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팬의 이번 시즌 결산 & 후기
NBA가 재개한 가운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20 프리미어리그가 종료됐습니다.
이번 시즌 리그는 전반기가 끝났을 즈음 이미 우승팀이 점쳐졌던 가운데, 3개의 클럽이 시즌 막판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고 싸웠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웃은 건 맨유와 첼시였습니다.
영입금지 악재와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무영입으로 챔피언스리그 자력 진출 여부도 불확실했지만, 결국 4위를 수성하고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큰 성과를 거둔 이번 시즌의 첼시. 2년 전에는 분노로 리뷰를 작성했다면, 이번엔 다음 시즌에 대한 큰 기대와 함께 짧은 리뷰를 적어보려 합니다.
1. 주관적인 선수 평가.
포지션과 등번호 순으로 작성했고, ±는 쓰지 않았습니다.
S : 리그 베스트 수준.
A : 좋은 활약.
B : 괜찮은 활약.
C : 평범.
D : 불만족스럽다.
E : 사람이세요?
F : 평가 불가능.
케파 아리사발라가. E
2번 차면 1번은 들어간다는 전설의 수호신. 이랏샤이마세의 교과서. 현역 감독 중에서 가장 좋은 반사신경을 지닌 케파입니다. 이 새X가 얼마나 노답인지는 타팀 팬들도 알고 있으시니, 길게 적지 않겠습니다.
이 월드 레코드 키퍼는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악의 선방률을 기록했는데(10경기 이상 뛴 선수 중) 선방률은 54.5%로 출범 이후 총 730명의 골키퍼 중 730등이었습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첼시 실점의 8%를 쳐먹혔습니다. 불과 2시즌 만에 말이죠. 제발 한시라도 빨리 꺼져주길 바랄 뿐입니다.
윌리 카바예로. C
리그 출전이 적어서 평가하기는 애매하지만, 백업 키퍼라는 포지션 상 예외를 뒀습니다. 활약 자체는 무난했고, 40이 가까운 나이에 자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주었다는 점에서 가산점도 받을 만 합니다. ±가 있었다면 C+는 드리고 싶네요. 특히나 맨유와의 FA컵 경기에서는 이것이 연륜이라는 듯 안정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루랑 함께 계약 기간도 연장했으니, 첼시에서 은퇴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안토니오 뤼디거. D
2년 전에 A를 받았던 것도 무심하게 폼이 확 죽어버린 독일 선수 꼬시기 담당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에 무릎 반월판 부상을 당하고 나서는 제 기량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발 좀 빠른 거 말고는 무장점 수비수로 전락했습니다. 집중력 문제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태클이든 클리어링이든 죄다 불안불안합니다. 그나마 좌우로 벌리는 롱패스는 쓸만한데, 그거 백날 잘해봐야 수비수가 수비를 못 하는데 무슨 소용일까요.
잘 할 때의 폼을 생각하면 이 녀석을 중심으로 수비진을 리빌딩하고, 나아가서 차기 주장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다음 시즌엔 좀 괜찮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져보지만, 글쎄요.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텐센보다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가 있었다면 C- 정도는 받을만한데, 워낙 기대를 했던 만큼 실망감도 커서 D를 줬습니다.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E
맨시티전 한정 월클, 펩칭찬도르의 소유자, 수비 못 하는 수비수. 이 녀석 장점은 딱 하나입니다. '후방 빌드업'. 이거 하나로 줄곧 램파드가 주전 라인업에 썼고, 그것 때문에 제가 매번 쌍욕을 했습니다. 애초에 장점을 말하라니까 빌드업인 거지, 그것조차 주도적으로 할 정도는 아닙니다.
공중볼 경합이야 포텐 터지나 싶던 2년 전에도 별로였으니 그렇다 쳐도, 위치 선정, 대인 마크, 태클, 커팅,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멘탈인데, 얘가 관여한 실점 장면을 보면 상대를 앞에 두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너무 많이 연출합니다. 덩치에 비해 주력은 좋은 편인데, 그럼 뭐하나요. 수비를 못 하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맨시티전 한정으로 좋았는데 그건 그냥 맨시티가 펄스나인 전술을 들고나와서 상성 상 괜찮았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홈그로운에 목맬 필요도 없으니 빨리 팔아버려야 합니다.
