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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친구야 (feat.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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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8 11:19:26

안녕하세요 

수줍은 이야기꾼 필구입니다




예전에 '반갑다 친구야'하면서 학창시절 친구를 찾는 TV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와 참으로 비슷하게도 지난 주말 오랜만에 다시 찾게된 친구이야기를 한편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에게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습니다.

소소한 저의 일상에 따스한 자극을 주는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친구라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한없이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지는 밴드인데,

다만 감정적으로 오랜시간 교감을 했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는 이들이 친구들처럼 느껴집니다.


이들은 그렇게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완전 무명인 것도 아닌 그런 친구들입니다.

뚜렷한 히트곡이 하나도 없다고 보는게 맞을텐데, 

또 제법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기도 합니다.

사실 워낙에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친구들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이 친구들이 너무너무 좋아 

용기내어 한번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소개시켜드릴 제 친구들은 '디어클라우드' 입니다.


제가 이 친구들의 노래를 접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홍대 공연장이었습니다.

복학생 시절, 

학업에 한창 찌들어 있던 어느 날,

즉흥적으로 친구들의 꼬임에 끌려 

홍대 인디 밴드 공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끌고 갔던 친구들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홍대여신 요조를 보는 것이었지요.

당시에 요조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저로써는 

그저 홍대 공연장이 어떤 곳인지 구경이나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서 홍대로 향했습니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느 홍대 인디밴드 공연장,

지하1층에 위치한 그 공연장은 시작전부터 열기가 가득하더군요.

그리고 그곳에서, 제 인생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바로 디어클라우드.

오프닝 공연으로 그들의 무대를 감상하는 도중에

저는 너무나도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이 짙은 보컬 '나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또한 이 밴드의 음악을 총괄하는 '용린'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음악 세계에도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많은 관중들이 열렬하게 호응했던 아티스트는, 

역시 피날레 무대에 올라왔던 요조였으나,

개인적으로는 오프닝무대를 꾸며주었던 디어클라우드라는 아티스트에 말그대로 꽂.혔.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 하고,

느지막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디어클라우드의 음악이 계속 듣고 싶었고,

그리고 그 친구들이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팬클럽을 찾아보았더니

당시 싸이월드에 클럽이 있었고, 회원수는 고작 300명 남짓.

무엇에 홀린것 마냥 클럽에 가입하고, 올라와있는 게시물을 모두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규앨범 1집을 구해서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디어클라우드의 노래들을 수십번 아니 수백번도 더 들어서인지

저는 어떤 노래든 일단 노래가 시작되면 아무 생각없이 흥얼흥얼 따라부를 수 있습니다.

헌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어떤 곡을 딱 들으면 아 이거 디어클라우드 노래다! 라고 바로 알아채지만

어? 근데 이거 무슨 곡이지? 라고 되물으면 좀처럼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곡이나 저곡이나 전해지는 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제가 이 친구들을 좋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음악에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한결같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외로움' 이라는 감정을 그 어떤 숨김없이 밑바닥까지 솔직하게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해 너무나도 절실했던 기억을 되뇌이며, 

그때에는 미처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뒤늦게나마 혼잣말로 뱉어내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과 분위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이들에게 푹 빠져든 것 같습니다.


정규앨범 1집과 2집은 그들의 정체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담고 있습니다. 

연인과의 이별과 아픔을 너무나도 처절하게 읊조리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정말이지 몰입해서 듣다보면 그 자체로 마음이 지쳐갈 정도입니다.

세상에 그 누구보다 나약해져있는,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존감을 하염없이 상실한,

그 상태의 아픈 영혼을 마치 모조리 이해해줄듯한 목소리로 읇조리는 그들의 노래에는 

분명, 역설적이게도, 힘이 넘쳐납니다.


1~2집에 수록된 노래는 해가 쨍하게 떠있을 때 들으면 안됩니다.

노래에 몰입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처절하게 울부짖는듯한 보컬의 목소리가 코딱지만큼도 와닿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철저히 개인의 공간에 홀로 놓여진 상태에서,

은은한 조명을 밝혀두고,

나름대로의 힘들었던 하루를 돌아보며, 

고요한 밤공기와 함께 이들의 노래에 귀를 맡겨보신다면

크나큰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밴드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저와 아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동년배의 세월을 함께하며 여러가지 고뇌를 비슷한 시기에 겪어왔기에

이 음악에 더욱 쉽게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2집에서 표현했던 음악은 

20대가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연 앞에서의 어설픈 내 자신과, 

세상의 풍파와 맞서기에는 너무나 보잘것 없는 듯한 내 모습에,

처절하게 견뎌내고 그 시기를 헤쳐가야 했기에 

그렇게도 슬픔과 아픔에 대한 노래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범했던 저의 20대 역시도 그런 시절을 

그들의 노래와 함께했기에 큰 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데뷔 이후로 2개의 앨범과는 조금은 분위기 전환을 하듯 

정규앨범 3집부터는 조금은 희망적이고 신나는 멜로디의 음악들도 함께 선보입니다.

