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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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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1 23:01:46

지난 토요일에 어떤 특강에 보조 선생님으로 참여했습니다.

 

특강의 취지는 "초등~고등 학생들에게 올바른 (공부) 습관을 심어주자"였는데,

 

그에 맞게 나름 비싸게 자체 제작한 다이어리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어떻게 적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배정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한테 어떻게 다이어리를 적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중학교 반에서 한 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중1 남학생인데 꿈이 인디 게임 디자이너길래 제 옅은 스팀 지식으로 즐겁게 대화를 잠깐 하다가 친구가 적은 "습관 기록란"을 보니
*습관 기록란은 갖고 싶은 습관, 소요 시간, 달성 목표를 적어야 합니다

 

갖고 싶은 습관:수학 문제 3장 풀기

소요 시간: 30분수학 

달성 목표: 성적 향상

 

이렇게 갖고 싶은 습관이 몇개 적혀있는데 맨 밑에

DK Yoo 영상 시청

무술 독학

소요 시간: 1시간

달성 목표: 헤드락 탈출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헤드락 탈출법"을 배우기 위해서 무술 독학을 하겠다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의아하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는데 연필을 잡고 있는 왼손~손목 밑 팔 부분을 보니 아토피인지 멍인지 모르게 빨간색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면적이 넓은걸로 봐선 어디 긁힌건 아닌 것 같고...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건 아니겠지?' 생각하면서 무슨 무술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중학생은 "쌤은 말해도 모를거에요 이스라엘 무술이라..."

 

중학교 1학년도 아는데 무술에 관심이 많은 제가 모를리가 없죠. "이스라엘이면 크라브마가인가?"

하니까 학생도 놀라더군요.

 

여기서 잠깐 생각에 빠졌습니다. DK Yoo는 반쯤 기믹인 사람이고, 크라브마가는 제가 사는 지역에는 당연히 없고 한국 안에서 배울 장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학생이 절실한 상황에 쳐해있다는게 아닐까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헤드락이야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걸 수도 있지만 괴롭힘에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더 의심되고요.

 

한 편으로는 제가 학원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왼손에 빨간 자국(?)이 계속 생각납니다. 마침 친구에게 "중학교 1학년이 적었는데 내가 너무 간거겠지? 설마 중1이 그런 상황에 쳐해있지는 않겠지?"라고 물어보니 친구가 요즘 중학생들 장난 아니라고 하니 또 더 생각하게 되고...

 

마침 이틀 뒤인 목요일에 1대1로 온라인 면담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때 한 번 떠볼까 고민도 되고.. 혹시 떠봤는데 불편해 하지 않을까 고민도 되네요...

 

참석명단에 학교까지 있기 때문에 어디 학교인지도 압니다. 참석자 중에 같은 학교인 학생이 있는데 성별, 학년이 달라서 간접적으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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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2-01 20:04:56

맞는거 같은데요..

WR
2020-12-01 20:08:14

생각 날때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하는데 점점 모르겠네요...

2020-12-01 20:13:32

다시 생각해보니까 별로 심각하지 않은 상황인거 같기도 하고요. 제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서로 친하게 잘 노는데 힘센 친구가 약한 친구를 알게모르게 괴롭히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뭐 이럴때는 선생님이 끼어들기도 좀 애매하자나요. 남학생들 뭐 노는게 다 뻔하죠.

WR
Updated at 2020-12-01 20:19:32

그런 경우 제법 있죠. 남자애들 다 뭐 서로 건들면서 노는게 맞는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헤드락 탈출을 적었다는게 거슬립니다. 동등한 친구 관계에서 그럴 경우 그냥 그만하라고 정색을 하면서 말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할 성격으로도 안 보였고요. 

 

그냥 몸을 지키는 운동을 배울 경우에는 목표에 호신술이라고 적으면 되는데 구체적으로 헤드락 탈출이라고 적은 것과 손목에 빨간색이 절 거슬리게 합니다

2020-12-01 20:40:43

어렵네여. 직접적으로 따돌림 당하는지 물어보기 보다는 왜 그 무술을 배우고 싶은지 등을 물어보는게 좋지 않을까여?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듯 싶은데... 정말 어렵네요. 그와는 별개로 학생분을 생각하시는 글쓴이분의 마음이 너무 이쁜것 같습니다

WR
Updated at 2020-12-01 20:47:11

댓글 감사합니다 ㅠㅠ

 

따돌림을 당하는게 맞는지부터 알아보려고 해요... 한 번 떠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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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20:42:58

 누군가에게 힘이돼주고 싶은마음 정말 너무 고마운 마음이죠

그런데 정말 큰 마음에도 책임이 따르더라구요

만약 결심이 서셨다면

혹시 모를 마음다침이 있더라도

큰마음으로 감싸서 자신을 더 안아주셨으면 해요

괜한 노파심에 적어봅니다..ㅠㅠ 좋은분이시네요

WR
2020-12-01 20:46:56

걱정해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ㅠㅠ 

2020-12-01 21:30:26

아닐수도 있지만
맞을수도 있다.

맞다는 가정하에 도움의 손길을 아이의 언어로 간접 표현한거라 판단된다면 도와주십시오.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누군가는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WR
2020-12-01 22:38:24

충고 감사합니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12-01 23:59:27

초,중,고,군대... 성인까지도 그런 괴롭힘은 다 있는듯 합니다...
그 학생이 괴롭힘 당하는게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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