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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보다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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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9-25 01:37:24


최근에 인생 처음으로 수면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세상 둘도 없을 것 처럼 손 내밀었던 사람도
결국 그 손으로 제게 돌맹이를 쥐어 주기도 하더라구요
사람은 백번을 배신 당해도 외롭게는 못산다고 생각했는데 배신해서 죽이고 배신 당해서 죽임 당할 바에야 외로운 깍두기가 나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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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9-25 10:34:37

생각해보니 노인이 팀 안 맺었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라운드 진출인데...

WR
Updated at 2021-09-25 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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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11:07:01

음..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 모르나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으신 것 같군요. 수면제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라니 마음의 상처가 크신 것 같습니다. 우선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크게 믿고 의지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면, 그 상처와 아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그런 아픔을 겪고 눈물만 줄줄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신과 약 처방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라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그냥 혼자서 꾹꾹 참으며 방에서 눈물만 흘렸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아니 몇 년을 흘려보내고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내가 겪고 당하는 모든 일들은 다 내 업보이다' 라는 가르침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참 아픈 말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힘들어서 수면제까지 처방받은 사람에게 이 말이 얼마나 화가 나게 하는 말인지 저는 정말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님을 살리려고 이 말을 감히 전해드립니다. "내가 겪는 지금 이 아픔은, 그 사람 탓이 아니라 내 업보이다" 라고 말입니다.

'오비이락' 이란 사자성어를 아실 겁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지요. 우연한 일이 겹치게 일어나서 억울하게 누명을 쓸 때 인용하는 말인데, 그 자세한 사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사실 이 사자성어는 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한 이야기의 일부분입니다. 오비이락 다음에는 '파사두' 라는 말이 뒤따라옵니다.

배나무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날면서 배가 떨어졌고, 하필 그 배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던 뱀이 그 배에 맞아 머리가 깨져 죽게 됩니다. 뱀은 죽어서 산돼지로 태어나고, 뱀을 우연찮게 죽였던 까마귀는 다음 생에 꿩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어느 해의 봄, 꿩이 양지쪽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데 마침 산비탈을 지나던 산돼지가 발을 헛디뎌서 돌이 떨어졌고, 그 돌이 꿩을 치여 죽였답니다. 꿩은 죽어서 이번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사냥꾼이 되었는데, 어느 날 산에서 우연히 산돼지와 마주칩니다. 사냥꾼은 그 산돼지를 쫓고, 산돼지는 어느 수행하는 스님 옆을 지나쳐서 후다닥 도망을 갑니다. 그 스님은 오랜 수행으로 도통하신 분이라서, 그 둘의 오랜 원한 관계를 한 눈에 꿰뚫어 보셨답니다. 스님은 사냥꾼에게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서로의 원한 관계를 설명해주며 산돼지를 죽이지 말라고 하시자, 사냥꾼은 그 말씀에 감복하여 그 자리에서 불제자가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자들이 아침저녁으로 예불할 때 독경하는 '천수경'이라는 불교경전에 나옵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는대로 봅니다. 이 말은, 어떠한 확고부동하고 고정불변한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해서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해석하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산다는 뜻입니다. 인생은 사실학이 아니라 해석학입니다.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모를 때에는 참 달고 시원해서 고맙기까지 했던 그 물이, 해가 뜨고 날이 밝자 해골바가지에 고여있던 썩은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헛구역질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는,'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깨달음이 들어있습니다.

내가 지금 겪고 당하는 이 억울한 일들이 지금 내 지식, 내 상식, 내 양심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지만, 수행을 오래해서 도통한 분들의 눈에는 그 인연과보가 다 보인다고 합니다. 지금은 도저히 믿을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내가 과거 전생 어느 때에 저 사람에게 이와 똑같은 상처를 안겨준 업보라고 믿고 받아들이면, 상대방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될 것입니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내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니, 그제서야 비로소 제가 그 지옥에서 스르륵 풀려나더군요.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괴롭습니다. 재물, 권력, 혹은 사람을 탐내고, 탐내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화를 내고, 이런 욕심과 성냄은 밖에 있는 현상들이 있는 그대로 고정불변한 진실이라고 믿는 어리석음 때문에 일어납니다. 하지만,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 마음의 그림자입니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은 텅 빈 허상과 같다는 '반야심경'의 한 구절입니다. 내가 보고 겪고 느끼는 모든 일들이, 내가 전생에 저지른 과보로, 또 내가 생각하고 믿는대로 일어나는 환영이고 그림자입니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일체 현상계의 모든 일어나고 사라지는 일들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응당 이렇게 보아라. 금강경의 마지막 사구게 입니다.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이 사구게를 외우며 그 시기를 지나가곤 합니다.

부디 힘든 마음이 가라앉으시길, 마음이 평화로워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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