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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식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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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8 02:05:27

※ 앞서 밝혀두자면 아래 av글에 대한 저격의 의도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게시판에서 av가 비판을 받는 분위기는 조금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과열된 다툼 없이 빠르게 피드백들을 수용해주신 해당 글 작성자님의 온건하고 성숙한 태도를 매우 높게 삽니다. 전부터 생각해 온 '프로의식'이라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일 뿐입니다.

프로의식이라는 것의 사전적인 의미는 모르겠으나, 특정 직업 내에서 자신이 요구받는 역할과 기대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건실하게 투자하는 태도라고 한다면 크게 틀린 정의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프로의식이 왜 필요한 것인가. 직장의 본질은 우리가 '능력'을 기반으로 '시간과 노력' 지불하여 그 반대급부로 '페이'를 받아오는데 있고, 이것이 쌍방향적인 만족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상호간에 성실한 지불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죠.(나는 시간과 노력을, 너는 페이를)

더 깊이 들어가서 우리가 페이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나, 형제자매, 부모, 자식 등이 속해있는 우리의 '울타리'를 지키고 유지하는 데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고, 내가 시간과 노력의 반대급부로 받아온 페이가 나의 울타리를 지탱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울타리라는 최우선적인 가치를 위해서 외부에 요구하는 것이 페이이고, 페이를 요구하기에 앞서 내가 소모해야 할 자원이 시간과 노력이며, 그 시간과 노력을 건실하게 투자하려는 의지와 태도를 프로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화 하면 울타리>페이>프로의식 순으로 무게를 둘 수 있겠네요.

여기서 내 울타리 안의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 울타리 내부를 보수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울타리에 남는 행동이 나에게 페이를 지불하는 측의 요구와 기대에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위의 부등호 상으로는 우리가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치가 명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울타리가 프로의식보다 상위의 것이기에 우리가 울타리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요.

프로의식은 중요하다.
울타리는 중요하다.
둘 다 중요한데 양립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다.
둘중에 더 우선되는 것, 상위의 가치는 무엇일까?
울타리다.
즉,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울타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프로의식이 배제되는 것은 납득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AV(코로나 시국에 아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있어 조심스러운 듯 함)의 행동에 대입해보자면,
버블에 오지 않은 AV의 행동은 프로의식이 우선된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울타리에 불안요소가 있는 상황이었고, 그가 울타리에 남은건 부등호상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즉, '더 큰 가치 앞에서 덜 중요한 프로의식을 내려놓은 사례'이기에, '프로의식 그 자체에 공백이 있는 사례'들과는 명확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정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족으로는, 자식이 아파 어지간해선 나의 간호가 필요한데도 회사를 나가는 사람이 울타리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내가 직장 내에서 가정사에 대한 배려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고, 이로인해 나오는 불이익이 울타리에 대한 경제적 위협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걱정을 뒤로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에 나가는 것 역시 울타리를 위한 행위인 셈이니까요.(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역시 많이들 그리 하셨죠.)

그 외에도 울타리 개념을 떠나 자신의 역할군 그 자체에 너무나도 큰 무게를 두어, 상황을 불문하고 시간과 노력에 가감이 없는 인물들 역시 존재합니다. 스포츠로 따지면 가족이 아프고 누군가의 부고가 있어도 출장을 감행하는 이들이 그런 유형이겠조. 이러한 사람들은 프로의식의 측면에서 존경과 칭찬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즉, 울타리가 더 상위의 것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울타리를 선택한다. 그러나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울타리의 다소의 흔들림을 감안하고 프로의식에 무게를 두는 유형은 존재할 수 있다. 후자의 유형이 우리 눈에 좋게 비칠 수 있으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 전자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얼추 이렇게 마무리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매냐는 울타리를 우선하는 것에 비교적 관대한 분위기인 듯 하니, 어쩌면 그다지 쓸 필요가 없는 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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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9-28 01:35:48

궁금한점이, 부상같은 이유를 제외한 개인사유로 버블참여를 거부한 AV를비롯한 선수들의 경우 잔여연봉을 수령하지 않는건가요? 

WR
2020-09-28 01:41:21

일정부분 감액 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2020-09-28 01:50:54

글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WR
2020-09-28 01:55:07

감사합니다.

