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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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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0:56:55

고트 논쟁에 낀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간단한 글을 하나 남겨봅니다.

 

사람들은 동화 속 영웅에 열광하고 사랑하지요. 완벽한 히어로를 동경하며 그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기도 합니다. 마이클 조던은 그런 선수죠. 완벽한 영웅의 이미지, 실력은 기본이고요. 실적, 외모, 스토리, 영향력, 투쟁심, 농구와 관련한 그 어떤 카테고리에서도 그는 동화 속 영웅의 이미지를 하고 있습니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명경기를 보고, '소설가도 이렇게 스토리를 쓴다면 사기친다며 욕먹을 것이다' 라는 평가를 합니다. 저에게는 마이클 조던의 커리어가 그래요. 그게 영화나 드라마 등 그 어떤 픽션이라면, 아마 거짓말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비현실성에 힘입어(?) 조던은 '농구의 신'이라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죠. 그렇기 때문인지, 고트는 모르겠습니다만 농구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르브론이 가져올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이후 포스트 조던 시대의 스타들은 알게 모르게 조던이 닦아 놓은 그 완벽한 길을 따라가길 강요 당해왔습니다. 다들 실패했지요. 애초에 성공할 수는 있는 미션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만, 다시 보니 강요라는 표현도 옳지 않은 것 같네요. 본인들이 동경해마지 않았던 길이니 그저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Chosen One'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수식어를 달고, 우리 모두는 'witness'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받으며 NBA에 등장한 르브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23번을 달았죠. 루키 시절의 그는 애초에 그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후로 17년이 지났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 선수는 이미 조던이 만들어 놓은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꽤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에도 느바판의 주인공이라고 볼 만 합니다. 때로는 빌런이 주인공인 영화도 있습니다. 그리고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모르겠는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죠. 우리의 현실은 그만큼 입체적이고 양가적이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는 주인공의 불완전성은, 마찬가지로 대중의 완벽한 사랑 내지 존경으로 치환되기 어렵습니다. 저는 르브론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저처럼 르브론의 팬인 사람들은 르브론이 그와 같은, 모두가 기대하고 바라마지 않는 영웅의 길을 가지 않은 것을, 그가 자신의 길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할 것입니다만, 그 반대에 계신 분들은 영웅의 깜냥이 되지 않았던 르브론 제임스는 스스로 그 길을 포기하고 쫄보처럼 이지고잉어가 된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르브론을 고트 '후보'로 올리는 것조차 납득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르브론 제임스의 선택, 그러니까 동화 속 영웅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그것(아마도 디시전 쇼가 그 출발이겠죠)의 기저는 저 위의 두 의견 중간 쯤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는 아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려되는 복합적인 것들의 총체와도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동화 속 영웅인 완벽한 주인공도 좋아합니다만, 동화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그만의 스토리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던도 좋아했고, 지금은 르브론을 좋아합니다. 만일 두 선수가 동시대를 뛰었다면 선호하는 하나를 골라야했겠죠. 그러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라건대는, 지금 르브론이 주인공으로 쓰여지는 느바의 역사가 조금만 더 길어서, 제가 저의 기대보다도 더 오랫동안 그를 응원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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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22 00:59:54

동화 속 주인공을 조던이라고 칭하시고
완벽하다고 하시는데 시카고를 제외하면
글쎄요. 오히려 동화는 카림같은 선수죠.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선행은 물론 완벽한 인성까지.

2020-10-22 01:05:23

글쓴이분이 말한 농구에 관해서는 조던이 주인공으로 묘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염소르브론님 말대로 농구외적으로 돌아보면 조던에게도 아쉬운 점이 꽤나 있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2020-10-22 01:12:59

농구와 관련한 카테고리라고 글에 쓰셨는데...

WR
2020-10-22 01:13:38

조던이 농구사에 남긴 굵직한 커리어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인성이나 여타 부분은 고려하지 않아서 동의를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0-10-22 09:49:41

흠...카림은 시합중에 하드파울당했다고 그 선수 턱부셔버린 적도 있으신데...

2020-10-22 09:57:39

그리고 본인은 손 다쳐서 여러 경기 못 나오고, 팬들이 실망한 끝에 그해 올스타에도 탈락했죠. 자바 20년 커리어에 유일한 올스타 탈락...

2020-10-22 09:56:58

카림도 젊었을 때는 구설수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시골 동네 스몰 마켓 밀워키가 싫다며 대도시로 트레이드 요청을 한 바 있고, 함부로 주먹을 휘둘러서 손에 부상을 당해 장기 결장을 한 적도 두 차례나 됩니다.