이 친구들이 20대의 열정을 불태우며 부단히 노력을 했기에,

저같은 팬들이 생겨나고 시간이 흘러흘러 나름대로 인지도가 높아져 가며,

그에 따라 당연스레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성공을 맛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본인들의 영역을 만들어가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느낄 즈음,

그 들조차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듯 너무나도 자연스레,

조금은 희망차고 흥겨운 앨범으로 음악의 영역이 확장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말이 흥겹다고 표현해서 그렇지..

마냥 흥겹기만한 클럽댄스곡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닙니다.

이는 단연코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살짝 템포가 있는 밴드음악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과거에 유희열의 스케치북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락밴드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뱅잉을 못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이니까요.

굳이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인연의 엇갈림 그 아픔 앞에서 죽을 상을 지어가며 눈물만 찔찔짜는 20대 찌질이에서

그런 아픔들을 한두번 딛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에 지레 겁먹는 30대 소심이 정도로 레벨업 했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렇게 저는 디어클라우드의 노래와 함께 20대부터 30대초반까지 함께했습니다.

20대 후반에 만난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를 하던 시절에 디어클라우드를 소개시켜주었고,

몇 차례 공연에 함께가서 노래를 감상하며 같이 팬이 되어버렸지요.

어느 소극장 공연이 끝난뒤에는 Dear cloud라고 새겨진 흰 수건(?)을 구매하여

멤버들의 친필사인까지 모두 받아 아직까지 집에 소장하고 있고,

GMF등과 같은 대규모 공연에는 수줍게 그 수건을 둘러메고 참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결혼과 출산을 거쳐 육아라이프가 시작된 이후로,

그들의 음악은 오랜 기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연인과의 이별과 슬픔을 노래로 듣고 공감하기엔

제가 처한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 였기 때문입니다.


멜론의 플레이 리스트는 모조리 동요들로 뒤바뀌게 되었고,

집에서 조용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들녀석이 조금씩 성장함에 따라 조금씩 여유를 되찾아가고 있다보니,

슬슬 부모가 되기전 저의 일상을 조금씩 되찾아 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지난 주말 가족들과 근처 공원에 나가서 캠핑용 간이의자에 앉아

잠시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즐겨듣던 아티스트의 신곡이 혹시 무엇이 있나 찾아보다가

문득 디어클라우드의 LOVER!라는 곡이 눈에 띄더군요.

심지어 발매한지 8개월 가까이 된 곡입니다. 

흑흑 신곡이 나왔는지도 조차도 몰랐었네요

아무 생각없이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고 채 3초도 지나지 않았을껍니다.

우와... 역시나... 

몇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아직도 그들의 음악은 제귀에 너무나도 착 달라붙더군요.

익숙한 목소리와 멜로디...

잊고있던 온몸의 음악세포가 다시 살아숨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허나 무언가 크나큰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내가 알던 디어클라우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과도하게 희망찬 메세지를 담고 있었고,

이별의 슬픔과 아픔만을 주구장창 이야기하던 그들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샤방샤방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정도 노래라면 해가 떠있을 때 못들을 정도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 친구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드디어 이 친구들이 과거 아픔을 모두 딪고 일어나 결국 열렬한 사랑을 찾은 것일까요?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저 또한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 이질감이 그렇게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나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호흡을 같이 했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변화? 혹은 진화?를 바라보는 것은

팬으로써는 너무나도 흐뭇한 일입니다.

그렇게 LOVER!라는 곡에 흠뻑 빠져서 

요 며칠째 출퇴근길에 하염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유부의 삶이자 부모의 영역에 들어서있는 저에게는,

참으로 오랜만에 달달한 사랑이야기에 신선한 기분이 들었고, 

덕분에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잠시 묻어둔 간질거리는 감성을 끄집어 내어,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문득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니 늘 보이던 한명의 사진이 사라져있어서 의아했습니다.

2019년 디어클라우드 사운드에 큰 지분을 차지하던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용린'님이 탈퇴를 했더군요.

재능이 넘쳐나는 멤버들이 어느 시점에 각자의 갈길을 찾아 떠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이야기 입니다만, 

팬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멤버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 그들의 음악은 또다른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또다시 열렬히 그들의 음악을 감상할 것이고 응원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행여나 그들이 큰 변화 없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역시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요.

그저 이 친구들이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이어가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 뿐입니다.


여기까지 별거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혹시나 디어클라우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개인적인 추천곡 리스트를 아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울함과 슬픔을 흠뻑 느끼시고 싶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 

<나에게만 너를 말해주기를> 

<늦은 혼잣말> 

<사라지지 말아요>


그나마 조금은 희망찬 곡들을 선호하신다면,

<그때와 같은 공간, 같은 노래가> 

<Cloud Avenue> 

<12> 

<Polaris> 

<Lover!>


세상에나...

너무나도 소중한 곡들이 많아 

이 정도로 곡을 추려내는데도 너무 어렵네요.

위에 한두곡이라도 사운드가 취향에 맞으시다면,

앨범 전곡을 통채로 섭렵하시는 것을 추천드리며...


이상 제 소중한 친구 '디어클라우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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