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드랩 앞두고 생각해볼만한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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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9 15:56:13
2020 드래프트
이번 드랩은 탑 10이 조금 아쉽고, 1라운드 중반 수준은 괜찮은 드랩입니다. 그리고 수년간 나온 적 없는 꽤 특이한 유형의 드랩인데, 어떤 부분이 특이한 지에 대해서 제 사견으로 몇 가지 사항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고등학교 대비 주가가 떨어진 탑 프로스펙들
보통 고등학교 대비 대학에서 주가가 떨어진 탑 프로스펙들이 프로와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경우는 드뭅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 프로에서 서서히 성장하다 3-5년차 쯤에 대성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점에서 이번 드랩은 특이합니다. 고등학교 대비 주가가 떨어진 탑 프로스펙들이 많고 하나같이 야투율 문제를 달고 있습니다.
보통 탑 프로스펙들이 대학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 가장 일반적인 문제로 불거지는 것이 야투율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샷 셀렉션 문제가 생기는 건데, 샷 셀렉션 문제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탑 유망주는 대개 프로에서도 커리어 초반은 동일 문제를 안고 갑니다.
이 문제가 극복가능한 지 여부가 보통 프로 3년차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죠(약속의 3년차). 허나 3-5년차에 샷 셀렉션이 확 좋아진다 해도 보통 1-2년차에 그럴만한 가능성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대부분은 이 문제를 극복못하고(가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효율나쁜 선수가 되곤 하는데요.
이번 드랩은 유독 대학에서 주가가 떨어진 탑 프로스펙들이 많고, 이 선수들이 하나같이 샷 셀렉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포제션을 몰아받는 탑 프로스펙일수록 샷 셀렉션 문제는 고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커리어 초반부터 포제션을 몰아받는데, 거기에서 머뭇거리며 샷 셀렉션을 신경쓴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머뭇거리는 순간 기존의 장점들도 다 죽어버릴 수 있고, 그리 되면 자칫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예컨데 라멜로 볼이 샷 셀렉션 신경쓴다고 템포죽이거나 패스만 고집한다면, 볼 특유의 디시전메이킹 장점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샬 셀렉션 신경쓰면서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는 것이 포제션 몰아받는 탑 프로스펙에게는 꽤나 힘든 일이에요.
보통 팀 내 비중이 작은 유망주가 샷 셀렉션에 문제가 있다면, 부담없이 서서히 쉬운 샷 위주로 던져가며 샷 셀렉션 문제를 고쳐나가다 몇년 후 샷 셀렉션 개선과 함께 팀 내 비중이 확 늘어나곤 합니다.
약속의 3년차 때 터지는 유망주들의 경우 이런 유형(성장형)이 많은 편이죠. 허나 처음부터 팀 내 비중이 높으면 어려운 샷을 강요받게 되므로 샷 셀렉션을 신경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학 대비 프로에서 야투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샷 셀렉션이 루키 때부터 안 좋다면 아쉬움이 생길 여지가 많겠죠.
루키시즌 RJ 배럿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배럿도 대학에서 샷 셀렉션 이슈(주로 3점 샷 셀렉션)가 있던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드랩 전부터 슈팅 폼 교정을 위한 많은 노력과 함께 스마트 샷 셀렉션을 갖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럿은 워크에씩이 굉장히 좋은 선수이고 멘탈도 훌륭하죠. 그래서 예시로 들기에 적합한 선수입니다. 성장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선수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배럿도 대학 스탯은 22.6 득점, 45.4% 야투율(2점 성공률 52.9%), 3점 성공률 30.8%였습니다.
3점 성공률이 매우 아쉽고 NBA 3점 레인지에서 성공률이 낮았으나, 야투율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죠. 그럼에도 프로에서 시즌 초중반 샷 셀렉션 문제로 매우 고전했고, 1년차 야투율 40.2%, 3점 성공률 32.0%에 그쳤습니다.
배럿의 루키 시즌은 전체적으로 볼 때 샷 셀렉션이 안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눠보면 양상이 조금 다른데요.
