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서스 경기 감상 (23.03.04. at MIL)
- 실제 전적과 상관없이, 식서스가 벅스를 상대할 때마다 항상 자신있어 하는 것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야니스 막아내기, 보다 정확하게는 지공 상황에서 쿰보를 제어 가능한지의 여부입니다. 일단 힘좋고 빠르며 영리한 빅맨 엠비드의 드랍백 자체가 야니스의 골밑 공략에 크나큰 걸림돌이며, 빅맨 상대로 버티는 힘이 좋고 손이 빠른 수비수 하든에, 이번 시즌에는 터커까지 더해지며 쿰보를 괴롭히기 좋은 수비 라인업이 완성되었습니다.
물론 48분 내내 쿰보를 막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강력한 수비팀인 밀워키 특성상 오픈 코트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데다, 부덴홀져 감독 특유의 로테이션 때문에 엠비드가 없는 벤치 구간에 야니스가 투입되어 경기력을 끌어올릴 때도 많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필리가 밀워키를 4쿼터 클러치 싸움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1,2옵션 끼리의 클러치샷 싸움에서는 필리가 자신감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밀워키를 만날 때마다 필리가 애먹는 부분은 바로 브룩 로페즈의 존재입니다. 브룩 본인은 대표적인 드랍백 수비수인 주제에, 오펜스에서는 드랍백 수비의 하드 카운터가 되는 선수거든요. 정교한 3점슛 때문에 엠비드가 외곽으로 끌려나가면, 빈 골밑을 쿰보/즈루를 위시한 벅스의 드라이버들이 공략하면서 식서스의 내외곽 수비를 파괴해버립니다.
거기다가 오늘 경기에서는 러닝 플로터 내지 러닝 점퍼를 계속 적중시키며 드랍백 파괴 패턴에 한가지 옵션을 더 추가했습니다. 엠비드를 비롯해 필리의 수비수들은 오늘 브룩에게 거의 대응하질 못했어요(오늘 로페즈 26득점, 야투 10-16, 3점 3-5).
- 그럼에도 필리가 끈질기게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털비드의 존재감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벅스는 언제나 그랬듯, 브룩/쿰보/즈루/크라우더 등 사이즈 좋은 수비수들을 중심으로 페인트존을 봉쇄하고, 탑에서도 돌파각을 좁혀주며 하든과 엠비드의 투맨 게임을 견제했습니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두 슈퍼스타는 보란듯이 이 수비를 뚫어냈죠(하든 38득점, 야투 11-26, 3점 5-9, 9리바, 10도움, 2턴오버. 엠비드 31득점, 야투 11-22, 3점 3-5, 6리바, 10도움, 1턴오버).
특히 엠비드는 절정의 미드레인지 감각을 과시했는데요. 더블팀을 들어와도 높은 위치에서 미들 점퍼로 무력화시켜 버리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 바로 옆에서 대기하는 하든에게 패스해버리니 답이 없었죠. 여기에 엠비드와 하든이 만드는 그래비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 맥시가 선발출전해서 득점 레벨을 맞춰줬습니다(오늘 26득점, 야투 8-12). 맥시가 선발로 올라오면서 약해진 세컨 라인업에는 하든과 엠비드를 갈아넣어(오늘 각각 39분, 37분 출장) 최대한 둘 중 한명은 코트에 있게 하면서 버텨냈죠.
- 털비드 중심으로 리그 최강 밀워키의 수비를 공략해가며 전반전을 근근히 끌어왔지만, 3쿼터에 큰 변수들이 터집니다. 우선 스타팅 포워드들인 해리스와 터커가 차례로 부상을 당해 경기장을 떠났구요. 더 큰 변수는 그레이스 앨런이 대폭발을 해버렸다는 거죠(3쿼터 20득점, 3점 6-7).
필리 수비가 코너를 비우면서 앨런에게 와이드 오픈을 계속 내준 것도 맞지만, 그렇게 감을 잡아버린 앨런이 터프샷까지 팍팍 꽂아버리며 경기를 터뜨리는 것은 예상밖이었죠. 앨런의 활약에 힘입어 벅스는 3쿼터 한때 18점차까지 앞서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밀워키에게, 그것도 원정에서 큰 리드를 내준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만...
