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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재미있다] "스프레드 오펜스" 는 머릿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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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2-28 14:57:05

 

오늘날 미식축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프레드 오펜스, 옵션 오펜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을 것입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언더센터에서 시작하는 포메이션을 프로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샷건 포메이션을 보기 쉽지 않았는데 오늘날 경기를 보면 대부분의 팀들이 상당히 많은 스냅을 샷건 포메이션에서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샷건 포메이션 - 쿼터백이 센터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진 상태에서 스냅을 받고 플레이를 시작하는 포메이션)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다양한 옵션 플레이들과 포메이션을 이해하기 위해서 스프레드 오펜스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알고 보면 재미있다" 시리즈에서 스프레드 오펜스의 간략한 역사와 특징과 이 포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 함께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의 역사

12mighty orphans 포스터. 화로 제작된 러셀 러스티의 스토리.

스프레드 오펜스는 영어의 뜻에서 보이는 것처럼 오펜스 선수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초창기 스프레드 오펜스는 오늘날의 스프레드 오펜스처럼 넓게 펼쳐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12명의 고아들을 이끌고 멋진 풋볼팀을 만들었던 러셀 러스티의 스토리는 미국에서 12mighty orphan이란 책으로 나오고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러셀 러스티는 최초의 스프레드 오펜스 형태를 고안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초창기 스프레드 오펜스는 필드를 넓게 쓰는 개념보다는 최대한 쿼터백의 역량에 의지하지 않고 러닝백의 옵션을 다양하게 두는 옵션 오펜스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트리플 옵션 플레이라고 이름 붙여진 초창기의 스프레드 오펜스는 쿼터백 뒤에 세 명의 러닝백을 라인업하게 하고 디펜스의 상황을 보고 핸드오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블리처 리포트 참고)

 

1952년 TCU(Texas Christian University)의 전설적인 명감독 레오 "Dutch" 마이어는 "Spread Formation Football"이란 제목의 책을 통해서 이 전술에 대한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초창기 스프레드 오펜스의 아이디어와 포메이션의 형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저는 표지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스프레드 오펜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The Run and Shoot이라는 오펜스의 형태도 꾸준히 발전하면서 스프레드 오펜스의 형태가 점점 틀을 갖추어 갔습니다. 70년대 Portland State University를 이끌었던 HC 대럴 데이비스에 의해 유행하게 된 Run and Shoot 포메이션은 쿼터백과 리시버가 함께 디펜스를 읽고 플레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의 혁신가로 유명한 코치 어반 마이어. 재규어스에서 대실패를 했지만 그의 커리어는 대단하다.

이후 80~90년대 네브라스카 대학과 오클라호마 대학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오펜스가 사용되었고 오늘날 형태의 스프레드 오펜스는 어반 마이어를 비롯한 몇몇 코치들에 의해서 NCAA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빈스 영의 텍사스 롱혼이 강력한 디펜스로 무장한 USC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고 그 시즌에 공교롭게도 어반 마이어가 이끄는 Utah Utes도 스프레드 오펜스를 기반으로 전승을 기록하였습니다. 어반 마이어는 이듬해 플로리다로 팀을 옮기고 QB 팀 티보와 함께 NCAA를 제패하였습니다.

 

이제 NCAA를 넘어 NFL에도 주류 스킴 중 하나로 사랑받으면서 선수를 뽑는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고 있는 이 스프레드 오펜스는 어떤 장점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런 게임을 유리하게 만든다

스프레드 오펜스가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런게임에서 공격팀과 수비팀의 머릿수를 공격팀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어반 마이어는 스프레드 오펜스에 대해서 "런 게임에서 디펜스의 숫자와 우리 팀 오펜스의 숫자를 동수로 맞추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의 가장 핵심 개념은 박스를 채우고 있는 수비수를 바깥으로 끌어내 박스에 있는 수비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위에 있는 그림을 보면 좌우에 리시버 두 명을 배치하면 리시버를 막기 위해 4명의 수비수를 배치해야 하고 혹시 모를 딥패스에 대비하기 위해 세이프티 한 명을 후방에 배치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섯 명의 수비수를 커버리지로 빼놓게 되면 박스를 지키고 있는 디펜스의 숫자는 6명이 되며 이는 러닝게임을 하려는 오펜스팀의 숫자와 동수가 됩니다.

