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에 관하여
고트 논쟁에 낀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간단한 글을 하나 남겨봅니다.
사람들은 동화 속 영웅에 열광하고 사랑하지요. 완벽한 히어로를 동경하며 그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기도 합니다. 마이클 조던은 그런 선수죠. 완벽한 영웅의 이미지, 실력은 기본이고요. 실적, 외모, 스토리, 영향력, 투쟁심, 농구와 관련한 그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그는 동화 속 영웅의 이미지를 하고 있습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명경기를 보고, '소설가도 이렇게 스토리를 쓴다면 사기친다며 욕먹을 것이다' 라는 평가를 합니다. 저에게는 마이클 조던의 커리어가 그래요. 그게 영화나 드라마 등 그 어떤 픽션이라면, 아마 거짓말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비현실성에 힘입어(?) 조던은 '농구의 신'이라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죠. 그렇기 때문인지, 고트는 모르겠습니다만 농구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르브론이 가져올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이후 포스트 조던 시대의 스타들은 알게 모르게 조던이 닦아 놓은 그 완벽한 길을 따라가길 강요 당해왔습니다. 다들 실패했지요. 애초에 성공할 수는 있는 미션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만, 다시 보니 강요라는 표현도 옳지 않은 것 같네요. 본인들이 동경해마지 않았던 길이니 그저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Chosen One'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수식어를 달고, 우리 모두는 'witness'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받으며 NBA에 등장한 르브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23번을 달았죠. 루키 시절의 그는 애초에 그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후로 17년이 지났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 선수는 이미 조던이 만들어 놓은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꽤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에도 느바판의 주인공이라고 볼 만 합니다. 때로는 빌런이 주인공인 영화도 있습니다. 그리고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모르겠는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죠. 우리의 현실은 그만큼 입체적이고 양가적이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의 불완전성은, 마찬가지로 대중의 완벽한 사랑 내지 존경으로 치환되기 어렵습니다. 저는 르브론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저처럼 르브론의 팬인 사람들은 르브론이 그와 같은, 모두가 기대하고 바라마지 않는 영웅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을, 그가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할 것입니다만, 그 반대에 계신 분들은 영웅의 깜냥이 되지 않았던 르브론 제임스는 스스로 그 길을 포기하고 쫄보처럼 이지고잉어가 된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르브론을 고트 '후보'로 올리는 것조차 납득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르브론 제임스의 선택, 그러니까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그것(아마도 디시전 쇼가 그 출발이겠죠)의 기저는 저 위의 두 의견 중간 쯤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는 아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려되는 복합적인 것들의 총체와도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동화 속 영웅인 완벽한 주인공도 좋아합니다만, 동화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만의 스토리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던도 좋아했고, 지금은 르브론을 좋아합니다. 만일 두 선수가 동시대를 뛰었다면 선호하는 하나를 골라야했겠죠. 그러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라건대는, 지금 르브론이 주인공으로 쓰여지는 느바의 역사가 조금만 더 길어서, 제가 저의 기대보다도 더 오랫동안 그를 응원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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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주인공을 조던이라고 칭하시고
완벽하다고 하시는데 시카고를 제외하면
글쎄요. 오히려 동화는 카림같은 선수죠.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선행은 물론 완벽한 인성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