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를 보내며
1. 제 기억엔 머레이는 특이하게도 신인시절부터 리그에서 뛰었었습니다
스퍼스의 많은 신인 선수들이 첫해엔 지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쌓는데
팀에서 특별한 기대를 했는지 머레이는 정규시즌 뿐 아니라 플옵에서도 많이 중용되기도 했습니다
2. 처음에 봤을땐 1번이라기엔 핸들링이 평균이하..아니 거의 낙제점이고(플옵에서 파커가 부상으로 빠지자 휴스턴전에서 베벌리가 본격 수비수로 붙었는데 하프라인 넘어오기가 어려워보였습니다...그래서 신인시절엔 머레이가 주전 1번인.상황에서 마지막 순간 상대의 타이트한 수비가 붙으면 카와이가 대신 볼운반도 많이했죠)
슛은 거의 없는데, 포지션대비 신장이 크고 운동능력이 좋으며 수비와 리바운드가 굉장한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돌파후 플로터도 상당히 쏠쏠했었습니다(지금은 왜 플로터를 아예 안던지는지 모르겠네요)
거기에 생각보다 깡이 좋아서 신인인 주제에 게임흐름을 곧잘 바꾸는 장기도 있었습니다(이건 슈퍼스타가 되기에 큰 장점이죠)
개인적으로는 핸들링이 안되는 1번은 성공사례가 거의 없어서 부정적이긴 했었습니다
3. 가장 놀랐던 건 2년차때 카와이 레너드가 스퍼스에 큰 상처를 주고 떠났을때였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고, 이 어린 선수가 마치 스퍼스의 리더가 된 것처럼 팀에 용기를 복돋을때 이 녀석을 다시 봤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머레이의 진정한 강점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한 리더쉽과 구단에 대한 충성도라고 생각합니다...거기에 워크에틱과 강한 신념과 의지 또한 큰 장점이고요
4. 세번째 시즌...프리시즌 경기에서 시즌엔딩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든을 신경쓰다가 하든을 앞에 두고 레이업을 하려다 잘못 착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머레이는 카와이 떠난 직후 새시즌에선 스퍼스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처럼 독기와 의지를 불태웠지만 시즌 시작도 해보기전에 스퍼스의 전력외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부상도 심각해 보여서 다음시즌 정상적 복귀도 염려스러웠었죠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활의지를 불태우더니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복귀한 이후엔 미드레인지 점퍼를 새롭게 장착하고 나왔고
볼핸들링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다만 여전히 팀은 알드로잔 게이 듵 베터랑이 중심이었고, 거기에 화이트와의 공존 문제 등도 있어서 팀이 머레이를 위한 판은 아니었습니다
5. 이번시즌 전 알드로잔, 게이가 모두 정리되고, 팀의 실질적 리더인 밀스도 나가면서 경기 내외로 머레이가 이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시즌도중 화이트도 트레이드 되며 머레이를 위한 판이 제대로 깔렸습니다
이와 함께 스퍼스의 공격도 완전히 새롭게 정립되었고, 젊은 선수들끼리 하나로 뭉쳐고 달리며 에너지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 스타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머레이는 퍼들과 픽앤롤 호흡을 절묘하게 맞추며 리그의 대표적인 미드레인지 마스터로서 확고하게 자리잡기도 하였습니다
6. 기술적으로 아직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으나, 하프라인 넘어오기도 어려웠던 핸들링을 가지고 있던 선수가, 슛이라고는 아예 없던 선수가 끊임없이 노력하며 올시즌 올스타의 영예까지 누린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해 빠른 발전속도가 선배인 파커를 닮아있는 듯도 보이고, 무엇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높은 투쟁심, 훌륭한 워크 에틱 등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스퍼스의 새 리더였습니다
다만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던 빅3와는 달리
데뷔한 이후 바로 빅3는 하향세, 카와이는 이탈, 오랫동안 미드레인지 일대일을 고집하던 새로운 세선수의 존재(알드로잔+게이), 예기치 못한 부상 등으로 스퍼스에서는 고생만 많이하다 갑니다
많은 팬들이 말하듯이 스퍼스의 전통을 계승하는 마지막 선수였던 머레이가 떠나면서 스퍼스는 진정으로 25년의 던컨에라를 마무리하려나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심지어는 한계가 있는 선수라 이 선수를 메인으로 리빌딩하면 안된다는 개인적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막상 이별이 다가오니 너무 아쉽긴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면서 스퍼스든 머레이든 같이 윈윈이 돼서 오늘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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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시원섭섭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