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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적 관점에서 볼 때 라스트 댄스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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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28 16:21:10


잘 아시다시피 라스트댄스는 시간이 연대순이 아니라 교차편집입니다. 크게 보면 1)2차 쓰리핏을 기준으로 2)1차 쓰리핏 이전 3) 주요 인물들의 성장 배경사 입니다. 이러한 시간 배치는 그 자체로 연대순으로 나열할 때는 보기 어려운 어떤 의미들을 도출하게 됩니다. 제작자가 의도한 것일수도, 또 제작자 스스로도 제작(편집) 과정에서 도출하게 된 것일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관찰자적 입장에서 조던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제작자의 태도에 꽤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상깊게 느낀 점 몇 가지 나누고 싶어요.


1. 승부보다 시간 속에 갇힌 심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주목하다.

우리가 게임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신화적 존재로서와 달리 조던도, 피펜도, 로드맨도, 스티브 커도, 크라우스도, 그리고 조던에게 도전하고 위협했던 모든 선수들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심리적 욕구와 민감성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하는 것 같았어요. 확실히 다큐에서는 서로의 심리에 대해 매우 민감한 선수들의 인간관계를 보게 됩니다. 가령 저희는 선수들을 볼 때 누가 더 주목받을만한가, 누가 더 위대한 승자냐, 이런 표면적인 부분을 가지고 주인공과 조연 ,악역 등으로 어떤 서열을 메기기 쉽지만 제작자는 각 사람이 다양하게 갖고 있는 사연들과 역할을 통해 '승부' 이면에 있는, 고아와 같은 인간 삶을 넌지시 비추어보려 한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팀원들에게 가혹하게 했단 부분에서 훌쩍거리는 장년의 조던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그니까 어떤 면에서 제작자의 카메라는 조던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인물들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점하고 싶은(프로이트 심리학으로 보면 어머니의 젖을 독점하려는) 어린아이들처럼 묘사하고 있단 생각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2. 약속을 지켜 '신'의 자리에 간다는 것의 대가

1화와 10화의 오프닝과 엔딩은 거의 비슷합니다. 신인 시절 조던이 처음에 했던 인터뷰와 약속을 보여주고 있죠. 부모님과 대학시절 코치의 엄격한 교육에 의해 영민하고 강한 자의식을 가진 조던은 고비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던의 팀메이트들이나 경쟁자들이나 처음엔 그를 자기와 같은 흑인이자 선수, 인간으로 여겼지만 그가 가진 '나'라는 강한 자의식이 그 평범의 카테고리에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변에서 농담처럼 그를 '신'이라 부를 때는 농담 반 진담 반인것이죠. 극복과 성장을 반복할수록 그는 가까운 주변인들로부터도 '신'으로 지칭받게 됩니다. 스스로 있는 '나'라는 정체성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주변 환경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결국엔 그것이 전세계로 확장되었죠. 그의 탁월한 재능이나 노력, 운도 있었지만 가장 강한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그의 자의식이었습니다. 세상이 보게 된 조던은 온갖 희노애락을 느끼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조던이 아니라 그가 가진 자의식이 주변 환경을 다스린 결과물이었습니다. 2차 쓰리핏 시점 당시 시대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위치는 농구계나 시카고, 미국 뿐이 아니라 Top of The World 였습니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서 모든 인류에 적용되는 누군가를 '신'적 존재로서 받들게 되는 어떤 심리적 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던이 거기에 지치는 부분도 카메라는 담아냅니다. 남에게 롤모델이 되는 것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승부같은 거라고 말이죠. 카메라가 보여주는 그의 삶은 영광의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주어지는 조건과 대가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큰 영광일수록 큰 조건과 댓가가 있는 것이죠. 이것이 아마도 많은 분들이 두번 다시 조던과 같은 선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같습니다.


3. 어떤 희노애락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어떤 갈등과 고난이 있어도 결국 영광의 순간이 오고, 가장 높은 영광의 시간에 있어도 새로운 도전이 다가옵니다. '라스트 댄스' 매 회 에피소드에서 항상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도입과 엔딩의 음악적 운율이었습니다. '라스트 댄스'가 끝난 뒤에도 시간은 흐르고 선수들도 각자의 시간으로 흩어집니다. 2차 쓰리핏 이후 필 잭슨이 선수들과 종이에 마음을 담아 불태우는 의식을 치르는 장면과 동시에 특유의 시가를 물고 애상에 잠긴 조던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심리학에서 담배 등을 무는 행위는 부모로부터 받은 리비도적 성 욕구의 표현이죠) 1화의 약속을 지켰던 조던이 카메라(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코로나 사태처럼 다 이해할수도 없고 종잡을 수도 없어서 무의미하게 흐르는 것 같은 인생의 시간에 인간이 어떻게 의미부여하는 지를 '조던'의 삶이 보여줬고 '라스트 댄스'가 보여줬다는 것이죠. 그렇게 각자 삶의 의미를 찾아가라고 권면하면서 마치는 거 같습니다.



요즘 헐리우드와 미국 문화가 인간 심리파악에 달통한 제작자들이 많아지는 거 같단 느낌이 듭니다. 조금 다른 예지만 르브론이 클리블랜드에서 우승하고 말한 자신이 GOAT 처럼 느껴졌다고 한 것은 객관적 의미에서 자뻑이라기보다는 클리브랜드라는 동네의 특징과 정서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담긴 주관적 의미가 컸던 것 같아요. 결국 개개인의 삶의 의미는 재능과 위상, 부요에도 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각자 자신만의 심리가 느끼는 의미의 자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슬램덩크에서 저희가 원하는 것은 북산이 결승까지 올라가느냐 못 가느냐의 문제였지만 작가 이노우에가 원했던 것은 인물들이 서로 간의 갈등과 극복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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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5-28 23:28:30

저와는 다른시각에서 느낀점을 읽어보니 새롭네요.
저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조던이 위대한건 맞지만 쉬운길은 아니었다는걸 내면에 있던 이야기나 심리묘사를 통해 전달해줬다고 생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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