진한 의견입니다.

Jeppi
1
Updated at 2024-06-07 10:10:47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지 않겠나 싶은것이

이름이 c로 시작하는 it 기기 사이트 두군데를 생각해보면

한 곳은 속된말로 정치범 수용소(메인에 표시도 안되는 별개의 게시판)가 있었던 사이트고

한 곳은 아예 자유게시판이 정치글을 쓸 수 있는 사이트였는데

 

전자는 별로 쓸모도 없는 게시판이 운영을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아예 없어졌고

후자는 이제 it 기기 사이트라는 정체성이 사실상 박살난 상태죠.

 

어느쪽에 해당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원들이 보는걸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선 전자에 가깝기도하고 자유게시판에 그냥 글이 써진다는건 후자에 가깝기도 한거같아서요)

Kevin Durantula
1
2024-06-07 12:09:46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후자는 클리앙일테고 전자는 혹시 어딘가요? IT 기기 사이트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네요. 

Jeppi
2
Updated at 2024-06-07 12:21:34

쿨엔조이입니다 정치게시판이 따로 있다가 회원끼리 싸우고 고소하고 그래서 운영상의 불편함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정치게시판이 없어졌죠

[DAL] 스돈크쿠
1
2024-06-07 14:26:35

맞는 말씀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펀게에서 보고 팬이 되었는데 순자 님의 정치 성향... 알고 싶지 않네요 ㅜ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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