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NBA-Talk
/ / / /
Xpert

최근에 다시 nba를 보게 된 한 팬의 긴 글

 
28
  3771
2020-09-18 16:43:29

  안녕하세요. 매일 눈팅만 하다가 그냥 저의 작은 소감 하나 남기고 싶은 마음에 글 남깁니다. 저는 그랜트 힐의 데뷔시즌부터 nba를 본 올드팬(?)입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nba를 내 집 안방에서, 각종 기기들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니라 정말 갖은 노력을 다하며 영상을 구했었고, 각종 농구 관련 잡지들을 섭렵하며 그 당시 흔치 않았던, 나름 nba팬이라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nba에 소홀해진 시기는 바로 르브론 제임스가 드래프트 된 그 해였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왜 갑자기 nba를 보지 않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르브론 제임스와 카멜로 앤써니가 앞으로 엄청난 활약을 할 것이라는 짐작만 한 채 긴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나름 스포츠 광팬이라 아예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어서 대표 선수들에 대한 소식 정도는 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날의 박스스코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월간 잡지를 구독하며, 드래프트 된 선수들의 순위와 출신대학, 스카우팅 리포트 등을 찾아보는 등의 정성은 쏟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각잡고 nba를 보게 된 것이 지난 18~19 플레이오프 때부터였습니다.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제가 좋아했었던 그 시대의 스타들인 조던, 앤퍼니 하더웨이, 오닐, 그랜트 힐, 티맥, 제이슨 키드, 아이버슨, 던컨, 레이 알렌, 코비, 가넷, 노비츠키는 이미 은퇴했고(카터가 아직도 뛰고 있는 것은 놀라웠습니다), 제이슨 키드나 타이론 루, 샘 카셀 등은 코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으로 바뀐 것은 바로 현대 농구의 모습이었습니다. 공간을 넓게 가져가며 코드 구석구석을 활용하고, 팀의 누구나 3점을 쏠 수 있으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에이스가 존재하는 것. 이런 모습들이 잘 적응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nba를 보던 시절의 농구는 1~5번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포인트 가드는 뛰어난 코드 비전과 패싱, 그리고 간혹 터지는 3. 슈팅 가드는 언제 어디서 던져도 넣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진 슈팅 머신. 스몰포워드는 내, 외곽 가리지 않는 만능 스코어러. 파워포워드는 센터를 보좌하고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돌쇠. 센터는 골밑을 지배하는 팀의 기둥.

 물론 기조가 다이나믹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볼 핸들러의 역할을 1번이 아닌 다른 선수들도 할 수 있고 대부분 팀의 빅맨이, 그것도 높은 확률로 3점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기도 하면서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것이 들기도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3점슛의 컨디션에 의해 그날의 승패가 많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보면서, 과거 미드레인지 게임으로 nba를 폭격했던 조던, 아이버슨, 코비, 피어스 등의 모습을 봐왔던 저로서는 밖에서 3점만 쏴대는 것이 과연 nba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선수가 바로 카와이 레너드였습니다. 동부 4강 식서스 전 마지막 팅팅팅팅 샷이 물론 강렬했지만, 뛰어난 수비와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미드레인지로 착실히 점수를 쌓아올리는 제가 원하던 유형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카와이의 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올해는 클리퍼스를 응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수한 뒷말을 남긴 채 서부 4강에서 덴버에게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했고, 카와이와 폴조지에게 실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시 보기 시작한 nba는 정말 저에게 행복한 날들과 많은 스트레스들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던 농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현대 농구도 충분히 가치 있고 재미있으며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nba를 거의 보지 못했던 시대의 영상들을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어떻게 nba를 폭격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동부의 제왕이 되었는지, 카멜로 앤써니가 왜 멜신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카와이는 어떻게 두 개의 팀에서 두 번의 파엠을 따냈는지, 노비츠키는 어떻게 우승했으며, 코비는 샤크가 떠난 뒤 어떻게 두 번의 우승을 더 일궈냈는지, OKC가 하든, 듀란드, 러스, 이바카를 보유했을 때 어떤 농구를 보여줬는지, 커리와 탐슨이 어떻게 전성기를 만들어갔는지, 폴 조지는 인디애나와 OKC에서 얼마나 잘했는지, 스퍼스는 어떻게 20년 넘는 기간 동안 연속으로 플옵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 뉴올리언스에서 AD의 모습은 어땠는지 등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영상들을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아직 이번 시즌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저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칼을 갈고 다시 나오게 될 골든스테이트와 여전히 내년에도 WWW의 명성을 이어갈 서부, 작년에 우승팀을 배출했으며 올해도 플레이오프를 통해 상위권 팀들은 서부와 견주어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동부도 한층 더 재미있는 농구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예전처럼 좋아하는 선수의 시그니처를 신고 해가 질 때까지 몸싸움을 하며 농구공을 던질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에 nba매니아를 찾는 지금 저의 모습에 만족하며 앞으로 다시 펼쳐질 nba 팬으로서의 생활이 기대됩니다.

 형편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같이 응원하고 같이 스트레스 받는 nba 팬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7
Comments
2020-09-18 16:51:46

스트레스는 너무 받지 마세요

2020-09-18 16:56:33

Nba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저도 덕분에 몇몇 추억들을 회상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0-09-18 16:59:04

다시 오신 것 매우 환영합니다
올드스쿨 시절도 재미 있었지만, 요즘 농구는 볼 것도 더 많고 재미있어요
말씀처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2020-09-18 16:59:36

농구도 인생사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모든것은 발전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집니다.
따라가지 못했다고 과거만 그리워하고 신세대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뒷방에 노인이 될 뿐이겠지요.
그런점에 있어서 멋있으십니다.
같이 히트를 응원해 보시죠~

2020-09-18 17:22:14

Welcome back to nba

Updated at 2020-09-18 17:59:19

저는 nba 계속 보게 된 이유가  한시대를 풍미한 스타급 선수가 있어서 꾸준히 보게 되었습니다!

르브론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서 은퇴할 것 같은데...

과연 르브론이  누구한테 " 자네의 시대가 오고있네" 라고 말할지 궁금하네요!~

2020-09-18 18:03:17

NBA 팬들 모두 보았으면 하는 글이네요. 그깟 농구지만 그럼에도 농구입니다. 같이 열심히 보아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