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OFF] 미리보는 디비저널 라운드 -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vs 그린베이 패커스
한국 시간으로 일요일 오전 10시15분에 시작하는 NFC 디비저널 라운드 그린베이 패커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경기는 꽤 스토리가 많은 경기입니다.
패커스와 포티나이너스 양팀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들이라 그런지 재밌는 뒷 이야기들이 꽤 있습니다. 이 경기의 프리뷰는 경기 그 자체보다는 숨겨진 뒷 이야기를 파헤치는 재미를 찾아볼까 합니다.
그럼 두 팀의 경기 프리뷰 시작하겠습니다.
로저스의 복수혈전, 성공할 수 있을까?
애런 로저스는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부터 포티나이너스에게 물을 먹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북부 출신에 UC 버클리를 졸업한 애런 로저스는 어렸을 때부터 포티나이너스의 팬으로 자랐습니다. 서울에서 AFKN을 통해 풋볼을 가끔 보던 저도 조 몬태나와 스티브 영, 제리 라이스 그리고 디온 샌더스같은 선수들을 좋아했는데 그 지역에서 크고 자란 로저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겠죠.
2005년 드래프트 당시 가장 유력한 1픽 후보 중 하나였던 로저스가 포티나이너스에 드래프트 될 거라 기대한 건 마치 원태인이 삼성 라이온즈 1차 지명을 기대한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저스의 기대는 깡그리 부서지고 그린룸에서 패커스가 그를 지명하기 전까지 초조하고 황당해하는 모습은 이미 풋볼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로저스는 분명 그날 이후 포티나이너스에게 복수의 칼을 갈아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정규시즌에서 총 아홉차례 포티나이너스를 상대했고 올시즌 30-28의 역전승을 포함해서 6승 3패라는 호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포티나이너스는 중요한 시점마다 로저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2019시즌 컨퍼런스 챔피언십 경기에서 37-20으로 완패를 당한 것을 포함해서 2012시즌 디비저널 라운드, 2013 와일드카드 라운드까지 총 세차례나 포티나이너스는 로저스의 앞길을 막았습니다.
로저스 입장에서 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까요?
올시즌 올프로 퍼스트팀에 뽑히고 현재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히고 있는 애런 로저스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포티나이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7경기 연속 단 한 개의 INT 없이 무려 20개의 TD을 뿌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런 로저스가 카우보이스를 업셋하고 올라온 포티나이너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요? 40대 중반에도 잘하고 있는 브래디가 있지만 38세인 로저스에게 또 다시 복수할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로저스는 드래프트날부터 지금까지 자기에게 큰 아픔을 주고 있는 포티나이너스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차피 최후에 웃는 놈이 이기는 놈 아니겠습니까?
카우보이스와 포티나이너스의 승자는 슈퍼볼 우승?
와일드 카드 라운드에서 막판 예능감과 승리를 모두 챙긴 포티나이너스에게 기분 좋은 징크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두 팀이 최근 네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했을 때 승자는 전부 슈퍼볼에 우승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의 네 경기 중 세 경기가 92~94시즌이었고 그 시기는 포티나이너스와 카우보이스의 경기가 사실상의 슈퍼볼 대결로 느껴질 정도로 두 팀이 리그에서 가장 강했던 시대였습니다. 실제로 두 팀은 3년 연속 NFC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맞붙었고 그 경기의 승자는 슈퍼볼에서 AFC 상대팀들을 손쉽게(?) 이기면서 슈퍼볼을 차지했습니다.
트로이 에이크먼, 에밋 스미스, 스티브 영, 제리 라이스와 같은 당대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던 양 팀의 맞대결은 그 시절에도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 줬는데 3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런 스토리도 하나를 떡 하니 만들어주는 게 재밌습니다.
두 팀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94시즌이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징크스가 나왔는데 과연 이 징크스는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까요?
포티나이너스를 덮친 부상의 악령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디펜스 팀의 핵심 선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었습니다.
EDGE 닉 보사는 뇌진탕으로 LB 프레드 워너는 발목 부상으로 다음 경기 출장이 불가능합니다.
포티나이너스의 디펜시브 라인은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그 중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닉 보사입니다. 카우보이스와의 경기에서도 보사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프레스가 살짝 헐거워진 느낌이 있었는데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그의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 DC 드메코 라이언스의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닉 보사가 빠진 것도 뼈 아픈데 팀의 에너자이저이자 살림꾼인 LB 프레드 워너도 경기 막판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였고 디비저널 라운드 출전이 어렵습니다. 하고 있는 역할이 워낙 많은 선수이고 커리어 내내 부상없이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제 몫을 다해주는 선수였는데 중요한 시점에서 이탈이라 포티나이너스에게 더 아프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단순히 주전 선수일 뿐 아니라 디펜스 플랜의 핵심을 담당할 선수가 둘이나 빠져버린 포티나이너스가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 수 있을까요? 과연 해법은 있을까요?
조지 키틀이 이름값을 할 때이다
포티나이너스의 디펜스는 부상으로 걱정이 많지만 오펜스는 나름 탄탄합니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QB 지미 가로폴로와 플레이오프 포함 최근 4경기 동안 78야드의 리셉션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 TE 조지 키틀입니다.
78야드..한 경기 기록이 아니라 최근 4경기의 기록입니다. 터치다운은 당연히 1개도 없습니다. 팀의 승리로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시즌 막판부터 WCR까지 키틀이 경기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탁월한 런 블라킹 능력을 바탕으로 오펜스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포티나이너스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키틀이 살아나야 합니다.