 

처음에는 상대의 더티 파울에 열받아 백보드를 쳤다가 다친 건데 이때는 뭐 그렇다 쳐도, 두 번째에는 상대가 거친 파울을 했다고 아예 경기 중에 죽빵을 날렸고 이때 되려 자기 손이 다쳐버렸죠.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가 두 번이나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되려 부상을 입고 팀에 해를 끼치니, 이때 당시 자바를 향한 비난 여론은 엄청났습니다. 심지어 자바는 기량이 추락한 말년에도 계속 올스타에 뽑힌 바 있는데 이 주먹질 사고를 친 78년에는 올스타에도 못 뽑혔죠. 손 부상으로 결장한 탓도 있습니다만, 팬들이 자바의 신중치 못한 행동에 등을 돌리고 자바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바 커리어 최대의 흑역사죠.

 

자바가 무술과 요가에 심취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해 이런저런 사건에 휩싸이자 본인도 자신의 심기를 다스리기 위해 정신 수양에 나선거죠. 이후 자바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동양식 명상 수련의 덕을 톡톡히 봤고, 주변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그 효과를 칭송했습니다.

 

자바는 굉장히 스마트한 사람이고 말씀하신대로 인품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젊었을 적에는 아무래도 치기 때문에 이런저런 신중치 못한 실수를 했던 것도 사실이죠. 원래가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보니, 프로 초기에 오만하다는 비판도 받았고요. 스스를 반성해서 변화시킨 것만 해도 그릇이 큰 사람이긴 한데,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적어도 인간으로서 자바의 평판은 지금보다 더 낮았겠죠.

 

인품에 있어서는 역대 레전드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줄리어스 어빙도 팀과의 계약 문제로 이런저런 구설이 있긴 했습니다. 물론 다 어빙이 억울한 경우긴 했지만요. 이런저런 구설 없이 선수 시절에 인간적으로 완벽한 평판을 받은 인물은 그나마 빌 러셀 정도가 유일할 겁니다.

2020-10-22 01:10:54

저는 왠지 모르게 르브론이 더 좋더라구여

2020-10-22 01:16:04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조던을 이순신 장군이라 한다면, 르브론은 이성계 장군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Updated at 2020-10-22 01:50:57

글 내용에 동감을 하긴 하는데.. 제가 조던 에라가 아니라 더 그렇게 느끼는거겠지만

다른건 몰라도, 시카고 불스에서 데뷔를 하고 23번을 달고싶었더라면 모를까..아예 다른 팀에서 23번을 단다는 이유로 애초에 그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적었다 라고 판단하는거는 너무 앞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킹'이면 몰라도 '초즌 원'이니 '휘트니스'는 자칭도 아니였구요.

 

물론 르브론은 조던을 동경하는 의미에서 23번을 달았지만, 그렇다면 르브론 등의 시그니쳐 신발을 신는 사람은 르브론을 동경해야만하는 강요를 당하는걸까요?

WR
2020-10-22 13:56:58

네 그 판단은 제가 넘겨 짚은 추측일 뿐이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됩니다. 다만 저는 르브론이 조던을 동경해야만 하는 강요를 받아서 23번을 달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하단의 질문에는 어떤 답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2020-10-22 02:38:51

 르브론이 이번에 우승하면서 많이 이야기하는게 사실은 동화속 영웅의 이야기는 언론 등에 의해 포장된게 많았고 피펜과 그랜트라는 재능이 드래프트 된 것이 영웅을 만든 주요원인이라는 것이죠. 르브론도 피펜급 재능이 자기팀에 들어왔으면 그렇게까지 안했습니다. 같은 상황이 아닌데 같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함정이었던거죠. 르브론은 아마 디시젼때 계산을 했을겁니다. '어차피 NBA 시즌에서 우승팀은 나올수밖에 없고 과정이 어찌되었든간에 1옵션으로 우승을 하면 그 시즌은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산이 100% 옳았죠. 그때 팀을 안옮겼으면 모윌리엄스, 드류구든, 딜론테웨스트 이런 유형의 선수들 정규시즌 스타만들어주면서 처절하게 플옵에서 치욕당했을겁니다. 결과적으로 칼말론 ~ 윌트채임벌린 그 사이에 커리어가 존재하겠죠. 1우승 5시엠 13퍼스트팀 정도. 개인적으로 르브론을 평하자면 '농구잘하고 튼튼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영리한 쫄보'라고 하고 싶네요.    

2020-10-22 11:25:43

주요 요인이라는 건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주요 요인은 그냥 조던 자체죠.

Updated at 2020-10-22 07:36:23

르브론 플레이를 보는건 좋아하지만, 코트외적 행보에는 비판적이던 사람으로써 그가 이제 자기만의 길을 가고있고, 비판받았던 지점도 서사의 일부가 되어가는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도 그가 동화속 영웅이 되어주길 바라는 일부 팬들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울뿐이죠. 슈퍼팀의시작은 보스턴부터다. 불스도 빅3다. 이런 얘기들이요. 물론 수사적 의미에서 빅3, 슈퍼팀 등의 용어가 이전부터 쓰였을순있어도 분명 르브론으로부터 파생된 트랜드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없애거나 희석하거나 남을 끌어들이려고 하지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지않아도 고트를 노릴수있다고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20-10-22 08:25:55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는 재밌습니다. 

