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비치 감독님, 거기서 뭐 하세요 ? (프랑스 선수들 소식 2)
계속해서 프랑스 출신 선수들의 소식입니다. 노아에 이어 이번에는 토니 파커의 소식입니다. ![]()
토니 파커, (부)사장님 되다
좀 지난 소식입니다만, 지난 2월에 토니 파커가 프랑스의 프로 1부리그 팀 중 하나인 아스벨(ASVEL)의 소유주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2번째 대주주이고 부사장(vice-president)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 원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사장이 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스벨 팀은 프랑스에서는 명문 구단으로, 정규시즌 1위과 플레이오프 우승을 10여 차례 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연고지는 리용의 위성도시인 빌뢰르반(Villeurbanne)이라는 곳인데(그래서 스코어보드에는 Lyon-Villurbanne이라고 나오기도 합니다), 리용 자체가 부자도시이고 빌뢰르반은 거기서도 돈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합니다. 서울로 치자면 분당쯤 된다고 할까요 ? 말하자면 빅마켓이라고 볼 수 있는데, 프랑스에서 농구는 큰 인기가 있는 스포츠는 아니기 때문에 이건 그리 중요한 요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은 도시에 명문팀이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 무렵에 나온 인터뷰에 따르면, 파커는 예전부터 은퇴 후에 프로팀의 경영자를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스퍼스의 뷰포드 GM이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저 일이 나랑 잘 어울리겠다'라고 생각했다네요. 실은 예전에도 파커는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4년에 자기 에이전트와 함께 회사를 차려서 파리 프로팀(Paris Basket Racing)을 매입했었죠. 그 후의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팀이 경영부진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다른 팀과 합병된 걸로 보면 잘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파커의 의욕은 대단해서, 인터뷰에서 이 팀을 유럽 최고의 클럽팀으로 키우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OM(올림픽 마르세이유) 축구팀이 유럽 최고가 되는 것보다 낮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파커 덕분에 재정이 넉넉해진 아스벨 팀은 예전부터 추진하던 15000석 규모의 대형 체육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1부리그 구단들의 평균 체육관 규모는 5000석 내외입니다.) 더군다나 이 팀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여 리그 챔피언이 되었으니 일단 시작은 좋은 셈입니다.
(부)사장님 대 감독님 ?
여기까지는 좋은데, 좀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파커가 부사장이 되고 1달이 지난 3월달에 프랑스 대표팀의 새 감독이 정해졌는데, 그게 다름아닌 아스벨 팀의 감독인 뱅상 콜레(Vincent Collet)였지요. 콜레는 1963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감독이지만, 2000년에 르망 프로팀(MSB)에서 처음 감독이 된 이래 소속팀을 줄곧 상위권에 올려놓고 우승도 1번 해낸 명장입니다. 르망 팀 출신인 니콜라 바툼을 어릴 때부터 가르친 멘토이기도 하지요. 작년 드래프트 직전에 바툼에 관한 <르 몽드> 기사 하나를 번역해 올렸었는데(여기 있습니다), 그 때 '니콜라는 약팀보다는 시스템이 잘 잡힌 팀에 가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말을 했던 코치가 이 분입니다. 아스벨에는 지난 시즌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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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되시겠습니다 |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자면, 프로팀에서 콜레 감독은 구단 소유주인 토니 파커 부사장의 밑이고, 대표팀에 가면 토니 파커 선수는 감독인 뱅상 콜레의 말을 들어야 되는 거지요. NBA로 치자면, 30대의 마이클 조던이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밥캣츠 사장으로 있고 미국 대표팀에도 나가는데, 대표팀 감독이 래리 브라운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나라 프로야구라면 추신수 선수가 김인식 감독님의 한화 이글스를 인수하는 거겠네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프랑스 언론들은 다들 키득거리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고, 점잖은 <르 몽드>는 "자기 보스의 보스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왠지 철학적인 듯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기사를 인터넷 판에 실었습니다. (원문은 사라져서 인용된 페이지를 링크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파커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했지만, 뱅상 콜레 감독은 좀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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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골아프네... 이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는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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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실 것 없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저는 감독님 시키시는 대로 하고, 감독님은 부사장이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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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그냥 내가 선수 할테니까 네가 감독이랑 사장이랑 다 해먹어라 ! |
(재미를 위해서 사진 캡션 중에 비속어가 들어갔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여기까지는 뭐 웃자고 한 얘기고, 실은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합니다. 콜레 감독은 예전에 대표팀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있었기 때문에 파커와는 잘 아는 사이이고, 종종 전화로 파커의 플레이에 대해서 지적과 조언을 해 줄 정도로 가깝다고 하니까요. (짐작하시겠지만 파커 정도 레벨의 선수에게는 플레이에 대해서 아무나 뭐라고 하기 힘들죠. '형저메'가 그냥 나온 농담은 아닙니다.)