퀴르트 주마. B
시즌 초에는 불안불안했지만, 답 없는 센터백진 중에서 그래도 사람다운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텐센한테 밀리다가 어쩌다 선발로 나오면 뻘짓을 하면서 첼시 팬들을 한숨 쉬게 만들었네요. 그래도 후반기엔 정신을 차린 건지 점점 안정감을 찾으면서 센터백 1옵션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빌드업은 어색하고, 수비 시의 작은 실수가 있지만, 경험이 조금만 더 쌓이면 뇌절질도 줄어들 거라고 믿습니다.
기록상으로 이번 시즌 첼시는 리그에서 13번의 클린 시트를 기록했는데, 그중 주마가 선발로 나온 횟수는 10번이었습니다. 텐센맘들이 주마를 엄청나게 음해했는데, 텐센이 나와서 클린시트 한 경기가 4개인 걸 생각하면 대가리 깨야합니다.
피카요 토모리. C
축구 할 때 빼고는, 경영학 학위 수료하려 공부에 매진하는 토모리입니다. 종종 실수가 있었지만, 성인팀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즌임을 감안하면 자신의 포텐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가진 툴도 좋으니 꾸준히 기회를 주며 키워볼 만합니다. 다만 후반기엔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누워버렸습니다. 다음 시즌엔 임대를 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정말 탑클래스가 오지 않는 이상, 텐센을 내보내고 얘는 계속 써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마르코스 알론소. C
쓰리백 원툴입니다. 얘는 2년 전이든, 1년 전이든, 지금이랑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러 장점은 가지고 있는데,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그 장점을 발휘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램파드도 그걸 아는지 시즌 초반엔 잘 쓰질 않았습니다. 근데 경쟁자인 에메르송이 A매치 기간에 부상을 당하고 온 이후론 폐급이 되버린 탓에 반사이익으로 주전 자릴 차지했네요.
그래도 뒷공간에 대한 부담만 덜어줄 수 있으면 여전히 괜찮은 선수이긴 합니다. 첼시 팬들이 에메르송은 팔아도 얘는 남기자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구요. 다만 이번 시즌은 특출나게 잘했다는 느낌은 없었고, 그냥 딱 C라는 평가에 알맞는 활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특유의 오프더볼로 골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이 부분이 알론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만큼 새로운 왼쪽 수비의 영입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리스 제임스. C
사실 이 친구에게 C라는 점수는 좀 짜긴 합니다. 전반기에 B, 코로나 사태로 쉬고 나서 D, 결과적으론 평균 C라고 할까요.
일단 다른 것보다 풀백치고 피지컬이 엄청납니다. 대부분의 윙어들이 어깨 한번 치면 날아가고, 속도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닌데 그냥 공 가지고 돌진하면 수비들이 튕겨 나갑니다. 크로스 능력도 왼쪽 놈들과는 달리 일품이구요. 근데 그런 피지컬 때문인지 앞서 말한 것처럼 주력은 평범한 편이고, 민첩성도 좀 떨어집니다. 거기에 수비 시에 위치선정이 너무 안 좋습니다. 수비 스킬 자체는 괜찮은 것 같은데, 가끔 실점 장면을 보면 텐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얼을 탑니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고, 탄코한테 수비력 과외를 받으면 차후 10년간 첼시의 오른쪽 수비를 책임질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A
2년 전이나 지금이나 A. 첼시 수비진의 빛이자 근본. 킹준게 갓만데를 해도 괜찮은 유일한 선수입니다. 그동안의 혹사가 터진 건지 시즌 초 하락한 폼 때문에 욕을 좀 먹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론 늘 그래왔듯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습니다. 좌우 풀백부터 쓰리백의 스토퍼 역까지 병행하며 이리저리 굴렀고, 수비력만큼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최상위권입니다. 좋을 때에 비하면 폼은 좀 떨어졌을지언정, 팀에서 빼놔선 안 될 선수입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 탄코의 프리미어리그 스텟은 태클 팀 내 1위, 가로채기 팀 내 1위, 블로킹 팀 내 1위, 어시스트 팀 내 2위, 클리어링 팀 내 2위, 리커버리 팀 내 2위, 공중볼 경합 승리 팀 내 2위, 찬스메이킹 팀 내 3위입니다.
