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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드래프트 1픽 후보 라멜로 볼은 '장신 포인트가드'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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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16:01:14

  농구 팬들은 물론이고 NBA 현역 선수들 그리고 프로에 도전하는 유망주들까지 이제는 모두가 '포지션리스' 라는 용어에 굉장히 익숙해져있습니다. 신장에 따라 천편일률적이던 포지션 부여는 이제 많이 유연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가장 각광받는 유형은 '키도 큰데 드리블도 잘해요' 타입일 겁니다. 특히나 그 선수가 천부적인 패스 감각을 타고났다면 더욱 더 주목받는데, 이번 20 드랲에서는 결함이 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거의 모든 매체의 빅보드에서 1픽 후보로 거론되는 라멜로 볼이 바로 그런 유형의 선수입니다.  


  라멜로는 키가 보통 가드들보다 크고(6'7" 근처) 드리블로 상대 수비 헤집으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런 선수를 '장신 포인트가드'라고 부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The Athletic 골스 비트라이터 스트라우스가 재미있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라멜로 볼은 자기 빅보드에서 탑5에 들지도 못할 뿐더러, 키가 보통 가드들보다 큰 장신 포인트가드라고 하더라도 그걸 최대한도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큰 이득은 없다는 취지의 코멘트를 한 건데요.


  관련 기사 전문을 다 번역하지는 못할 것 같고, 기자가 라멜로의 사이즈와 관련지어 이야기한 내용을 의역 섞어서 간략히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https://twitter.com/TheAthleticNBA/status/1277307526795669505 

라멜로의 사이즈는 수비 리바운드를 잡는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고, 패서로서 활약하는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그 큰 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돌파 마무리 능력이 좋지 못하고 수비에서도 상대 윙을 막지 못한다면 사이즈가 좋은 게 무슨 소용인가? 일반적으로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사이즈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는 사이즈가 클수록 그 선수의 돌파 마무리가 수월해지고 슈팅 시도하는 데에도 이점이 생겨서이다. 그런데 키는 크지만 오픈 레이업도 놓치고 부정확한 슈팅이 가슴팍에서 나가는 선수가 있다면, 이 선수가 단순히 키가 크다고 해서 좋게 봐도 되는걸까?

 

- 기사 일부 발췌

  일단 라멜로 볼을 떠나서 장신 포인트가드가 각광받는 이유를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스트라우스가 언급한 것처럼 키가 크고 드리블로 안쪽으로 파고들 실력이 있다면 패스 각도도 다양해지고 마무리에서 유리해지는 이점이 있을 거고, 풀업 메커니즘을 갖춘 선수라면 상대 수비의 샷컨테스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요. 또한 (이제는 리그 전체적으로 중요도가 꽤 줄긴 했지만) 포스트업도 섞어줄 수 있는데, 예전처럼 정적인 하프코트에서 공 투입하는 거 말고도 얼리 오펜스에서 신장 작은 수비수가 붙었을 때 미스매치를 공략하는 등의 사용법을 가질 수 있겠고요. 


  그런데 스트라우스가 보기에는 현재 라멜로는 신장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골밑 마무리도 별로고 슈팅도 성공률을 떠나서 슛폼 자체가 가슴팍에서부터 퍼올리는 폼인데 키가 큰 걸 활용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사실 저도 라멜로의 돌파 마무리를 좋게 보지는 않지만 이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좀 해보자면, 일단 골밑 마무리 성공률 자체(55%)는 준수하게 나옵니다.

https://twitter.com/SKPearlman/status/1255863001015627779

  라멜로의 돌파를 보면 상대 수비가 스위치해서 빅맨 상대로 일대일해서 뚫은 경우가 많은데, 다만 호주 리그 전체적인 수준을 떠나서 빅맨들의 스위치 수비력이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마무리 성공률이 괜찮게 나온 건 맞고, 또 호주 리그 자체가 파울콜이 빡빡해서 파울인데 불리지 않고 야투 실패로 집계된 경우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라멜로가 손해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첫 경기부터 주목했던 부분 - 골밑 돌파 빈도가 한정적이어서 풀업3점 난사하고 플로터 남발하여 전체적인 효율이 떨어지는 - 은 여전히 미진한 것이 낮은 FTr(야투대비 자유투겟)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골밑까지 진입 능력은 고등학교 경기 때보다 지금이 좋다고 보지만, 골밑에 도달했을 때의 충돌 흡수나 암액션 등의 기술은 여전히 아쉽다고 보고요. 


