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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55 리뷰 -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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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1 16:19:29

제 포스팅을 꾸준히 봐주신 분들이라면 제가 패트리어츠의 팬이며 톰 브래디의 팬이라는 걸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28:3을 뒤집었던 51회 슈퍼볼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슈퍼볼 경기만이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과정에서 브래디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문점들과 징크스(?)들을 깨부수면서 마침내 현역 최고의 선수이자 슈퍼볼 54를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칩스까지 이겨내고 일곱번째 빈스 롬바르디컵을 거머쥐었습니다.

빈스 롬바르디컵을 들고 기뻐하는 톰 브래디

GOAT 스토리의 완성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브래디의 모든 경기 모든 스냅이 최고의 경기력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NFC 컨퍼런스 챔피언십 경기에서는 세 개의 인터셉션을 던지면서 팀을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고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도 풋볼팀의 강력한 프레셔에 꽤나 고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패트리어츠(빌 벨리칙)을 떠나 퍼스트라운드 바이없이 슈퍼볼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오프 경기를 원정 승리로 올라오면서 그를 둘러싼 징크스 아닌 징크스들을 다 깨부셨습니다.(약한 디비전 덕이라는 의문. 1라운드 바이와 홈경기 덕분에 올라왔다는 의문. 벨리칙 빨이라는 의문 등등)

도합 3개의 슈퍼볼 MVP 트로피와 4개의 시즌 MVP 트로피를 지닌 드류 브리스, 애런 로저스와 패트릭 마홈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정말 엄청난 스토리를 완성했습니다.

본인이 왜 GOAT이며 NFL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자인지 완벽하게 증명하는 마무리였습니다.

슈퍼볼 경기에서도 21/29, 201yds 3TD 0INT라는 스탯과 함께 흠잡을데 없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다섯번째 슈퍼볼 MVP를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4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훌륭한 포켓 프레젠스와 빠르고 정확한 디시전을 선보이면서 칩스의 디펜스진이 프레스를 가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경기를 운영했습니다.(67번의 스냅 중 언더프레셔 상황 5회)

슈퍼볼 우승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더 컸던 53회 슈퍼볼과 달리 이번 슈퍼볼의 우승은 다음 시즌의 맹활약을 기대해볼만한 플레이였기 때문에 팬으로서 너무 기쁩니다.


브래디의 스크린 패스를 받고 첫번째 터치다운을 향해 달려가는 TE 롭 그론카우스키

이적생들의 역습

슈퍼볼 55에서 탬파베이 버캐니어스가 기록한 네 개의 터치다운을 모두 AFC 출신의 이적생들이 기록했습니다.

괴물 TE 롭 그론카우스키가 2개 WR 안토니오 브라운이 1개 그리고 RB 레너드 포넷이 1개를 기록했는데 이 네 번의 플레이 모두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론카우스키는 52회 슈퍼볼(이글스전 33-41 패)에 이어 또 다시 2개 이상의 터치다운을 기록하면서 제리 라이스와 함께 두 경기 이상에서 두 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만 14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하면서 큰 경기에 강한 선수임을 증명했습니다.

부상 복귀 이후 리시빙 옵션보다는 블라킹과 패스 프로텍션에 주력했던 그론카우스키지만 슈퍼볼에서는 브래디의 가장 믿음직한 옵션으로 제 역할을 120% 수행했습니다.

