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닉스, 트로이 윌리암스 방출을 보며 (추가 영입?)
뉴욕 닉스가 트로이 윌리암스를 방출했습니다. 2018년 2월에 10일 계약 대상자로 처음 닉스에 합류한 이후 좋은 활약을 보이며 잔여 시즌 계약에 성공했던 윌리암스죠. 사실상 명운이 기울 대로 기울어진 상황에 합류하여 파이팅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적잖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압박 수비, 허슬, 나름 위력적이었던 컷인을 통한 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닉스 선수들 중 '박스아웃'이 뭔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했었죠.
사실 닉스는 반드시 한 명 이상의 선수를 방출해야 하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2라운드 루키 미첼 로빈슨과 계약을 하면서 로스터에 등록된 인원이 16명에 이르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NBA 정규 시즌에 등록할 수 있는 로스터의 최대 인원은 15명입니다 (여기에 2명의 two way contract 대상자가 더해지겠죠). 때문에 조아킴 노아를 방출하는 거 아니겠느냐, 코트니 리를 골자로 한 비대칭 트레이드(1:2, 2:3...)를 준비 중인 거 아니냐 별의별 말이 다 나왔는데 윌리암스를 웨이브하는 것으로 15명을 맞췄네요.
개인적으로는 제법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닉스 선수들 중 이번 서머리그에 전 경기 출장한 이들은 데미언 닷슨, 미첼 로빈슨 그리고 트로이 윌리암스뿐이었는데 이게 새로운 팀을 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쇼케이스 기회였던 것인지, 윌리암스의 퍼포먼스에 실망을 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지난 시즌 닉스에선 준수한 운동 능력을 앞세워 오픈 코트 게임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몇 안되는 포워드 중 한 명이었는데 (그래서 참 좋아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적어도 이번 시즌까지는 나름의 활용 용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닉스는 왜 트로이 윌리암스를 방출하기로 결정했을까요? (뭐... 윌리암스가 "저 위닝팀에서 뛰고 싶어요"라는 요청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_-)
우선 윌리암스가 이번 시즌 비보장 계약 대상자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 로스터에 한자리 공석을 만들어야 하는데, 풀 개런티 선수들을 내치려면 상황 복잡하니까요. 반면 비보장 계약 대상자인 윌리암스에겐 통보만 하면 됩니다. '너 짤렸다'고 말이죠.
다음으로는 윌리암스가 피즈데일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윌리암스는 2016년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나 어떤 팀의 부름도 받지 않았고, 그해 서머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계약을 맺고 NBA에 데뷔하게 됩니다. 하지만 24경기에 출장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G리그 아이오와 에너지에서 플레이하게 되었고, 이내 그리즐리스에서 방출되고 맙니다. 당시 그리즐리스의 감독은? 데이비드 피즈데일이었죠 (윌리암스는 피즈데일에게 두 번째 해고를 당한 셈이네요).
피즈데일은 마크 가솔에게 3점 슛을 시도시켰을 만큼 스페이싱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는 감독입니다. 피즈데일이 닉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그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면 볼 수록 '포지션 구분 없이 누구나 어디에서나 슈팅을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피즈데일에게 윌리암스는 너무 구식 유닛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윌리암스는 상당히 올드스쿨한 포워드입니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도 아니고 90년대 중후반의 포워드들을 연상시키는 선수죠. 투지 넘치는 허슬 플레이어,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페인트 존으로 컷인을 하고, 강한 압박으로 퍼리미터를 지키며, 빅맨들을 도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90년대의 3번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문제는 볼 핸들링 능력과 중장거리 슈팅 능력이 다소 아쉽다는 점이죠. 그리고 이는 현대의 3번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들로 손꼽히는 능력이고, 피즈데일이 주야장천 이야기하는 '포지션 구분 없는 농구'에 필수적인 능력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윌리암스의 방출이 이해는 되지만, 너무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트렌디한 타입의 선수는 아니라고 하나, 분명 팀이 승리를 거머쥐는데 공헌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시즌 닉스의 벤치 멤버들 중 카일 오퀸과 함께 '위닝팀에 어울리는 멤버'로 손꼽았던 선수였는데... 하긴, 어쩌면 그래서 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닉스는 위닝팀이 아니니까요.
로스터에 공석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방출이 용이한 비보장 계약 선수인데다가, 신임 감독의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선수를 웨이브한 것이니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선수'라는 특이사항만 지우면 크게 이상할 것 없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아쉽긴 하나 일단은 믿고 지켜봐야죠. 앞으로 어떤 멤버들과 어떤 컨셉으로 팀을 꾸려갈 지에 대해서 말이죠.
덧붙여, 윌리암스의 방출로 15인 로스터를 구축하게 된 닉스입니다만 다른 선수도 아니고 실전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윌리암스를 방출했다는 것은 이후 선수 영입이 추가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윌리암스가 감독의 취향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풀타임 NBA 리거로 활약할 만한 벤치 멤버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나 닉스처럼 개점휴업 상태인 선수들이 많은(에이스는 내년이나 되어야 출격 가능할 것이고, 최고 연봉자는 스트레치 프로비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팀이라면 윌리암스같은 실전용 선수를 내치기란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기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찾지 못해 이대로 시즌 개막전에 임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만) 계속해서 추가적인 전력 보강을 시도하려 하지 않을까(시도 중이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 후속 움직임(선수 영입)이 일어난다면, 또 같은 고민이 시작될 테구요. 노아를 스트레치 프로비전으로 풀어야 하나, 리를 중심으로 비대칭 트레이드를 진행해야 하나...
아무튼, 윌리암스에겐 고마운 마음입니다. 덕분에 시즌 말미에 시원시원한 플레이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었네요. 나름 뚜렷한 장점과 좋은 툴을 가진 선수니까 새로운 팀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쪼록 2018-19 시즌에는 풀타임 NBA 리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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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 약간 더 작지만 제레미 그랜트같은 선수처럼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