- 4쿼터가 시작하자마자, 필리가 15-2 런을 달리며 순식간에 경기를 접전으로 만듭니다!!! 우선 토비와 터커의 아웃이 전화위복이 된것이, 벤치 대기중이었던 맥다니엘스와 니앙이 경기 막판까지 중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거죠. 즈루를 전담 수비하며 이후 클러치 상황에서 3점 피반칙, 풋백 덩크 등 활약을 해낸 맥다니엘스도 잘 했지만, 15-2 런을 시작을 알리고 이후 4쿼터 내내 존재감을 자랑한 니앙이 더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4쿼터 3점 4-5).
현재 필리에서 삘 받으면 말릴 수 없는 슈터는 하든,맥시,니앙 이렇게 셋인데, 이 중에서 니앙은 볼 핸들러가 아닌 캐치앤슛 포워드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슛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본인의 슈팅을 미끼로 하든에게 스위치로 매치업 헌팅을 제공하는 스크리너가 바로 니앙입니다. 하든과 니앙의 궁합이 아주 좋은 이유이며, 닥 감독이 (양아들 소리를 들어가며) 니앙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4쿼터 시작부터 코트에 들어선 하든은, 오늘 좋았던 컨디션을 감안해도 너무나 가벼운 돌파 감각을 보여줬는데요. 위 짤들에서 하든이 돌파하기 전 니앙이 즈루를 끌고 저 멀리 나가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하든 앞에 남은 수비수는 잉글스, 앨런, 미들턴이죠. 셋 모두 즈루에 비하면 하든이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오늘 4쿼터 하든이 맹활약(19득점, 야투 5-9, 자유투 7-7, 4도움)을 펼친 데에는 니앙의 조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 앞서 필리가 쿰보를 지공에서 상대하는 데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했었죠. 하든과 아이들 라인업의 대성공으로 경기가 접전이 되자, 필리가 가지는 자신감이 실체화됩니다. 3쿼터까지 16득점으로 어느정도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야니스였지만, 4쿼터 클러치 싸움이 되면서 엠비드와 하든의 수비에 애를 먹기 시작하죠.
야니스의 온볼 옵션이 무력화되자, 밀워키가 즈루와 야니스의 픽앤롤 비중을 높입니다. 볼 핸들링은 즈루에게 맡기고, 쿰보는 단순 롤맨으로 쓰는 이 전략이 클러치 상황에서 세번 연속 먹혔고, 경기 종료 1분 20초를 남기고 벅스가 두 포제션차 리드를 잡는데 성공합니다(필리 121:125 밀워키).
그러나 계속 같은 패턴에 당할 만큼 만만한 식서스 수비가 아니었죠. 아래의 첫 짤에서는 쿰보의 볼 캐치가 조금 길어진 사이 엠비드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와 수비 성공, 두번째 짤에서는 엠비드가 쿨하게 스위치를 해서 즈루의 3점을 컨테스트합니다. 미들턴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현재, 벅스의 1,2옵션을 맡는 야니스와 즈루가 막혀버린 것이었죠. 한편 필리의 1,2옵션들은 개인능력으로 연속 클러치샷을 터뜨리며 경기를 가져옵니다. 이렇게 필리가 원정에서 밀워키의 16연승 행진을 마감시키고야 말았습니다!!!
- 여러모로 의미가 큰 승리였습니다. 우선 플옵 높은 곳에서 만날 확률이 높은 벅스를 상대로 상대전적 우위를 선점하였고, 계속 끌려가다가도 결국 역전승을 거둔 경험 또한 이후 펼쳐질 재대결 시에 필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더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멤피스-보스턴-마앰2연전-백투백 댈러스 원정-밀워키 원정으로 이어진 미친 일정의 마무리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좋은 기세를 회복하게 되었죠(6경기 3승 3패).
물론 필리의 험난한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인디애나 원정에, 백투백으로 미네소타 원정이 이어지죠 미네소타 원정 후엔 이틀 휴식 후 홈으로 돌아가긴 하는데, 시즌 후반기이기도 하고 아무튼 체력 관리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늘은 예비 플옵에 가까운 경기였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선수들 출장시간 및 건강 관리가 절실하다 하겠습니다. 토비와 터커의 부상이 심한 게 아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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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