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시즌 몇가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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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12 16:40:40
이번 플레이오프를 본 후 떠오른 부분을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1. 모던 2빅 모델을 제시한 레이커스
전 레이커스가 기존의 타워형 2빅을 넘어서서 전통적인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은 모던 2빅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기존의 2빅이 가지던 상식, 무조건 사이즈를 중시하던 기조를 벗어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스몰볼이 트렌드가 된 21세기에 빅볼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모던 2빅으로 증명해낸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보겔 감독은 빅맨 2명을 기동력좋은 선수들로 구성하고, 리그최고의 멀티유닛형 빅맨 AD를 4.5번으로 활용해 느린 단점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레이커스의 모던 2빅은 빅맨 두 명이 코트에 대각선으로 넓게 퍼지는 구도가 일반적이고, 빅맨 1명이 전진 드랍하면 다른 빅맨은 숏코너에서 견제하는 형태를 띕니다.
1빅으로 AD와 윙디펜더 조합일 때도, 빅맨이 전진하고 윙 디펜더가 처진 형태로 나서면서 넓은 활동범위를 강조하는 기조를 유지했죠.
이러한 타워형 2빅과의 구조적인 차이는 넓은 활동범위 커버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시즌 유독 넓은 활동범위 커버에 포커스를 맞춘 수비팀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레이커스-벅스-랩터스-셀틱스-히트), 레이커스는 활동범위 커버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팀들과는 달리 무게중심을 페인트존에 두는 모습을 보여줬죠.
레이커스의 모던 2빅 모델은 기존 타워형 2빅과 달리 RA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습니다. 이는 실제 기록으로도 드러나는데, 레이커스의 RA 야투허용횟수는 리그 17위(28.8개)에 불과했죠. 페인트존 전체를 아우르는 활동범위 커버로 인해 RA 야투억제가 완벽히 된 건 아니었습니다.
허나, Non-RA 페인트존 area 야투허용횟수는 13.4개로 리그 8위에 이를 정도로 좋았습니다. 게다가 RA 허용야투율도 60.9%(리그 5위)였을 정도로 페인트존 전체를 아우르는 수비가 좋았는데요.
이 구도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져서 RA 야투허용횟수 리그 10위(24.9개), RA 허용야투율 리그 6위(62.6%), non-RA 페인트존 area 야투허용횟수 리그 5위(12.0개), 허용야투율 리그 7위(38.9%)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레이커스의 모던 2빅은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고, 실제로 레이커스의 플옵 수비력은 DEFRTG 리그 6위(108.7)로 훌륭했습니다.
물론 이 중심에 AD가 있었던 건 자명하죠. 그리고 르브론으로 대변되는 뛰어난 윙디펜더들의 수비력(특히 르브론의 뛰어난 수비 이해력)도 팀 수비 완성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모던 2빅이라 해도 결국 가드나 윙어가 아닌 이상 빅맨들이 자칫 미스매치 공략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르브론을 위시한 레이커스의 윙디펜더 군단은 모던 2빅의 약점을 가져주면서 수비 포멧에 다양성을 부여해줬습니다.
굳이 레이커스가 2빅만 고집하지 않고, 언제든지 다양한 수비 변형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로스터의 힘에서 기인했죠.
2. 넓은 활동범위 커버가 트렌드를 이뤘던 시즌
이른바 길쭉이들을 앞세워서 가로수비를 강조하고, 넓은 활동범위 커버로 페인트존을 잠그는 수비가 이번시즌 대세였습니다.
대표주자가 레이커스-랩터스-셀틱스였고, 동부우승팀 히트도 구도는 조금 다르지만 길쭉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형태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파이널 진출팀인 레이커스와 히트는 똑같이 길쭉이들을 선호했으나, 수비의 무게중심을 1선(히트)과 2선(레이커스)에 둔 팀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두 팀 모두 기존에 없었던 모던 2빅과 모던 2-3 존을 선보였고, 새로운 시도로 파이널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또한 동부 수비팀들이 윙디펜더 선호현상을 보였고 특히 윙4를 강조하는 수비 형태가 주류였던 반면(랩터스-셀틱스), 히트는 똑같이 윙디펜더를 메인수비수로 썼으나 윙디펜더를 1선에 배치하는 특이한 형태를 보여줬습니다.
1선에 위치한 윙디펜더들은 강력한 1선 압박을 선보이며 2선까지 커버하는 형태를 보여줬고,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약한 슈터-볼핸들러들을 윙에 배치하면서 이 선수들이 수비압박에서 벗어나게 도와줬죠.
피지컬 약점이 있는 가드들이 미스매치로 공략당해 곤욕을 치렀던 수년간의 트렌드를 히트는 이 가드들을 2선(윙)에 배치해 숨기는 것으로 커버했고, 이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수년간 피지컬 약점이 있는 가드들(커리-레딕)이 상대 스윙맨들의 미스매치 공략에 크게 고전했었고, 이게 시리즈 판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히트는 가드들이 가지는 뚜렷한 피지컬 약점을 윙디펜더 1선-슈터&볼 핸들러 2선 배치로 극복했고, 이를 통해 미스매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낸 던컨 로빈슨-드라기치가 이번 플옵에서 맹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피지컬 부담을 덜어내자 영리한 수비 가담을 보여줬는데, 피지컬 부담은 1선의 윙디펜더가 책임지고 나머지 부분(헬프 디펜스-디플렉션)을 2선의 가드들이 책임지는 형태가 팀 전체 수비력 상승이라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 중심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빅맨 아데바요가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겠죠(아데바요가 있어서 가능했던 수비 전략).
