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클리퍼스: 진짜 단내나게 뛰었는데...

선수들 정말 단내나게 뛰었습니다. 마지막 2분 동안 17점차가 나있는데 마치 7점차 난 것처럼 미친 듯이 뛰었어요. 대체 이들을 이렇게 뛰게 하는 동기는 뭘까... 하는 마음에 짠할 정도였네요. 일단 그 점은 굉장히 존중하고 팬으로서 감사합니다.

그런데도 왜 20점 차로 지는가?

오늘은 선수들 컨디션 위주로 좀 더 봤습니다. 

전반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뭐냐면, 킹스는 마치 플옵이라도 된 것처럼 겁나 열심히 뛰고 있는데, 클리퍼스 선수들은 '뭐야, 니들 왜 이렇게 벌써 힘 쓰고 그래?'하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는 거죠. 1쿼터 대등하게 갔고, 2쿼터 후반부터 좀 벌어졌어요. 클리퍼스 선수들은 땀도 잘 안 나는데, 킹스 선수들 땀 뻘뻘 흘리는 거 보면서 느낌이 왔습니다. '아... 이거 3쿼터에 털리겠구나.'하고 말이죠.

그렇다면, 왜 킹스 선수들은 클리퍼스 선수들보다 많이 뛰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텐데요.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미스매치가 나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킹스는 지금 높이가 부족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가르기가 쉽지 않은데, 결과만 얘기하자면. 3가드 돌리면서 힐드가 포워드와 매치될 때가 많고, 반즈는 4번과, 홈즈 또는 배글리는 5번과 매치될 때가 많습니다.

클리퍼스는 빅윙의 팀입니다. 반즈와 신체조건이 비슷한, 아니 아마 더 클 폴 조지가 마치 2번처럼 움직이는 팀이죠. 아래 클리퍼스 팬 분이 '베벌리-카와이-폴 조지-바툼-모리스' 스몰라인업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다고 얘기하셨는데...  클리퍼스의 스몰라인업이 킹스의 정규라인업 & 클러치라인업보다 큽니다. 주바치 들어올 때는 말도 못하고요. 클리퍼스가 올포워드라면 킹스는 올가드에 가깝죠.

힐드가 조지를 막고, 할리버튼이 카와이를 막습니다. 잠깐의 미스매치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상당히 오랜 시간 이런 매치업을 해야 돼요. 

더 많이 뛰고 더 빨리 지친다

경기 보는 동안 내내 안쓰러웠는데요. 이런 미스매치를 선수들이 깡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는데... 퉁퉁 밀려나면서도 가드들이 빅윙을 맡아요. 

전반 대등해보였죠? 리바운드도 비슷했죠? 클리퍼스가 공격하면 주바치 혼자 서 있다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킹스 주전...들은 '평범한 수비 리바운드에 풀 점프'를 합니다. 수비 리바운드 사수하라는 지시가 있었겠죠. 하지만 키가 엄청 차이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따내려면 박스 아웃하고서도 풀 점프를 뛰어야 리바를 잡아요... (이러고도 결과적으로는 10리바운드 정도 차이났어요. 전 이게 결국 점수차라고 보고요.)

3쿼터 털릴 때 양상이 몇 경기째 똑같은데, 상대가 빡수비를 겁니다. 그럼 킹스 공격이 일단 막혀요. 안 그래도 미스매치니 오펜리바는 꿈도 못 꾸고, 그럼 회심의 공격 하나가 안 먹히면 바로 역공이에요. 수비할 때는 간신히 수비를 하고, 오펜리바를 뺏겨요.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번 세번 연달아 뺏기고 그러면서 쉬운 득점을 허용해요. 상대편은 얼마나 편하겠어요. 대충 던져도 오펜리바 잡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럼 던지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고 잘 들어가기까지 하죠. 점수차가 벌어지죠.

그리고 그럼 킹스 선수들 다리가 풀립니다. 실제로 체력도 이미 많이 쓴 상태인데, 최선을 다해도 공격 리바 털리면서 점수 벌어지면 피로가 한 번에 몰리죠. 그럼 공격에서도 힘을 못 쓰고 쭉 벌어져요.

선수들의 집중력을 탓할 때가 아니에요. 오늘 킹스와 클리퍼스 경기 보세요. 거의 체급 차이가 중학생 vs 고등학생 농구에요. 어릴 때야 그런 걸 기술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최고의 리그에서 이런 걸 어떻게 극복해요. '더 많이 더 열심히 뛰어라' 말은 쉽죠. 평범한 수비 리바운드도 죽을 듯 살 듯 풀점프해서 따낼 수야 있죠. 그런데 그걸 48분을 어떻게 해요.

킹스 요새 왜 이러나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실 테고, 각자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실 텐데, 저는 한참을 돌고 돌아 그냥 평범한 답에 왔어요. 

지금 킹스 주전 얇고, 특히 빅맨이 부족해서, 모두 한 포지션 위로 올리면서 뛸 때가 많아요. 빅윙의 시대에 가드 위주의 스몰라인업이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요. 제 포지션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레너드 막는 할리버튼, 주바치 막는 반즈, 폴 조지 막는 힐드. 이런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아니 왜 일부러 불리한 게임을 해요. 

단장님, 센터 좀 사주세요

단장 진짜 뭐하는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패배가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이 너무 짠해보였어요. 전술이고 뭐고 그냥 체급차가 월등히 나고, 그걸 에너지로 때우다가 후반에 퍼져버린 건데...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제발 센터 좀 보강해주세요. 이제 이기는 것도 안 바라요. 선수들 자기 포지션에서 자기 플레이 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