  눈에 띄는 슛폼 및 샷셀렉션 또한 지적을 많이 받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보통 슈팅 이야기가 나오면 올해 라멜로의 형이자 NBA 선배인 론조 볼이 보여준 비약적인 3점 성장 케이스도 같이 나옵니다. 론조는 뉴올로 간 이후 3점 볼륨도 늘리면서 성공률도 크게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는데요(18-19 4.9개 시도 성공률 32.9% / 19-20 시즌 6.5개 시도 성공률 38.3%). 론조가 슛폼도 바꾸고 전체적인 성공률을 올리는 어려운 일을 실제로 성공한 가운데, 플로터 능력을 봤을 때 부드러운 슛터치를 가진 라멜로 또한 론조처럼 슈팅 개선이 가능할 거라 기대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멜로가 기대받는 건 볼을 들고 드리블해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온볼 핸들러의 역할 수행인데, 그렇기 때문에 패스를 받아서 쏘는 캐치앤샷/스팟업3점보다는 풀업 슈팅의 위협이 중요해지는데요. 론조가 이번 시즌 전체적인 3점의 상승을 이끌어낸 건 캐치앤샷 성공률의 증가였고 (18-19 시즌 31.8% -> 19-20 시즌 40%풀업슈팅 성공률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18-19 시즌 32.4% -> 19-20 시즌 32.1%). 사실 이건 론조만 그런 게 아니라, 보통 온볼 상태에서 던지는 풀업의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라멜로 또한 NBA에 왔을 때 풀업 슈팅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게 결코 간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사실 풀업은 물론이고 캐치앤샷 성공률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 부족한 부분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약점으로 남아있을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라멜로는 동드래프티들 중에서도 어린 나이에 속하는 유망주이고, 호주 리그가 진행될수록 약점으로 지적받는 돌파시 컨택도 최대한 이겨내려고 노력하는등 발전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유망주를 평가할 때 미래 발전 가능성등을 따지는 것보다 실제로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스트라우스의 관점에는 라멜로가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이를 발전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특히 이번 시즌 호주 리그에서 TS%를 46% 기록한 비효율적인 수치를 어디까지 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스트라우스가 언급한 건 아니지만, 다른 장신 가드들이 쓰는 포스트업 옵션도 라멜로한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할 수 있으면 괜찮다 정도의 느낌이지만, 어쨌든 다른 장신 핸들러들이 포스트업/반포스트업을 공격 옵션에 섞어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라멜로는 포스트업 공격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수비 또한 말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던 고교 시절보다는 적극성부터가 다르지만, 일대일 온볼 수비부터 클로즈아웃 공략까지 개선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평균까지는 어떻게 끌어올리더라도, 다른 수비 잘하는 장신 핸들러들이 사이즈 살리면서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처럼 되려면 행복회로를 좀 많이 굴려야 되겠고요.


  종합하면 분명 키도 크고 그 키 큰 걸 잘 살려서 패스 각도도 다양하고 드리블로 골밑 진입하는 능력도 기대 이상이지만, 돌파 마무리부터 슈팅 그리고 수비 등등 정말 다재다능한 장신 포인트가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많은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NBA 와서도 온볼 핸들러로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개인 공격에서 돌파 or 슈팅 둘 중에 하나는 확실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사실 아직 어린 선수가 성인 프로리그가서 이만큼 보여준 것도 대단한 일인데, 잠재력보다는 현재 보여준 모습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스트라우스 기사의 기조를 따라서 좀 비판적으로 나간 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멜로 볼 앤써니 에드워즈 두명을 1픽 후보에 놓고 있는데요. 최근에 예전 경기를 다시 돌려보고 스탯도 다시 살펴보면서 느끼는 건데, 라멜로의 어시스트-턴오버 비율(7어시 2.4턴오버 / 2.9 ATO) 을 제가 지금까지 좀 과소평가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정말 라멜로가 건넨 꿀패스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동료 빅맨들이 메이드시키지 못하면서 라멜로의 어시스트 스탯이 깎인 면이 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시스트 스탯 자체도 높고 특히 온볼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턴오버 대비 어시스트가 좋다는 건 특기할만 합니다. 호주 리그를 보면 핸들러에 대한 일대일 온볼 압박이 그리 쎄지는 않은데, NBA에 와서 좋은 수비수들이 강하게 압박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시즌 라멜로의 턴오버 관리 능력은 대단히 뛰어났습니다. 


  최상위권이 약한 드랲이고, 보통 이러면 오히려 후순위에서 대박픽이 나오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 응원팀이 최대한 높은 픽에 당첨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이슈가 없는 약팀이기에 현지 전국 중계 편성에서도 많이 빠지는 게 현재 시카고 상황인데, 여기에 화제성만큼은 대단한 라멜로 볼이 오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또 BR의 조나단 와써맨 같은 경우는 라멜로 볼의 베스트핏팀으로 시카고를 꼽기도 했는데, 가드는 많지만 헤비 온볼 핸들러 맡길 플레이메이커가 부족한 상황에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https://3bleacherreport.com/articles/2894356-2020-nba-draft-3-ideal-teams-for-top-5-prospects 

 

  픽앤롤 공격 효율이 끔찍한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픽앤롤 많이 시키는 팀이 시카고인데, 특히 픽앤롤에서 스팟업 3점등의 슈팅 기회 만들어줄 패서가 없다는 게 큰 문제인 상황에서 라멜로 같은 플레이메이커가 들어오면 결과가 어쨌든 재밌을 거 같긴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 스트라우스의 빅보드 탑5는 예전에 온라인님께서 번역해주신 글이 있습니다. 리스트와 선정 기준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208137&sca=&sfl=mb_id%2C1&stx=di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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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08 17:39:13

잘 읽었습니다. 근데 볼 형제들은 왜 둘 다 슛폼이...