1선에 윙디펜더가 위치하고, 중심에 기동력뛰어난 빅맨 아데바요가 있으니 존 디펜스의 대형변화도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했습니다(2-3 -> 3-2). 존 디펜스 간격 조절도 기가 막혔는데 이 또한 중심에 아데바요가 커멘더로 위치한 채, 1선부터 피지컬로 상대를 압박해왔기 때문이겠죠.
필리만 해도 지난시즌까지 레딕이 엄청난 미스매치 공략의 재물이 되었고, 브랜드 GM은 이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아예 레딕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기도 했었는데요.
히트는 이 선수들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수비 시스템으로 약점을 가리면서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렇듯 발상의 전환으로 파이널에 진출한 두 팀 레이커스의 모던 2빅과 히트의 모던 2-3 존은 다른 팀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할 것 같습니다.
3. 새로운 트렌드. 포지션 파괴의 정점을 보여준 두 팀
새로운 트렌드의 핵심은 멀티포지셔닝 능력입니다.
멀티포지셔닝 능력은 최근 주요포인트로 부각되었으나, 빅맨이 전진수비하고 윙디펜더가 뒷공간을 커버하는 형태(레이커스)나 사이즈좋은 윙디펜더가 1선을 책임지고 피지컬약한 선수들이 뒷공간을 커버하는 형태(히트)가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멀티포지셔닝 능력을 갖춘 선수는 더욱 크게 각광받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파이널에서 두 팀이 보여준 농구는 편견을 깨부수고(빅맨은 골밑-가드는 1선, 특히 피지컬약한 가드는 무조건 1선 배치해야한다는 편견), 상식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니까요.
지금도 versatile winger는 각광받고 있으나, 차기시즌에는 versatile winger가 더욱 각광받게 될 것 같구요.
Versatile winger를 제대로 쓰는 팀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이 선수들의 수비공헌은 팀 경기력 유지의 핵심이 될 것 같아요.
4. 어느때보다 피지컬약점 가진 영리한 선수들이 돋보였던 플레이오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플옵에서 성공한 팀들은 각 선수들이 가지는 태생적 약점을 가리는 수비방식을 사용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피지컬 약점으로 고통받지 않게 된 선수들은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데요. 대표적인 선수가 요키치(조금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라존 론도-드라기치-히로-던컨 로빈슨이겠죠.
지난시즌까지 수년간 성공한 팀들의 주요포인트가 미스매치를 활용한 약점 공략이었다면, 이번시즌의 주요포인트는 미스매치를 타파하는 약점가리기였다 봅니다.
이걸 잘해낸 팀들이 성공했고, 특히 레이커스와 히트는 약점가리기를 완벽히 성공해낸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겠죠.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드라기치-던컨 로빈슨-히로를 로테이션 활용과 윙디펜더를 통한 보호로 잘 지켜내었는데, 피지컬 약점이 가려진 이 선수들은 팀의 파이널 진출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또한, 플옵에서 론도를 처진 수비수로 쓰면서 피지컬 약점을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한 보겔 감독의 묘수도 결국 스포 감독의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이렇게 피지컬 약점을 가려준 선수들이 양 팀에서 플옵내내 대활약을 해줬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 선수들은 포제션의 소중함을 잘 알고, 포제션을 단 한번도 허투로 쓰는 법이 없습니다.
영리해서 판단에 확신이 있고, 거기에 침착함이 더해지니 강심장이 되는 거죠.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약점에서 벗어나 날뛰기 시작하면 큰 무대에서도 본 기량을 100% 이상으로 발휘하게 됩니다.
팀의 에이스가 아닌 선수들이 이 정도로 활약해주면 에이스는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게 되죠. 허나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은 그간 플옵에선 피지컬 약점이 너무 크게 도드라져서 활용에 제한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플옵에선 레이커스와 히트가 이 선수들의 태생적 약점을 가려주면서, 이 선수들을 100% 활용하는 데 성공했죠.
결국 이게 가능했던 두 팀이 파이널에 진출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플옵의 포인트는 어떻게 팀원들의 약점을 가려주느냐 였던 것 같습니다. 약점이 가려진 선수들은 특유의 영리함으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으니까요.
너겟츠는 레이커스-히트와는 조금 다른 것이 에이스 요키치의 수비 부담을 시즌내내 팀 차원에서 덜어내준 팀이죠. 플옵에서 그런 경향이 조금 약해졌지만 팀 수비포멧 자체가 요키치의 수비약점을 가리고, 잘하는 수비강점만 부각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전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요키치의 플옵 대활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봐요. 물론 여기에는 포텐터진 머레이(BQ가 플옵에서 2 티어는 상승한 것 같습니다)와 3옵션으로써 공수 모두 인상적이었던 그랜트의 대활약이 있었지만요.
너겟츠는 파이널 2 팀과는 결이 다른 팀이었지만 팀원의 약점을 팀차원에서 가려줬다는 점에선 유사한 색채를 띄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는 팀원의 약점을 잘 가리는 데 성공해 그 팀원의 기량을 극대화한 팀들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혼자서 공수 모두 대활약한 영리함의 대명사 격인 크리스 폴과 라우리, 드디어 리그를 대표하는 윙4로 성장한 테이텀-브라운도 정말 인상적이었던 플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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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즌까지 1번이 좀 이뤄지길 기대했는데 역시 서로 약점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투빅은 어렵더군요..
레이커스의 가장 큰 강점은 AD 5번 르브론 4번을 해도 사이즈나 포지션 매치업에서 꿀리기는 커녕 앞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벅스는 쿰보를 5번으로 써서 스몰볼 카운터를 치고 싶어도 르브론 같은 3-4번이 없는게 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