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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한국의 학교생활을 소개해준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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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0:39:40

 

살인적인 물가에 겨우겨우 생존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오늘 어쩌다 수업중에 기회가 되서 제 한국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했었드랬죠. 저는 좀 특이하게 중학교 2학년 중슨쯔음부터 야자를 시작했었습니다. 저때만해도 인문계 실업계로 나뉘는 연합고사를 봤어야 했는데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학생을 인문계로 보내고싶어서였는지... 중2때부터 야자를 했었죠. 고등학교때야뭐 남들 다 하는 것 처럼 0교시부터 야자까지 늘 했구요.

 

일단 이 이야기를 하니 애들이 벙 찌더군요. 유일하게 옆에서 그래 라떼도 그랬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애는 중국인 유학생이고... (일본애는 같이 놀라더군요 얘네는 야자 안했나..?; 같은 동아시아권인데 배신감이...) 나머지애들은 야 그게 그래도 되니..? 아니 그렇게 할 수는 있니..? 라는 눈치였죠. 그래서 뭐... 나도 야자 엄청하기 싫었다. 처음엔 해볼려고했는데 게임도 하고싶고 농구도 하고싶고해서 종종 튀었는데 튀면 뒤지게 맞는다. 만약에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받는다는 인증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으면 야자를 뺄 수 있는데 나는 학원에 갈 형편은 못됐어서 그냥 야자를 하거나...진짜 놀고싶으면 튀고 다음날 맞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더 놀래더군요. 맞았다고..? ㅇㅇ...보통은 그냥 매로 맞고... 선생님 기분 안좋으면 뺨도 맞고 발로 차이기도 하고... 제가 좀 가볍게 이야기해서 그런지 얘네는 또 제가 농담하는줄 알고 웃던데 제가 다녔던 학교는 실제로 그랬었죠... 이때만해도 다른 고등학교끼리 니들은 단소로 맞니? 우리는 각목으로 맞는다 이런걸로 부심부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한 학생은 만약 중학교때부터 그렇게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한국인들은 공부를 다 엄청 잘했겠구나...라고 하길래 나를 보아라 한마디로 의문을 종결시켰습니다. 나는 야자를하며 앉아서 몰래 자는법과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법, 간단한 낙서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라고 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이것들이 농담인줄알어 진짠데  뭐 근데 그렇게 앉아있었던 덕에 딴짓도 많이 했지만 한 글자라도 더 읽었던 것도 사실이겠죠. 그 자리에서 말은 안했지만... 미국와서 특히 더 느끼는데 한국 학생들은 진짜 공부많이 한 편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공부량이 미국와버리면 영어가 안되서 수학빼곤 티가 잘 안난다는거...

 

여기까지 듣고 교수님은 한국은 그러면 당장 가족간의 교류나 청소년기의 수면시간이나 이런게 물리적으로 크게 부족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보면 이런 조건은 이후 청소년의 정신건강이나 감정적 웰빙 등에서 크게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한국도 정신건강 특히 우울증에 많이 관심을 기울였는데 막상 살펴보니 그 심각도가 꽤 심해서 놀랐었다고...자살률이나 이런것도 물론 고령층이 매우 높은편이긴하지만 젊은층, 중장년층도 미국에 비할바는 아니라고 했었죠. 이 말을 듣고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도 교수지만,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같이 그렇게 공부 못할 것 같다." 라구요. 물론 그렇게 매일같이 공부해도 다 소화하는 천재들, 의지력 끝판왕들이 있긴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텐데 너무 무식한 교육방법이었다는걸 돌려말한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수는 정해져 있고, 요즘은 어지간히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서 한국의 청년층은 꽤나 심각한 문제에 처해있다라고 덧붙였었습니다. 그와중에 중국에서 온 친구 뭔가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너희도 그러냐...우리도 그런다...라는 눈빛으로 저를 처다보고...이 말을 듣고는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내가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서 너처럼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나는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더라도 내가 해온 고생이 아까워서 나중에 어지간한 직업을 가지고는 만족못할 것 같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와닿더군요. 공부에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는데 그나마 해온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했던거라 다른길을 찾지 못하고 이나이먹도록 계속 이 길을 붙들어매고있는...

 

오늘 하루 제가 살아온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어렴풋이 한국의 학생들은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정도로 생각했던걸 여러 나라에서 온 애들이랑 얘기하며 뭔가 비교체감하게 되서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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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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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0:46:58

중국에 비해서도 확실히 공부 많이 하는 거 같더라구요. 전에 중국 학생 하나가 한국에서는 정말 5시간 자면 의대를 떨어지고 4시간 자면 붙는다는 말이 있느냐고 묻더라구요. 이른바 4당5락이죠.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주워듣고 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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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2:08:48

 저는 중학교 때 야자는 없었고 고등학교 때는 있었는데요 야자하면서 친구랑 누가 화장실도 안 가고 오래 앉아서 공부하나 이런 걸로 경쟁했었어요. 학교에서 강제로 시키는 것이긴 했지만 안 시켜도 저는 했었을거에요. 공부에 동기부여도 되어 있었고 그 때는 그게 최선을 다해 사는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ㅎㅎ 그래서 저한테는 야자가 사실 낭만적인 추억입니다(밤늦게 혼자 남아 있던 교실의 불을 끄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하던) 물론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야자를 강요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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