올시즌 오펜스의 에이스는 디보 새뮤얼이지만 상대가 강해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키틀이 반드시 2옵션 이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19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멋진 캐치를 만들어냈던 조지 키틀의 모습을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반갑다 박티아리
올시즌 패커스의 오펜시브 라인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주전 OT 데이비드 박티아리도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고 빈자리에서 열심히 뛰어주던 OT 엘톤 젠킨스와 빌리 터너도 부상으로 고생했습니다. 루키 가드 로이스 뉴먼과 2년차 가드 존 루니언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주전으로 자리를 지킨 선수가 없을 정도로 황량했습니다.
오펜시브 라인이 시즌 내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오펜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QB 애런 로저스의 위엄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힘겹게 시즌을 보냈는데 week18에 드디어 LT 데이비드 박티아리가 돌아왔습니다. 로저스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박티아리의 복귀는 패커스 입장에서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패커스 입장에서 또 반가운 복귀가 있습니다. 바로 CB 자이르 알렉산더입니다. week4에서 부상으로 빠진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팀의 넘버원 CB가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 컨디션이 어떤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자이르 알렉산더가 사이드 라인에서 언제든지 필드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패커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올프로 리시버들의 자존심 대결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10번의 캐리로 72야드를 전진하고 3번의 패스 캐치로 38야드를 전진한 디보 새뮤얼은 지금 시대가 원하는 리시버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피지컬과 캐칭 능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션에서 러싱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카일 섀너한의 페르소나가 되었습니다.
올시즌 1405야드의 리셉션 야드를 기록한 것도 대단하지만 캐칭 당 전진야드가 무려 18.2야드입니다. 이 친구의 놀라운 점은 경이로운 YAC능력 입니다. 리셉션 당 YAC이 10야드가 넘는 무지막지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트레비스 켈시의 올시즌 YAC/R은 6.1야드입니다) 캐리하면서 상대 태클을 피하고 전진하는 능력이 워낙 발군이라 디펜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선수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WR계의 라마 잭슨 같은 선수입니다.
디보가 섀너한의 페르소나라면 아담스는 로저스의 전생 부부일 것입니다. 다반테 아담스는 커버리지 따돌리는데 귀신같은 재능을 지닌 선수입니다. 특별히 다른 선수보다 스피드가 빠른 건 아니지만 라우트를 타다 캐치를 해야하는 순간 자신을 커버하는 수비를 따돌리는 능력이 엄청난 선수입니다.(일반적으로 릴리즈라고 표현을 많이 합니다)
캐칭 성공률이 높아서 드랍을 거의 하지 않고 레드존에서 집중력이 좋아서 로저스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로저스의 넘버원 타겟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부상으로 결장이 많았던 2019시즌을 제외하면 매시즌 10개 이상의 터치다운을 잡아낼 정도로 레드존 집중력이 엄청 좋은 선수입니다.
올시즌 올프로에 선정된 이 두 선수 중 어떤 선수가 더 많은 세러모니를 할 수 있을까요?
섀너한 트리의 최고수를 가리자
얼마 전에 마이클 섀너한 코칭 트리에 대한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카일 섀너한과 맷 라플르어는 대표적인 섀너한 코칭 트리의 코치들입니다.
그래서 이 대결이 더욱 재밌을 것 같습니다.
러싱 오펜스를 기막히게 짜는 포티나이너스와 러싱 디펜스가 약점인 패커스.
강력한 패스러시를 가지고 있는 포티나이너스와 오펜시브 라인이 불안한 패커스.
레드존 오펜스가 좋은 포티나이너스와 레드존 디펜스가 나쁜 패커스...
두 팀의 전력을 보면 정말 기묘할 정도로 포티나이너스가 패커스에 상성상 좋습니다.
패커스 디펜스가 싫어할 요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팀이 포티나이너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두 팀의 쿼터백 차이는 이번 디비저널 라운드에 나온 팀들 중에서 가장 현격합니다. 최근 3경기에서 5개의 인터셉션을 던지고 패스레이팅 90을 한번도 넘기지 못한 지미 G와 7경기 연속 인터셉션 없는 경기를 하고 다섯경기 연속으로 패스레이팅 110을 가뿐히 넘긴 애런 로저스.
로저스에게 강력한 프레스를 줘야하는 닉 보사가 빠져버린 포티나이너스가 타개책을 마련해오지 못한다면 화력전에서 지미 가로폴로는 절대 로저스를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라플르어가 자신들의 약점을 얼마나 숨기고 올 것인지 섀너한은 어떤 러싱 오펜스를 들고 와서 패커스의 디펜스진을 괴롭힐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섀너한의 코칭이 라플르어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재밌는 스토리들을 쓰다보니 본문이 엄청 길어졌네요;;;
이 경기의 승리 예측은 정말 어렵습니다.
만약 닉 보사와 프레드 워너 둘 중 한 명이라도 정상 컨디션으로 출전한다면 전 포티나이너스에 베팅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아무리 포티나이너스의 디펜스가 좋아도 패커스의 화력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지미 가로폴로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포티나이너스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큰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재밌는 공격 풋볼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35-31로 패커스 승리를 예상해봅니다.
이번에는 로저스가 포티나이너스에게 꼭 복수하기를 응원합니다.
그럼 또 뵙죠.
https://blog.naver.com/bonghong8765/22262650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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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를 좋아하는 입장이라 패커스를 응원하고 있고 예상결과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시즌 막판 램스전에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준 포티나이너스 모습이 나온다면 장담할 수 없겠지만
수비 라인의 부상 선수 두명 빈자리가 좀 커 보입니다. 단판전은 전력 예상을 어긋나게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패커스의 우세에 한표를 던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