에메르송 팔미에리. D
탄코를 왼쪽 땜빵까지 뛰게 만든 원흉 중 하나입니다. 알론소랑은 장단점이 완전 반대인 게, 발 빠른 거 말고는 장점이 없습니다. 알론소는 그나마 쓰리백에선 제 몫을 하기라도 하지, 얘는 갈수록 모든 능력이 퇴화하는 중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중용 받으면서 잘하나 싶었는데, A매치 기간 때 부상당하고 난 이후로는 원래부터 안 좋았던 수비력은 물론 공격력마저 사라졌습니다. 경기에 나올 때면 백패스 말고 하는 게 없고, 최대한 빨리 파는 게 답입니다. 인테르쪽이랑 진지하게 링크가 뜨는데 콘버지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
조르지뉴. C. 전반기 한정 A.
전반기 세최레, 후반기 세최버 진호입니다. 참고로 버는 버러지의 버.
이번 시즌 선수 평가에 있어서 아마 가장 긴 내용을 할애할 것 같은데, 이 친구가 C를 받은 이유는 리스 제임스랑 비슷합니다. 시즌 초에는 그야말로 리그 최고의 6번 롤을 보여주다가,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점점 폼이 하락하더니 후반기에는 그야말로 바닥을 쳤습니다.
사실 경기 수를 보면 후반기 바닥을 쳤다고 하기엔 억울할지도 모르겠으나, 나올 때마다 임팩트가 너무 강했습니다. 한마디로 더럽게 못했습니다. 게다가 조르지뉴에게 위협이 될 법한 길모어가 깜짝 등장해서인지 전부터 이야기되던 조르지뉴 무용론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일단 얘는 기본적으로 좋은 선수이긴 합니다. 빌드업이라던가 경기를 풀어가는 볼순환에 있어서는 팀 내 탑이고, 램파드가 직접 부주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선수 개인의 리더쉽도 좋게 평가받습니다. 그동안의 첼시의 주장단 계보가 짬을 우선으로 했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경우였죠.
문제는 얘도 요새 자주 말하는 소위 엑조디아 형의 느낌이 있습니다. 일단 제대로 쓰려면 삼미들 체제의 홀딩 위치를 줘야 하고, 어떻게 쓰든 반드시 옆에 느려터진 기동력을 커버해 줘야 할 선수가 필요합니다. 스타일이랑 다르게 카드 캡터기질도 있구요.
무엇보다 조르지뉴 무용론에 가장 큰 힘을 싣는 것은 패스라는 장점에 비해 다른 능력들이 많이 달린다는 점입니다. 이건 좀 저도 쓰면서 애매했는데, 시즌 초반에는 분명 그 다른 능력들도 수준급이었습니다. 태클 성공률이라던가, 가로채기라던가, 리커버리라던가 다 괜찮았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시즌이 흘러갈수록 죄다 수직 하락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최레로 불릴 때의 폼을 되찾지 못하는 이상, 앞으로 조르지뉴가 램파드 체제에서 주전을 되찾는 일은 소원해 보입니다. 억지로 팔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오퍼가 들어오면 진지하게 내보내는 걸 생각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은골로 캉테. B
이번 시즌은 캉테가 첼시에 온 이후로 가장 다사다난한 시즌이었습니다. 철강왕에 가까운 선수였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조금씩 눕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1년 반 동안 부상으로 100일을 넘게 쉬었습니다. 거기에 진호와의 조합이 그다지 좋지 않아 이적설도 나고, 경기에서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가 않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죠.
일단 저 개인적으론 캉테를 파는 건 반대입니다. 지난 시즌에 우동사리가 맞지 않는 옷을 입혀가며 이것저것 시키느라 폼이 좀 오락가락했지만, 그럼에도 첼시 팬분들이라면 다 아실겁니다. 경기장에 캉테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이번 시즌엔 결장이 많아서 B를 줬지만, 나왔을 때의 활약만 보자면 A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음 시즌부턴 조금 더 관리가 필요합니다.
