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는걸까요?
지난 토요일에 어떤 특강에 보조 선생님으로 참여했습니다.
특강의 취지는 "초등~고등 학생들에게 올바른 (공부) 습관을 심어주자"였는데,
그에 맞게 나름 비싸게 자체 제작한 다이어리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어떻게 적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배정 받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한테 어떻게 다이어리를 적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중학교 반에서 한 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중1 남학생인데 꿈이 인디 게임 디자이너길래 제 옅은 스팀 지식으로 즐겁게 대화를 잠깐 하다가 친구가 적은 "습관 기록란"을 보니
*습관 기록란은 갖고 싶은 습관, 소요 시간, 달성 목표를 적어야 합니다
갖고 싶은 습관:수학 문제 3장 풀기
소요 시간: 30분수학
달성 목표: 성적 향상
이렇게 갖고 싶은 습관이 몇개 적혀있는데 맨 밑에
DK Yoo 영상 시청
무술 독학
소요 시간: 1시간
달성 목표: 헤드락 탈출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헤드락 탈출법"을 배우기 위해서 무술 독학을 하겠다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의아하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는데 연필을 잡고 있는 왼손~손목 밑 팔 부분을 보니 아토피인지 멍인지 모르게 빨간색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면적이 넓은걸로 봐선 어디 긁힌건 아닌 것 같고...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건 아니겠지?' 생각하면서 무슨 무술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중학생은 "쌤은 말해도 모를거에요 이스라엘 무술이라..."
중학교 1학년도 아는데 무술에 관심이 많은 제가 모를리가 없죠. "이스라엘이면 크라브마가인가?"
하니까 학생도 놀라더군요.
여기서 잠깐 생각에 빠졌습니다. DK Yoo는 반쯤 기믹인 사람이고, 크라브마가는 제가 사는 지역에는 당연히 없고 한국 안에서 배울 장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학생이 절실한 상황에 쳐해있다는게 아닐까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헤드락이야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걸 수도 있지만 괴롭힘에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더 의심되고요.
한 편으로는 제가 학원물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왼손에 빨간 자국(?)이 계속 생각납니다. 마침 친구에게 "중학교 1학년이 적었는데 내가 너무 간거겠지? 설마 중1이 그런 상황에 쳐해있지는 않겠지?"라고 물어보니 친구가 요즘 중학생들 장난 아니라고 하니 또 더 생각하게 되고...
마침 이틀 뒤인 목요일에 1대1로 온라인 면담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때 한 번 떠볼까 고민도 되고.. 혹시 떠봤는데 불편해 하지 않을까 고민도 되네요...
참석명단에 학교까지 있기 때문에 어디 학교인지도 압니다. 참석자 중에 같은 학교인 학생이 있는데 성별, 학년이 달라서 간접적으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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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