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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그리고 나의 20대(뻘글, 장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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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1 16:35:12

참고로 저는 1989년 생이며 따라서 우리나라 나이로 32살입니다.

제가 NBA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건 고 2때인 2006년, KBL은 2001~2002년부터 보고 있었는데 NBA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2006년 파이널에서 미친 듯한 간지로 24살의 나이에 파이널 MVP를 받은 드웨인 웨이드라는 선수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제 첫 기억 속 웨이드는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 미친 듯한 탄력을 지닌 잘생기고 귀여운 외모의 젊은 에이스이자 샤킬 오닐의 동생 같은 느낌입니다.

 

2007년, 고 3때는 사실 NBA를 거의 못 봤지만 플레이오프 몇 경기는 챙겨 봤었고 이 해는 르브론 제임스라는 웨이드보다도 2살이나 어린 23살의 괴물 같은 피지컬을 지닌 선수를 보면서 '인간의 신체가 아니구나 & 저 얼굴이23살이라고?'라고 혼자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MVP를 받겠지란 생각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구요.

 

2008년, 재수를 하던 저는 이때부터 제대로 NBA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보스턴 빅3를 보면서 보스턴의 빅팬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미친 듯한 전방위 디펜스를 보여주던 케빈 가넷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력도 별로고 나이도 어린 루키가 어느 상황에서도 쫄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고 때로는 상대 팀 에이스급들과 트래쉬 토킹도 불사하는 라존 론도라는 또 한 명의 간지남의 팬도 되죠.

 

2009년~2011년, 이 때는 한참 바빴던 대학교 1학년, 그리고 입대가 겹치면서 NBA는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뉴스로는 계속 소식을 접했고 르브론 천하가 곧 도래할 줄 알았던 동부는 보스턴 빅3의 등장에 이어 드와이트 하워드라는 또다른 괴물 센터의 등장으로 르브론이 계속 동부 플옵도 못 뚫는 것에 놀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2012년, 제대 후부터 NBA에 더 깊이 빠지게 된 저는 군대 가기 전만 해도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고 시애틀이라는 대도시에서 독특하게 오클라호마 씨티라는 크지 않은 도시로 연고지 이전을 하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던 OKC가 케빈 듀란트(88년생), 러셀 웨스트브룩(88년생), 제임스 하든(89년생), 서지 이바카(89년생)라는 저랑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을 1~4옵션으로 제가 고등학교 때 봤던 미친놈 1(웨이드)과 미친놈2(르브론)에 25-10을 밥먹듯이 하던 또다른 동기, 크리스 보쉬까지 합친 마이애미와 맞짱을 뜨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마이애미 빅3에 대해 좋은 시각이 아니었던 저는 OKC를 열심히 응원했지만 경험 부족 탓인지 1-4로 다소 허무하게 파이널에서 지고 말죠.

 

2013년, 마이애미와 샌안토니오, 두 팀 모두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해 파이널은 단언코 제가 직접 본 최고의 파이널입니다. 1차전 원정에서 클러치 상황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직접 본인을 막는데도 기어코 그걸 뚫고 슛을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가져온 토니 파커의 클라스부터 6차전 레이 알렌의 미라클 샷, 7차전 팀 던컨의 바닥 치기까지 이 해 파이널은 7경기 모두 직접 봤던 것 같네요.(6차전 시험기간이라서 라이브로 못 보는 날, 핸드폰을 아주 종일 꺼놓고 결과를 모른 채로 집에 와서 풀경기를 시청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Top 3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Top 1..)

 

2014년은 샌안토니오의 리벤지 시즌, 2015년은 클리블랜드로 돌아간 르브론과 스테픈 커리와 골스의 전설의 시작(첫 우승) 정도가 기억나는데 이 때도 취업 준비로 바쁜 시간이라서 큰 임팩트는 없습니다.

 

2016년, 취업을 하고 이제 NBA는 주말에나 겨우 보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회사에서 '에콰도르 발령'이라는 선물(?)을 주면서 에콰도르에 있던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NBA는 정말 미친듯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동부랑 시간이 같은 지역에서 퇴근하고 저녁먹고 오면 동부 지역 경기 시작, 그거 끝나면 서부 지역 경기 시작, 플레이오프 1라운드 때 주말에 가끔 4연속 경기 편성을 잡으면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4경기 연속으로 NBA를 봤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2010년대에서 2013년과 함께 엄청난 명승부로 꼽히는 파이널, 어빙의 역사적인 'The Shot'도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밤이었기에 맥주 한 잔과 함께 볼 수 있었고 그 파이널 7차전을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것 역시 제 인생 전체에서 큰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한국 시간으로는 월요일 아침이었으니 휴가 쓰지 않는 이상 라이브론 못 봤겠죠..)

 

그리고 또 4년이 지났네요. 그 동안 커리와 듀란트가 합쳤다가 다시 결별하고 하든과 웨스트브룩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났고 웨이드는 은퇴했고 르브론은 LA 레이커스로 갔고 MVP는 이제 90년대 생들의 것으로 넘어갔네요.(물론, 르브론 가능성은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 시즌도 야니스 안테토쿰보 90% 확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보스턴 에이스 라존 론도와 올랜도 에이스 드와이트 하워드와 클리블랜드 에이스 르브론 제임스가 서부에서 이들 앞길을 항상 막았던 레이커스에서 셋이 뭉쳐서 레이커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기 위해 노력중이구요.(지금 생각해도 이 3명이 레이커스에서 같이 웃으면서 뛰고 있다니..역시 인생은 돌고 도는 건가 봅니다..)

그리고 레이커스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가 하늘 나라로 떠났구요. 


US바카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 방송에서 염용근 기자께서 이런 멘트를 했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클 조던은 아저씨 같았고 르브론 제임스는 동생 같았는데 코비 브라이언트는 친구 같았다." 80년생들인 박세운, 손대범, 염용근 기자 세 명이 방송을 했기에 모두 격하게 공감하는 분위기였구요.

고등학생인 저에게 '폭풍 간지 형들'이었던 웨이드, 르브론, 론도는 이제 은퇴했거나 노장 반열에 이미 접어들었고 친구들이었던 하든, 웨스트브룩, 커리, 듀란트도 금방 노쇠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농구를 처음 볼 때 10살도 안 된 꼬맹이들었을 자이온 윌리엄슨, 트레이 영, 루카 돈치치 이런 선수들이 NBA를 주름잡고 있죠. 

 

4년 전처럼 미주 지역으로 발령이 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이제 제 인생에서 2010년대처럼 NBA를 열렬하게 볼 수 있는 시기는 이제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기사를 자주 보고 퇴근하고 하이라이트를 보고 한다고 해도 퇴근하고 라이브로 풀경기 보는 그 맛은 절대 나지 않더군요.(대학생 때는 아침에도 널널하니까 라이브 참 많이 봤었는데..)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 먼가 예전 농구가 더 재밌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돈은 없었지만 NBA는 참 재밌게 많이 봤던 20대 초반이 가끔은 그립네요.

 

이상 자이온 윌리엄슨이 5일 전에 만 20세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제 20대를 돌아보면서 뻘글 투척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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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7-11 22:03:04

크.. 추억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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