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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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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
2021-01-15 10:01:58

저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지 않은 타입입니다.

어릴적 결코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자영업을 운영하시느라 

지금에 와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시간/금전적인 여유가 남들에 비해 많았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가끔씩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커다란 방, 컴퓨터나 게임기 같은 걸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은 있지만

그걸로 제 처지(?)를 비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사실 집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책도 많이 읽고 공상도 많이하고, 심심하면 종이에 보드 게임 같은걸 만들어서 혼자 놀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성장해서부터는 제가 갖고 싶은 물건 정도는 어떻게서든 꼭 구입했던 것 같네요.

DSLR, 게임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닌 내 책, 커피머신 등등..  제가 물건 욕심은 좀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주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는 친구, 당시에 내가 가고싶었던 기업에 입사한 친구,

혹은 부모님에게 큰 재산을 물려받아 걱정없이 사는 친구 등을 보며

부러워서 우울해지거나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승진을 빨리하거나 인센티브를 많이 받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업무를 함에 있어서 적어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퀄리티가 좋았으면 좋겠고

누가 함부로 선을 넘어서 나를 해하거나 좌지우지 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능력만 유지하고 있으면 만족하거든요.

 

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모자람 없이 벌고, 10년 전에 이미 집도 마련해서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도 아직 건강하시고 노후대비도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있죠. 아닌 친구도 있고요.

30대 후반에 접어드니 슬슬 친구들끼리도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만나도 말이 잘 안통하고 결국은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는 내가 잘 살아 다행이고, 누구보다는 내가 더 못살아서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와이프랑은 특별히 다퉈본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어릴때 만났다면 어쩌면 많이 싸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다툼이 될 만한 상황을 원만하게 넘기면서 지금보다 어릴 때의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아.. 그때 내가 상대방한테 정말 나쁜 말을 많이 했구나. 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혼자 살아온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저의 와이프 입장에서는 분명히 저에 대해 많이 참고 이해해주는 면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와이프와 드물게라도 다투는 원인은 딱 하나입니다.

 

제 행복의 기준은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편안하게 쉴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돈 걱정 안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떨어져있으면

저는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서 행복을 느끼는 편입니다.

집이 40평이든 25평이든 저에게는 큰 차이가 없어요. 진심으로요.

코로나로 인해 평소 여행, 사진 등을 즐기지 못하면

서재를 좀 더 안락하게 꾸며서 음악듣고 책을 읽어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어쩌면 성별의 차이일수도 개인차일수도 있지만

와이프의 경우에는 행복을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타인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좋은 기회를 잡게 되어도 그 뒤에 생겨난 또 다른 좋은 선택지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는걸 계속 현재 상황에서 재평가해서 과연 최선이었는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물론 와이프 입장에서는 제가 이해가 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저.. 아침부터 너무 답답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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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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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15 10:09:14

많은 분들이 행복을 상대적으로 비교합니다. 페퍼민트님이 굉장히 좋은 관념을 가지고 계신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기사를 봤습니다 2600억 비트코인 지갑 비밀번호를 몰라 사라질지 모른다는 건데요.

 

그걸 보면서 아내랑 얘기했습니다.

저는 나라면 접시물에 코박고 죽을거다 / 동생이었다면 망치로 후두려 깠을거다 라는 얘기였는데,

 

아내는 심드렁하게

내돈이 아니었나보지뭐.

 

하더군요. 2600억을 비밀번호를 틀려 없어진다면 오히려 없던 그 시절보다 더 불행하다라고 저는 판단했고요 (상대적 박탈로 인식)

아내는 절대적으로 원래 없었는데 생기든 안생기든 뭐가 문제냐는 거였죠 (절대적으로 동일한 상황인식)

 

결국 행복은 무소유 무욕심에서 오는건가 라며 결론을 내렸는데, 어제 에피소드가 생각나 전달드렸습니다.  

 

WR
1
2021-01-15 10:46:41

2600억 지갑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저도 밤에 베개에 머리 대자마자 꿀잠은 못잘 것 같습니다.

 

 

 요새 부동산/주식 관련해서도 워낙 광풍이 불다보니

 원래 무소유/무욕심이시던 분들도 많이 솔깃해 하시는것 같더라구요.

Updated at 2021-01-15 20:57:45
부의 추월차선을 획득할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기에 그기회를 놓쳤다는것은 어쩌면 그자체만으로도 불행을 초래할수 있겠네요. 상대성의 법칙에 따라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되겠지만, 원래 무소유/무욕심이던 분들도 솔깃한걸보니 경제적 자유는 누구라도 간절한가봅니다
3
2021-01-15 10:11:21


글쓴님 자존감 높으신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분들이 드문 것 같습니다.

 

반대로, 글쓴님 와이프께서는 글쓴님의 그런 점을 높이 사실 거에요.

다투시기는 해도 속으로 와이프 분처럼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를 통해 행복을 찾으시는 분끼리 모이면

불평과 욕심으로 치닫습니다... (저의 경험에 기반했습니다)

 

글쓴님 같이 행복의 기준을 갖고 계신 분들이 부럽고, 저도 늘 그런 분들을 가까이하려고합니다. 

저도 사실... 그렇지 못하기에 만나게 될 배우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그 포인트로 삼으려고합니다. 