프랑스 대표팀의 '파커 의존증'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토니 파커는 프랑스 농구계의 거물입니다. 농구 실력뿐 아니라 인기나 영향력도 대단해서, 선수는 물론 웬만한 농구계 중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지요. 이번에 아스벨 팀의 소유주가 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졌을 겁니다. 대표팀에서도 토니 파커의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실력면으로는 따라올 선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이런 점이 팀에게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가 너무 확연하다 보니, 포인트가드인 파커로서는 '웬만하면 내가 던지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게 되거든요.
이런 현상은 유럽 선수권 예선을 치르던 작년에 더 심해졌는데, 당시 프랑스 대표팀에는 디아우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커가 믿고 패스해 줄 선수도, 파커 대신 플레이메이킹을 해 줄 선수도 없었습니다. 튜리아프가 NBA 리거이기는 하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의 전문가지 공격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다 보니 파커의 슛 시도가 늘어났고, 파커가 잘 하는 날은 이기지만 그렇지 못하면 게임에 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두어 해 전에 언론에서 이런 현상을 '파커 의존증(Parker dependance)'이라고 불렀는데, 작년에는 이 말이 사람들 입에 특히 자주 오르내렸지요. (이 말은 알콜 중독의 의학 용어인 '알콜 의존증'을 흉내낸 것으로, '파커 중독'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농구팬들 중에도 파커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이 꽤 있는데, 어떤 사람은 파커가 프랑스 대표팀에 참가했던 해와 참가하지 않았던 해의 대표팀 성적을 비교해서 파커가 없을 때 성적이 낫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사람은 "NBA를 제외하면 공격형 1번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는 말도 하더군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한편 파커 본인은 이 말에 대해서 대단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파커 의존증은 언론이 만들어 낸 말이지 실제로 그런 건 없다. 대표팀은 모두 함께 플레이하는 팀이다."라고 했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좀 짜증을 내며 "그런 말을 하는 건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도 했었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파커의 딜레마는 우승 전의 조던이나 오닐 이적 후의 코비가 겪었던 문제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감독도 바뀌었고, 바툼과 디아우 같은 좋은 선수들도 합류했기 때문에 이런 말은 나오지 않게 될 거라는 게 제 예상인데, 뭐 두고 보도록 하지요.
참, 며칠 전 뉴스란에 파커가 부상으로 샌 안토니오에 갔다는 소식을 전했었는데, 다행히 가벼운 부상이라 목요일 오후에 프랑스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물론 도착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게 아니니까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포포비치 감독님이 프랑스에 온 까닭은 ?
많은 NBA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토니 파커도 여름에 자기 이름을 건 농구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도 2회째를 맞는 토니 파커 농구캠프는 프랑스 서쪽 노르망디 지방의 페캉(Fecamp)이라는 곳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님도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 중인 포포비치 감독님
아무리 여름 휴가이고 파커가 자기 팀 선수라고 해도 이런 일로 해외까지 나오는 건 쉽지 않은데, 실은 포포비치 감독님은 와인 매니아이시지요. 예전에 Ty님이 번역해 주신 글([Spurs] 포포비치, 그의 와인과도 같은 삶의 향기)을 보면, 집에 포도주 창고가 따로 있고 휴가 때면 최고급 와인을 몇 가지씩 맛보는 걸 즐기신답니다.
그러니 이번 프랑스 방문에도 다른 속셈이 있으셨던 거지요. 마침 노르망디 지역 신문의 기자에게 딱 걸리셨습니다. ![]()
(관련기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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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괜찮은 건가 ? 난 박스로 살 건데 좀 싸게 해 주시지 ? |
휴~ 생각보다 기네요. 이것으로 파커 편을 마칩니다. ![]()
실은 내일 새벽의 프랑스-이탈리아 경기 전까지 그동안 모은 소식을 다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아무래도 힘들겠네요.
우선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프랑스-핀란드 전이 열리는 일요일에 계속하겠습니다. 어쨌든 오늘 한 편은 더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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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
보스의 보스가 될 수 있는가.. 이건 선수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일줄 알았는데 감독에게 해당될줄은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말이죠