전반기는 야투율 38.8%, 3점 성공률 31.8%로 아쉬웠으나 (13.6 득점), 후반기에 45.2% 야투율, 32.6% 3점 성공률로 크게 개선된 샷 셀렉션을 보여줬구요.
그 덕분에 평균 득점도 17.2 점으로 전반기 대비 +3.6 득점이나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전한 배럿의 대학 야투율은 45.4%였습니다.
단적으로 후반기 좋아진 샷 셀렉션 덕분에 회복한 야투율이 대학 야투율 기록과 흡사해요(루키시즌 후반기 45.2%, 대학 45.4%).
그리고 3점 성공률은 대학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쉽습니다(3점 성공률 루키시즌 후반기 32.6%, 대학 30.8%).
2점 야투율은 후반기에 이르러 기대한만큼 끌어올렸고(대학수준), 샷 셀렉션도 한결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대학 때부터 아쉬웠던 3점 샷 셀렉션은 여전히 아쉬웠던 건데요.
이번 드랩 top 10 중 빅맨을 제외하면,
라멜로 볼 야투율 37.5%, 3점 성공률 25.0%,
앤써니 에드워즈 야투율 40.2%, 3점 성공률 29.4%,
데니 아브디야 야투율 43.6%, 3점 성공률 27.7%(1.8개 시도),
킬리안 헤이즈 야투율 45.5%, 3점 성공률 39.0%,
아이작 오코로 야투율 51.4%, 3점 성공률 28.6%,
타이리스 할리버튼 야투율 50.4%, 3점 성공률 41.9%,
입니다. 단적으로 헤이즈와 할리버튼 외에는 슈팅에 강점있는 선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 4명의 선수들은 지난 시즌 배럿보다도 야투율과 3점 성공률이 안 좋습니다(오코로 야투율 제외).
과연 이 선수들이 루키 시즌 샷 셀렉션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힘들 겁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샷 셀렉션 개선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거에요.
위의 루키 시즌 배럿 예시로 보실 수 있듯이 포제션을 몰아받는 상황에 샷 셀렉션을 개선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그런 와중에 후반기 샷 셀렉션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준 배럿은 훌륭한 유망주입니다).
그래서 루키시즌에는 대학 수준의 야투율만 기록해도 훌륭하다 평가받을 수 있는데, 위 4명의 선수들은 대학 시절 야투율(혹은 3점 성공률)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죠(탑 10 픽 선수들이 위와 같은 대학 시절 야투율(혹은 3점 성공률)로 루키시즌을 마치면 매우 아쉽겠죠).
또한 만약 위 선수들이 3-5년차에도 대학수준 야투율에서 소폭 상승에 그친다면 탑 10 픽으로는 망했다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처럼 유독 이번 드랩에서 샷 셀렉션에 문제있는 탑 프로스펙들이 많은데, 이 선수들이 포제션을 몰아받는 상황 속에서도 서서히 이 문제들을 고쳐나갈 수 있을 지 궁금하네요.
아마 굉장히 어려운 숙제일 겁니다. 포제션 몰아받으며 어려운 샷을 강요받는 탑 프로스펙이 샷 셀렉션을 개선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숙제에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과연 샷 셀렉션 문제를 극복해서 대성하는 선수가 이번 탑 프로스펙 중에서 나올 지 정말 궁금합니다.
2. 공고하지 못한 탑 프로스펙들의 위치
보통 아무리 프로스펙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드랩이라 해도 드랩 1-2달 전부턴 1픽이 예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탑 2 혹은 탑 3가 사실상 결정나는 경우가 많죠.
허나 이번 드랩은 10일남은 현 시점에도 1픽이 오리무중이고, 탑 3의 위치도 공고한 편은 아니에요. 떠오르는 탑 3가 있지만, 이 선수들도 언제든지 탑 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니까요.
1픽 예상이 이렇게 안 되는 경우는 수년간 없었습니다. 그래서 탑 3픽들의 트레이드 가치가 낮은 거겠죠.