 

숫자 싸움에서 오펜스와 디펜스가 동수이기 때문에 쿼터백과 러닝백이 이지선다를 걸어서 수비를 제대로 속이거나 볼 캐리어가 자신을 마크하는 디펜더를 제압할 경우 빅플레이가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스프레드 오펜스를 통해 박스에 있는 디펜더의 숫자를 줄여 러싱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많은 코치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필드를 넓게 쓸 수 있다

스프레드 오펜스를 위해 넓게 포진한 패트리어츠 오펜스팀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스프레드 오펜스를 위해 WR들을 좌우로 넓게 포진시키면 디펜스도 그만큼 넓게 서서 대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필드를 넓게 쓰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디펜스 선수들이 수비를 해야하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즘 드래프트 자료를 보면 라인배커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side to side를 커버할 수 있냐 없냐 입니다.

 

예전에 ILB들에게 강력한 태클링과 파워가 중요했다면 오늘날 NFL의 라인배커들에게 중요한 점은 넓은 커버리지와 사이드 투 사이드를 따라갈 수 있는 스피드입니다. 좌우로 넓게 포진한 스프레드 오펜스에서는 볼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커버리지에 있는 수비수들의 스피드와 체력이 정말 중요해지고 수비수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에서 단순히 좌우로 필드를 넓게 쓰는 것 뿐 아니라 수직방향(이하 버티컬)으로도 필드를 넓게 쓸 수 있습니다. 좌우에 포진한 리시버들이 버티컬한 방향으로 라우트러닝을 진행하기 용이해서 필드의 딥존을 공략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딥존을 공략하게 되면 코너백들은 딥존을 커버하기 위해 LOS(Line of scrimmage)에서 쿠션*을 주게 됩니다.

(쿠션 - 코너백이 WR의 직선적인 라우트 러닝을 대비해서 LOS에서 물러서서 수비하는 것)

 

딥존을 공략함으로써 소프트한 커버리지를 유도하고 후방을 지키는 세이프티들로 하여금 러싱게임을 막기 위해 다운힐로 뛰어내려오는 것을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NBA에서 대3점시대가 유행하면서 스페이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3점슛이 잘 들어가는 팀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선수들은 슬래셔입니다.(ex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텐테쿰보) 풋볼에서도 스프레드 오펜스로 필드를 넓게 쓰게 되면 공간을 돌파할 수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로 인해 넓어진 공간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공략하느냐가 오펜스의 발전 방향이고 스프레드 오펜스로 넓어진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막아내는지가 디펜스의 숙제가 아닐까요?


모두가 공을 만질 수 있다

노틀담 대학 시절의 WR 데이비드 기븐스

2000년에 노틀담 대학은 시즌 두번째 경기에서 네브레스카 대학에게 패배했습니다. 그 경기가 끝나고 WR 데이비드 기븐스는 펑펑 울었고 노틀담 대학의 Wide Receiver 코치였던 어반 마이어는 그에게 왜 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기븐스는 자기가 팀의 승리를 위해 기여한 게 없어서 울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출처-풋볼타임스)

 

그리고 이 일화를 통해서 어반 마이어는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어반 마이어는 노틀담에서 초기 스프레드 오펜스를 시도했고 유타대학으로 옮긴 이후 알렉스 스미스와 함께 무패시즌을 보냈으며 플로리다 대학으로 이적 후 크리스 리크와 팀 티보와 함께 NCAA를 제패했습니다.

 

위에서 스프레드 오펜스의 전술적 특성을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스프레드 오펜스가 어떻게 팀 오펜스에 다양성을 부여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가 지니는 특징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아마 필드에 있는 모든 스킬 플레이어들이 공을 만질 기회를 가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으로 인해 관중들은 즐겁고 코치들은 다양한 스킴을 짤 수 있고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예를 들어 파워런을 주로 쓰는 팀이라면 포메이션만 봐도 누가 공을 들고 뛸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건 상대팀 코치도 알고 상대팀 디펜스 선수들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프레드 오펜스에서는 필드 위에 있는 스킬플레이어 6명 모두가 볼 캐리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비도 관중도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프레드 오펜스에서는 넓어진 공간을 파고드는 러싱공격이 나올 수도 있고 코너백을 스피드로 제압할 수 있는 리시버의 딥존 공략이 나올 수도 있고 딥존을 대비하려는 디펜스를 읽고 짧게 짧게 전진하는 퀵패스 게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스프레드 오펜스가 각광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 하나의 포스팅으로 풋볼의 주류 전술로 떠오르고 있는 스프레드 오펜스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스프레드 오펜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정도로만 알고 계신다면 이후 풋볼을 보실 때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졸필이지만 제 포스팅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주에는 스프레드 오펜스를 대응하는 디펜스 전술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공부하고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럼 또 뵙죠.

 

https://blog.naver.com/bonghong8765/223030399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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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3-01 05:17:11

오오 다음편 너무 기대됩니다!

Updated at 2023-03-01 09:41:02

선 정독 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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