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 매우 소소한 입문용 만년필로 무척 충만하네요^^
안녕하세요 리스펙트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제가 만년필을 쓰고싶다는 말을 지나가듯 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제게 예전에 회사에서 받으셨던 것이 있다며 한번 써보라고 건네주신 만년필이 있습니다
검정 만년필 뚜껑에는 '선경'이라고 당시 아버지께서 다니셨던 회사 이름도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SK로 바뀐 그 회사명을 생각해보면 정말 오래된 만년필이었을 겁니다
아마 아버지께서 실생활에서 안 쓰시고 잊고 계시다가 아들이 만년필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니
쟁여둔 펜이 문득 기억나 권해주신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척 보기에도 고급과는 거리가 멀고, 실용성에 초점을 둔 만년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단체로 나누어준 것이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생전 처음 만년필을 쥐어본 저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고 감격이었습니다
사각사각 종이를 긁어 나가며 글씨를 적어내려가는 느낌은
필기감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선물받은 다른 만년필과 번갈아가며 쓰다가
펜촉이 드디어 말을 듣지 않으며 잉크를 흘려보내기에 떠나보냈는데
아쉬우면서도 다시 찾을 생각은 미처 못했습니다
이제는 필기라는 것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컴퓨터로 메모하면 충분하였으니까요
다시 만년필을 찾으려 한 것은, 요즘 다시 생각을 글로 적어 정리해볼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ROOKIED_RED님께서 연재해주셨던 만년필 이야기를 다시금 읽어보았습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4163934&sca=&sfl=mb_id%2C1&stx=iruciperi&spt=-227105
만년필의 깊은 세계는 새삼 놀라웠고 대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만년필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그때 그 가벼웠던 만년필이 생각났습니다
묵직함이 없기에 고급이라 할 수 없지만 오히려 실생활에서는 편리했던 그 느낌이 그리웠습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주셨던 것이고, 첫 만년필이라 추억보정이 더 되는 듯 합니다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런 만년필도 제게는 굳이 다시 찾아보게 하는 만년필인 모양입니다
검색해보니, 이제야 그 정체를 알았습니다
파카 벡터 만년필로, 부담없이 쓰기 딱 좋은 만년필이더라고요
요즘은 온전히 저 자신을 위한 소비는 거의 하지 않는데
가격도 2만 원 즈음하기에, 한번 구매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제 드디어 만년필을 받았고 써보는데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사는거 하나 더 사기로 하면서 들떠 구매하려하니
아내가 약간은 놀리듯이 이야기합니다
"소확행 같은 거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와닿다니
그렇네요, 제가 이토록 소소한 만년필로 충만해지다니
이야말로 소확행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만년필의 세계에 계신 분들께는 어쩌면 너무도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괜스레 기뻤던 제 자신이 흥미롭기도 하여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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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려요~! 그리고 명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