보통 확고한 1픽 예상선수가 나오면, 1픽의 가치는 2, 3픽 대비 확연히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예컨데 17년 드랩의 마켈 펄츠의 경우, 시즌 중에 확고한 1픽으로 평가받았죠.
그리고 이 선수를 픽하기 위해 필리는 당해 3 픽 + 다음해 레이커스 1라운드 픽을 내줬습니다.
2018년 레이커스 픽은 2-5픽 시에만 셀틱스가 행사하고, 비전환 시 2019 킹스 혹은 필리의 1라운드 픽 중 순위높은 픽을 행사하는 픽이었습니다.
당시 꽤나 가치높은 에쎗으로 평가받던 픽이었고(당시 레이커스 성적을 감안할 때 top 2-5픽이 가능해 보였죠), 실제로는 19년 킹스 14픽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 에쎗(3픽 + top 2-5픽)을 내주는 것이 확고한 1픽 예상 선수가 있을 때의 1픽 가치입니다.
그런데 이번 드랩에선 top 2픽을 가진 팀들이 열심히 트레이드하려 해도 이 거래에 쉽사리 응하는 팀이 없습니다. 닉스가 1픽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만, 닉스도 로터리 픽 이상을 추가로 내줄 의향은 없어 보이죠.
여러 전문가들도 이번 1, 2픽을 위해 로터리 픽 이상을 추가로 내놓는 건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구요.
이런 상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두 팀의 트레이드 의지는 확고해 보이는만큼(특히 팀버울브스), 과연 1, 2 픽이 최종적으론 어떤 트레이드에 포함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3. 콜 앤써니
1번 항에 속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콜 앤써니일 겁니다. 라멜로 볼, 앤써니 에드워즈도 비슷한 양상이나 주가가 떨어진 폭은 앤써니가 가장 큽니다(유사한 문제가 있음에도 볼과 에드워즈는 이번드랩 부동의 탑 3죠).
제 사견으로 콜 앤써니는 부상 이슈와 극도로 부진했던 팀 문제를 감안해야한다 보고, 부상 이슈없고 팀 문제만 해결되면 이렇게까지 주가가 떨어질 선수는 아니라 보고 있습니다.
허나 콜 앤써니가 이번 드랩에서 고등학교 대비 대학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대표적인 선수이고, 샷 셀렉션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유망주인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유망주는 일반적으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픽순위도 계속 하락하는 거겠죠.
허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부상 이슈 + 극도로 부진했던 팀 문제를 감안해줄 필요는 있다 봅니다. 그래서 고려사항이 많은 특이한 유형의 선수에요.
개인적으로는 특이한 이력의 콜 앤써니에게 관심이 많이 갑니다. 과연 앤써니가 어느정도까지 성장할 지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 선수가 대성하는 데 성공하면, 제 지론도 흔들릴 것 같은데요(고등학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샷 셀렉션에 문제있는 유망주는 성공확률이 낮다).
앤써니는 이상하게도 보여준 퍼포먼스 대비 기대가 많이 됩니다.
4. 슈터 뎁쓰
언뜻보면 슈터 뎁쓰가 참 좋아보이는 드랩입니다. 허나 대부분의 슈터 유망주들이 캐치 슈팅에 강점있는 반면, 무빙샷이 약한 경우가 많구요.
또한, NBA 3점 레인지에서 좋은 성공률을 보인 유망주만큼이나 나쁜 성공률을 보인 슈터 유망주도 많습니다.
지난 드랩에선 대체로 좋은 슈터로 평가받으면 NBA 3점 레인지에서도 좋은 성공률을 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대표적인 예가 캠 존슨-타이 제롬입니다).
허나 이번 드랩에선 NBA 3점 레인지 기준으론 슈터들 간에도 편차가 매우 큰 편이에요(매우 좋은 사딕 베이-할리버튼 vs. 아쉬운 테리-베인).
게다가 캐치 앤 샷 대비 무빙샷에 강점이 없다는 건 슈터로의 쓰임새에 제한이 있다는 건데요. 이번 드랩에서 유망한 슈터들 중 많은 선수들이 캐치 앤 샷에만 강점이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오프스크린 활용이 정말 중요한 현 트렌드에서 캐치 슈터로만 기능할 수 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죠. 그래서 과연 이번 드랩 슈터 유망주들이 무난한 캐치 슈터 이상이 될 수 있을 지도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보는 포인트입니다.
