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한국의 학교생활을 소개해준 건에 대하여
살인적인 물가에 겨우겨우 생존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오늘 어쩌다 수업중에 기회가 되서 제 한국에서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했었드랬죠. 저는 좀 특이하게 중학교 2학년 중슨쯔음부터 야자를 시작했었습니다. 저때만해도 인문계 실업계로 나뉘는 연합고사를 봤어야 했는데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학생을 인문계로 보내고싶어서였는지... 중2때부터 야자를 했었죠. 고등학교때야뭐 남들 다 하는 것 처럼 0교시부터 야자까지 늘 했구요.
일단 이 이야기를 하니 애들이 벙 찌더군요. 유일하게 옆에서 그래 라떼도 그랬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애는 중국인 유학생이고... (일본애는 같이 놀라더군요 얘네는 야자 안했나..?; 같은 동아시아권인데 배신감이...) 나머지애들은 야 그게 그래도 되니..? 아니 그렇게 할 수는 있니..? 라는 눈치였죠. 그래서 뭐... 나도 야자 엄청하기 싫었다. 처음엔 해볼려고했는데 게임도 하고싶고 농구도 하고싶고해서 종종 튀었는데 튀면 뒤지게 맞는다. 만약에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받는다는 인증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으면 야자를 뺄 수 있는데 나는 학원에 갈 형편은 못됐어서 그냥 야자를 하거나...진짜 놀고싶으면 튀고 다음날 맞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더 놀래더군요. 맞았다고..? ㅇㅇ...보통은 그냥 매로 맞고... 선생님 기분 안좋으면 뺨도 맞고 발로 차이기도 하고... 제가 좀 가볍게 이야기해서 그런지 얘네는 또 제가 농담하는줄 알고 웃던데 제가 다녔던 학교는 실제로 그랬었죠... 이때만해도 다른 고등학교끼리 니들은 단소로 맞니? 우리는 각목으로 맞는다 이런걸로 부심부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한 학생은 만약 중학교때부터 그렇게 공부를 많이 했으면 한국인들은 공부를 다 엄청 잘했겠구나...라고 하길래 나를 보아라 한마디로 의문을 종결시켰습니다. 나는 야자를하며 앉아서 몰래 자는법과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법, 간단한 낙서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라고 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이것들이 농담인줄알어 진짠데 뭐 근데 그렇게 앉아있었던 덕에 딴짓도 많이 했지만 한 글자라도 더 읽었던 것도 사실이겠죠. 그 자리에서 말은 안했지만... 미국와서 특히 더 느끼는데 한국 학생들은 진짜 공부많이 한 편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공부량이 미국와버리면 영어가 안되서 수학빼곤 티가 잘 안난다는거...
여기까지 듣고 교수님은 한국은 그러면 당장 가족간의 교류나 청소년기의 수면시간이나 이런게 물리적으로 크게 부족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보면 이런 조건은 이후 청소년의 정신건강이나 감정적 웰빙 등에서 크게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한국도 정신건강 특히 우울증에 많이 관심을 기울였는데 막상 살펴보니 그 심각도가 꽤 심해서 놀랐었다고...자살률이나 이런것도 물론 고령층이 매우 높은편이긴하지만 젊은층, 중장년층도 미국에 비할바는 아니라고 했었죠. 이 말을 듣고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도 교수지만,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같이 그렇게 공부 못할 것 같다." 라구요. 물론 그렇게 매일같이 공부해도 다 소화하는 천재들, 의지력 끝판왕들이 있긴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텐데 너무 무식한 교육방법이었다는걸 돌려말한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수는 정해져 있고, 요즘은 어지간히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서 한국의 청년층은 꽤나 심각한 문제에 처해있다라고 덧붙였었습니다. 그와중에 중국에서 온 친구 뭔가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너희도 그러냐...우리도 그런다...라는 눈빛으로 저를 처다보고...이 말을 듣고는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내가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서 너처럼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나는 내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더라도 내가 해온 고생이 아까워서 나중에 어지간한 직업을 가지고는 만족못할 것 같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와닿더군요. 공부에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는데 그나마 해온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했던거라 다른길을 찾지 못하고 이나이먹도록 계속 이 길을 붙들어매고있는...
오늘 하루 제가 살아온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어렴풋이 한국의 학생들은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정도로 생각했던걸 여러 나라에서 온 애들이랑 얘기하며 뭔가 비교체감하게 되서 그런걸까요.
글쓰기 |
중국에 비해서도 확실히 공부 많이 하는 거 같더라구요. 전에 중국 학생 하나가 한국에서는 정말 5시간 자면 의대를 떨어지고 4시간 자면 붙는다는 말이 있느냐고 묻더라구요. 이른바 4당5락이죠.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주워듣고 오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