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팬분들은 준비 되셨나요?
최근의 GOAT 논쟁을 지켜보다 보면 르브론 팬인 저는 조던과의 비교를 떠나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 언젠가는 르브론에 접근하고 르브론을 능가하는 선수도 나오겠구나.
이때 나는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그런 선수가 나왔을 때 순순히 르브론을 넘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좀 더 유리한 지표를 들이밀며 아직 멀었다고 외칠 것인가?
(르브론이 조던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날이 와봐야 알겠지만 정말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나온다면 기꺼이 박수 쳐 줄 수 있는 유연한 사고가 제 안의 팬심에 가로막히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는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릅니다.
댈러스의 패스 잘하는 포워드인지 득점 잘하는 가드인지 알 수 없는 존재 루카 돈치치
루카 돈치치의 데뷔 2년 차 20세 정규시즌 기록은
경기당 평균 28.8 득점 9.4 리바운드 8.4 어시스트 FG 46.3% 3P 31.6% FT 75.8%
PER 27.6 WS/48 .207 TS 58.5% BPM 8.4
르브론 제임스의 데뷔 2년 차 20세 정규시즌 기록은
경기당 평균 27.2 득점 7.4 리바운드 7.2 어시스트 FG 47.2% 3P 35.1% FT 75.0%
PER 25.7 WS/48 .203 TS 55.4% BPM 8.6
쿤보가 이번 백투백 MVP로 르브론과 꽤 비슷한 수상 경력을 만들어나가고 있긴 한데 시작점이 좀 낮은 탓에 본인의 네 번째 시즌이 돼서야 르브론의 수준에 올라섰다면 돈치치는 데뷔 시즌부터 르브론과 동급 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생일을 고려해보면 르브론의 2년 차와 루카의 데뷔 시즌이 같은 나이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 어쨌든 커리어의 출발부터 이런 느낌을 준 선수는 처음입니다.
2년 차에 27-7-7을 기록하는 고졸 신인은 다시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루카의 올 시즌 기록은 28-9-8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페이스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무조건 르브론을 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도 루카가 2년 차의 르브론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플옵에서의 활약까지 고려했을 때 루카는 명백히 과거의 르브론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선수로 보입니다.
트랜지션 상황 오픈 코트에서의 위력은 르브론에게 떨어지지만, 특유의 돌파력과 패싱력을 통해 하프 코트 오펜스에서 보여주는 게임 지배력은 동 나이대 르브론을 떠나 현재 리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20세에 루카만큼의 코트 비전을 가졌던 현역 선수는 적어도 제 기억에 크리스 폴뿐이고 역대로 봐도 생각나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많이들 공감하시겠지만 농구에 대한 천재성에서 이 선수는 올타임급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동안 르브론이 매직이나 코비의 최연소 기록을 깨나가는 것만 봤었는데, 요즘은 루카가 르브론의 그 기록들을 하나둘씩 갈아치우는 걸 보면 과거 매직이나 코비의 팬들이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루카가 좋습니다. 어쩌면 커리어의 마지막까지 가서도 르브론을 넘지는 못할 거라는 알량한 안도감이 제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루카를 있는 그대로 상당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의 농구를 보는 게 아주 즐겁고, 적당히 장난기 있으면서 때로는 불같이 흥분하는 그 성격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멋진 외모와 르브론 키드라는 친밀감도 심리적 경계선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 르브론이 조던을 넘었으면 좋겠습니다. 루카가 르브론을 넘는 건 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이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고 그걸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르브론이 은퇴하고 나서도 NBA를 즐길 수 있는 존재가 제게는 루카와 갈매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떠신가요? 다른 르브론 팬분들은 언젠가 르브론에게 도전할 후배를 받아들이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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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엠비피 퍼스트팀 파엠 넘으면 넘은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