프로에서 먹힐 기능성 측면에서 타이렐 테리를 네이스미스와 함께 이번 드랩 top 2로 보는 의견이 있는것도(저도 그리 봅니다), 테리가 이번 드랩에서 드물게 오프드리블 3점에 능한 슈터이기 때문입니다.
테리는 NBA에서 바로 통하기에는 약점이 매우 많은 선수이긴 한데, 슈팅의 다재다능함이라는 측면에선 성장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슈터 잘 키우는 팀에 가면 슈터로 대성할 수도 있겠죠).
네이스미스도 무빙샷을 창출해내는 오프스크린 슈터라는 점이 고평가요소이구요.
두 선수가 각기 의문점이 있음에도(테리는 NBA 3점 레인지에서 조금 약했다는 점(정면 슈팅이 약하죠)과 프레임 문제, 네이스미스는 2학년 14 경기 밖에 안 뛰었다는 점) 슈터 top 2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번 드랩의 슈터 뎁쓰가 조금 아쉽다는 것(캐치슈터 일색이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과연 이번 드랩에서 레딕-코버같은 탑 클래스 슈터가 나올 수 있을 지 정말 궁금하네요.
5. 3 & D 뎁쓰
리그가 점차 versatile winger가 중요해지는 트렌드로 가고 있고, 스코어러 재능이 약한 드랩이다보니 현 트렌드에 걸맞는 3 & D 윙자원들이 이번 드랩에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허나 이번 드랩에서 3 & D 유망주들은 공수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편이에요.
1) 캐치 슈팅이 매우 좋은데 패스가 아쉽다거나,
2) 대학기준 좋은 멀티 포지셔닝 능력을 보이는데, 사이즈 문제로 프로에선 멀티 포지셔닝이 안될거라는 예상이 있거나,
3) 대학기준 좋은 슈터인데 NBA 레인지에서 아쉽다거나,
4) 대학에선 좋은 사이즈로 각광받는 수비수였느나, 운동능력 문제로 프로에선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등의
뭔가 한 끗이 아쉬운 3 & D 유망주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이 아쉬운 드랩이에요.
물론 언제나 완벽한 3 & D 자원이 드랩에서 수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지난시즌 타이불의 예에서 드러나듯 뭔가 아쉽다해도(슈팅/공격)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면(오프볼 수비) 프로에서도 통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사실 3 & D 유형은 꼭 오프스크린 슈터가 아니라도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무빙샷의 아쉬움을 수비로 메울 수 있으니까요.
공격에선 캐치 슈팅 위주로 성장시키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슈팅 이슈는 프로에서 개선시키겠다는 식의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슈팅의 발전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 수비보다 캐치 슈팅 발전시키는 게 쉽겠죠).
그렇다보니 일반적인 드랩에선 수비-사이즈-운동능력은 좋은 대신 슈팅력이 아쉬운 3 & D 유망주들이 많은 편인데, 이번 드랩은 특이하게도 사이즈 문제가 있거나 운동능력이 아쉬운 3 & D 자원들이 많은 편이에요.
1라운드 중반 최고의 즉전감으로 꼽히는 데스먼드 베인도 느린 발과 악어팔 문제로 포지션 정체성이 불분명한 것이 최대약점인데, 그럼에도 20픽 레인지에서 거론되고 있죠.
보통 수비가 좋고 좋은 팀 플레이어인데, 슈팅이 아쉬운 선수(슈팅발전 가능성은 충분한)를 3 & D 윙으로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이번 드랩은 슈팅이 아닌 다른 단점이 있는 3 & D 유망주들이 많습니다.
이런 양상이 과연 즉전감의 데뷔라는 호재로 나타날 지, 아니면 결국 3 & D 유망주들의 대거 실패로 이어질 지도 궁금하게 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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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고려를 해봐야하긴하겠지만 볼은 너무 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