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타의 트레이드들에 대한 단상, 그리고 향후 예상
유타 재즈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리빌딩 버튼을 세게 눌렀습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5위였던 성적이 이제 플인 탈락 직전에 몰려 있죠. 리빌딩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변화가 필요하긴 했잖아요. 이미 내리막이 정해진 팀이 시간을 끌어 봤자 '매물'의 가치만 낮아질 뿐이지요. 빠른 결단 덕분에 유타는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에셋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딜은 이렇습니다.
1. 로이스 오닐 브루클린행 - 복잡하게 연루된 1라픽 1장
사실 이 딜의 효과는 시즌 후 트래프트에서 나타날 예정이고, 아직까지는 유타의 전력에 +가 되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딜이었는데, 아직은 젊은 적은 몸값의 수준급 3&D 선수를 내보낸 것 자체가 아쉬웠습니다.
2. 루디 고베어 미네소타행 - 케슬러/베벌리/비즐리/반도/볼마로+다수의 1라픽 및 스왑권
이 딜이 희대의 사기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다름아닌 케슬러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미네소타는 물론 유타에서도 몰랐을 거에요. 미네소타 프런트가 이를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면 딜 자체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케슬러가 지금 당장 고베어보다 좋은 선수인지는 의문이 있지만, '케슬러가 지금 당장 고베어보다 좋은 선수인지는 의문이 있지만'이라는 말이 나온 시점에서 설명이 끝난 거에요. 케슬러는 루키라구요. 볼마로는 사실 의미가 별로 없었고, 베벌리도 유타에서 쓸 생각은 없었죠. 반도는 케슬러의 대두로 인해 급격히 롤이 줄었고, 비즐리는 기복이 너무 심했습니다. 장기적으로 같이 갈 선수는 케슬러만 남은 셈이지만, 많은 비보호 1라픽들을 감안하면 이 딜은 적어도 유타에게는 역대급 이득이 되겠죠. 고베어가 미네소타에서 초중반에 너무 고생했는데, 그래도 콘리가 가서 손발이 맞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계산적으로만 보면 미네소타가 이번 시즌 성적이 나쁜 것이 유타에게 유리하긴 하겠지만, 그런 전례를 만들면 앞으로 누가 유타와 거래하겠어요? 그리고 유타에 오래 공헌한 콘리와 고베어가 욕을 먹는 걸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네소타가 남은 시간 동안 폭풍같은 연승을 하고 플옵에서도 쭉쭉 올라가길 기원합니다. 그 둘이가 정말 유타에서 너무 좋았단 말이에요...
3. 도노반 미첼 클리블랜드행 - 마카넨/악바지/섹스턴+다수의 1라픽 등등
미네소타의 고베어 영입은 다소 모험적 요소가 섞인 것에 비해, 클리블랜드의 미첼 영입은 '케이크 위에 얹을 딸기'를 구하는 느낌이었죠. 이미 완성된 팀에 에이스를 더한 격이라, 미네소타에 비해 클리블랜드가 유타에 1라픽으로는 덜 이득을 줄 거라고 예상합니다. 실제로 받아온 1라픽 갯수도 더 적죠. 하지만 이 딜에서 유타는 이미 본전을 뽑았습니다. 마카넨/악바지/섹스턴 셋은 모두 유타에 매우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올스타에 이어 올느바까지 노리는 마카넨은 '유타에서의' 미첼보다 더 높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클리블랜드의' 미첼은 거의 올느바 확정이니 클리블랜드가 마카넨을 아까워하진 않겠지만요. 악바지도 출전 시간을 넉넉히 주니 15점 안팎은 따내는 좋은 3&D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드라이브인도 상당한 수준이라, 지금껏 유타가 키우다 포기했던 포레스트/버틀러/NAW가 오르지 못한 레벨까지 이미 오른 듯 합니다. 섹스턴은 햄스트링만 아니면 적어도 벤치 스코어러로서 몫을 충분히 할 겁니다. 이미 검증 끝난 선수잖아요. 거기에 픽들까지 있으니 말해 무엇합니까? 일단 유타는 크게 이득을 봤습니다. 클리블랜드가 미첼을 앞세워 동부에서 최대한 올라가길 응원합니다. 미첼이 71점을 올리고 올느바 퍼스트냐 세컨이냐 얘기가 나오니 너무 좋네요. 하필 나간 뒤라서 좀 슬픕니다만...
4. 보얀 보그다노비치 디트로이트행 - 켈리 올리닉(결과적으로 1대1)
저는 적어도 보얀으로 1라픽 한 장은 받아낼 줄 알았습니다. 어차피 이번 시즌은 탱킹할 것으로 예상했으니까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보얀은 올리닉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실망했죠. 스탯을 보면 명백히 보얀이 나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시즌을 복기해 보면, 올리닉이 눈에 안 보이게 궂은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수비할 때 명백히 자신보다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도 어떻게 비벼내는 걸 보면서 참 똑똑한 선수라는 것을 알았죠. 거기에 의외로 괜찮은 핸들링과 3점을 가졌고, 핸들러가 없는 현 유타에서는 올리닉이 더 필요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마카넨이 보얀의 롤을 더 잘 수행하고 있구요. 보얀이 디트로이트에서 너무 잘 해서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쩔 수 없죠. 디트로이트의 리빌딩이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보얀이 잘 기여하길 바랍니다.