퍼스트 스텝을 깊게 밟고 바로 방향전환을 하면서 타이론 매튜로부터 세퍼레이션을 만든 안토니오 브라운

특히, 완벽한 스텝으로 본인을 커버리지하던 타이론 매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터치다운을 기록한 안토니오 브라운의 움직임에서 클라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버캐니어스 합류 이후 많은 리셉션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플레이오프 세 경기 포함 최근 여섯 경기에서 6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하면서 레드존에서만큼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틸러스에서 나온 이후 가는 팀마다 불화를 일으키면서 "풋볼 잘하는 정신병자"라는 오명을 얻게 된 안토니오 브라운이 다음 시즌에는 그냥 "풋볼 잘하는" 선수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재규어스에서 방출된 1라운더 출신 RB 레너드 포넷도 슈퍼볼에서 방출의 설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는 멋진 활약을 펼쳤습니다. 16번의 캐리와 4번의 리셉션으로 135야드의 스크리미지 야드를 따내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까지 기록하면서 버캐니어스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존의 젊고 훌륭한 선수들(마이크 에반스, 크리스 굿윈)과 실력은 있지만 문제점도 있었던 이적생들(그롱크, AB, 포넷)이 브래디의 지휘 아래 합을 맞추면서 슈퍼볼 우승이라는 멋진 앙상블을 연주해냈습니다.


오펜시브 라인이 없으면 그 누구라도...

리그에서 가장 프레셔에 강한 선수이며 어지간한 프레스는 얼마든지 스크램블링을 통해 플레이 익스텐션을 하면서 빅플레이를 만들었던 패트릭 마홈스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큰 경기였습니다.

경기 내내 버캐니어스의 디펜시브 라인은 칩스의 오라인을 종이처럼 찢어버리고 마홈스를 득달같이 쫒아가서 괴롭혔습니다. 마홈스가 3개의 sack을 당하고 6개의 QB hit을 당했는데 다른 쿼터백이었으면 적어도 5개의 sack은 허용했을 겁니다.

마홈스가 상대방 패스러시를 피해서 도망다닌 거리가 490야드가 넘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다면 쿼터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경기를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없습니다. 주전 OT 에릭 피셔와 미첼 슈월츠의 공백이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경기 초반 수비가 버캐니어스의 공격을 잘 막아주고 있을 때 차라리 21퍼스널이나 12퍼스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프로텍션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커리어 내내 프레셔와 블리츠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준 마홈스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소한의 인원만으로도 마홈스를 괴롭힌 버캐니어스의 디펜스는 남은 인원으로 타이릭 힐을 꽁꽁 묶으면서 빅플레이들을 제어하면서 완벽한 수비를 보여 줬습니다. 제츠의 헤드코치 자리에서 물러나고 버캐니어스의 DC로 온 토드 보울스는 칩스의 오라인이 부상으로 빠진 약점을 잔인할 정도로 후벼파면서 대승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시즌 내내 말썽이었던 버캐니어스의 세컨더리도 이 경기에서는 칩스의 막강한 WR진을 철저하게 막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플래그를 던진 레프리에게 항의하는 타이론 매튜

페널티, 페널티, 그리고 페널티

2쿼터를 10대6으로 마칠 수 있었던 칩스였지만 이때부터 쏟아져 나온 페널티로 완전히 무너지면서 10대6으로 마무리 되었어야 할 경기가 21대6으로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칩스는 무려 11개의 페널티를 기록하면서 120야드를 내줬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몇몇 페널티들이 터치다운이 나오는 결정적인 장면에 나왔다는 겁니다.

그론카우스키의 첫번째 터치다운이 나오기 전에 나온 홀딩 파울이라든지 필드골 시도할 때 나온 오프사이드와 같은 페널티는 칩스 디펜스진의 멘탈까지 부셔버렸습니다.

세컨더리 진의 정신적 지주이자 핵심 플레이어인 타이론 매튜까지 쓸데없는 페널티를 범하면서 경기의 격차가 확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몇몇 콜들은 칩스를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느낄 정도로 엄격했지만 심판의 재량으로 파울이 나올만한 상황이었고 뒤이어 나온 페널티들은 칩스의 디펜스진들이 흥분한 상태로 저지른 것들이 많았습니다.

슈퍼볼같은 큰 무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게 힘든 일이지만 그 평정심이 무너졌을 때 돌아오는 반대급부 역시 무섭다는 걸 느꼈을 겁입니다.


첫번째 게토레이 샤워

모든 NFL 헤드코치의 소원이 게토레이 샤워일 겁니다.