로스 바클리. C 후반기 한정 B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제가 이 녀석한테 C를 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프리시즌에 엄청 잘해서 조금 기대했더니, 시즌 시작하니까 역시나 못했습니다. 거기다 경기 외적인 문제도 조금 겹치면서 이번 시즌도 계속 버러지 모드구나 싶었는데, 리그 재개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다른 선수가 돼서 돌아왔습니다. 램파드가 면담으로 갈궜는지, 아니면 빠따를 쳤는지는 모르겠는데, 후반기 폼만 본다면 괄목상대가 이런 말이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얘는 일단 잉글랜드 선수 치고는 기술이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거기에 피지컬도 나쁘지 않아서 전진 드리블도 잘 칩니다. 근데 문제는 머리가 안 좋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 안 좋습니다. 잘 될 때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아서 꼭 목구멍까지 차오른 칭찬을 다시 집어넣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 수비적인 부분도 많이 발전했으며 기존의 강점이었던 과감한 전진 패스, 하프 스페이스 침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재 폼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로테이션 자원으론 쏠쏠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루빈 로프터스치크. F
기나긴 장기 부상 이후 돌아온 첼시의 희망, 치크의 치! 좋다오의 하오! 인데… 아직 폼이 덜 올라온 건지, 아니면 몸을 사리는 건지, 복귀 후 몇 경기에선 병장축구를 시전했습니다. 다만 풀타임을 뛴 경기도 없고, 13개월 만에 복귀한 선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랄 순 없으니, 이번 시즌 평가는 보류했습니다. 하베르츠의 합류가 확실시되는 다음 시즌이 아마 치크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테오 코바치치. A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첼시 올해의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중원의 핵심이었고, 없으면 안 되는 선수 그 자체였습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전진 드리블, 탈압박 능력과 더불어 수비력과 커버링까지 발전해, 중원에서 답답함이 발생할 때마다 시원하게 사이다를 선물했습니다. 단점이라면 파이널 서드에서의 영향력과 골 관련 스텟의 생산력 정도인데, 이것까지 잘했으면 레알에서 안 팔았죠. 솔직히 완전영입할 때는 조금 미심쩍은 입장이었는데, 축알못 인증이 되어버렸네요.
메이슨 마운트. B
개인적으로 뽑는 첼시 올해의 선수 2위입니다. 이번 시즌 마운트의 활약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반짝였던 초반, 주춤하는 중후반, 휴식 이후 살아난 후반.
시즌 초의 마운트는 성공적으로 1군에 정착한 유스 선수의 정석을 보여줬습니다. 가끔식 보여주는 아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스텟 생산력을 보여주었고 포스트 램파드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팬들을 열광시켰죠. 하지만 수준급 선수로 활약했던 전반과 달리 중반에 이르러서는 거의 역적 취급을 받으면서 평가가 떡락했습니다. 저도 이때 선발 라인업만 보면 양아들 좀 작작 쓰라고 욕 엄청 했습니다. 오죽하면 팬들이 하얀 린가드라고 불렀을까요.
허나 휴식기를 갖고 나온 이후엔 다시금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올 시즌 중용되었던 유스 중 최고의 폼을 보여주며 챔피언스리그 자력 진출의 일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퍼스트 터치나 패스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99년생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첫 시즌 리그에서 37경기 7골 5도움은 결코 과시할만한 성적이 아니니까요.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고, 일단 수염은 좀 밀었으면 좋겠네요. 더럽게 안 어울립니다.
빌리 길모어. F
진호 관짝행을 외치게 한 남자, 차세대 스코틀랜드 사비입니다. 데뷔 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조르지뉴 대신 이 친구를 계속 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피지컬과 압박에 대한 대처, 경험 문제 등으로 아직은 발전해야 할 유망주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다만 한창 커야 할 때 무릎 부상을 당한 게 걱정입니다. 그래도 포텐셜은 확실한 만큼, 잘 성장 해준다면 미래 첼시 중원의 주축이 될 거라 믿습니다.
윌리안. A
첼시에서 뛴 지 어언 7년, 드디어 권한대행에서 벗어난 흡성대법의 대가 윌갈량입니다. 길게 적을 것 없이 난세의 영웅이었던 첼강딱 시즌 이후로 가장 좋은 폼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재계약 문제인데, 아무리 그래도 3년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작별할 준비를 해야 할 듯싶네요. 7년 동안 뛰는 걸 보며 죽이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수비 가담하려고 측면 수비수들보다 더 빡새게 뛰어오며 애증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되도록이면 2년으로 쇼부보고 남아줬으면 좋겠네요.
