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준
저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지 않은 타입입니다.
어릴적 결코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자영업을 운영하시느라
지금에 와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시간/금전적인 여유가 남들에 비해 많았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가끔씩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커다란 방, 컴퓨터나 게임기 같은 걸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은 있지만
그걸로 제 처지(?)를 비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사실 집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책도 많이 읽고 공상도 많이하고, 심심하면 종이에 보드 게임 같은걸 만들어서 혼자 놀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성장해서부터는 제가 갖고 싶은 물건 정도는 어떻게서든 꼭 구입했던 것 같네요.
DSLR, 게임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닌 내 책, 커피머신 등등.. 제가 물건 욕심은 좀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아주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는 친구, 당시에 내가 가고싶었던 기업에 입사한 친구,
혹은 부모님에게 큰 재산을 물려받아 걱정없이 사는 친구 등을 보며
부러워서 우울해지거나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승진을 빨리하거나 인센티브를 많이 받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업무를 함에 있어서 적어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퀄리티가 좋았으면 좋겠고
누가 함부로 선을 넘어서 나를 해하거나 좌지우지 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능력만 유지하고 있으면 만족하거든요.
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모자람 없이 벌고, 10년 전에 이미 집도 마련해서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도 아직 건강하시고 노후대비도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있죠. 아닌 친구도 있고요.
30대 후반에 접어드니 슬슬 친구들끼리도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만나도 말이 잘 안통하고 결국은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는 내가 잘 살아 다행이고, 누구보다는 내가 더 못살아서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와이프랑은 특별히 다퉈본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어릴때 만났다면 어쩌면 많이 싸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다툼이 될 만한 상황을 원만하게 넘기면서 지금보다 어릴 때의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아.. 그때 내가 상대방한테 정말 나쁜 말을 많이 했구나. 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혼자 살아온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저의 와이프 입장에서는 분명히 저에 대해 많이 참고 이해해주는 면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와이프와 드물게라도 다투는 원인은 딱 하나입니다.
제 행복의 기준은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편안하게 쉴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돈 걱정 안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떨어져있으면
저는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서 행복을 느끼는 편입니다.
집이 40평이든 25평이든 저에게는 큰 차이가 없어요. 진심으로요.
코로나로 인해 평소 여행, 사진 등을 즐기지 못하면
서재를 좀 더 안락하게 꾸며서 음악듣고 책을 읽어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어쩌면 성별의 차이일수도 개인차일수도 있지만
와이프의 경우에는 행복을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타인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좋은 기회를 잡게 되어도 그 뒤에 생겨난 또 다른 좋은 선택지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는걸 계속 현재 상황에서 재평가해서 과연 최선이었는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물론 와이프 입장에서는 제가 이해가 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저.. 아침부터 너무 답답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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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행복을 상대적으로 비교합니다. 페퍼민트님이 굉장히 좋은 관념을 가지고 계신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기사를 봤습니다 2600억 비트코인 지갑 비밀번호를 몰라 사라질지 모른다는 건데요.
그걸 보면서 아내랑 얘기했습니다.
저는 나라면 접시물에 코박고 죽을거다 / 동생이었다면 망치로 후두려 깠을거다 라는 얘기였는데,
아내는 심드렁하게
내돈이 아니었나보지뭐.
하더군요. 2600억을 비밀번호를 틀려 없어진다면 오히려 없던 그 시절보다 더 불행하다라고 저는 판단했고요 (상대적 박탈로 인식)
아내는 절대적으로 원래 없었는데 생기든 안생기든 뭐가 문제냐는 거였죠 (절대적으로 동일한 상황인식)
결국 행복은 무소유 무욕심에서 오는건가 라며 결론을 내렸는데, 어제 에피소드가 생각나 전달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