2020-09-28 02:10:32

자식이 있으실까요?
그것도 아픈자식이
저는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일에 나갑니다
제가 프로이기 때문은 아니죠
아이를 키울 재정적 상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해야 아이를 돌볼수 있죠
제가 AV처럼 돈이 많은 상황이라면 전
아이 곁에 있겠습니다
제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노력을 했지만 제아이와 비교 할수는 없으니까요

울타리 프로의식 이런 이성적인 말들을
아픈 아이를 둔 아버지를 정의 하는것
정말 자기의 지식으로 모르는 상황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생각 해서 말하는 그태도가
저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이런걸 이렇게 길게 정리까지 해야할일인지
AV는 아픈 아이를 지킨거고
그건 가장 프로다운 아빠가 할일입니다

이런글들로 그가 했던 용기 있는 행동이
폄하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WR
Updated at 2020-09-28 02:27:58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라면, 제 글은 쭈니럽님의 말씀과 근본적으로 맞물리는 내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아래 av글 작성자님께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분은 빠르게 피드백 수용하고 인정해 주셨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2020-09-28 02:31:24

가끔은 이런 정리글이 또 논쟁을 일으키게
되고 그의 당연한 행동들이 안티들에의해
폄하되는것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저에게는 당연한 내용을 이렇게 까지
정리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픈자식을둔 아빠에 대해 이렇게 복잡하게
가치를 따져야 하나..

작성자 의도가 비난이 아닌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일로 또 논란이 없기를 바라는 맘입니다

WR
Updated at 2020-09-28 02:43:05

그 글이 특별히 논란이 되진 않았어요. 댓글들 의견들이 대체로 비슷했고, 작성자분 역시 빠르게 수용해 주셨으니까요.(애초에 이 글까지 끌고올 이유가 없기에 글 맨위에 사족부터 달아뒀죠.)
단지 제가 매니아 밖에서는 가족이 큰일났어도 경기는 무조건 나와야지, 그게 프로지 등등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조의 말들을 많이 봐왔고(저런 잣대가 생각보다 아주아주 흔하게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면서 했던 생각을 그냥 제 나름대로 정리해봤을 뿐입니다.
매니아는 프로의식이랍시고 과도한 잣대를 들이미는 분위기도 아니기에 파이어는 안날 것으로 예상하구요.

2020-09-28 02:46:06

네 매니아에서는 조용했던 일이라
이 글로 논란이 될까 저도 걱정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매니아 분들은 그래도 타 사이트
분들보다 이성적인 분들 많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뭐 논쟁은 저희가 하게될꺼 같으니
작성자 님의 의도도 알았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WR
Updated at 2020-09-28 03:08:29

마지막으로 "아픈 아이를 둔 아버지를 정의 하는것 ~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저를 향한 워딩이라면(읽으면서도 좀 긴가민가 합니다), 딱히 누군가의 사고와 방식을 단적으로 정의내릴 의도는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습니다.
단지 여력이 없으면 자식이 아파도 회사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울타리를 중요시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딱 이정도 내용일 뿐이니까요. 이렇게 미리 선제해두지 않으면 "난 우리아들 아파도 정말 어쩔수 없이 회사 나가는데, 그런식이면 난 울타리(가족)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는 핀트가 다른 반응이 나올수도 있는거니까요.
늦은 시간에 피드백 감사합니다. 저희 둘 다 몇시간 뒤면 출근해야 하는 입장이니.. 이만하고 수면을 취해야겠네요.(그나저나 교사이시면 8시 20분 정도가 출근시간이실텐데... 새벽 3시에서야 주무시는 체력이란..)

2020-09-28 03:17:04

제 출근시간 걱정마시고 주무세요

WR
2020-09-28 08:31:52

넵 그리 했습니다.

2020-09-28 02:54:58

잘 읽었습니다. 전 글에서 썼듯이 전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감정만으로는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해주신 내용이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20-09-28 03:09:42

그 글을 끄집어낼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만, 도움이 되었다고 해주시니 제가 되려 감사하네요.

2020-09-28 04:33:54

소고까지 하시는 걸로 보아 프로의식에 강한 집착이 있으신것 같습니다.
프로의식이 있으면 도리의식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마땅히 해야할 도리요. 그래서 구단들도 허용을 하는거구요.

애초에 넣을수없는 항목을 프로의식적 관념으로 사고를하신게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WR
Updated at 2020-09-28 08:33:04

제가 프로의식에 강한 집착이 있는지는 모르겠고(애초에 프로의식에 과중한 무게를 두는 글은 아니구요.)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요구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건 동의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넣을수없는 항목을 프로의식적 관념으로 사고를하신게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좀 풀어서 설명해주셨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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