5. 베벌리의 레이커스행 - THT(결과적으로 1대1)
당시 THT가 얼마나 폼이 별로였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이 딜의 뉴스를 보고 농담이거나 픽이 포함되었다는 내용이 생략된 건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 베벌리는 레이커스에 없고, THT는 콘리가 나간 유타에서 메인 핸들러가 되었습니다. 베벌리에게 핸들러 롤을 맡길 것은 아니었을 테고, 나이까지 감안하면,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THT는 더 스텝업이 필요합니다.
6. 콘리/NAW의 미네소타행, 반도/비즐리의 레이커스행 - 토스카노 앤더슨/데미안 존스+레이커스의 보호 1라픽 1장(4순위)
사실 콘리와 반도, 비즐리가 어디로 가든 갈 것이라고는 예상했습니다. 저는 콘리와 반도는 남기길 바랬어요. 아무리 리빌딩 중인 팀이라고 해도, 멘토가 될 베테랑이 있었으면 했고, 반도는 낮은 샐러리 덕에 가성비가 너무 좋았거든요. 비즐리는... 당시만 해도 가드가 너무 많아서 보내도 된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런데 딜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NAW가 포함되었다는 것에 놀랐고, 네 명을 보내는데 받아온 것이 1라픽 1장(그것도 보호! 그리고 보호에 걸리면 2라픽행...!)이라는 것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콘리야 유타에서나 귀하지 다른 팀에서 보는 가치는 낮을 수 있었죠. 그런데 반도가 포함되었는데도 온전한 1라픽을 얻을 수 없었던 건 실망스러웠습니다. 거기에 제법 터질랑말랑하는 NAW를 보낸 것도 아까웠습니다. 웨스트브룩은 바이아웃이 예상됐으니 논외고, 토스카노 앤더슨과 존스에는 거의 기대를 안 했습니다.
하지만 딜 이후 지금까지 팀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 아쉬운대로 참을 만 합니다. 포화상태였던 가드진 뎁스가 얇아지면서, THT와 악바지가 스텝업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클락슨과 섹스턴이 있다면 뎁스는 괜찮아지겠지만, 저 둘의 스텝업은 일단 계속 밀어줬으면 싶어요. 거기에 데미안 존스는 케슬러의 백업으로서 적어도 아주부케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비즐리는 이적 후에도 주사위 던지는 걸 보니 별로 아깝지 않고, 반도는 잘 하긴 하지만 유타에서는 이미 경쟁에서 밀린 셈이라 다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콘리는 참 아쉽지만 미네소타에서 고베어와 합 맞추는 걸 보니 그저 응원할 뿐이죠. 1라픽을 비보호로만 받았으면 그냥 만족할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어요.
지난 시즌까지 유타 재즈는 뎁스가 큰 장점인 팀이었습니다만, 이제 샐러리를 크게 절감하면서 뎁스도 매우 얇아졌습니다. 심지어 클락슨과 섹스턴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라 주장 같이 아직 클래스가 부족한 선수도 많게든 적게든 뛰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일단 뼈대는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팅 : THT - 악바지 - 마카넨 - 올리닉 - 케슬러
벤치 : 던 - 주장 - 폰테키오 - 게이 - 존스 + 클락슨or섹스턴
제가 보기에, 이번 시즌 후 유타는 핸들러를 구하려 할 겁니다. 그게 드래프트든, 픽다발을 이용한 트레이드든, FA든(...?), THT가 유의미한 스텝업을 추가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수준급의 핸들러는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핸들러가 오면 THT는 벤치 핸들러가 될 것이고, 크리스 던은 일단 보험삼아 데리고 있겠지만,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클락슨과 섹스턴 중 하나는 나가리라 봅니다. 악바지만큼 퍼리미터 디펜스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평득 20점을 일정 수준 이상의 효율로 넣어 주지 못한다면, 벤치 에이스로 뛰는 것이 팀에 더 유익하겠죠. 적잖은 샐러리를 차지하는, 같은 롤의 선수를, 둘 다 데리고 갈 것 같지가 않아요. 거기에 포워드 자원을 하나 이상은 더 구하려 하리라 봅니다. 유타의 현재 포워드 뎁스는 썩 좋지 않습니다. 폰테키오는 여기서 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쳐도, 게이는... 내려가지 않으면 다행인 나이 아닙니까? 제대로 된 핸들러를 확보한다면, 올리닉이 굳이 스타팅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좋은 4번 자원이 마카넨과 공격을 주도하고, 벤치 싸움에서 THT와 올리닉이 나설 수 있다면 베스트가 될 것 같네요. 5번 자원은 지금 상태로 만족스러우니 건드릴 필요 없겠지요. 그렇게 잘 풀린다면, 다음 시즌 희망적인 로스터는 이렇게 될 겁니다.
스타팅 : (적어도 THT보다 상당히 좋은 핸들러) - 스텝업한 악바지 - 마카넨 - (올리닉 이상의 4번) - 케슬러
벤치 : THT - 클락슨or섹스턴 - 스텝업한 폰테키오 - 올리닉 - 존스
공수에서 밸런스가 매우 좋고 핸들러와 에이스와 림프로텍터가 공존하는 스타팅 라인업에, 상당히 경쟁력 있는 벤치를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핸들러와 4번인데, 이걸 위해 에인지가 픽을 그리도 모으고 샐러리를 비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두 명만 구해오면 됩니다. 쉽진 않겠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고작 한 시즌도 안되네요.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고, 오프시즌에 멋진 투자를 기대해 봅니다. 얻어온 픽을 다 소모하고 다시 사치세를 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젊고 강한 팀을 완성할 기회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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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는 팔거 안 팔거 싹싹 긁어서 다팔았는데도
곳간이 안 비어있는 그런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