부분부분 본인의 비성숙한 태도로 야기하는 분쟁도, 실체도 불분명한 주변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갈등도 이야기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던 싫던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죠.

기자들이나 저같은 사람한테는 시카고 왕조 건국신화같은 것보단 지금의 혼란상이 훨씬 즐겁습니다.

2020-10-22 08:30:15

조던 스토리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시라고 봅니다

탄생 - 성장 - 시련 - 극복과 절정 - 죽음 - 부활 같은 전형적인 영웅 스토리.

당시 시카고 불스 왕조도

건국 - 성장- 전성기 - 쇠퇴 - 중흥기 - 몰락 이라는 전형적인 왕조 이야기고요.

 

반면 르브론 스토리는 좀 더 입체적입니다. WWE 스토리 같아요.

탄생 - 성장 - 시련 - 타락(턴힐) - 악역으로 전성기 - 개심 및 귀향(턴페이스) - 선역으로 전성기 - 새로운도전 - 마지막 불꽃 - ??

 

전형적인 영웅 서사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역시 조던 스토리죠. 왕도예요. 스토리 라인으론 이것보다 더 완벽할 순 없습니다. 

다만 르브론이 써 나가는 스토리도 참 매력적입니다. 굴곡진 인생사 같거든요.

 


 

 

 

2020-10-22 08:35:55

WWE라고 하니 확실히 그 점이 아쉽습니다. 이것도 전형적이긴 마찬가지라.


저는 스카페이스같은 비극이 훨씬 좋거든요.

Updated at 2020-10-22 09:04:12

오히려 이번에는 카와이를 끌어들여 빅3를 만들지못한채 레이커스를 우승시켰다는게 르브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것이 또 아이러니죠.

2020-10-22 18:41:28

대단한 선수긴 합니다.

2020-10-22 10:40:35

조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듯한데, 사실 관계 하나하나 알고 보면 조던이 최소한 동화 속의 영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반면에 현실주의자처럼 보이는 르브론에게도 기어코 고향팀 돌아가서 우승에 일조한 면도 있구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WR
2020-10-22 13:59:06

첫번째 댓글 다신 분과 비슷한 말씀이신 것 같아 그 대댓글로 갈음하겠습니다. 첨언하자면 저는 르브론도 잘 모릅니다. 이역만리 일개팬이 어떻게 먼나라의 수퍼스타에 대해 잘 알 수가 있을까요. 매니아 공식 성덕 팀하워드님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저 단편만 보고 그 선수를 판단할 뿐이죠.

Updated at 2020-10-22 14:54:21

조던에 대해서 잘모르시는 듯한데....

너무 정성스런 좋은글과 댓글들 보며 즐거워 하고있는데 좀 뜬금없네요

아쉽습니다.. 

 

Updated at 2020-10-22 10:43:45

내용도 내용인데 필력이 장난아니시네요.

내용도 뛰어난데 것보다 필력에 더 놀라고 갑니다.

WR
2020-10-22 16:26:58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0-10-22 16:03:39

 조던과 르브론의 기록 비교가 올라오면 두 선수 기록의 비슷함을 보며 놀라는데 참 두 선수의 스토리도 재밌는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조던의 스토리는 말씀하신 것처럼 신화나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서양의 전형적 영웅서사죠. 

영웅으로 태어나 아치에너미에게 시련을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두 발로 일어나 극복해내고 최고가 된 다음, 영웅적 죽음을 맞이한 후 부활하는 것까지 서양에서 참 좋아하는 80년대 90년대 영웅서사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르브론은 그렇지 않죠. 여느 영웅서사처럼 영웅으로 태어나 아치에너미에게 시련을 당하는 것까지는 똑같지만 그는 전형적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빌런이 되는 길을 택합니다. 그리고 악역으로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후 회개하고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받죠.

 

근데 이렇게 이중적인, 좋게 표현해서 복합적인 영웅서사가 오히려 2000년대부턴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막론하고 더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중은 더이상 완벽한 영웅을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인들의 일면인 때론 유약하고 비겁하기도 한 인간적인 캐릭터에 더 큰 매력을 느끼죠.

 

이렇게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이 각자의 시대에 맞는 서사를 가지고 선수생활을 하는 것도 참 재밌습니다. 두 선수가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선수생활을 한것도 아닌데 말이죠.

 

WR
2020-10-22 14:00:42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구체화 해주신 것 같습니다.

2020-10-23 18:55:14

필력이 너무 좋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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