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와 기타 스포츠에 대한 짧지 않은 잡설
1. NBA와 ABA가 통합된 1976년 이후 동부 컨퍼런스 팀이 3년 이상 연속으로 우승한 것은 1989~1993년 그리고 1996~1998년입니다.
2. 1989년부터 1993년까지 5년 동안 NBA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서부 컨퍼런스 팀의 홈경기 전적은 1승 13패입니다.
3. 세계 메이저 스포츠의 정상급 선수들 중에 남녀의 급여 차이가 가장 큰 종목은 농구입니다. NBA와 WNBA 모두 세계 최정상의 리그이지만 NBA 슈퍼스타의 연봉은 WNBA 슈퍼스타 연봉의 약 100배 가량 됩니다. 반대로 세계 메이저 스포츠 중에서 남녀의 급여 차이가 가장 작은 종목은 테니스입니다. 테니스는 다른 메이저 종목과 달리 동일한 대회에 남녀가 함께 출전합니다. 그런데 관객수, 시청률, 광고수입에서 크게 차이가 있음에도 그랜드 슬램 4개 대회의 우승 상금은 남녀가 모두 동일합니다. 남녀 상금에 차등을 두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성차별 이슈에 묻혀저 무산되었습니다.
4. NBA 선수들의 중요 부분 커리어 스탯에서 전혀 다른 두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역대 1위를 기록한 선수는 존 스탁턴입니다. 존 스탁턴은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에서 2위 선수와 큰 격차로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스탁턴의 커리어 어시스트와 스틸은 각각 15806개와 3265개로 역대 2위 기록인 12091개와 2684개와 큰 격차를 보입니다. 어시스트와 스틸 모두에서 역대 2위를 기록한 선수는 제이슨 키드입니다.
5. 메이저 스포츠에서 중요한 커리어 누적 기록으로 1위와 2위가 가장 많이 차이나는 것은 MLB의 도루 부문입니다. 역대 1위의 릭키 핸더슨은 통산 1406개의 도루를 기록하여 2위인 루 브록의 938개와 무려 50% 마진의 차이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1위와 2위의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 경우는 찾기 힘들 겁니다.
6. 스포츠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미하일 슈마허를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 50명의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려합니다. 그 이유는 카레이싱은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스포츠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카레이싱에 가장 많은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에게 그런 소질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슈마허는 다른 많은 카레이서들 처럼 카레이서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않았고 그렇게 부유한 집안 출신도 아닙니다. 하지만 슈마허의 아버지는 경주용 소형차를 만들던 사람이었고, 슈마허는 아버지가 만들어진 경주용 소형차를 4살부터 운전하며 자신의 소질을 계발했습니다.
7. 주요 팀스포츠 중에서 가장 특이한 종목은 야구입니다. 농구, 축구, 배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이 야구와 유사한 점은 스타플레이어 들에 대한 수비와 견제가 다른 선수들에 대한 것보다 강하다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조던이나 메시, 김연경, 그레츠키 같은 슈퍼스타들에게는 훨씬 수비가 타이트하고 인원도 더 많이 붙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슈퍼스타가 불리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슈퍼스타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공격회수도 더 많고 패스도 더 많이 받습니다. 공을 소유하는 시간도 더 깁니다. 따라서 슈퍼스타들은 그런 우월한 지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야구가 다른 종목과 다른 결정적인 점은 슈퍼스타라고 해서 공격의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슈퍼스타도 다른 타자와 마찬가지로 한 경기에서 4~5번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상대 투수에게 훨씬 더 큰 견제를 받습니다. 투수는 상대 스타에게 절대 좋은 공을 던지지 않습니다. 볼넷으로 출루시키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야구에서 타자를 높이 평가하는 기준은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순이고 출루율은 이들보다 더 후순위로 평가합니다. 공격수들은 상대 투수가 나쁜 공을 던지면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을 높일 기회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은 일반 선수보다 나쁜 공에 손이 갑니다.
제가 미국과 한국에서 배리본즈의 2차 MVP 시즌 4년을 지켜봤는데, 그 4년 동안 본즈는 실투를 제외하고는 치기 쉬운 공을 한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상대팀은 본즈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02년 월드시리즈에서 엔젤스가 실제로 그런 전략을 썼습니다.
본즈가 21세기 초에 4년 연속 MVP에 선정될 때, 그가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야구인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당시에는 그게 별 문제가 않았던 것이 하도 약물이 많이 퍼져서 그런 것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오히려 특이하게 취급받던 시절이었습니다. 본즈가 MLB에서 가장 많은 회수로 약물 검사를 받았지만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모든 사람들은 그가 약물을 하고 있었다고 확신했습니다. 본즈는 커리어 내내 오만 불손하고 거친 태도로 매스컴을 대해 그를 좋아하는 기자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거기에 약물을 하고 있는 확신까지 있었음에도 4년 연속 MVP에 선정된 것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의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본즈의 퍼포먼스는 단순히 약물복용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본즈는 서른 여덟살에 0.362, 마흔살에 0.370으로 타격왕에 올랐습니다. 약물이 히팅 파워를 늘게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본즈는 타율까지 최상위로 올라왔습니다. 너무 심한 견제를 받아서 시즌 출루율이 6할을 넘긴 상황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본즈가 약물도 했지만 야구선수로서도 득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에게 치기 좋은 공이 거의 안 오기에 본즈도 스트라이크 존을 넓혔습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 넓혔고, 거기에서 벗어난다고 생각되는 공에는 절대 배트를 휘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인내심은 거의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듯 보였습니다.
아래는 메이저리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 시즌 출루율, 장타율과 OPS(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는) 최고 기록입니다.
글쓰기 |
3. 남자 테니스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조코비치가 이에 의문제기를 했지만 오히려 엄청난 역풍을 맞고 사과까지 했죠. 저는 이렇게 하는게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7. 보통 잘치는 타자들은 타순 앞쪽에 배치되어 있기에 기회를 더 많이 받긴 합니다. 그리고 통계가 발전함에 따라 요즘은 타율 타점보다는 출루율과 장타율이 더 좋은 평가를 받죠. 2차 스탯도 어느 스포츠보다 훨씬 발전되었고요. 그리고 투수들이 나쁜 공을 던지면 배트를 휘두르기 보단 골라내서 볼넷으로 출루하면 되긴합니다.
본즈 같은 경우에는 약의 힘을 빌려서 엄청난 괴물이 됐기에 투수들이 오히려 볼넷으로 내보내는걸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만루에서 고의사구를 했을까요. 하지만 이 기록들은 약물때문에 다 의미가 없죠.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는 지금처럼 약물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2003년 비공개 약물 검사가 시작이었을걸요. 미첼 리포트 이전까지는 누가 약물을 썼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