WR
1
2021-01-15 10:49:42

아닙니다.

저도 절대적인 기준이 충족되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낄수도 있으니까요.

말씀주신것과 같이 와이프가 어느정도 격식을 차리고 그런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gojazz님도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1
2021-01-15 10:13:51

제 여친도 지금 어느정도 제 기준에선 굉장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인데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언제쯤 행복하지?

이런거 계속 말해요

돈만 많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거 같은데

저는 기준이 완전 달라서

요새는 가끔 가치관이 달라서 오는 현타가 가끔 오고 있습니다

WR
2021-01-15 10:56:11

솔직히 돈 없이는 행복하기 힘들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건 아닐 수도 있죠.

저도 본문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지만

사실 저도 제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쾌적하고.. 불만족을 잘 못느끼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쓰긴 했습니다. 

1
2021-01-15 10:13:5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행복의 기준이 다름은 갈등의 요소가 되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잘 대처하셨다니 대단하세요. 긍정적으로 돌아가서, 오늘은 아내 분께 서프라이즈 꽃다발과 따듯한 편지 한장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대화해보심은 어떨까요

WR
2021-01-15 10:57:10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고민 중이었는데 말씀주신대로 꽃다발과 오랜만에 손편지를 써야겠네요.

2
2021-01-15 10:15:45

행복을 절대적 기준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풍족한 거 아닐까요.

저는 언제나 세컨드찬스, 또 그 후가 있는 사람들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졌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는 분명히 알고 있고요

WR
2021-01-15 10:59:26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절대적 기준이라고 표현했듯이 기본적인 요건이 만족이 되어야하긴 하죠.

물론 저는 그 조건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2
2021-01-15 10:21:41

행복은 가진것 나누기 바라는것이래요...가진것이 많아도 바라는것이 더 많으면 불행할수있고 가진것이 적어도 바라는것이 적고 만족하면 행복한 인생이죠...

 

행복은 내 손안의 작은새이다...

WR
2021-01-15 10:59:45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1
2021-01-15 10:22:02

 글 잘 읽었습니다. 절대적인 기준 ..

굉장히 중요한거 같습니다. 글을 읽고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행복한 척을 하기 위에 상대적으로 저보다 

환경이 안좋은 어떤 누구 또는 집단을 비교하면서 살아왔던거 같습니다. 제 기준에 높은 것을 바라보면 배가 아프니까요..참 못났죠 ㅎㅎ

 

대학 졸업 후 어떤 누구보다 토익이 높다는 걸로 행복을 느겼고 (물론 점수가 높진 않습니다...ㅠ_ㅠ)

누구보다 빨리 돈을 벌 수있다는거에 행복을 느꼈고 

참 한심하게 살았던거 같네요. 

Peppermint님 글을 보고 많이 느꼈습니다.

 

WR
2021-01-15 16:03:34

아닙니다. 사실 순간순간 그런 마음이 드는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좋게 해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01-15 10:26:52

적어주신 글을 읽어보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행복의 기준, 가치관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참 어려운 부분인것 같습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 사이에서도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것을 보면 그것 또한 신기합니다.
어려서는 타인에게 내 기준에서 타당한 이유를 들어서 설명을 해주면 설득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타인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리고 설득이 된것 같이 보여도 그 뒤에는 이해와 배려가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글쓴이분과 와이프분 모두 맞는것 같습니다. 또한 어느정도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되신다고 하니 더 다행인것 같습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인것 같습니다.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WR
2021-01-15 16:04:57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가치관을 이해시킨다는게 참 어렵기도 하고

이해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저도 아직 신혼 애송이지만 그래서 결혼이라는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1
2021-01-15 10:27:14

제가 얼마전에 올렸던 글과 영상입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4531958

WR
2021-01-15 16:08:17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글을 보다보니 저는 항상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아니고

중간 점에서 큰 등락 없이 유지하는 유형이 아닌가 싶네요..

2
2021-01-15 11:28:37

저도 이렇게 절대적 행복의 기준을 삼고 살려고 노력하는데 참 힘드네요.

어릴 때부터 항상 비교받고 자라면서 남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만스럽고 

남들이 다하는 걸 나만 못하는 느낌이 들면 화가났죠. 

그렇다고해서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다가 이제 나이를 먹고 나만의 기준으로 뒤늦게 살아가려 하는데 아직까진 저도 모르게

남을 쳐다보면서 행복을 평가하는 잣대를 들이대네요. 많이 놓고 많이 비웠습니다만..

좀 더 내려 놓고 싶네요 

 

WR
2021-01-15 16:39:50

저도 아직 자녀가 없어서 아직은 괜찮지만...

나중에 아이를 두고 그 비교의 수렁에 빠지게 될까 그게 너무 두렵네요.

1
2021-01-15 13:04:28

참 멋지십니다
제가 정말가지고싶은자세인데
저는 도통만족을모르네요
가끔 저 스스로가 끊임없이 만족을
모르고 계속 갈증을 느끼는 아귀같이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질수있는 사람이고싶네요
오랜만에 다른사람의 글을 보고
닮고싶다 생각했습니다

WR
2021-01-15 16:41:58

본인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부여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이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누구와 비교해서가 아니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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