페드로. F
작별을 앞둔 우성이 형입니다. 힘든 시기에 와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냈습니다. 마지막 홈 경기가 무관중이라 제대로 떠나 보내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네요. 그동안 고마웠고, 로마에 가서도 잘하시길 빕니다.
칼럼 허드슨오도이. D
일단 얘는 포텐은 있습니다. 구단 내에서도 그간 아카데미가 배출했던 선수 중 최고라 여겨지고, 뮌헨에서도 진지하게 비드를 넣었을 정도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뮌헨 보드진과 이 녀석이 보인 행동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열이 뻗칩니다. 거기에 보여준 것도 없는 놈이 주급은 또 엄청나게 받아서 다른 선수들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게 했습니다.
사실 다른 첼시 팬분들은 제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오도이를 높게 평가하고, 폼이 올라오면 반드시 대성할 선수라고 믿는데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축구뿐만이 아니라 NBA도 팬이다 보니 아킬레스건 부상의 심각성에 더 민감해서일까요. 물론 치크에 비하면 부상의 정도가 좀 덜했지만, 윙어라는 포지션에서 운동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큰 기대는 안 합니다.
크리스천 풀리식. A
아자르의 영혼을 빼앗은 남자, 유사 아자르, 퓰황퓰신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몸싸움에 적응하지 못하며, 먹튀 소리를 들었으나, 이제 그런 소리를 하는 팬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첫 시즌 리그에서 9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적응 기간과 부상으로 나와 있던 기간을 생각하면 10-10도 능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누워있던 기간을 생각하면 A는 조금 후하지만, 아자르가 떠나고 크랙에 목말라 있던 첼시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줬다는 점에서 추가 점수를 줬습니다. 다음 시즌엔 얼마나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타미 에이브러햄. B
리그 15골, 첼시 역사상 최연소 해트트릭, 잉글랜드 선수 역사상 최연소 해트트릭, 21세 이하 3경기 멀티 골 이상 기록한 최연소 선수인데 B입니다. 어째서일까요? 간단합니다. 리그 재개 후 그야말로 무장점 공격수로 전락했거든요. 게다가 골을 많이 넣긴 했는데, 리그 빅 찬스 미스 2위입니다.
아직 어린 선수니까 어리버리 까는 거야 이해하는데, 골 넣는 거 말고는 다른 능력들이 너무 안 좋습니다. 포쳐로 쓰자니 결정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그렇다고 타겟터로는 선천적으로 마른 체질이 발목을 붙잡습니다. 게다가 등지는 것도 못 하니 자칫하단 이도 저도 아닌 선수로 클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시즌 초에 승점 쌓는데 큰 역할을 했고, 15골은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닙니다. 앞으로 지켜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리비에 지루. B
후반기의 남자, 남자마저 빠져들게 만드는 남자. 시즌 초에 지루는 램파드 감독의 플랜에 없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25라운드까지 출전한 리그 경기는 고작 6경기였고, 그마저도 선발 출전은 2경기였으니까요. 게다가 대추아이가 나올 때마다 하는 짓을 보면 그냥 안 쓰기로 작정한 거 말고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작별해야겠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루 팔았으면 아마 첼시는 후반기에 제대로 X됐을 겁니다.
올 시즌 리그 마지막 6경기 중 5경기에서 골 득점. 만 33세의 나이에 EPL 선발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면서 제이미 바디의 기록을 제치고 역대 최고령의 나이로 EPL 5경기 선발 출전 연속 골이라는 기록을 수립. 재개 이후 공격진을 한마디로 캐리했습니다.
서브일 때, 심지어 바추아이한테 밀릴 때도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팀을 위해 뛴 점은 더욱 찬사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다만 전반기에는 한 게 없기에 B 이상을 줄 수는 없겠네요.
미치 바추아이. E
리그에서 얘한테 유일하게 골 먹힌 게 소튼인데, 반성 좀 하세요. 시즌 초중반까지 지루를 대신해 꾸준히 서브로 기용됐는데, 진짜 더럽게 못 했습니다. 이런 애한테 밀리다니 지루가 어지간히도 폐급인가보다 싶었는데, 얘가 램파드 X스 테이프를 가지고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거 말곤 설명이 안 됩니다. 첼시에서의 커리어는 사실상 끝났으니, 누구든 제발 좀 사가길 빕니다.
2. 감독과 전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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