2020-07-08 17:52:55

아이러니한게 3형제중 가장 슛폼이 정상인 둘째는 오히려 NBA진출을 하지 못했죠.

WR
2020-07-08 17:55:24
제 뇌피셜로 혼자서 생각을 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농구 경기를 열심히 뛴 것이 저런 이상한 슛폼의 고착화를 불러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론조는 7,8살 라멜로는 5살일 때부터 플래그 풋볼이라는 스포츠를 시켰다는 걸 보니 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시작한 거 같습니다. 농구도 어린 나이에 접했으면 그때는 아무래도 투핸드로 퍼올리듯이 슈팅하는 게 편했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편했던 슛폼을 10대 때부터 경기 뛰면서 반복하다 보니 습관화가 되었고 딱히 그 레벨에서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잘하니깐 슛폼 바꿀 동기도 못 느꼈을 거 같기도 하고요. 
2020-07-08 21:17:37

라바가 아들들 농구 시킬 때 아들 나이보다 더 많은 아이들하고 농구했다고 언급했는데 그것 때문 아닐까요?

WR
2020-07-08 23:05:57

스포츠를 일찍 시작하기더 했고, 그 상대도 나이가 많은 이들이라면 말 그대로 농구 조기교육을 했던 거군요. 말씀하신 그런 것들 영향 때문일수도 있어 보입니다.

2020-07-09 07:27:23

흥미로운 글입니다. 예전에 라바볼 인터뷰를 보면 론조와 라멜로는 어머니쪽을 닮아 몸이 호리호리하고 늦게 몸이 만들어진다고 했던것 같아요. 그래서 전 라멜로가 론조처럼 2-3년을 두고 어느정도의 벌크업이 이뤄진후 골밑 마무리나 컨택상황에서의 플레이가 살아날거라 보입니다. 슛같은 경우는 론조도 마찬가지인데 영재교육탓에 큰 형들과의 경기에서 블락을 피하거나 비거리를 늘이기 위해 기형적인 슛폼이 생겼는데 어차피 슛이 잘 들어갔고 라바가 이 부분을 굳이 교정하지 않고 달리면서 패스하는 농구쪽으로 이끈것이 지금과 같은 엉성한 폼으로 굳어진게 아닌가 싶네요. 론조와 달리 주목받는걸 즐기고 스타성이 있는 선수라 시카고나 뉴욕같은 도시에서 활약하는게 뭔가 어울립니다.  

WR
2020-07-09 10:17:32

키가 최근에 더 크기도 했고 하니 2,3년 두고 벌크업하면 골밑 컨택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말씀도 합리적인 추측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도 라멜로 원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쪽은 미래 1라픽에 올해 클리퍼스픽까지 가지고 있어서 픽업 노릴 자산도 충분해보이더라고요.

시카고는 픽 자산이 빈약해서 로터리 추첨에서 행운이 따라야 라멜로픽이 가능해보이는데, 7픽의 저주에 따라 또 7픽에 당첨될 거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사실 이번에는 7픽이 아니라 그 아래로도 가능한지라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거같고요.

Updated at 2020-07-10 14:34:27

키가 작은것보다 큰게 좋죠 저 기자분 뭔가 상식의 영역을 비틀어보자식으로 접근한거 같은데, 키는 농구에서 가장 가치있는 재능중에 하나죠. 코트에 서면 자기보다 작은상대 앞에선 확실히 멘탈도 편하고 시야각 여기에 파워도 그렇고요. 제가 코트에 서있을때 이정도 느낌인데 이게 프로라고 크게 다를까보면 그렇진 않을거 같아요.

저는 라멜로의 트루장점은 결국 의외성이라고 보는데 저런 창의성은 타고나야되는 부분이 필요한거라 기대를 많이 합니다. 이런 친구들은 단순하게 숫자만 보고 재능을 평가하기 어려울거니까요
여튼 좋은글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WR
2020-07-10 16:28:08

말씀대로 라멜로가 거의 모든 빅보드에서 1픽인 상황에서 신선한 접근법을 취했는데, 스트라우스의 빅보드 탑5를 보면 또 다른 1픽 후보인 앤써니 에드워즈도 없고 확실히 개성이 있더라고요.

라빈도 그렇고 화이트도 플레이메이커보다는 샷테이커에 가까운 상황에서 라멜로 같은 선수가 오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라멜로한테도 괜찮은 것이 라멜로가 지금 당장 안 되는 풀업3은 라빈이나 화이트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니깐요.

물론 로터리 추첨에서 또다시 7픽 얻을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인지라 라멜로는 그림의 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7픽 아래론 안 떨어져서 또 다른 플레이메이커인 킬리언 헤이즈를 뽑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 선수도 드랲 당일날되면 탑3까지 오를 수도 있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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