가장 나이 많은 슈퍼볼 우승 헤드코치가 된 브루스 아리안스(68세)는 감독 커리어 처음으로 게토레이 샤워를 했습니다. 지난 시즌 무관의 제왕 중 하나였던 앤디 리드가 첫 게토레이 샤워를 했다면 올해는 브루스 아리안스의 차례였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했다 다시 필드로 돌아온 보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다운필드 패싱게임보다 플레이액션을 활용한 스크린 패스를 주로 사용하는 전술로 슈퍼볼에 나선 브루스 아리안스는 현역 최고령 쿼터백 톰 브래디와 함께 노장이 살아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탬파베이 버캐니어스는 사실 리그에서 주목받는 팀은 아니지만 무려 두 번의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면서 슈퍼볼에서만큼은 강한 면모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겨웠던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한 버캐니어스가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슈퍼볼 리뷰를 끝으로 길었던 NFL 2020 시즌에 포스팅을 마치고자 합니다.

당분간 NFL 컨텐츠는 휴식을 취하면서 드래프트와 오프라인 이슈들로 돌아오겠습니다.

시즌 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관심있게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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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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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11 18:38:42

어쩌면 이번 시즌 탬파가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가장 박진감 넘쳤던 승부는 와일드카드 라운드 워싱턴풋볼팀과의 경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출장하게 된 '갑툭튀 QB' 하이니키가 탬파의 간담을 브리즈, 롸져스, 마홈스보다 더 서늘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WR
2021-02-11 19:55:57

플레이오프를 치를수록 세컨더리의 폼이 올라오고 상대 오라인들이 약해지는 덕이 컸습니다.

박티아리가 빠진 패커스와의 경기와 피셔와 슈월츠가 빠진 칩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오라인이 벅스의 패스러시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더라구요.

지금의 디라인만 잘 유지하면 다음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저의 찐 응원팀인 패츠가 문제죠.
이번 오프시즌 동안 쿼터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빌스랑 돌핀스한테 탈탈 털릴 것 같은데 어떻게 될 지 걱정입니다.

2021-02-13 09:15:19

https://www.espn.com/nfl/story/_/id/30873173/washington-signs-qb-taylor-heinicke-2-year-deal

 

이 친구 결국 재계약했네요. 오오오, 한화로 거의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기는군요.

2021-02-15 16:31:15

마홈즈는 10년에 6000억을 챙기는데..와 소리가 절로 나오네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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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2 02:15:06

브루스 아리안에게 브래디는 정말 구세주이자 자신의 취약점을 완벽하게 커버해주는 쿼터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운필드 롱볼을 좋아하는 코치인데 숏게임과 미드게임 제왕인 브래디의 합류로 전술의 폭이 훨씬 넓어진것이 이번시즌 성공의 큰 열쇠라 보여지구요. 심지어 바이위크 이후에 탬파는 무패인데 그 바이 위크에 브래디와 아리안이 전술운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2021-02-12 14:00:33

그론카우스키가 리그역대 최고 TE대결에서 켈시를 압도했네요. 브래디랑 둘이 언제까지 해먹을건지

WR
2021-02-12 15:46:36

라본테 데이비드가 켈시를 완전히 지워버렸죠.
4명의 패스 러시로 마홈스를 압박하고 세이프티 두 명을 뒤에 내려서 힐을 견제하고 한 명의 라인배커로 켈시를 막는다는 입풋볼을 실제로 실현해버린 벅스 수비진이 엄청났던 거 같아요.

1
2021-02-14 01:20:25

풋볼에 관한 글들 올려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다른 관점에서도 너무나도 재밌게 풋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샤방매니아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21-02-15 16:30:22

와 왕의 귀환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네요

2021-02-22 20:01:08

브루스 아리안스가 슈퍼볼 체제에서 68세 127일로 역대 최고령 감독이고, 예전 NFL Championship 까지 따지면 시카고 베어스의 조지 할라스 감독 (1963년 우승 당시 68세 331일)에 이어 2위더라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정말 대단합니다! 리핏을 위해서 다시 돌아올거라는데 기대가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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